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속도의 의미 (상세한 유도과정 포함)
상대성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면, 공간과 시간이 분리되지 않고 시공간이라는 하나의 연속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 ‘속도’라는 개념은 무슨 의미를 지닐까요?
속도는 위치를 시간으로 미분한 것으로 정의됩니다. 즉 $$ v (t) = \frac{dx(t)}{dt}$$ 그러나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4차원 시공간으로 통합한다면, 이 좌표시간 $t$로 미분하는 것은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각 좌표계마다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4차원 시공간의 한 점의 '위치'(더 정확히 말하면 시간과 위치)를 $X=(t, x, y, z)$라고 할 때 속도라는 개념을 세우기 위해서는 이 숫자들과 달리 모든 좌표계에서 의미를 갖는 파라미터를 도입해야 합니다. 그것이 소위 고유시간입니다. 대개 $\tau$(타우)라는 그리스 문자로 나타냅니다. (고유시간은 세계선의 길이로 주어진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나중에 다시 첨언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 시간의 단위를 초(second)나 년(year)로 선택하고 공간의 단위를 광초(light second)나 광년(light year)로 선택하면, 흔히 나오는 광속은 언제나 $c=1$이 되기 때문에, 따로 $c$를 노출시키지 않겠습니다.
4차원 ‘위치’는 $X(\tau)=(t(\tau), x(\tau), y(\tau), z(\tau))$와 같이 모두 고유시간의 함수로 주어집니다. 이 ‘위치’를 고유시간으로 미분한 4차원 속도는 $$ U(\tau) = \frac{dX(\tau)}{d\tau}$$가 되는데, 각 세계선에 대해 정의됨을 강조하기 위해 $$ U(\tau) = \frac{DX(\tau)}{d\tau}$$와 같이 표기하기도 합니다. 성분으로 쓰면 $$ U(\tau) = \left( \frac{t(\tau)}{d\tau}, \frac{x(\tau)}{d\tau}, \frac{dy(\tau)}{d\tau}, \frac{dz(\tau)}{d\tau}\right)$$가 됩니다.
그러면 이 고유시간은 ‘위치’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이를 찾기 위해서는 결국 멈춰 있는 좌표계와 움직이는 좌표계 사이의 관계를 말해 주는 로렌츠 변환을 사용해야 합니다. 로렌츠 변환의 역변환은 $$ t = \frac{t' + V x'}{\sqrt{1-V^2}}=\gamma (t'+V x') $$ $$ x = \frac{x' + V t'}{\sqrt{1-V^2}}=\gamma (x' + Vt')$$와 같습니다. 여기에서 식을 간단하게 표시하기 위해 $\gamma = 1 / \sqrt{1-V^2}$라고 새로 문자를 도입했습니다.
고유시간이라는 것은 좌표계의 세계선을 따라가면서 재는 시간이기 때문에 정의로부터 3차원 공간의 '위치'는 항상 $(0, 0, 0)$이 됩니다. 따라서 4차원 시공간의 ‘위치’는 $(\tau, 0, 0, 0)$이 됩니다. 이것을 일반적인 로렌츠 변환에 넣으면, 즉 $t'=\tau, x'=0$을 로렌츠 변환의 식에 넣으면,
$$t=\gamma \tau = \frac{\tau}{\sqrt{1-V^2}}$$ $$x=\gamma V \tau= \frac{V\tau}{\sqrt{1-V^2}}$$를 얻습니다. 고유시간과 좌표시간은 $ \sqrt{1 - V^2}$ 또는 $1/\gamma$ 만큼의 비율로 그 진행률이 다릅니다. 이것이 시간 늦어짐(시간 지연)입니다.
위의 식으로부터 $$ U(\tau) = \left( \frac{t(\tau)}{d\tau}, \frac{x(\tau)}{d\tau}\right) = \left( \gamma , \gamma V \right)$$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4차원 속도의 시간 성분은 다름 아니라 시간 늦어짐의 비율을 그대로 말해 줍니다. 또 흥미롭게도 4차원 속도의 크기를 계산하면
$$ U\cdot U = - \gamma^2 + (\gamma V)^2 = - \gamma^2 (1- V^2) = - \frac{1}{1-V^2} ( 1 - V^2) = -1$$
이 되어 크기가 항상 일정한 값으로 나옵니다. 이제 광속 $c$를 수식에 노출시키면 다음과 같습니다.
$$ U\cdot U = - c^2$$
4차원 시공간에서 로렌츠 불변이 되도록 정의한 4차원 속도는 흥미롭게도 그 크기가 언제나 상수(스칼라)로 주어집니다. 그 어떤 것도 4차원에서는 광속으로 움직인다고 말할 수 있는 셈입니다.
