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고전역학적 상태의 조작적 의미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86-90쪽에는 "고전역학적 상태의 조작적 의미"라는 제목으로 조금은 낯선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혹시 이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여 몇 가지 덧붙이고자 합니다.
특히 87쪽에 나오는 서술은 장회익 선생님의 매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스 문자 델타($\delta$), 크시($\xi$), 제타($\zeta$) 같은 것도 나오고 (2-27)식이나 (2-28)식처럼 그 의미가 조금 어려운 표현도 있지만,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하려 애를 쓴 글이 "위상공간과 고전적 상태의 정의"입니다. (제가 글을 일목요연하게 쓰기보다는 좀 장황하게 여러 지식을 덧붙여 쓰는 안 좋은 습관을 지니고 있는데, 이 습관을 고치기가 어려워서, 늘 이렇게 좀 장황해집니다.)
87쪽의 서술을 조금 더 단순화시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고전역학에서 상태는 (위치, 운동량)으로 나타냅니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https://mattleifer.info/2011/11/20/can-the-quantum-state-be-interpreted-statistically/ ]
위의 그림에 보이는 평면은 '위상공간'이라 부르는 추상적인 개념을 나타냅니다. 위치도 3차원이고 운동량도 3차원이지만, 이해상의 편의를 위해 그냥 위치도 1차원 운동량도 1차원이라고 간주합니다.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86쪽에 나오는 말이 그 말입니다.)
그러면 특정한 위치 하나와 특정한 운동량 하나로 상태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으로 나타낸 '위상공간'의 한 점이 바로 상태 하나를 가리킵니다. 이것이 (2-27)식에서 표현된 $$\Psi_C = (\delta_{ij} (\xi_i) , \delta_{il}(\zeta_i))$$입니다. 이 표현을 조금 더 정확하게 쓰면 $$[\Psi_C]_{jl} = (\delta_{ij} (\xi_i) , \delta_{il}(\zeta_i))$$로 쓸 수도 있습니다.
실상 이 표현에서 등식의 왼쪽에 $[ \ ]_{jl}$이라는 기호(첨자)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상태의 조작적 정의에서는 단지 위상공간의 한 점이 상태라는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변별체를 $\xi_j$ 위치와 $\zeta_l$ 위치에 두었을 때 그 값이 0인가 아니면 1인가 하는 것을 가지고 상태를 정의하기 때문입니다.
제 의견에는 크시나 제타와 같은 추상적인 기호를 도입하기보다는 그냥 위치와 운동량을 $x_j$와 $p_l$로 나타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장회익 선생님의 '상태에 대한 조작적 정의'는 고전역학이든 양자역학이든 상태는 그냥 추상적으로 어떤 기호를 나타내기보다는 반드시 변별체를 통해서 정의해야 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상태 $[\Psi_C](j, l)$은 변별체를 $x_j$ 위치와 $p_l$ 위치에 두었을 때 사건이 일어날 성향으로 정의됩니다.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89쪽) 여기에 크로네커 델타 기호를 도입하여 $$[\Psi_C](j, l) = (\delta_{ij}(x_i ), \delta_{il}(p_i))$$라고 쓴 것을 풀어서 말하면 "여러 가능한 자리 $i$ 중에서 변별체와 만나서 흔적을 남기면 1이 되고,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0이 되도록, 0과 1을 늘어놓은 것"입니다.
(2-27)식은 위상공간을 바둑판 모양의 모눈종이로 그었을 때 각각의 칸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아도 됩니다.

