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실틈 실험, 양자역학 해석의 검증과 실험의 확인
올해가 양자역학 100주년이라지요?
저번에도 공부한다고 신청해놓고 금새 뒤떨어져서 헤메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ㅠㅠ
빨간 고양이가 눈에 띄는 이 책은 서설에서 겹실틈 문제를 정면에서 다룹니다. 흔히 얘기되길, 양자역학의 해석은 수십가지이지만, 그래도 결과는 다 같다, 라고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 리가 없을텐데요) 합니다만, 그런 주장을 정면에서 부정합니다 !
(19쪽 맨 처음)
"이를 위해 위의 해석들의 진위 여부를 가려줄 다음과 같은 가상적 실험을 수행해보자.
...
(19쪽 밑에서 6째~4째줄)
... 우리가 앞으로 논의할 이론에 의하면 후자의 경우가 옳으리라 여겨지며, 직접 실험을 수행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쪽 위에서 첫째~5째줄)
"... 반면에 이 책에서 논의할 우리의 이론에 의하면 여전히 간섭무늬가 있는 <패턴 B>가 나타난다. 따라서 만일 실험을 해보아 <패턴 B>가 나타난다면 넷째 해석 또한 현실에 맞지 않으므로 가능한 해석의 후보에서 실격시켜야 할 것이다."
저는 견문이 짧아서, 이처럼 알려진 해석을 가려낼 추가실험을 제시한 글을 못보았습니다. (데이비드 봄의 파일럿 파 해석은 너무 괴상하게 여겨졌는지, 그걸 검증하기 위한 실험 얘기 정도만 들어봤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숨은 변수이론이 불가하다는 벨의 부등식과 그 실험도 양자역학의 해석의 검증 실험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다른 여러 해석들의 비교, 검증 실험이라니, 그래서 과연 이게 실험이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
그런데, 흔히들 양자역학의 기묘함이라고 늘 얘기되는, 입자-파동 이중성의 대표격인 예가 바로 겹실틈 실험에서 나온다고들 합니다.
관측하면 입자처럼 행동하고, 안보면 파동처럼 행동한다지요.
이 책에서도 16쪽 마지막 줄~ 17쪽 6째 줄까지 그렇게 적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두 실틈 모두 열어놓은 경우 입자가 어느 실틈을 통과하는지 관측하면서 실험을 수행하면 식별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없는 <패턴 A>가 나타나고, 만일 입자가 어느 실틈을 통과하는지 관측하지 않고 실험하면 간섭무늬가 있는 <패턴 B>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물질 입자를 이 장치에 통과시킬 때에만 아니라 빛 입자를 통과시킬 때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즉 빛이 어느 실틈을 통과하는지 관측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얻어지는 무늬가 달라진다."
돌이켜보면 저런 얘기를 참 많이 들어봤는데, (정말로 믿기질 않았구요) 그때마다 그림만 본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도 그냥 그림이나 만들어진 동영상만 본 것 같네요.
그래서 이게 정말 실험 자료가 있나요?
(맨 처음으로 이 얘길 했다는) 파인만이 정말 실험하고 한 얘기인가요? 아니면 그냥 상상이나 수식의 해석이나, 그저 비유 인가요?
그리고 한쪽 실틈에 관측장비를 달아서 그 틈을 통과하는지 확인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건 이따가 시간이 되면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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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선생님!
Can the double-slit experiment distinguish between quantum interpretations?
https://doi.org/10.1038/s42005-023-01315-9
위에 알려주신 논문 링크를 찾아들어가보니, 눈에 띄는 제목이 있네요. 이란 학자들의 논문이며, 검출 스크린을 옆에도 놓고, 시계로 잘 재면, 해석에 따라서 무늬나 형태도 다르다는 걸 열심히 계산해 놨네요. 직접 실험한 것이 아니라, 실험 구상인 것 같네요.
그 논문은 겹실틈 실험을 이용하여 확률분포의 시간의존성을 확인해 보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겹실틈을 지난 뒤 다음 스크린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계산하면, 다른 해석에 대하여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의 표준 형식체계 외에 드브로이-봄의 길잡피 파동 이론, 넬슨의 확률통계적 접근 등을 도입하여 비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실험 구상만은 아니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시뮬레이션 실험을 한 것입니다.
