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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앎으로 푸른 미래를 가꾸는 사람들의 공부모임

새 자연철학 세미나

양자역학이 답하려 했던 문제

자료
양자역학
작성자
자연사랑
작성일
2024-12-04 14:07
조회
616
< 1x

지난 번 세미나 때 최우석님이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4장 양자역학의 주요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다만 몇 가지 수정할 사항이 있어서 간단하게 정리해 두고자 합니다.

(1) 먼저, 넓은 의미의 '양자이론'과 더 특정적인 의미의 '양자역학'을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회익의 자연철학이야기 5-1.양자역학의 역사지평"(https://greenacademy.re.kr/archives/12834)에 상세하게 나옵니다만, 양자역학이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25년의 일입니다. 그래서 2025년에 양자역학 100주년 행사를 하겠다고 여기저기 야단법석입니다.

양자역학이 등장하기 전의 역사도 중요하긴 한데, 그 선을 긋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리학 교과서에는 흔히 1900년 막스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을 시작으로 놓는데, 정작 그 분야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물리사학자인 토머스 쿤은 플랑크는 고전물리학에 속하는 사람이고, 1905년 이후에야 비로소 양자이론이 제대로 나왔다고 주장합니다. 1913년에 나온 닐스 보어의 태양계를 닮은 원자모형도 제대로 된 양자이론은 아닙니다. 그래서 대략 1900년 무렵부터 1925년 정도까지를 '초기양자론(old quantum theory)'이라고 대충 부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1913년에 닐스 보어가 처음 원자모형의 이론을 제안하기 전까지는 '이론'이라 부를 것이 없었고, 보어의 원자모형이 그대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이를 일반화한 보어-조머펠트 이론이 양자역학의 등장 전까지 10여년간 기본이론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개 '초기양자론'은 '보어-조머펠트 이론'과 동등한 것으로 간주되고, 시기도 1913년부터 1925년까지 정도로 봅니다.

여러 면에서 초기양자론 시기에 나온 이론이나 논의는 모두 고전역학적 세계상에서 전개되었습니다. 다만 고전역학적 세계상 즉 장회익 선생님의 심학제2도가 껄끄럽고 안 맞아서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심학제4도는 대략 1925년 무렵에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요약하자면, 1890년대부터 지금까지 현대물리학의 근간을 형성하는 전체적인 물리학을 통칭하여 '양자물리학(Quantum Physics)'이라 하고, 1925년 무렵에 시작한 좁은 의미의 역학이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입니다. 양자물리학에는 '양자장이론(Quantum Field Theory)'도 포함되고 '양자통계역학(Quantum Statistical Mechanics)' 등 여러 다른 이론체계가 포함됩니다. 1913년-1925년 사이에 있었던 보어-조머펠트 이론을 대개 '초기양자론(Old Quantum Theory)'이라 부릅니다.

(2) 발제에서 언급된 강의는 전형적인 물리학자의 강의이다 보니 1805년 무렵부터 등장한 존 돌턴의 화학적 원자론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듯 한데, 이것은 그리 적절한 서술이 아닙니다. 돌턴은 라브와지에의 화학원소론을 이어서 물질이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나 로마의 루크레티우스가 말한 그 '아토모스(나누어지지 않는 것)'와 비슷한 '아톰(atom)'의 이론을 처음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1797년에 프랑스의 화학자 조제프 루이 프루스트가 발표한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John Dalton (1808). A New System of Chemical Philosophy vol. 1.
John Dalton (1817). A New System of Chemical Philosophy vol. 2

돌턴의 '원자'는 화학 반응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적 도구로 도입되었고, 이런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돌턴보다 훨씬 앞서 이미 뉴턴보다 더 빨리 프랑스의 자연철학자 피에르 가상디나 르네 데카르트가 철학적 원자론을 정교하게 논의했습니다. 가상디-데카르트의 원자론은 양자역학과는 관련이 거의 없고, 이 점에서는 화학적 원자론도 마찬가지로 평가하는 게 더 적절할 것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tomism

