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녹취] 2020년 7월 16일 세미나: 4장.양자역학 (2)
모임 정리
양자역학
작성자
neomay3
작성일
2020-07-31 11:45
조회
4173
2020년 7월 16일 세미나에서 나눈 이야기를 녹취한 것입니다. 질문과 장회익선생님 말씀 위주로 녹취했습니다. 발표자의 발표는 게시판에 업로드된 발표자료를 참고해주세요.
중첩과 얽힘이란?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이유는?
중첩
중첩이라는 개념을 이미 쓰고 있다. 이중슬릿에서 간섭을 일으킨다는 것은 중첩을 이미 있다는 것이다. 중첩이라는 게 별다른 게 아니다. 두 성분의 상태함수가 있으니까. 중첩이라는 것이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대상의 상태를 상태함수를 통해서 하는 것이다. 상태함수가 우연히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었으면 그 둘이 자연스럽게 다른 위치에서는 합쳐지는 게 당연한 것이다. 둘이 합쳐진 상태니까. 특별히 문제가 될 게 없다.
얽힘
얽힘이라는 문제는 좀 다르다. 지금까지 나는 하나의 대상 실체를 두고 얘기했다. 얽힘은 두 개 이상의 대상이 있을 때 이것의 상태와 저것의 상태의 관계가 얽힘이라는 것이다. 두 개의 실체로 구성된 대상의 어느 상태와 다른 상태끼리가 사실은 하나의 대상이 되니까 관계가 있게 되고 얽힘이 되는 것이다.
내가 얽힘을 거의 언급 안한 이유는, 두 개 이상의 구성요소로 된 대상을 취급해야하기 때문에 그것 나름의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얘기 안했다. 그것도 하나의 상태로 규정된다. 각각의 상태들 간의 관계가 얽힘이라고 본다.
EPR
그런데 지금 조금 전에 EPR 얘기를 왜 안했나라고 질문했는데, 그게 바로 얽힘 현상이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의 아주 특징적인 것을 이해하려면, 두 개 이상일 때 나타나는 현상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입자라고 할까 그렇게 구성된 것을 이해하는 것부터 해야한다. 그래서 거기까지 갈 여력이 없었다.
벨의 부등식을 여기에 굳이 넣을 필요는 없었다. 벨의 부등식도 둘 이상의 입장 대한 것이라 복잡하고 여기서 적절하지 않았다.
슈뢰딩거 고양이
슈뢰딩거고양이도 언급하지 않았다. 슈뢰딩거 고양이는 사례는, 아까 얘기한 빈-사건이 변별체와 수없이 관계를 맺어서 일어나는 것인데 그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아주 거시적인 것도 완전히 사건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극단적인 가정을 해야 나타나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것을 얘기하면 또 길어지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거기에 수많은 사건, 빈-사건이 계속 일어나기 때문에, 아까 얘기했지만 이런 것들이 관계될 때는 거의 모든 것들이 다 고전역학적으로 따라간다.
소위 생명체 정도가 되면 굉장히 복잡해서 통계역학적인 시스템이 되기 때문에 양자역학의 단순한 개념을 가지고 설명할 수 없다. 슈뢰딩거는 그 예를 든 이유는, 지금 내가 이야기 한 사건 빈-사건 관계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양자역학을 끝까지 가지고 갔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이상한 상황을 역설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현재 대학에서 가르치는 양자역학과 선생님 책의 차이
초기에 양자역학이 나타났을 때의 여러가지 혼란상을 깨끗이 정리하고 넘어간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덮어두고, 그 다음 단계 즉 실제로 에너지가 어떻고 상태함수가 어떻고 하는 계산으로 그냥 넘어가버렸다. 혼란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정리하는 면에서는 아직도 혼란이 있는데, 대충 그것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지나간 것이 코펜하겐 해석이다. 보어, 하이젠베르크 등등이 그런 해석을 했는데, 그 해석이 만족스럽지도 않지만, 그런 얘기 나오면 그냥 코펜하겐 해석으로 대충 얘기하고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꾸 질문하면, “Shut up, and calculate!”하고, 그렇지 않으면 F 받는 것이다. 일반적인 물리학 책에서도 앞에 장식품 비슷하게 살짝 언급만 하고 본론으로 그냥 들어가버린다.
