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리에 변환과 하이젠베르크-파울리-바일 부등식
앞에서 양자역학의 공리를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같이 선택하면,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를 유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결과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1927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아래와 같은 논문에서 위치와 운동량 사이에 정확성이 반비례한다는 생각을 발표했습니다. 즉 위치를 정확히 확정하면 운동량이 불확정해지고, 반대로 운동량의 값을 확정하면 위치가 불확정해진다는 것입니다. 고전역학을 따라 입자의 상태가 위치와 운동량으로 주어진다고 믿는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W. Heisenberg (1927). "Über den anschaulichen Inhalt der quantentheoretischen Kinematic und Mechanik". Zeit. Physik, 43, 172.
이 아이디어는 시카고 대학에 초청되어 진행된 강의에서 다시 확장되고 아래와 같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W. Heisenberg (1930). The Physical Principles of the Quantum Theory. The Univ. Chicago Press.
여기에는 '불확정성 원리'라는 이름이 붙었고, 하이젠베르크의 가장 큰 업적으로 흔히 이야기됩니다. 그런데 실상 하이젠베르크의 논의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그 내용이 수학적으로 엄밀하지도 않고 여러 사고실험을 짜깁기해서 좀 엉성한 느낌을 주어 당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이미 학계에서는 확립된 사실이 있습니다. 헤르만 바일(Hermann Weyl 1885-1955)이 이와 관련된 부등식을 1928년에 수학적으로 유도했다는 사실 말입니다.
* H. Weyl (1928). Gruppentheorie und Quantenmechanik. S. Hirzel, Leipzig.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부등식을 제시하고 증명합니다. $$\begin{align} (\Delta x)^2 &= \int x^2 \psi^* (x) \psi (x) dx \\ (\Delta p)^2 &= - {\hbar}^2 \int \psi^* (x) \frac{d^2\psi (x)}{dx^2} dx = \hbar^2 \int \frac{d\psi^* (x)}{dx} \frac{d\psi (x)}{dx} dx \end{align}$$이라 할 때 $$\Delta x \cdot \Delta p \ge \frac{1}{2}\hbar$$ 그러면서 이 부등식을 알게 된 것은 볼프강 파울리 덕분이라고 명시했습니다.
1929년 미국의 수학자 하워드 로버트슨(Howard P. Robertson 1903-1961)은 바일의 증명을 일반화하여 $$\Delta A \cdot \Delta B \ge \frac{1}{2}\bigg|\int \psi^* (AB-BA)\psi dx\bigg|$$임을 증명합니다.
* Robertson, H. P. (1929), "The Uncertainty Principle", Phys. Rev., 34 (1): 163–64.
1925년에 미국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1894-1964)가 괴팅겐 대학 초청강연에서 푸리에 변환에서 다음과 같은 부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위너의 자서전에 나옵니다.) $$\left( \int x^2 |f(x)|^2 dx\right) \left(\int k^2 |\hat{f}(k)|^2 dk \right) \ge \frac{1}{4} \left( \int |f(x)|^2 dx\right)^2$$ 여기에서 $\hat{f}(k)$는 함수 $f(x)$의 푸리에 변환입니다.
"In 1925, I again visited Göttingen, where my work on generalized harmonic analysis was beginning to attract real attention. ... The talk which I gave the Göttingen people on my work on general harmonic analysis was very well received. Hilbert, in particular, showed great interest in the subject, but what I did not realize at that time was that my talk was closely keyed to the new ideas of physics which were about to burst into bloom at Göttingen in the form of what is now known as quantum mechanics." (Wiener, N. (1956). I Am a Mathematician. The Later Life of a Prodigy. The MIT Press. pp. 95-97)
영국의 수학자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Godfrey Harold Hardy 1877-1947)는 위너의 언급을 발전시켜 푸리에 변환에서 '공간' 변수와 '맞공간' 변수 사이의 부등식을 엄밀하게 증명하여 1933년 발표했습니다.
* Hardy, G. H. (1933). A theorem concerning Fourier transforms, J. London Math. Soc. 8, 227-231.
"In 1932 Norbert Wiener gave a series of lectures on Fourier analysis at the University of Cambridge. One result of Wiener's visit to Cambridge was his well-known text The Fourier Integral and Certain of its Applications; another was a paper by G. H. Hardy in the 1933 Journal ofthe London Mathematical Society." (Thangavelu 2004, p. ix)
* Thangavelu, S. An Introduction to the Uncertainty Principle: Hardy's Theorem on Lie Groups. Springer (2004).
하디는 인도의 천재수학자 스리니바서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 1887-1920)의 멘토로도 널리 알려져 있고, 진화생물학에서 유명한 하디-와인버그 법칙에 나오는 그 '하디'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G._H._Hardy
흥미로운 점은 하디의 논문이나 하디가 인용하고 있는 위너의 저서 어디에도 '불확정성 원리'라든가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위너나 하디는 양자역학을 염두에 두고 이 부등식을 이야기하고 증명한 것이 아니라 푸리에 변환이 지니는 특별한 성질에 대해 말한 것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푸리에 변환에서 '공간' 변수와 '맞공간' 변수 사이에 이러한 부등식이 항상 성립한다는 것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보다 먼저 나온 셈입니다.
적어도 바일과 로버트슨이 이 '원리'라는 것이 사실은 특정의 부등식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해 버렸습니다.
지나가면서 언급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하이젠베르크가 직관적으로 제시한 '불확정성 원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미국의 수학자 로버트슨은 1929년에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풀어서 우주의 시간적 변화를 말해 주는 풀이를 제시함으로써 빅뱅 우주론의 수학적 기초를 놓은 바로 그 사람이기도 합니다. 흔히 르메트르-프리드만-로버트슨-워커(Lemaitre-Friedmann-Robertson-Walker, LFRW) 시공간이라 부릅니다.
* Robertson, H. P. (1929). "On the Foundations of Relativistic Cosmolog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5 (11): 822–829.
이에 대해서는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6장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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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에 노버트 위너가 푸리에 변환에서 볼 수 있는 수학적 정리 하나로 소위 불확정성 원리라 불리게 되는 부등식을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발표했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 무렵 괴팅겐 대학에는 다비트 힐버트뿐 아니라 막스 보른이 있었고, 수리물리학자에 가까웠던 보른은 수학과 세미나에도 줄곧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이젠베르크는 1924년부터 괴팅겐 대학에서 사강사(프리바트도첸트)로 강의를 하는 동시에 막스 보른을 지도교수로 하여 교수인정학위(하빌리타치온)를 위해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1927년까지 괴팅겐 대학에 있었으니까 1925년에 노버트 위너의 강연을 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 하이젠베르크 자신이 1930년의 단행본에서 푸리에 변환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하이젠베르크의 이름이 붙어 있는 불확정성 관계를 처음 이야기한 것은 실상 노버트 위너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만, 1925년에 괴팅겐 대학에서 위너가 이런 내용을 강의했다는 이야기는 위너의 자서전에만 나오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긴 합니다.
오오, 감사합니다. 푸리에 변환의 이런 특성이 먼저 수학적으로 발견되었던거군요. 양자역학의 보다 정교한 수학적 해석에 좀 더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더라면 특수상대성이론을 4차원으로 확장하여 해석했던 것과 같은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지금 장회익 선생님이 하신대로 푸리에 변환의 이런 특성을 접목해서 해석을 시도할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동안 이런 연결성에 별다르게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장회익 선생님께서 이렇게 새롭게 정리해내신 걸로 이해해도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