"겹실틈 실험의 실제 실험과 올바른 해석"(https://bit.ly/3ZeRBNv)에 인용한 Bach et al. (2013)의 실험은 겹실틈을 만든 뒤 가림막을 만들어 이동시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두 실틈에 대해 (1) 둘 다 닫힌 경우 (2) 첫 번째 실틈만 열린 경우 (3) 두 실틈 모두 열린 경우 (4) 두 번째 실틈만 열린 경우 (5) 다시 두 실틈 모두 닫힌 경우에 차례로 스크린에 찍히는 점들의 분포를 보여줍니다.
Bach, R. et al. (2013) Controlled double-slit electron diffraction.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367-2630/15/3/033018
"In 1965, Richard Feynman presented a thought experiment to show these features. Here we demonstrate the full realization of his famous thought experiment. By placing a movable mask in front of a double-slit to control the transmission through the individual slits, probability distributions for single- and double-slit arrangements were observed. Also, by recording single electron detection events diffracting through a double-slit, a diffraction pattern was built up from individual events."
리처드 파인만이 1965년에 이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그냥 사고실험이었지만, 이제는 직접 실험해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위에 인용한 실험도 발표된 지 벌써 12년이 지났습니다.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19쪽에 언급된 "추가적 관측을 겹실틈 바로 뒤에서가 아니라 식별 스크린 바로 앞에서 수행하는 실험"을 더 정교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제 의견에는 이미 기존의 겹실틈 실험 특히 위에 인용한 Bach et al. (2013)에서 어느 정도는 이미 한 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실험의 에너지 규모를 조절하여 방출되는 전자가 하나씩 나올 수 있도록 한 것이라서, 스크린 바로 앞에서 전자의 위치를 관측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아이디어를 적용한다면, 실제로 스크린 바로 앞에서 아주 약하게 전자의 위치를 관측하는 실험을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첨부한 그림은 Bach et al. (2013) 실험의 보충자료에 있는 실험세팅입니다.
실상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19-20쪽에 언급된 실험과 관련된 논의는 219-226쪽에 상세하게 다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셋째 해석(관측장치가 필연적으로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과 넷째 해석(대상의 모순적 양면성이 관측여부에 따라 나타난다) 중 어느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는 224-226쪽에 논의되어 있습니다.
약간 맥락은 다르지만, "뒤늦은 '선택' 양자지우개 실험(Delayed Choice Quantum Eraser, DCQE)"이라 부르는 실험도 이 문제가 연결됩니다. 나중에 6장을 다룰 때 더 상세하게 깊이 이야기될 것입니다.
파인만의 사고실험을 실제로 실험실에서 보인 것은 꽤 오래된 일입니다. 2010년 무렵 실험을 성공했고, 2013년 Bach et al. (2013)이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뒤로도 실험 기법이 더 발전하고 더 정교해졌습니다.
아래 논문 목록 중 Luo et al. (2024)는 이런 실험을 학부 수준 실험실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Stefano Frabboni, Gian Carlo Gazzadi, Giulio Pozzi (2010) Ion and electron beam nanofabrication of the which-way double-slit experiment in a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 Appl. Phys. Lett. 97, 263101 (2010) https://doi.org/10.1063/1.3529947
Tavabi, A.H., Boothroyd, C.B., Yücelen, E. et al. (2019) The Young-Feynman controlled double-slit electron interference experiment. Sci Rep 9, 10458. https://doi.org/10.1038/s41598-019-43323-2
Vo Van, T., Vu Duc, V. (2022) Which-way identification by an asymmetrical double-slit experiment with monochromatic photons. Sci Rep 12, 3709. https://doi.org/10.1038/s41598-022-07662-x
B. J. Luo et al. (2024) Young's double-slit interference demonstration with single photons. Am. J. Phys. 92, 308–316 https://doi.org/10.1119/5.0179131
이와 관련하여 "윌러의 뒤늦은 선택 실험"(https://bit.ly/43r5XMg)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실험과 19-20쪽의 서술이 연결될 것 같은데, 아직 명료하지 않아서 더 고민해 보고 나중에 질문을 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