철학적 원자론 및 화학적 원자론에 대한 개관을 담고 있는 참고문헌은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 Bernard Pullman, L’atome dans histoire de la pensée humaine; Axel R. Reisinger, transl. (1998) The Atom in the History of Human Thought
  • Alan J. Rocke (1984) Chemical Atomism in the Nineteenth Century From Dalton to Cannizzaro. Ohio University Press.
  • Aurélien Robert, Aureleien Robert, eds. (2009) Atomism in Late Medieval Philosophy and Theology. Brill
  • Antonio Clericuzio (2000) Elements, Principles and Corpuscles A Study of Atomism and Chemistry in the Seventeenth Century. Springer
  • Saul Fisher (2005) Pierre Gassendi's Philosophy and Science: Atomism for Empiricists. Brill

요컨대, 1925년 무렵부터 등장한 양자역학의 배경으로 19세기 초에 제안된 화학적 원자론을 거론하는 것은 상당한 왜곡이나 과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이런 왜곡에 익숙한 편이긴 합니다.

(3) 양자역학에서 해결하려던 문제가 무엇이었는가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연구주제입니다. 인용된 물리학자의 단순화된 강의에서 (a) 원소의 스펙트럼 (b) 주기율표 (c) 흑체복사 공식와 에너지 양자화 (d) 원자 내부의 구조, 이렇게 네 가지 문제가 양자역학에서 해결하려던 문제라고 말한 것은 실상 1913년에 등장한 닐스 보어의 원자모형에서 해결하려 했던 문제를 다소 과장한 서술입니다. 슬라이드에도 "양자역학이 답해야 했던 문제"라고 하지 않고 "원자론이 답해야만 했던 문제"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여기에서 '원자론'이라고 부른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문제들은 1805년에 처음 제기된 돌턴의 화학적 원자설에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양자역학에서 해결하려던 문제도 이 네 가지 문제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실상 1913년 보어의 원자모형에서 해결하려 했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보어의 원자모형의 내용과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글로 "보어 원자 모형의 탄생 1913"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https://greenacademy.re.kr/archives/645
https://greenacademy.re.kr/archives/757
https://greenacademy.re.kr/archives/909

과학사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1925년에 시작된 양자역학이 (a) 원소의 스펙트럼 (b) 주기율표 (c) 흑체복사 공식와 에너지 양자화 (d) 원자 내부의 구조를 해명하려 했다는 것은 옳지 않은 서술이고, 보어 이전에는 그런 문제가 거의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원자구조와 원소의 흡수 분광선(빛띠, 스펙트럼) 또는 발광 분광선을 연결시킬 수 있음을 처음 밝힌 것이 바로 닐스 보어입니다. 그 전까지 이 점에 주목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보어가 인용하는 존 니콜슨의 1912년 논문이 사실상 첫 번째였습니다. 게다가 주기율표는 원소의 주기적 성질을 보여주는 특이한 표이지만, 주기율표의 기본원리 또는 배경이론을 알아내야 한다는 관념은 보어 이전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화학자와 물리학자의 연구태도 또는 연구방법의 차이가 보입니다. 화학자는 이러저러한 경향을 정리하고 표로 만들어 요약하는 것을 대체로 만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물리학자는 그런 요약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론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학 영역에서 돌턴의 화학적 원자론을 비롯하여 주기율표에 이르기까지 이러저러한 분류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초기의 주기율표는 아직 듬성듬성 빈 곳도 많아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으로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주기적 경향이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처음 해명하려 한 사람이 닐스 보어입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이를 해결한 것은 아니고 보어의 원자모형을 출발점으로 삼아 주기율표를 해명한 사람은 헨리 모즐리입니다. 모즐리는 1915년 일차세계대전의 와중에 전장에서 전사한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4) 1913년에 등장한 보어의 원자모형은 출발점으로는 나쁘지 않은 셈이었습니다. 보어의 이론을 발전시킨 조머펠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보어-조머펠트 이론을 써서 원자의 성질과 여러 현상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보어-조머펠트 이론의 바탕관념이 고전역학의 바탕관념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태양계 또는 행성계(planetary system)를 닮은 원자모형을 처음 만든 것은 일본의 나가오카 한타로(長岡半太郎, 1865-1950)입니다. 나가오카는 1903년에 토성과 그 주변의 고리를 닮은 원자모형을 발표했습니다. 1911년 러더퍼드가 알파선 충돌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원자 안에 질량의 거의 대부분이 모여 있는 핵(核, nucleus)이 있는 모형을 만들었는데, 이 모형에서는 전자기 상호작용 때문에 원자핵 주위에서 행성처럼 회전하고 있는 전자가 급속도로 원자핵 쪽으로 무너져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보어가 해결하려던 문제는 바로 그 러더퍼드 행성계 원자모형의 안정성이었습니다.