위의 그림에서는 그냥 $(x , p )$라는 좌표로 나타냈습니다. 이 바둑판 모양의 파란색 바탕 중 어딘가에 변별체를 놓습니다. 변별체의 위치는 두 개의 값 $(x_j , p_l)$로 표시됩니다. 이 변별체에 흔적을 남기는가 여부를 가지고 고전역학의 상태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상태는 대상(입자? 원자? 물체?)이 그 위치, 그 운동량의 값을 갖는다는 의미라서 이를 '존재적 상태(ontic state)'라 부릅니다. 여기에서 '존재적'이라는 말의 영어 표현인 ontic은 '인식적'이라는 말의 영어 표현인 epistemic과 대조됩니다. 정말 거기에 있다 없다를 말하지 않고 그냥 그것에 대한 지식/정보를 말해 주는 상태는 '인식적 상태(epistemic state)'라 부릅니다. 익숙한 표현을 가져오면, 존재에 대한 일반적 논의를 '존재론(存在論 ontology)'이라 하고, 인식(지식)에 대한 일반적 논의를 '인식론(認識論 epistemololgy)'이라 할 때의 그 'onto-'와 'epistemo-'의 형용사형입니다.
이렇게 대상의 위치와 운동량의 값을 언제나 명확하게 알 수 있다면 세상 일이 편안할 텐데, 현실에서는 대개 그런 명확함이 없고 두루뭉술하게 뭉뚱그려진 정도로만 위치와 운동량을 알게 됩니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https://mattleifer.info/2011/11/20/can-the-quantum-state-be-interpreted-statistically/ ]
이 그림에서 위치와 운동량은 특정한 한 값이 아니라 여러 가능한 값들 중 하나이며, 우리는 대상에 대해 뭉뚱그려진 상태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안다'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이를 '인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터라,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87쪽에서는 "상태에 관한 인식적 함수(상태인식함수)"라는 용어가 도입됩니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2-28)식처럼 $$\Psi_{C}^{E}=\sum_j a_j \delta_{ij}(\xi_i)$$로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C는 고전적(classical)이란 말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고, E는 인식적(epistemic)이란 말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렇게 추상적인 기호로 되어 있어서 직관적으로 확 다가오지 않는 표현은 합의 기호를 풀어써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수식과 정말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더 단순화시킨 다음과 같은 수식을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Psi = a_1 \xi_1 + a_2 \xi_2 + a_3 \xi_3 +\cdots$$
우리는 대상이 $\xi_1$ 상태에 있는지, $\xi_2$ 상태에 있는지, ... 등에 대해 완전하게 알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상대적인 비중 내지 확률은 알고 있습니다. 즉 $\xi_1$이라는 상태에 있을 확률이 $a_1$과 관련되고, $\xi_2$이라는 상태에 있을 확률이 $a_2$와 관련되고, ... 등등과 같습니다. 이 모두를 합하면 전체가 되어야 하므로 $a_1, a_2, \cdots$의 값을 적당히 합하면 1이 되어야 합니다.
$a_1 , a_2 , \cdots$에 대한 규격화 조건은 $$\sum_j |a_j|^2 = |a_1 |^2 + |a_2| ^2 + \cdots = 1$$로 할 수도 있고, $$\sum_j a_j ^2 = a_1 ^2 + a_2 ^2 + \cdots = 1$$로 할 수도 있고,$$\sum_j a_j = a_1 + a_2 + \cdots = 1$$로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sum_j |a_j| = |a_1 | + |a_2 | + \cdots = 1$$도 가능할 겁니다. 이 문제는 세미나에서 더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를 또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mattleifer.info/2011/11/20/can-the-quantum-state-be-interpreted-statistically/ ]
이번에는 수평방향의 직선이 2차원 위상공간 즉 상태공간 전체를 나타냅니다. 수직방향은 그 특정 상태 $(x, p)$가 확보할 수 있는 확률을 나타냅니다. 위상공간의 한 점이 아니라 위의 그림에서처럼 네 가지 경우 중 하나로 대략 뭉뚱그리면 그 중 어디에 있는지 말해 주는 것이 이 확률이며, 이는 대상에 대한 지식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이런 확률을 '있음직함'이 아니라 '믿음직함'이라고 말하고, 확률의 주관적 해석이라고 부릅니다. 이 확률은 대상에 대한 정보 또는 지식을 말해 주는 '인식적(epistemic)' 확률입니다.
이와 관련된 더 상세한 논의는 아래 링크의 글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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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 중 약간 틀린 것을 수정하고 더 읽기 쉽게 몇 구절을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