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내용 정리에 대한 짧은 정리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제4장 "소를 얻다 - 양자역학"의 내용 정리에 대해 제 나름의 정리를 올립니다.
먼저 언급할 점은 이 장의 내용이 양자역학의 전부도 아니고 양자역학의 철학적 이해도 아니고 양자역학의 해석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양자역학이라는 물리학 이론을 가지고 장회익 선생님의 자연철학적 사유를 전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장의 내용 정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a) 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양자역학 교과서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수의 양자역학 교과서는 실상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보다는 차근차근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여러 기법들을 가르쳐 줍니다. 이와 달리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관심 있는 것은 양자역학이라는 대단히 세련되고 정교한 이론이 이 세계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가입니다.
(b) 물리학자나 철학자가 선호하는 소위 "양자역학의 해석" 중 하나가 들어 있는가, 하고 질문할 수 있는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장회익 선생님은 '서울해석'이라는 독특한 해석을 고안하셨고, 저도 그 해석을 발전시키고 퍼뜨리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 새롭게 들어온 것은 해석이 아니라 양자역학의 형식체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입니다.
(c) 양자역학 이야기에 흔히 나오는 '불확정성 원리' '입자-파동 이중성'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이야기를 신비주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입자-파동 이중성'은 잘못된 개념임이 밝혀질 것이고, '불확정성 원리'는 기본 공리로부터 유도됩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는 공리4를 통해 전혀 다른 성격으로 이야기됩니다.
(d) 새로운 형식체계의 제안과 더불어 핵심적인 예제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예제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풀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제4장 내용 정리를 살펴보기로 하죠.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용 정리>그럼 이제부터 차근차근 위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죠. 그러나 발제가 아니니까 제 나름의 짧은 정리로 국한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 양자역학이 밝혀낸 가장 새롭고 중요한 사실
(2) '상태'의 함수적 성격과 맞공간
(3) 양자역학의 기본 공리
(4) 상태 변화의 원리, 슈뢰딩거 방정식
(5) 사건의 유발 및 측정의 문제
<해설 및 성찰>
(6) 이중 슬릿 실험
(7) 상호작용-결여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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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자역학이 밝혀낸 가장 새롭고 중요한 사실
"존재물의 상태는 위치와 운동량의 값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태함수'로 규정된다."고전역학에서 상태를 위치와 운동량의 값으로 규정한 것은 현재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튀려고 하는지 알 수 있다면 앞으로 어디로 갈지 알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은 근원적으로 그러한 결정론적 예측이 불가함을 주장합니다. 그 대신 확률적 예측만이 가능합니다.
이것만으로 뭔가 근본적인 인식의 한계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19세기 이후로 확률적 예측은 점점 더 일상의 사유 속에 파고들어 왔습니다. 라플라스가 그 유명한 결정론 이야기를 한 곳[<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128쪽]이 다름 아니라 "확률에 관한 철학적 에세이" 서문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종종 놓칩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모든 힘을 알고 또 입자들의 위치와 운동량을 알 수만 있다면, 그리고 이로부터 방정식을 충분히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만 있다면,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현실은 세 가지 요건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그토록 힘든 것은 위치와 운동량이라는 상태를 충분히 정확하게 알기 어렵고 또 그 방정식 자체가 이상해서 풀어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의 동향 같은 것은 거의 결정론적일 것 같은데, 실제로 들어가면 기껏해야 확률적 예측밖에 할 수 없습니다.
양자역학은 대상의 상태를 어떤 독특한 함수로 나타냅니다. 자연스럽게 그 함수의 이름은 '상태함수 state function'입니다. 약간 특이한 점은 그 값이 굳이 실수로 국한되지 않고 복소수도 허용된다는 점입니다. 1920년대에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만들어질 무렵 물리학자, 특히 수리물리학자들은 함수를 그리스 문자로 나타내곤 했습니다. 로마자 알파벳은 다른 용도로 썼습니다. 그래서 그냥 역사적으로 우연히 그 상태 함수를 $\Psi$(프시 psi)라는 기호로 썼습니다. "언제, 어디에서"가 들어가니까 공간과 시간의 함수가 됩니다. 즉 $\Psi (x, t)$가 됩니다.
확률적 예측이라고 부른 이유는 어떤 물리량을 알려고 하면 확률이론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보적인 확률 이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능한 값들[확률변수라 부릅니다]을 $x_1 , x_2 , \cdots$로 나타내고, 그 빈도 내지 확률을 각각 $p_1 , p_2 , \cdots$라고 하면, 가능한 값들의 평균(기대값이라고도 합니다)은
$$\langle X\rangle = x_1 p_1 + x_2 p_2 +\cdots = \sum_{i=1}^{n} x_i p_i$$
가 됩니다.
평균이란 개념은 흔하게 사용됩니다. 만일 $x_1 , x_2 , \cdots$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모두 똑같다면 $p_i = \frac{1}{n}$ ($i=1, 2, \cdots$)이니까
$$\langle X\rangle = \sum_{i=1}^{n} x_i p_i = \sum_{i=1}^{n} x_i \frac{1}{n}= \frac{1}{n} \sum_{i=1}^{n} x_i$$
가 됩니다. 익숙한 평균의 계산식이죠.
나올 수 있는 값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연속적이라면, 더하기가 적분으로 바뀝니다.
$$\langle x\rangle = \sum_{i=1}^{n} x_i p_i \rightarrow \int x p(x)$$
적분에서 앞의 $\int$는 꼭 $dx$ 같은 것으로 끝나게 되어 있으니 위의 식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실상 확률이론에서는 그 $dx$를 어떻게 잡은 것인가만 가지고도 엄청난 이론이 있습니다. [지금 표준적인 것은 콜모고로프 확률공간이론입니다.] 상세한 데까지 안 가기로 하고, 대신 $p(x)$를 어떤 함수의 제곱이 되게 선택합니다.
$$p(x) = |f(x)|^2 dx$$
이제 이 함수 $f(x)$를 복소수 값도 되도록 허용한다면
$$p(x) = f(x)^* f(x) dx$$
라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어깨번호(윗첨자)로 *를 쓴 것은 복소수에서 켤레복소수를 의미합니다. 즉 $z= a+ i b$이면 $z^* = a - ib$입니다. 수학 책에서는 대개 $z^*$보다는 $\bar{z}$를 쓰는데, 물리학자들은 별표(아스테르 리스크)를 더 선호합니다.
이제 기대값의 식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 \langle x\rangle =\int x f(x)^* f(x) dx$$
더 확장된 결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약간 모양새를 바꿉니다.
$$ \langle x\rangle =\int f(x)^* x f(x) dx$$
확률변수가 다른 것이 되면 $x$의 자리에 그 다른 것을 넣어주면 됩니다.
양자역학에서는 상태함수가 위치 $x$뿐 아니라 시간 $t$의 함수이기도 하니까, 위치의 기대값이
$$ \langle x \rangle = \int \Psi^* (x, t) x \Psi (x,t)dxdt$$
가 됩니다. 이 식이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213쪽에 있는 식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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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여기 있었군요.. 괜히 고생을... ㅠ.ㅠ
ㅎㅎ 나름대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에서 넘어가기 힘들 것 같은 부분들에 대해 열심히 보충하고 채우려고 이것저것 쓰고 있습니다. 체계가 없는 것이 문제이겠습니다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