아주 작은 문제일 수 있지만, 무엇이 우리 기준 개념에 의해서 걸리는지 완벽하게 정리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그래서 아마 대부분의 대학 강의실에서 하는 양자역학과 내 얘기는 상당히 다루는 범위 자체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다지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책에도 언급했지만, 나도 양자역학 공부하는 데 아주 힘들었다. 이해가 안되는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어려운데, 계산을 안 하면 학점을 받을 수가 없으니까 대충 연습문제 맞는 답 내고 지나가고, 그렇게 하다보면 몸에 익어서 활용은 한다. 그렇지만 공백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항상 걸린다. 나는 그것을 정리해봤다 이런 의미가 있겠다.
<질문 1> 선생님의 핵심 개념 중의 하나는 위치와 운동량이 얼마다 하는 식으로, 고전역학에서는 점유 개념으로 이해했다.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점유가 아니라 확률에 기본이 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선생님은 정리를 했다.
그런데 양자역학 이전에 고전역학으로 거의 완전무결하하시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의 차이가,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우리가 대상으로 삼는 것의 규모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대상이 작으면 그것이 조우할 수 있는 변별체 후보들이 워낙 작기 때문에 성향이라는 것이 도드라지고 그게 이해안되면 접근이 안되지만, 사람 정도로 큰 규모의 대상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한 변별체들과 일상적으로 조우하니까, 고전역학적인 데로 귀결이 돼서 굳이 성향이라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이해되는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닌가. 소위 미시세계로 들어가면서 점유 개념이 불합리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나?
뭐 비슷하게 얘기할 수 있겠는데, 이런 것이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항상 사고의 틀이 있다. 우리는 스스로 사고의 틀을 만들어서 생각한다. 칸트가 말했듯이 태어나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성장하면서 사고의 틀을 만든다. 이 사고의 틀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여러가지를 다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어떤 것을 기반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시간-공간이라는 것을 개념화하면 굉장히 편리하다. 다 정리해놓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때 어떤 대상의 운동, 현상에 관계되는 것을 서술할 때 고전역학적인 근사가 굉장히 좋다. 그런데 그게 근사인지 모르고 그렇게 생각해야만 되는 걸로 봐버린 것이다. 그래서 대상이 있으면 반드시 어떤 위치와 운동량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하등의 불편함이 없다. 아, 사물은 그렇게 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하는 걸 보편화시켜서 다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데 양자역학에 그걸 집어넣으니까 설명이 안되고 개념상 모순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서술 방법은 슈뢰딩거 방정식 등등해서 찾게 됐지만, 그 개념이 안들어맞는 것이다. 개념이 안맞으니까 임시방편으로, 이럴 땐 이렇게 보자 이럴 땐 또 이렇게 보자해서 그것을 그냥 적당히 타협해서는, 이런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상보적이다 하면서 우물우물 지나갔다. 그게 보어와 코펜하겐 해석의 입장이다. 그것을 대단히 싫어한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다. 그럴 수 없다, 그거 어떻게 적당히 얼버무리느냐. 그래서 한 100년 동안 아직도 논쟁이 사실은 물밑에 있다. 물밑에 있다는 뜻은 보통 물리학자들은 그걸 안들여다보니까 물밑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계속 혼란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 혼란을 어떻게 정리하는가 하는 문제는 사고의 틀을 더 일반화된 것으로 바뀌어야 된다는 것이다. 사고의 틀을 더 일반화된 걸로 바꿔야 될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운동량과 시간-공간 개념이 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엮여져 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소위 불확정성 원리같은 것도 다 정리된다.
또 한가지는, 한 대상이 어떤 것을 점유한다는 개념을 좀 더 넓혀서 일반화시켜서, 그런 사건을 일으킬 성향을 가진다라는 것으로 넓힌다. 점유한다는 것도, 지극히 사변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점유하는지 안 하는지 우리가 알 수 없다. 단, 그것이 사건을 일으킬 때에 그것이 점유하는 것처럼 사건을 일으키니까, 그러니까 아예 점유한다고 해버린 것이다.
