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빛 입자 또는 빛에 대한 물리학적 논의
PSY님이 빛 입자에 대한 흥미로운 의문을 적어 주셔서 그와 관련된 것을 조금 덧붙이고자 합니다. 우선 질문에서 말씀하신 '광자' 또는 '빛알'에 대해 물리학의 관점에서 짧게 정리한 뒤, 나중에 전통적인 형이상학 특히 존재론과 관련된 이야기를 대략 적어보겠습니다.
양자역학에서는 실상 빛을 다루지 않습니다. 빛은 양자역학이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양자역학이라 부르는 물리학의 이론은 원론적으로 비상대론적 대상을 다루며, 전자나 원자 같은 것을 다루기에 적합하지만, 빛은 전혀 다루지 못합니다. 양자역학의 초기역사 즉 1925년 무렵 양자역학의 여러 형태가 처음 등장하기 전에 준비 과정에서는 '빛의 양자'(독일어로 리히트크반텐 Lichtquanten, 영어로 포톤 photon, 일본어로 코시 こうし 光子)라는 개념이 자주 사용되었지만, 빛은 애초부터 상대론적으로만 다룰 수 있습니다. 빛이 광속보다 느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어 번역어인 '코시 こうし 光子'를 그대로 음차해서 '광자'라는 용어가 널리 퍼져 있지만, 한국물리학회는 '빛알'이라는 순우리말을 30여년 전에 도입해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빛을 제대로 다루는 양자이론은 양자마당이론(quantum field theory) 또는 양자장이론입니다. 특히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라 부르는 또 다른 이론이 있습니다. 이 이론에서 다루는 대상은 빛알과 전자와 양전자입니다. 그 사이에는 전기력과 자기력이 작용합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용어로 표현하면, '동역학적 특성'은 질량, 전하, 전자기력이고 '동역학적 상태'는 전자기장이 됩니다.
여기에서 '빛알(photon)'은 '광자'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일종의 입자(粒子)인 것으로 자주 오해됩니다. 하지만, 실상 '빛알'이라는 개념에는 어디에도 '낟알'이나 '씨앗'이나 '알갱이'의 뉘앙스는 없습니다. 아주 작은 구슬 같은 이미지는 전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말 그대로 '빛과 관련된 양적 단위'라는 지칭만 있습니다.
그런데 PSY님이 "①대상으로서의 빛과 ②그 대상을 감관에게 전달해 주는 빛"을 구분하셨는데,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빛알을 그대로 관측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양자이론에서 다루는 빛, 즉 빛알은 그 자체로서의 존재성을 지니지 않습니다.
아래 그림은 양자전기역학에 등장하는 파인만 도식이라는 것입니다. 상세한 것을 적기는 어렵겠지만, 실선은 전자(또는 양전자)를 나타내고 물결모양 곡선은 빛알을 나타냅니다. 여기에서 전자(또는 양전자)는 물질을 대표합니다. 세 번째 그림을 보면 전자, 양전자, 빛알 이렇게 셋이 만나서 꼭지점을 이룹니다. 이 꼭지점이 전자기 상호작용입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Quantum_electrodynamics ]
예를 들어 전자 둘("1"과 "2")이 충돌한다면 중간에 빛알이 매개를 해서 "5"와 "6"의 꼭지점에서 서로 상호작용하여 그 결과 전자 둘("3"과 "4")이 나오는 과정을 다음의 파인만 도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출처: R. P. Feynman (1949). "Space–Time Approach to Quantum Electrodynamics". Physical Review. 76 (6): 769–89. DOI:
https://doi.org/10.1103/PhysRev.76.769 ]
이 도식에서 볼 수 있듯이, 빛알은 중간을 매개하는 역할을 할 뿐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물론 아래 도식처럼 빛알이 겉에 있고 전자가 매개를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아래 도식은 소위 컴프턴 산란을 나타냅니다. 빛을 전자에 쪼여주면 빛의 파장(색깔)이 바뀌는 현상인데, 아래 도식을 계산하면 측정된 값과 매우 잘 맞아떨어집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Quantum_electrodynamics ]
설명이 더 필요하겠지만, 상호작용이 없는 독자적인 빛이라는 것을 알아낼 방법은 물리학에서는 전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상호작용이 없는 독자적인 전자, 원자, 물질이란 것도 물리학에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①대상으로서의 빛과 ②그 대상을 감관에게 전달해 주는 빛"을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대상으로서의 빛"이라는 관념은 일종의 추상화된 이름 붙이기일 뿐입니다.
그런데 빛이라는 개념을 현대물리학, 특히 양자마당이론처럼 최첨단의 이론으로 보는 게 아니라 더 오래된 전통에 따라 따져보면 또 다른 문제들이 드러납니다.
고대 인도 베단타 철학에서는 사람들이 처음에 빛을 먹고 살아서 '무게'가 없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지비(地肥)'를 먹는 바람에 '무게'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와 유대교가 모두 경전으로 삼고 있는 '타나크'(구약성서)의 맨 처음에는 신이 가장 먼저 '빛'을 만들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철학과 과학의 역사에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이슬람 황금시대를 거쳐 중세 유럽과 근대 과학혁명에 이르기까지 '빛'에 대한 상세한 자연철학적 및 형이상학적 논의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다른 글에서 빛의 존재론과 관련된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백과사전에 있는 다음 항목이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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