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라온 질문 몇 가지에 대한 답을 급하게 두서없이 적어놓습니다.
1. F=mg, g=9.8m/s2
s=1 일 때, g=9.8m/1
s=2 일 때, g=9.8m/4
→그럼, 시간이 지날수록 중력가속도가 줄어든다는 말인가요?
답: 중력가속도는 일정한 값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g=9.8 \mathrm{m}/\mathrm{s}^2$이라고 쓸 때, 뒤의 $\mathrm{m}/\mathrm{s}^2$라는 기호는 단위를 나타냅니다. 길이는 미터($\mathrm{m}$)의 단위로 쓰고 시간은 초($\mathrm{s}$)의 단위로 쓰면, 속도의 단위는 초당 미터 즉 $\mathrm{m}/\mathrm{s}$가 됩니다. 시간의 단위에 쓰는 $\mathrm{s}$는 영어의 second(秒)의 첫 글자에서 따온 약자입니다. 가속도는 다시 초당 속도가 되기 때문에 "초당 초당 미터"가 됩니다. 이것을 "초의 제곱당 미터"라고 표시하는 것입니다.
2. p.62 “사과가 왜 떨어지느냐”는 물음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과 꼭지가 떨어지면, 사과는 좌측 또는 우측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위쪽으로 갈 수도 있는데, 왜 아래로 떨어지는 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또 사과는 꼭지가 떨어지고 어떤 외부의 힘도 가해지지 않는다면 가만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인데, 사과는 왜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일까요?
답: 외부에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제 자리에 머물러 있으리라는 관념 자체가 뉴턴역학의 산물입니다. 뉴턴 이전의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자연철학에서는 세상만물이 본연의 위치가 있어서 '흙'이나 '물'은 우주의 중심(즉 지구의 중심)을 향해 가게 되어 있고, '숨(바람)'이나 '불'은 우주의 중심(즉 지구의 중심)으로부터 사방팔방으로 멀어져 가는 방향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제 자리에 머물러 있게 하려면 반드시 그 자연스러운 운동(움직임)을 방해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이와 달리 수평방향으로 물체가 움직이려면 반드시 외부에서 힘이 가해져야 합니다.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평방향과 수직방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연직방향 즉 상하 방향이 동서남북 사방과 대등하다고 하면, 연직방향으로도 수평방향과 마찬가지로 힘이 주어지지 않으면 멈춰 있어야 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사과가 왜 떨어지는가 하는 물음은 왜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쪽이든 아래쪽이든 모두 특별한 것입니다.
3. p.66
→(2-5) 식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답: "자연철학 그림노트 1 - 낙하운동 (1, 2장)"에 있는 그림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 더 이야기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4. p.67
“처음에 이 물체를 위치 A에 가만히 놓는다면”
→<그림 2-1>에서 ‘위치 A’가 어디인가요?
답: 책의 출판단계에서 위치 A가 빠진 셈인데, 용수철이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았을 때 물체가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위치가 A입니다.
5.
p. 71 “네 가지 상호작용 가운데 두 가지(강한 상호작용과 약한 상호작용)는 대단히 짧은 거리까지만 미쳐 오직 원자 이하의 물질들을 묶어 매는 데에만 활용되고……”
→네 가지 상호작용이 무엇인가요? 또 ‘강한 상호작용과 약한 상호작용’이란 무엇인가요?
→물(H2O)는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가 결합하여 형성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이 현실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힘은 이들 원자들 간 상호작용(인력(引力)?)에 기인할 것입니다. 세상사물은 모두 이렇게 서로 끌어당겨 떨어지지 않으려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사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요? 또, 처음 산소와 수소가 어떻게 결합하게 된 것일까요?
답: 17세기 뉴턴이 중력을 처음 제안한 뒤로 세상 만물의 운동을 모두 힘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심각하게 전개되었습니다. 가령 이마누엘 칸트는 세상 모든 것을 미는 힘과 끄는 힘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18세기 미국 헌법이 만들어질 때 이러한 힘과 힘의 관계에 기반을 두어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개념이 정치체계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칸트를 비롯한 18세기의 자연철학에서는 미는 힘(척력)과 끄는 힘(인력)을 써서 세상만물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에 19세기 화학에서 원자/분자가 서로 끌어당겨 붙거나 떨어져 흩어진다는 자연철학이 화학적 자연철학이라는 이름으로 퍼졌습니다. 그 출발점이 존 돌턴입니다. 돌턴이 '원자(atom)'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그런 미는 힘과 끄는 힘의 상호작용이 작용하는 중심으로서 물질적 대상을 도입하려던 것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19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중력과 다른 종류의 힘이 드러났는데, 그것은 전기와 자기였습니다. 처음에 전기와 자기는 별개라고 여겼는데, 19세기 후반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는 '전자기력'이라는 하나의 힘이 두 갈래의 다른 형태로 발현한 것이라는 이론을 만들고 증명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 방사성붕괴와 관련된 현상은 중력으로도, 전자기력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것을 '핵력'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주 작은 원자핵 안에서 작용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핵력'에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강한 핵력은 원자핵 안에서 양성자나 중성자가 서로 끌어당겨 원자핵을 형성하게 하는 힘이라 대충 말할 수 있습니다. 약한 핵력은 원자핵 안에서 구성요소들이 서로 만나서 변화하는 것과 관련된 대부분의 상황을 설명해 주는 힘입니다. 힘이라고 부르기에 조금 어색한 점이 있어서 흔히 그냥 '약한 상호작용'이라 부릅니다.
지금 현재 입자물리학이라 부르는 분야에서 근본적인 상호작용이 네 가지입니다. 전자기력은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붙잡아 놓는 힘입니다. 이보다 먼저 밝혀진 것이 중력입니다. 두 가지 핵력은 1930년대부터 차근차근 밝혀졌습니다. 강한 힘과 약한 힘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강한 힘은 원자핵 안에서 양성자들이 강한 전기력으로 반발해도 서로 꼭 잡혀 떨어지지 않은 채 원자핵을 이루게 하고 전기력을 받지 않는 중성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과 구별되는 약한 힘은 베타 붕괴라 부르는 아원자 현상에서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면서 전자와 중성미자(정확히는 반중성미자)를 내 놓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 힘입니다.
6. p.79
“보존력”에 대해……
→여기 하나의 컵이 놓여있다고 할 때, 이 물건이 일정기간 동안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보존력인가요?
답: 보존력(conservative force)이라는 개념은 엄밀하게 말하면 역학적 에너지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 힘으로 정의합니다. 마찰이라든가 뭔가 물질요소의 이동 같은 게 있으면 역학적 에너지의 총량이 변합니다. 여기에서 '보존'이라는 추상적인 용어를 썼지만 일상어의 '보존'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단지 총량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보존'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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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를 읽어나갈 때 저는 세세한 부분은 대충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2장 고전역학에서는 2.2절 "고전역학의 존재론"이 핵심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곱씹어가면서 깊이 그리고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