사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변별체를 통해서 일어나는 사건들만 보는 것인데, 사건들을 종합해보면 이것이 점유하고 있다는 것에 들어맞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예 사건을 일으킨다는 것은 걷어내버리고 그냥 점유한다하고 그냥 존재론적으로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그것이 점유한다는 전제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건을 일으키는데 그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어째서 그러냐하는 바탕 구조를 얘기할 뿐이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그대로 양자역학을 얘기하려니까 안되는 것이다. 양자역학을 이해하려면 넓혀야 된다. 점유가 아니라 야기 성향을 가진다, 그리고 사건만을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그것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의 어떤 성격이고 그것을 상태라고 한다, 그것은 사건을 야기시킬 성향이다, 변별체는 사건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면 깔끔하다.
특별히 모순적으로 보이는 몇 가지 사례, 예를 들어서 이중슬릿, 삼중슬릿으로 봐도 재미가 있다. 이런 것들을 다 보면 양자역학 초기에 문제가 됐던 많은 것들은 내가 얘기하는 인식론적, 존재론적 틀을 받아서 해보면 다 해소된다. 이 점이 내가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점들은 철학적 성격을 가진다. 철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 바탕의 놓여서 개념적인 어려움을 풀어주는 것을 철학이라고 하는데, 말하자면 철학적인 문제를 해명해주는 것이다.
양자역학은 철학적인 문제, 기존 개념과의 관계에서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이해 가능한 형태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재밌는 것은, 우리가 사고의 틀을 어떻게 바꿔야할 것인가하는 것이 드러난다.
물리학자들은 지난 한 세기동안 사고의 틀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 기존의 사고의 틀을 가지고 양자역학을 이해하려고 하니까 거기서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가 자꾸 나오니까 골치아파서 묻어버리려고 한 것이다.
<세겹실틈 실험 설명 - 김재영>
겹실틈 실험

실제로, 겹실틈 실험을 풀어보면 정확하게 그림이 나온다. 실험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한번에 점이 하나씩 찍힌다는 것이다. 즉 확률 분포이지 파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잘 보여즈는 것이 세겹실틈 실험이다.
세겹실틈 실험

A, B, C 세 개를 다 열어놓을 수도 있고 한 개 혹은 두 개를 막을 수도 있다. (오른 쪽 흑백 그림에서 AB는 C를 막은 것이고 AC는 B를 막았다는 뜻이다.)
실틈 3개 중 2개를 막으면 어둡고 밝은 무늬가 반복하는 패턴이 안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하나만 막으면 패턴이 분명히 있다.
그러면 볼 때는 입자, 안볼 때는 파동이라고 했던 코펜하겐 해석과는 이미 맞지 않는다. 처음부터 개념적으로 실험을 해보나마나 안맞는데, 재작년에 제대로 이렇게 실험을 했다.
파동-입자 이중성?

파동-입자 이중성 실험은 세겹실틈 실험보다 조금 앞서 2012년에 한 실험이다. 이 실험은 좀 더 복잡하다. A그림을 보면 앞쪽(일렬로 늘어선 점들)에 있는 것들이 입자이고, 뒤쪽에 곡선으로 나타난 부분이 간섭 무늬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이 중간 단계들은 입자도 아니고 파동도 아닌 것이 되고, 처음부터 입자냐 파동 이중성이라는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라는 결과가 된다.
<질문 2> 세겹실틈 실험에서는 관측장치를 대는 것까지는 안들어가있나?
있다. Which path detector라고 돼있는 것이 경로를 체크하는 부분이다. 실험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정교하다. 약한 측정이라고 해서 '상호작용-없는 측정’만큼이나 흔적을 살짝만 남기고 지나가야 한다. 그런 어려운 점이 있어서, 실험을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대서특필된다.