요컨대, 그 물리학자의 강연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로 제시한 (a) 원소의 스펙트럼 (b) 주기율표 (c) 흑체복사 공식와 에너지 양자화 (d) 원자 내부의 구조는 다름 아니라 닐스 보어가 해결하려던 문제였으며, 그 해결책도 보어가 처음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보어의 모형은 매우 단순한 경우에만 적용되었기 때문에, 이를 일반적인 수준으로 확장한 것이 바로 아르놀트 조머펠트였습니다.

1919년에 출간된 조머펠트의 저서 <원자구조와 분광선 Atombau und Spektrallinien>는 초기양자론에서 거의 '성서' 수준으로 중요하게 여겨진 책이었습니다. 원자물리학에서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을 섭렵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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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머펠트의 저서 <원자구조와 분광선> 표지]

여하간 보어-조머펠트 이론으로는 (a) 원소의 스펙트럼 (b) 주기율표 (c) 흑체복사 공식와 에너지 양자화 (d) 원자 내부의 구조가 해명되고, 또 제만 효과라든가 슈타르크 효과라든가 꽤 많은 원자물리학의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5) 조금 더 구체적으로 위에 정리된 문제들이 보어-조머펠트 이론에서 어떻게 해명되었는지 덧붙이고자 합니다.

(a) 원소의 스펙트럼: "왜 분광선(스펙트럼)은 연속되지 않고 불연속적인 띠 모양인가?"

==> 슬라이드 7쪽에 있는 것처럼 분광선이 불연속적인 듯이 보이는 것은 이것이 발광 분광선이기 때문입니다. 발광 분광선을 뒤집으면 흡수 분광선이 됩니다.

[그림 출처: https://i.ytimg.com ]

이것만 보면 분광선이 왜 불연속적인가 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빛띠는 빨주노초파남보로 연속적인데, 흡수 분광선에서 보는 것처럼 중간에 까만 선이 생기는 게 문제입니다. 발광 분광선은 그 까만 선에 해당하는 것만 보이고 나머지는 안 보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띄엄띄엄 떨어져서 흡수 분광선이나 발광 분광선이 생기는 것은 신기한 현상이지만, 왜 그런가 하는 의문은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상세한 것은 "빛띠 공식과 양자역학의 계산"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흡수 분광선은 19세기 초에 이미 발견되었고, 화학에서 원소를 판별하기 위해 널리 이용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원소마다 분광선의 분포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림출처: https://stsci-opo.org/ ]

이것이 양자이론과 연결된 것은 닐스 보어 덕분입니다. 보어는 니콜슨의 논문을 만날 무렵 대학시절부터 벗이던 한스 한센을 통해 분광선이 원자의 모형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됩니다. 한센 덕분에 발머의 공식을 상기하고 난 뒤, 이것을 다름 아니라 1900년에 발표된 막스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과 연결한 것입니다. 전자가 원자핵 주위에서 행성처럼 궤도를 이루고 있는데, 그 중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전자가 갑자기 도약하면서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빛알이 플랑크 공식 $\Delta E = E_{n_1} - E_{n_2} = h c / \lambda$에 따라 방출되거나 흡수되는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빛띠에 있는 듬성듬성한 흡수선이나 발광선의 파장을 정확히 맞출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b) 주기율: "왜 원소는 비슷한(->같은) 족이 일정 주기를 갖고 나열되는가?"

