시간 속으로의 운동
브라이언 그린이 자신의 대중과학 책에서 도입한 난처한 개념 "시간 속으로의 운동(motion through time)"은 원래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에 나오는 개념입니다. 여기에서 '운동(運動 motion)'이라고 쓰긴 했지만,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공간의 위치가 달라지는 그런 운동이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시간 속으로의 운동"은 사실상 모든 종류의 변화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전, 아니 소크라테스 이전의 자연철학자들에게 변화와 생성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논제였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는 심학제1도를 장현광의 우주설과 답동문으로 말하고 있지만, 실상 모든 자연철학에서 변화와 생성은 가장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결국 물이라거나 또는 프네우마(숨결)라거나 하고 주장하는 것이 소크라테스 이전 자연철학자들 중 초기에 속하는 사람들의 논의였습니다. 탈레스에서 시작되었던 '원질(아르케/프린키피아)'에 대한 논쟁이 계속 진행되는 중 여기에 매우 심각한 문제를 던진 사람이 바로 파르메니데스였습니다. 파르메니데스는 존재와 비존재, 즉 있음과 없음을 구별하고, 존재가 비존재로 변화한다거나 없음에서 무엇인가 있음이 생겨난다는 것을 모두 잘못된 믿음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여기에 반대하여 세상의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변화라고 주장한 것이 헤라클레이토스입니다.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의 논쟁은 소크라테스 이전 자연철학의 역사에서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변화와 생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 속으로의 운동'이라는 관념을 제안했습니다. 사람의 경험을 보아도 그렇고 식물이 자라나는 것이나 바람이 부는 것이나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아도 그렇고, 여하간 세상에 변화라는 것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것을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가는 '운동'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독특한 접근이었습니다. '공간 속으로의 운동'과 마찬가지로 '시간 속으로의 운동'이 변화라고 본 것이죠.
브라이언 그린이 그 '시간 속으로의 운동'을 말할 때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을 염두에 두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든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이든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인용하고 있지도 않고 언급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용어가 겹치는 것은 우연일 것 같은데, 무슨 배경 사정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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