(김재영-세겹실틈 설명 끝)
세겹실틈을 통과할 때 소스에서 여러 갈래로 가다가 통과하면서 나머지는 없어지고 1, 2, 3 세 개만 남는다. 실제로는 없어지는 것들은 벽에 막히는 것이다. 하나의 입자의 상태가 저렇게 변한 것이다. 하나의 입자의 상태가 저렇게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통과하면서 상태가 바뀐 것이다. 상태가 바뀐 이유는, 나머지 벽면에 닿은 것들은 모두 공-사건이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라도 실-사건이었으면 입자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무것도 통과를 못한다. 통과를 했다는 가정할 때는, 나머지 벽에 부딪히는 것들은 모두 공-사건이었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여기서 여러 개가 가다가 셋만 남았다는 얘기에서도 이미 빈-사건을 넣지 않으면 설명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진짜 파동이라면 퍼져나가다가 일부는 걸리고 나머지는 통과하는 건데, 이건 그것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는 다 0이 돼버리고 0 아닌 것이 가능성 3개(세겹실틈)가 되는 것이다.
둘일 때는 나머지 다 0이고 남은 가능성이 2개인 것이고, 하나일 때도 마찬가지로 나머지는 다 0이고 하나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경우이다. 나머지가 0이기 때문에 확률이 1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머지가 다 0이고 둘이 남았다면 확률이 각각 1/2씩이다. 3개면 각각 1/3씩이다.
이미 하나하나에서 공-사건을 활용하는 것인데, 그것을 언급한 데가 없다.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 뻔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공-사건(빈-사건)을 쓰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다.
사고의 틀, 바탕관념과 삶의 문제
<질문 3> 물리학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게 사고의 틀 얘기를 잘 안한다고 하셨는데, 그것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저는 철학을 하다보니, 장회익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은 양자역학을 하면서 본인의 삶에서 사고의 틀을 어떻게 바꿨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서 제가 다음 날 어떤 모임에 참석 여부를 체크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그런 것을 하기는 하는데 꼭 해야되는건지 잘 모르겠다.
내 자신의 의식이 양자역학적인, 내 존재가 그런 거 아닌가. 존재가 원래 확률로 존재하는 건데, 그런 것들을 규정하면서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간의 수준에서는 고전역학적이라고 했는데, 인간이 예민하거나 깊이가... 그렇다면 인간도 본질적으로 원래 자기 존재를 미시세계처럼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질문 3-의견> 저는(김재영) 장회익샘께 배우고, 그래서 장회익선생님의 자연철학의 맥락에 있다. 내가 보기에 양자역학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이 관계, 대상이 아니라 관계를 우선시 두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히 양자역학만이 아니라 우주, 앎, 생명에 대한 이야기 모두에 연결이 된다. 모든 것이 관계이다. 상대방이 없는 것은 의미가 없고, 항상 만남이 있다. 사건 야기 성향이고 하는 것이 있고, 변별체는 사건 유발 능력을 지닌다. 이 둘이 만날 때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만남, 관계, 조우 이런 개념을 강조한다. 실재, 실체, 존재 이런 식으로 혼자 노는 그런 것이 아니라 항상 둘이 만나는 것이 장회익선생님의 자연철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이 있다. '실재로부터 과정, 관계로.’ 이거냐 저거냐 택할 문제가 아니라, 존재론적인 면이 있고 관계를 가지는 면이 있어서 이것이 결부되어야한다고 본다.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하나만 떼어내는 것은 무의미하고, 또 관계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도 옳지 않다. 존재론적인 면과 인식론적인 면이 제대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하나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지금까지 항상 무의식적으로 존재론적인 것만 내세운 것이 지금까지의 경향이다. 관계와 항상 같이 생각해야한다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질문 4> 선생님께서는 스스로 존재에 대해서 열어두신 것인가. 실제 존재도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살면서 항상 약간 의식을 하지 않으면서 열려진 그런 상태로 살 수가 있을까?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정적인데 삶에서도 그럴 수 있나?