이 질문에서 '비슷한'은 '같은'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주기율표에서 세로 방향이 족(族, familiy)이고, 족이 조금만 다르더라도 성질이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족은 별 의미가 없고 같은 족이어야 원자가든 음성도이든 친화도이든 화학반응이든 같은 성질을 공유합니다.

여하간 원소들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성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이를 네모 모양의 표로 배열해 놓은 것이 주기율표입니다. 참고로, 주기율표를 발견/발표한 사람은 요한 되베라이너(Johann Wolfgang Döbereiner, 1817), 존 뉴런드(John Newlands 1863), 로타르 마이어( Lothar Meyer 1864), 드미트리 멘델레예프(Dmitri Mendeleev 1869) 등 여러 명이고, 과학사에서 동시발견의 예가 됩니다.

하지만 주기율표를 만든 사람들은 왜 원소가 일정 주기마다 같은 성질을 갖는가 하고 묻기보다는 원래 물질세계에 그런 규칙성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 규칙성의 근거를 해명하려 한 사람이 다시 또 닐스 보어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Periodic_table

(c) 흑체복사 공식와 에너지 양자화: "왜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있다고 가정해야 하는가?"

이제는 '양자화되어 있다'라는 표현이 일상어에도 조금씩 파고들고 있지만, 이 말은 원래 '양화(quantization)' 또는 '이산적(離散的)'이라고 했어야 더 적절한 것입니다. 양자화되어 있다는 말도 영어로 quantized 독일어로 quantisiert로서, 그냥 실수가 아니라 정수(자연수)라는 말일 뿐입니다. 영어에서 더 자주 쓰는 표현은 discrete이고 한국어로는 '이산적(離散的)'이라고 합니다. "분리되어 흩어져 있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말입니다. 실상 그냥 '불연속'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 질문은 "에너지의 값이 왜 연속적이지 않고 불연속적인 것만 허용되는가?"라는 물음과 같습니다.

이 문제는 1913년의 보어도 1905년의 아인슈타인도, 물론 1900년의 플랑크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흑체복사와 관련된 플랑크의 이야기는 아래 글에 정리를 해 두었습니다.

막스 플랑크와 양자불연속 논쟁
(1) 1900년 12월 14일과 10월 19일 https://greenacademy.re.kr/archives/7325
(2) 플랑크 작용 양자의 의미 https://greenacademy.re.kr/archives/7392 
(3) 과학혁명의 구조와 양자혁명 https://greenacademy.re.kr/archives/7523 
(4) 양자이론과 실험 / 플랑크의 먹구름 https://greenacademy.re.kr/archives/7627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비롯하여 광학에서 나오는 몇 가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빛 양자(Lichtquanten)'라는 용어를 도입한 1905년 논문에서도 에너지의 값이 불연속적인지 해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플랑크의 공식을 가져다 썼을 뿐입니다.

1913년 보어의 원자모형에서도 에너지 값이 왜 불연속적인지는 묻지도 않고 그냥 그 공식을 가져다 썼습니다.

1925년 이후에 정립되기 시작한 양자역학이나 파동역학에서는 이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을까요? 막스 보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파스쿠알 요르단, 볼프강 파울리 등의 이름이 등장하는 행렬역학에서도 이 질문을 하는 대신, 그냥 출발점으로 전제해 버립니다. 1926년에 등장한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에서는 그렇게 에너지 값이 불연속적인 것을 미분방정식의 고유값 문제로 바꿔치기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을 뿐 제대로 대답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에너지 값이 불연속적인 이유는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른다고 말해야 합니다.

