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에너지의 관계
뉴턴에서 두드러진 것은 $F=ma$이고 상대성이론에서 두드러진 것은 $E=mc^2$라는 낯선 공식입니다. 만일 뉴턴의 F와 아인슈타인의 E는 어떤 관계인가, 라고 묻는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frac{dp}{dt}=F$$의 꼴로 쓰지만, 그 꼴이 전부는 아닙니다. 공간이 세 차원이라면, 이 모양의 방정식이 세 가지 있어야 합니다. 즉 $$\frac{dp_x}{dt}=F_x , \quad \frac{dp_y}{dt}=F_y , \quad \frac{dp_z}{dt}=F_z$$ 매번 이렇게 방정식이 세 배가 되면 그만큼 귀찮은 점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18세기말에 프랑스의 수학자 라그랑주가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힘을 나타내는 세 개의 함수 대신 어떤 하나의 함수가 있어서 $$F_x = -\frac{\partial V}{\partial x}, \quad F_y = -\frac{\partial V}{\partial y}, \quad F_z = -\frac{\partial V}{\partial z}$$가 되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 쓰면, 공간 3차원에 대해 $$\vec{F}=(F_x, F_y, F_z ) = (-\frac{\partial V}{\partial x}, -\frac{\partial V}{\partial y}, -\frac{\partial V}{\partial z})=-\nabla V$$라고 써야 합니다. 이를 수학에서는 구배(그래디언트 gradient)라 부릅니다. 일종의 기울기 내지 경사입니다.
이렇게 약간의 수학을 준비하면, 3차원에서 뉴턴 방정식은 $$\frac{d\vec{p}}{dt}=-\nabla V$$의 꼴이 됩니다.
뉴턴 방정식 왼쪽도 세 벌 대신 하나로 줄여보고 싶습니다.
중간 단계는 복잡하지만, 결국 뉴턴 방정식의 왼쪽 편은 $$K=\frac{1}{2m} \left(p_x ^2 + p_y ^2 + p_z ^2 \right)$$라는 함수 하나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K$를 '운동에너지'라 부릅니다. 영어로는 kinetic energy라서 $K$라는 약호를 자주 씁니다. 이 개념을 처음 도입한 라그랑주가 이것을 $T$ 라고 적었기 때문에 종종 그렇게 쓰기도 하지만, $T$는 시간이나 주기를 약칭할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면 뉴턴 방정식 대신 $$K + V = E$$라는 새로운 법칙을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을 역학적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요컨대 $\frac{d\vec{p}}{dt}=\vec{F}$와 $K + V = E$는 거의 동등한 말입니다. '거의'라는 단서를 단 까닭은 수학적으로나 개념적으로 보면 아무래도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 힘과 에너지의 관계를 요약하면, 단순히 수학적 편리성을 위해 세 성분을 지니는 힘 대신 하나의 값으로 힘을 대신할 수 있는 위치에너지 또는 퍼텐셜 함수(potential)를 도입합니다. 이것은 마침 18세기말부터 19세기 동안 유럽의 수학자들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펼친 것이라서 일견 역사적 우발성입니다. 다르게 보면 조금 더 쉽고 편리한 서술을 찾아내려던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등고선의 이미지와 연관됩니다.
(출처: Daum 백과사전)
힘의 방향을 물의 흐름과 같다고 생각해 봅니다. 이것은 중력을 살펴보는 상황입니다. 높이가 같으면 위치에너지도 같습니다. 힘은 위치에너지가 변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를 수학으로 표현하면 $$F = -\frac{dV}{dx}$$가 됩니다.
위의 그림을 이용하면 조금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치에너지가 같은 곳을 모두 이으면 등고선이 됩니다. 평면도에서 확인할 수 있죠. 그 등고선의 간격이 좁은 곳을 단면도로 보면 경사가 급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간격이 좁다는 것은 미분계수(기울기)가 크다는 뜻입니다. 이 때 미분계수는 위치가 달라질 때의 변화율입니다. 그래서 위치에 대한 미분이 됩니다.
방향을 따질 때 물이 흘러가는 쪽을 플러스로 선택합니다. 그러면 위치에너지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힘이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F=-\frac{dV}{dx}$$가 됩니다.
다음 단계에서 약간의 변형이 있습니다. 애초에 질문은 $F=ma$와 $E=mc^2$에서 $F$와 $E$의 관계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은 힘($F$)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대신 조금 더 간단한 위치에너지($V$)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E=mc^2$의 $E$는 바로 그 위치에너지이거나 위에서 도입한 $E=K+V$에 해당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E=mc^2$의 $E$는 운동에너지 $K$에 더 가까운 개념입니다. 이 문제는 "운동질량, 상대론적 질량, 정지질량"에서 더 상세하게 다룬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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