<질문 4 - 의견 1> 결국 지금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것, 양자역학과 관련된 자연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하는 것이 첫 번째 질문인 것 같다. 양자역학을 말할 때 항상 확률적인, 즉 점유가 아니라 성향만을 말하면서 모든 것이 확정적이지 않고 불확실, 불확정적이다. 미시세계에서는 그럴 수 있겠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그러는 것은 너무나 불안하지 않은가, 그렇게 살아도 좋은가, 내일이 과연 열려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하는 질문인 것 같다. / 나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까한다. 미래는 완전히 열려있는 것이다. 과거의 고전역학, 칸트적인 것으로 볼 때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헛된 믿음이었다, 우리는 근원적으로 불확실성 속에 사는 존재이다, 그것이야말로 핵심이다. 그래서 저는 심학7도 쯤에 가서 나오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에서, 생명은 철저하게 열린 결말이다. 생명이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에 어떨지 안다면, 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진짜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질문 4 - 의견 2> 나는 조금 달리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자연철학까지 와서, 과학에서의 세계 이해까지 이해를 해보고자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게 삶의 교훈을 끌어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나름 일관되게 이해를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본다. 양자역학에서 이러니까 내 삶도 이래야 한다 이런 식으로 너무 성급하게 연결을 하려고 한다든가, 이런 걸 기대하는 건 좀 무리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다. 자연과학적인 내용의 바탕에 있는 철학적인 문제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굉장히 성공적으로 양자역학을 이용하고 응용하는 분야가 있는데 이게 왜 이렇게 잘 설명되고 이해되는가 하는기, 그것 자체를 우리가 이해를 해야 물질세계, 존재세계에 대한 일관된 앎을 갖춰가는 데 조금 더 깊이 들어가고 폭 넓은 이해를 가질 수 있다로 이해를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너무 빨리, 그래서 우리 삶은 이래야하고 우리 사회는 이래야한다로 가려고 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일단은 양자역학이 왜 그렇게 좋다는 것인지 4장을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여기서 우리가 얻게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바탕관념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그것을 때때로 더 확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하는 것을 여기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바탕관념에 의해서 사물을 보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상당히 나이브하고 단순한 바탕관념으로 한다. 그런데 그게 전부인 줄 아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알고 보면 그것보다 더 심오한 것이 자꾸 생기는 것이다.
더 넓혀진 바탕관념을 통해서 다시 세계를 더 깊이 알 수 있다. 이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바탕관념이 어떻게 교묘하게 넓어질 수 있느냐, 이게 굉장히 재미난 것이다. 이것이 시간-공간의 차원 문제이다. 처음에는 2+1차원으로 보는 게 가장 나이브하고 편리한 것이었지만, 3차원으로 가서 보면 훨씬 더 정교하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시간까지 합쳐서 4차원까지 가니까 이건 또 더 놀라운 것이 되고, 그다음에는 이 4차원과 운동량-에너지를 연결해서 보니까 양자역학적인 것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바탕관념을 아주 심오하게 하면 할수록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된다.
특히 양자역학이 들어오면서 달라진 것은, 우리가 무엇을 어디에 무엇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점유 개념을 당연히 생각해왔는데, 그것도 사건 야기 성향으로 넓히고 보니까 양자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분명해진 것이다.
이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바탕관념 중에 무엇이 부족하고 불완전하고 고쳐야할지 반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조금 전에 언급이 나왔지만, 그 중에 중요한 것 하나는 생명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 바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것도 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바탕관념을 넓히면, 우리가 생명을 달리 본다고 하는 것은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는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가져와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물리학에서 바탕관념의 변화, 생명으로 가는, 그 중간에 통계역학이 아주 재미난 바탕관념을 제공한다. 엔트로피 개념을 통해서 아주 흥미로운 얘기를 한다.
그런 것들을 통해서 바탕관념을 넓혀가면 자연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자연에 들어있는 모든 것, 그 중에 나 자신, 생명까지도 연결이 된다. 이렇게 되면 내 삶을 어떻게 생각해야되느냐,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사는 것이 적절하냐로 연결이 될 수 있다.