(d) 원자의 내부구조: "전자는 왜 원자핵으로 에너지를 잃고 떨어지지 않는가?"

이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닐스 보어가 자신의 원자모형을 만들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 중 하나였습니다. 보어는 덴마크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영국 케임브리지의 캐븐시디 연구소로 가서 J. J. 톰슨의 지도를 받아 더 연구를 하려 했지만, 소통이 거의 되지 않았고 톰슨은 너무도 바빠서, 결국 톰슨의 제자 러더퍼드가 있던 맨체스터로 가야 했습니다. 러더퍼드도 바쁜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러더퍼드는 보어에게 아주 어렵고 중요한 문제를 건네 주었습니다.

러더퍼드는 1911년 마즈덴과 가이거의 알파선 산란실험을 바탕으로 원자가 마치 태양계처럼 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주변에 전자가 궤적을 그리며 회전하는 모형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원운동하는 전하는 고전전자기이론에 따르면 가속운동을 하는 것이라서 계속 밖으로 복사선(즉 빛)을 내면서 에너지를 잃어야 합니다. 에너지를 잃는다는 것은 회전반지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시 알려진 수소이온의 질량과 전자의 전하량 등을 고려하여 간단하게 계산해 보면, 1초보다도 짧은 시간 안에 전자의 궤적이 점점 줄어들어 원자핵에 처박혀야 합니다.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이 맞다면, 세상의 모든 원자가 결코 안정되지 못하고 모든 것이 순식간에 붕괴해야 합니다. 따라서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에는 큰 결격사유가 있는 것입니다.

보어는 이 문제를 받아들고 해결하려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바로 거기에서 분광학을 전공하는 벗 한스 한센과 만나고 불현듯 분광선과 원자구조가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보어의 원자모형은 실상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에다 두 가지 양자화 조건, (i) 즉 전자의 각운동량이 플랑크 상수의 정수배라는 조건과 (ii) 궤도 사이의 도약에서 에너지 차이가 플랑크 공식에 따라 복사선이 흡수되거나 방출된다는 조건을 덧붙인 것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gif 그림이 있습니다.

Animated Bohr Atom GIF   https://tenor.com/view/animated-bohr-atom-gif-14668044

그렇다면 보어의 원자모형은 원자의 내부 구조를 밝혀낸 것일까요? 조금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음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원자가 안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특정의 양자화 조건을 충족시키는 궤도만 허용된다고 가정해 버림으로써 문제를 재정의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양자화 조건이 왜 가정되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가 나옵니다. 그렇지만, 슬라이드 19쪽에 나오는 네 가지 문제가 이 양자화 조건 두 가지를 통해 모두 해결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를 좁히겨 단순화시켰다고 말해도 될 것입니다.

과학사 분야에 속하는 논문이나 저서를 읽거나 당시의 편지, 발표된 논문, 일기 같은 것을 통해 1920년대 분위기를 상상해 보면, 여하간 그 전까지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불완전해도 뭔가 원자의 모형, 물질의 기본모형 같은 것도 가지게 되었다는 생각을 유럽의 물리학자들이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1919년 일차세계대전이 멈추고 원자물리학을 둘러싼 관념과 이론과 실험이 점점 더 풍성해지고 있었습니다.

양자역학이 등장한 것은 이런 평화스러운 초기양자론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전체 4

  • 자연사랑 자연사랑
    2024-12-05 16:28

    양자역학의 역사와 기초를 다룬 책이 많지는 않은데, 2023년에 옥스퍼드 대학출판부에서 나온 책이 유용합니다. 다만 이 책의 저자들도 전문적인 과학사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자로서 양자역학 강의를 위해 역사에 속하는 이야기를 잘 정리해 둔 것이어서 왜곡과 단순화는 피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Golub, Robert, and Steve Lamoreaux, The Historical and Physical Foundations of Quantum Mechanics (Oxford University Press, 2023). https://doi.org/10.1093/oso/9780198822189.001.0001