(브라이언 그린은 이를 두고 4차원 시공간에서는 언제나 속력이 광속임을 말해 준다고 해석합니다. 이 해석은 일리가 있지만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적어보겠습니다.)
4차원 불변 간격이란 개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하간 다른 좌표계들을 비교하려면 공통된 것을 추려내야 합니다. 이 공통된 것을 ‘불변량’이라 부릅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이것이
$$ ds^2 = - dt^2 + dx^2 + dy^2 + dz^2 = -d{t’}^2 + d{x’}^2 + d{y’}^2 + d{z’}^2$$
으로 주어집니다. ‘불변’이란 개념이 바로 두 번째 등호입니다. 4차원 ‘위치’의 좌표를 $(t, x, y, z)$로 잡든 아니면 $(t’ , x’, y’, z’)$으로 잡든 언제나 $ds^2$이라는 양과 같다는 뜻입니다. 이를 넣으면
$$ ds^2 = - dt^2 + dx^2 + dy^2 + dz^2 = - d\tau^2 $$
이 됩니다. 이 식을 다시 쓰면
$$ d \tau = \sqrt{ dt^2 - dx^2 - dy^2 - dz^2} = dt \sqrt{ 1 - \frac{dx^2 + dy^2 + dz^2}{dt^2}} = dt \sqrt{1 - V^2}$$
가 됩니다. (추가: 여기에서 아주 작은 양들의 비 $dx / dt $가 도함수 $\frac{dx}{dt}$와 같다는 가정을 은근히 포함시켰습니다. 셋째 등호가 나오려면 이 가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가정이 언제나 보장되는 것은 아니어서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더 글을 올려 보겠습니다.)
이를 적분하면
$$ \tau = t \sqrt{1 - V^2} =\frac{1} {\gamma} t$$
를 얻을 수 있습니다.
브라이언 그린이 자신의 책에 쓴 것은 위와 같은 표준적인 접근과 상당히 다릅니다. 우선 고유시간 $\tau$는 $$ d\tau^2 =dt^2 - \frac{1}{c^2} d{\vec x}^2$$로 정의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위에서 4차원 불변 간격이라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이 식을 약간 바꾸면 $$c^2 d\tau^2 =c^2 dt^2 - d{\vec x}^2 $$이므로 $$ c^2 d\tau^2 + d\vec x ^2 = c^2 dt^2$$이 되고$$ c^2 = c^2 \frac{d\tau^2}{dt^2} + \frac{d\vec x^2}{dt^2} = c^2 \left(\frac{d\tau}{dt}\right)^2 + \left(\frac{d\vec x}{dt}\right)^2$$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이 식의 오른쪽 변에서 첫째 항이 “시간 방향으로의 속력(speed through time)”이고 둘째 항이 “공간 방향으로의 속력(speed through space)”이라는 게 그린의 설명입니다. 위치를 좌표시간으로 미분하는 것은 모든 좌표계에서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고유시간으로 미분하는 것만 제대로 된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니까 이 식의 두 항은 제대로 된 '속력'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첫째 항입니다. 위에서 4차원 속도의 시간 성분이 시간 늦어짐의 비를 말해 준다고 했는데, 이것은 말 그대로 고유시간과 좌표시간의 비입니다. 이것을 갑자기 "시간 방향으로의 속력(speed through time)"이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린의 책에서 이 각주를 보고 놀란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위에 비교적 상세하게 적은 것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고 물리학 교과서라면 (특히 상대성이론을 다룬 교과서라면) 사실상 어느 책에서라도 나오는 표준적인 내용입니다. 브라이언 그린은 자신의 물리학과 강의에서는 틀림없이 이런 식으로 가르칠 겁니다. 그런데 왜 대중독자를 겨냥한 책에서는 엉뚱한 설명과 개념을 제시한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제가 가진 심증은 초끈 이론입니다. 초끈 이론에서는 세계선이 아니라 세계면을 다룹니다. 세계면에서는 속도를 시간 방향의 속도성분과 내부공간 방향의 속도성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성분의 제곱의 합이 속력의 제곱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린 같은 물리학자가 계산상의 실수를 할 것 같지는 않아서, 왜 "시간 방향으로의 속력"이라는 이상한 개념을 도입했는가 하는 것은 여전히 아리송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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