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칼 포퍼의 [추측과 논박]에 나오는 그림
화요일 밤에 진행되는 '책밤'에서 칼 포퍼의 <추측과 논박>을 읽고 있는데, 그 책에 있는 그림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Popper, K. (1963) Conjectures and Refutations. Routledge & Kegan Paul. p. 145]
위의 그림에서 $a$, $b$는 드러나는 현상을 가리키고, $A$, $B$는 그 현상의 이면에 있으리라 여겨지는 실재입니다. $\alpha$, $\beta$는 그 실재에 대한 서술 또는 기호적 표현입니다. $A$와 $B$의 본질적 (관계적) 속성을 $E$라 하면, 이를 서술하는 이론이 $\varepsilon$이 되고, 이 이론을 사용하여 $\alpha$로부터 $\beta$를 연역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론의 도움을 받아 $a$가 어떻게 $b$의 원인이 되는지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그림을 장회익 선생님의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50쪽의 그림 1-1과 비교해 보는 것이 유익합니다. 이 그림에는 물질세계와 서술세계를 구별하고, 물질세계 안에 인식주체, 대상계, 변별체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 물질세계에서 변별체를 통해 경험표상영역(층위 3)에 흔적이 남으면, 이를 대상서술영역(층위 4)에서 개념화합니다. 위의 포퍼의 그림과 비교하면, 소문자 $a$, $b$로 나타낸 현상이 장회익 선생님의 그림에서 경험표상영역에 있는 $\alpha$, $\beta$에 상응합니다. 포퍼의 $\alpha$, $\beta$는 장회익 선생님의 그림에서 대상서술영역에 있는 $\Psi_\alpha$, $\Psi_\beta$에 상응합니다.
경험표상영역과 대상서술영역의 구별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다룬 감성(感性, Sinnlichkeit, sensibility)과 지성(知性 Verstand, understanding), 그리고 직관과 개념의 구별과 연결됩니다. (더 상세한 것은 장회익 [물질, 생명, 인간] 참조)
도식적으로 말하면, 변별체를 통해 대상이 흔적을 남기는 경험표상영역은 칸트가 말하는 감성의 영역이며, 여기에서 직관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를 개념화하는 대상서술영역은 칸트가 말하는 지성의 영역이며, 여기에서 개념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직관의 지성화와 개념의 감성화가 핵심적입니다.
더 축약된 자료로 "[발제자료] 『물질, 생명, 인간』 1장~4장. (녹색문명공부모임 '장회익과 장회익 저작(생명, 문명) 읽기')"(https://bit.ly/43I6OYO)를 참조할 수 있습니다.
[순수이성비판]에서 관련된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 인식의 두 줄기가 있는데, 그것들은 아마도 하나의 공통의, 그러나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뿌리로부터 생겨난 것으로 감성Sinnlichkeit과 지성Verstand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를 통해 우리에게 대상이 주어지고, 반면에 후자를 통해 사고된다." [B 30]
"인식이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수단에 의해 대상들과 관계를 맺든지 간에, 그로써 인식이 직접적으로 대상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그리고 모든 사고가 수단으로 목표하는 것은, 직관이다. 그런데 직관은 오로지 우리에게 대상이 주어지는 한에서만 생기며, 이런 일은 적어도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는 오로지 대상이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촉발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우리가 대상들에 의해 촉발되는 방식으로 표상들을 얻는 능력(곧, 수용성)을 일컬어 감성이라 한다. 그러므로 감성을 매개로 대상들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고, 감성만이 우리에게 직관들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지성에 의해 사고되며, 지성으로부터 개념들이 생겨난다." [B 33]
"우리가 대상에 의해 촉발되는 한에서, 대상이 표상능력에 미치는 결과가 감각이다. 감각에 의해 대상과 관계 맺는 그런 직관은 경험적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경험적 직관의 무규정적 대상을 현상이라 일컫는다." [B 34]
"우리 인식은 마음의 두 원천으로부터 유래한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원천은 표상들을 받아들이는 능력(곧, 인상들의 수용성)이고, 두 번째 원천은 이 표상들을 통해 하나의 대상을 인식하는 능력(즉, 개념의 자발성)이다. 전자에 의해 대상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후자에 의해 이 대상이 (마음의 순전한 규정인) 저 표상과 관련하여 사고된다. 그렇기에 그것들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 직관이 없이는 어떠한 개념들도, 또한 개념들이 없이는 어떠한 직관도 인식을 제공할 수가 없다. 이 양자는 순수하거나 경험적이다. (대상의 실제적 현전現前을 전제로 하는) 감각을 자기 안에 함유하고 있으면 경험적인 것이고, 반면에 그 표상에 아무런 감각도 섞여 있지 않으면 순수한 것이다. 그러니까 순수한 직관만이 그 안에서 무엇인가가 직관되는 형식을 포함하며, 순수한 개념만이 대상 일반을 사고하는 형식을 포함한다. 그런데 순수한 직관들이나 개념들만이 선험적으로 가능하며, 경험적인 것들은 단히 후험적으로만 가능하다." [B 74-75]
"우리가, 우리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든 촉발되는 한에서, 표상들을 받아들이는 우리 마음의 수용성을 감성이라고 부르기로 한다면, 이에 반해 표상들을 스스로 산출하는 능력, 바꿔 말해 인식의 자발성은 지성이다. 우리의 자연본성상, 직관은 감성적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직관은 오로지 우리가 대상들에 의해 촉발되는 방식만을 갖는다. 이에 반해 감성적 직관의 대상을 사고하는 능력은 지성이다. 이 성질들 중 어느 것도 다른 것을 우선할 수 없다. 감성이 없다면 우리에게 아무 것도 주어질 수 없을 터이고, 지성이 없다면 아무런 대상도 사고되지 않을 터이다. 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따라서 그 개념들을 감성화하는 일(다시 말해, 그 개념들에게 직관에 잡힌 대상을 부가하는 일)과 그 직관들을 지성화하는 일(다시 말해, 그 직관들을 개념들 아래로 보내는 일)은 똑같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 두 능력 내지 역량은 그 기능을 서로 바꿀 수가 없다. 지성은 아무 것도 직관할 수 없으며, 감관들은 아무 것도 사고할 수 없다. 이 양자가 통일됨으로써만 인식이 생길 수 있다." [B 7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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