    첨부파일 : The-Historical-and-Physical-Foundations-of-Quantum-Mechanics-Robert-Golub-Steven-K.-Lamoreaux.pdf


  • 시인처럼 시인처럼
    2024-12-06 23:21

    너무 감사해요~. 제가 곽영직 교수의 <양자역학은 처음이지?> (북멘토, 2020)라는 아주 쉽게 쓰인 대중서를 보고 정리를 한 까닭은 대체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왜 나올 수 밖에 없었고, 무엇을 해결했는지, 또 무슨 문제를 새로 제기했는지 하는 점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회익 선생님께서 짚어주신 간단한 역사나 그 밖의 양자역학에 관련한 몇몇 책들을 보아도 당최 알 수가 없더군요. 아마도 그건 저 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을 배워서 수학적으로 그 내용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다 똑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배경이 되는 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쉬운 책들을 좀 찾아보던 중에 곽영직 교수의 책을 보고 눈이 번쩍 띄였던 겁니다.

    곽영직 교수의 접근이 왜곡이 많고 부정확하다고 하면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쉬운 접근법을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양자역학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해도 그 공부가 업이 아닌 사람이 어려운 책 여러 권 뒤져가면서 오류 없이 이해를 세우자고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기에는 시간도, 집중력도 너무 부족한 반면, 유튜브에는 또 너무 많은 간단한 해설 영상들이 넘쳐나거든요. 다소간의 왜곡은 과감하기 감수하면서도 핵이 되는 이해를 할 수 있게 형이 애써주세요~. 게시판 글이 우선 큰 도움이 되고요, 이런 글들을 잘 갈무리해서 <양자역학의 결정적 순간들>을 빨리 펴내주세요~. ^^


    • 자연사랑 자연사랑
      2024-12-07 12:05

      [양자역학은 처음이지?]와 같은 책이 딱히 더 왜곡이 많고 부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물리학자가 쓴 책 대부분이 그러합니다. 이전에 다른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저자 중 하나인 책도 단순화와 왜곡이 많습니다.

      * 리언 레더먼,크리스토퍼 T. 힐 지음, 전대호 옮김 (2013) 시인을 위한 양자물리학. 승산.

      복잡하고 어려운 물리학을 입문자에게 쉽게 소개하려는 물리학자의 관점에서는 사실 별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 주는 게 좋은 일일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단순화와 왜곡은 어쩔 수 없는 경로입니다. 저는 교육에 대해 잘 모르지만, 초등교육이나 중등교육에서 처음부터 모든 이야기를 정확히 풀어낼 필요가 있을지 고민이 많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양자물리학 내지 양자역학을 처음 접하면서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복잡다단한 역사를 단순화시켜 일목요연하게 말해 주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자연철학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이런 개론서는 대체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꽤 많은 경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믿습니다. 잘 맞지 않는 비유이지만, 랜덤하우스에서 30여 권으로 나온 "30분에 읽는 위대한 사상가" 시리즈가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책이 쉼없이 출간되고 있는 시대에 모든 책을 제대로 읽을 수는 없을 테니 이런 책들이 나오는 것을 뭐라 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세미나 중에도 잠시 언급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같은 책이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도 비교해 볼만합니다. 그런 책들조차 읽지 않는 사람이 많은 세태 속에서 진지하게 제대로 자연철학, 특히 양자역학의 핵심을 이해하려 노력하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래도 새로운 자연철학의 통찰을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이나 여러 매체를 통한 자료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비판적 안목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출간되어 있는 책 중에서 비교적 왜곡이 적고 읽기 쉬운 책으로 다음 책을 추천합니다.