지금 천천히 하자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그런 것들을 다 염두에 두고 생각해나가면 상당히 흥미롭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질문 5 > 양자역학 수업을 들은지 20년이 지났다. 아까 세겹실틈에서 공-사건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중슬릿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중슬릿을 통과할 때, 통과하기 전과 후가 왜 다르냐. 사실은 통과하기 전에 여러 갈래가 있다가 (통과하지 않는) 나머지 모두는 공-사건이 돼버린다. 그러면 하나는 아직 확인이 안됐지만, 그것 하나만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중슬릿일 경우에는 2개가 공-사건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됐다. 여러가지가 왔는데 왜 나머지는 없어졌느냐,가 아니라 공-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질문 6> 학교 다닐 때 문제 푸느라 급급해서 잘 이해를 못했고, 질문도 못했던 것 같다. 지금 보니 변별체 개념도 익숙하지가 않다.
양자역학 강의 들은 사람들 수없이 많을텐데, 이런 거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서 반성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 강의에도 이런 내용 없었고 그 책에도 없었다. 내 책에서 공-사건이 처음 나온다. 나도 공-사건이라는 개념 만드는 데 수십 년 걸렸다.
지금 내가 보니까 그렇더라는 것이다. 공리 4라고 하는 것, 그냥 읽어보면 너무 당연하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함축, 특히 공-사건이 중요하다. 그것에 해당하는 내용은 일반적인 책에서는 보른의 가설이다. 나는 보른의 가설을 쓰지는 않았다. 보른의 가설이 공리4로 바뀐 것이다.
<질문 7> 코펜하겐 해석, 아인슈타인과의 논쟁 외에 다른 해석도 있나?
상식적으로는 십여 가지 많은 해석들이 있다. 수없이 많은 다른 의견들이 있다. 내가 이 책에 쓴 것은 그 십여 개에 속하지 않는 또 하나의 해석 혹은 철학이다. 말하자면 ‘양자역학의 서울 해석’이라는 말도 나오기도 했는데 무슨 해석이라고 붙이기는 그렇다. 내가 볼 때는 양자역학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은 이 해석일 것이다. 내 희망사항은, 나머지 다른 해석들은 다 사라지고 이것만 남지 않겠나 하는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
(2020.7.16. 세미나 녹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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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처럼 | 2025.04.14 | 0 |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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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토론] 대상 물체의 현재 온도가 낮을수록 △S의 값이 크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자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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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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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 2025.04.14 | 1 |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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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범심론 (9)
유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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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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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나무 | 2025.03.30 | 2 | 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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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앎의 세 모드(역학 모드, 서술 모드, 의식 모드)와 포퍼의 세 세계
자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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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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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 2025.03.24 | 0 | 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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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엔트로피 법칙이 무엇인가요? (1)
자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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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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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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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 2025.03.13 | 0 |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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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물리법칙과 '나'라는 문제
자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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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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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 2025.03.12 | 1 | 215 |
680 |
[자료] 자유에너지 경관과 준안정상태의 변화
자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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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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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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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 2025.02.22 | 1 |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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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우주의 역사와 운명 (1)
자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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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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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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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 2025.01.28 | 1 | 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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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우주와 물질 - 개요 (4)
자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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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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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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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 2025.01.27 | 1 | 337 |
정말 훌륭한 녹취입니다. 저도 이전에 잠시 녹취를 해 본 적이 있는데, 정말 힘들고 어렵고 지루한 작업이었습니다. 말이 좀 빠른 경우 다시 듣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제가 말을 좀 또박또박 말하는 타입이 아닌지라 녹취에 상당한 방해가 되었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격려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처럼 산만한 학생은 녹취가 이래저래 도움이 많이 됩니다. ^^
사실 장회익샘 말씀이 녹취하기에 제일 어려워요. 책에서 글로 말씀하실 때랑은 달리 좀 건너뛰시기도 하고 대명사를 의외로 많이 쓰시더라구요.
그래서 앞뒤 맥락을 봐서 바꿔써야 하는데, 이때 제가 잘못 정리하는 수가 생길 것 같아요. 발견하시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그때그때 고치는 게 제일 좋거든요.
부족한 녹취이지만,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올립니다. 공부에도 도움 되실 것 같습니다.
7월 16일 녹취록, pdf 파일로 만들어서 첨부했습니다. 발표자료도 이곳에 다시 첨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