      * 륄리앙 보브로프 지음, 김희라 옮김, 이재일 감수 (2023) 수식 없이 술술 양자물리. 북스힐. (http://aladin.kr/p/kz1kW )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지만 다음 책은 질문과 대답 식으로 서술하면서 양자역학의 핵심을 매우 정확하고 명료하게 알려주는, 매우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 Michael G. Raymer (2017) Quantum Physics: What Everyone Needs to Know®.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a.co/d/8JwoxXA )


  • 자연사랑 자연사랑
    2024-12-08 23:05

    12월 9일 세미나를 위해 "변별체 개념"이라 제목을 붙인 글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https://greenacademy.re.kr/%EC%9E%90%EC%97%B0%EC%B2%A0%ED%95%99-%EC%84%B8%EB%AF%B8%EB%82%98?mod=document&uid=178

    위의 글은 제목을 "양자역학이 답하려 했던 문제"라고 해 놓고는 "초기 양자론이 답하려 했던 문제"만 다룬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양자역학이 답하려 했던 문제란 다름 아니라 세상 모든 것, 삼라만상의 작동원리라고 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종 양자역학이 미시세계에 적용되는 물리학 이론인 듯이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양자역학을 근원적으로 보면 실상 대상의 크기와 별개로 세상 모든 것에 적용되는 보편적 동역학 원리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입니다.


« [질문에 대한 의견] 시간, 공간, 시공간의 휘어짐과 중력
양자역학이 답하고 있는 문제: 상태를 어떻게 서술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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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자세한 자료, 설명들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2025.06.09
1. 변별체의 존재 양상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공부할 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바로 위의 답글에 쓴 물의 온도를 재는 상황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장회익 선생님의 '변별체' 개념이 물리학에서 말하는 측정장치 개념에서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요약하여 추상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관적으로는 모종의 측정장치를 염두에 두면 이해가 더 쉬웠던 것 같습니다. 입자물리학에서는 매우 다양한 측정장치 또는 검출장치를 사용합니다. 장회익 선생님께서 세미나에서 인용하신 안개상자(cloud chamber)나 거품상자(bubble chamber)가 전형적인 예입니다. 겹실틈 실험에서 사용하는 사진건판도 변별체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Cloud_chamber https://en.wikipedia.org/wiki/Bubble_chamber 하지만 변별체가 측정장치/검출장치와 동의어는 아닙니다. 변별체는 물리적 작용을 통해 뭔가 흔적을 남길 수 있어야 하지만, 또 동시에 그것을 읽어내서 인식주체의 경험표상영역에 기록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변별체는 대상과 인식주체 사이에 놓인 가교 내지 창문의 역할을 합니다. (제가 장회익 선생님의 제안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사진은 거품상자에서 기본입자가 만들어내는 궤적을 사진으로 찍은 것입니다. [사진 출처: pinterest]
2025.06.03
2.의 질문이 흥미롭습니다. '이해'라는 문제를 직접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대상과 변별체의 만남(조우)은 원래 인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그것을 알아채거나 기록하거나 기억하거나 그로부터 지식을 얻는 것과 전혀 무관하게 대상과 변별체가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상하기에 이 세계 속의 수많은 물질적 존재자들은 서로 만나고 헤어지고 부딪치고 멀어져갈 것입니다. 아주 먼 우주에서 행성과 혜성이 충돌하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여하간 그런 상호작용을 통해 흔적이 남습니다. 그런데 그 물질적 존재자에 생긴 흔적을 인식 주체인 '나' 또는 서술세계가 받아들이면 이제 그 흔적이 경험표상영역에 새겨집니다. 인식주체가 없었더라면 그냥 물질적 충돌에 불과했을 것이 이제 '사건'이 되어 버립니다. 미묘하지만, 변별체와 경험표상영역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변별체에 남은 흔적과 경험표상영역에 새겨진 정보는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50쪽의 그림 1-1에서 물질세계와 서술세계를 구별하는 점선을 넘나듭니다. 두 개의 네모 사이의 위아래 양쪽방향 화살표의 양면성입니다. 물질적 측면에서 보면 대상과 변별체가 만나서 흔적을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건'과 '빈-사건'이 일어납니다. 특정 변별체에 흔적이 남지 않는 것도 흔적이 남는 것 못지 않은 정보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이해'라는 말이 직접 연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세미나에서 인용한 폰노이만의 온도 측정의 예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비커에 담긴 물의 온도를 재려면 온도계를 넣어 수은/알콜의 높이를 보아야 합니다. 이 때 비커의 물이 대상이고 온도계는 변별체가 됩니다. (2) 온도계 높이를 알기 위해서는 전등의 빛이 수은/알콜의 경계면에 닿았다가 눈의 망막으로 와야 합니다. 이 때 온도계의 높이는 대상이 되고 빛(빛알)이 변별체가 됩니다. (3) 빛이 망막에 입사되면 망막에 있는 시신경에 나트륨 원소가 모이거나 흩어져서 전류가 만들어집니다. 이 때 빛이 대상이라면 시신경의 전위차는 변별체가 됩니다. (4) 시신경의 전위차는 뇌의 피질에서 뉴런을 발화할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대목에서 비커에 담긴 물의 온도를 읽어냅니다. (5) 그 다음 단계가 어렵습니다. 온도계의 높이든, 망막에 생기는 흔적이든, 시신경의 전위차든, 뉴런의 발화든 여하간 어느 단계에서 흔적의 기록이 정보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는 과정은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32-33쪽에 서술된 것처럼 역학 모드와 서술 모드를 구별합니다. 하지만 서술 모드만으로는 '이해'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여하간 세 번째 모드로서 '의식 모드'가 작동을 해야 비로소 '이해'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해'라는 문제는 매우 어렵고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인츠 폰푀르스터의 <이해를 이해하기> 같은 저작이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Heinz Foerster (2003) Understanding Understanding: Essays on Cybernetics and Cognition. Springer. https://doi.org/10.1007/b97451
2025.06.03
3. 3차원 vs. 2+1차원에 대해서는 아래 그림으로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코페르니쿠스 이전, 고대그리스-이슬람-중세유럽으로 이어지는 자연철학의 전통에서 세상의 중심은 지구였습니다. 지구 주위에는 일곱 행성(七曜) 즉 달,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목성, 토성의 천구가 있고, 그 바깥에는 항성 천구가 있습니다. 지구는 네 개의 권역(구 껍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달의 천구 바로 아래에는 불의 권역이 있고, 그 아래로 차례로 숨/바람의 권역, 물의 권역, 흙의 권역이 있습니다. 뒤의 세 권역은 현대의 기권(氣圈, Atmosphere), 수권(水圈 Hydrosphere), 지권(地圈,Geosphere)에 대략 연결됩니다. 불의 권역은 현대의 열권(熱圈, Thermosphere)이나 전리층과 비슷합니다. 여하간, 세상(우주)의 중심은 지구의 중심이며, 이 중심을 향하는 방향이나 이 중심으로부터 벗어나는 방향이 곧 수직 방향입니다. 이와 달리 지표면의 동서남북은 어느 쪽으로도 대등합니다. 이것이 바로 (2+1)차원의 세계입니다. 세계(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생겨나면서 수직 방향도 동서남북과 대등하지 않을까 하는 관념이 펼쳐졌습니다. 그런 생각을 펼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르네 데카르트입니다. 데카르트는 공간의 한 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세 개의 숫자 $(x, y, z)$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비단 눈 앞에 펼쳐지는 육면체 모양의 방 안에서의 위치만이 아니라 온 우주 전체에서의 위치에도 해당합니다. 그러면 수직 방향이나 동서 방향이나 남북 방향이 모두 대등합니다. 데카르트에게 우주는 (2+1)차원이 아니라 3차원이었습니다. [그림출처: Peter Apian (1529) Cosmographiae introductio]
2025.06.03
중요한 지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또 몇 가지 글에 대한 링크도 있었구요. 따로 답글도 있었는데 사라졌더라구요. 저의 부족한 글도 여하간 토론과 대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올리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몇 자 적어주시면 어떨까요?
202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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