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자역학을 공부할 이유
오늘 모임에 임박하여 과제를 올립니다. 제가 나누고 싶은 질문은 양자역학을 왜 공부할까, 왜 공부해야 할까, 어떻게 공부할까 같은 조금 더 ‘숲’에 가까운 궁금증입니다.
오래 전 제가 물리학과에 입학할 때 저는 물리학을 통해 세상의 근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뭔가 세상에 대해 말해 주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에서 ‘세상’이라는 것은 살아가는 세상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살아가는 세상에는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물리학이 세계 내지 자연 내지 실체 내지 실재에 대해 말해 주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교보문고에서 책을 하나 덜컥 샀는데,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이신 송희성 선생님이 쓰신 [양자역학]이라는 책이었습니다. 꽤 두툼한 책이었는데, 책 전체가 온통 이해하기 어려운 수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물리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었으니 입학식을 하기 전 그 책을 읽어내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수학을 꽤 잘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차근차근 읽어나가가 보니 아주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별 것 아니네. 겁먹을 필요 없겠어.“라는 식의 오만한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저는 양자역학을 거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양자역학 문제를 푸는 것만을 연습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물리학과 전공의 학부생으로서 첫 학기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상대성이론도 양자역학도 세계에 대한 심오한 어떤 이야기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장회익 선생님의 수업이었습니다. 물리학의 세계는 무척 깊고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공과정을 깊이 들어갈수록 물리학과의 수업들은 단지 계산과 개념의 이해와 습득일 뿐이었습니다. 양자역학 강의를 수강할 때에도 양자역학이 세계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 질문하는 것은 금기였습니다. 물리학이라는 전공분야는 그저 테크니컬할 문제를 잘 해결해 내는 문제풀이 기계를 양성하는 곳 같았습니다. 물리학이 말해 주는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수업시간에 꺼내서는 안 되는 주제였고, 물리학은 세계의 근본에 별로 관심이 없는 학문분야라는 생각을 갖게 될 정도였습니다. 동기 중에는 물리학과에 다닌다고 그런 “쓸데 없는” 문제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물리학과 전공과정도 결국 직업훈련소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어 자본주의 세계의 시장에 비싼 값에 팔려나가기 위한 것뿐이라고 얘기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제가 장회익 선생님의 지도로 물리학과 박사과정을 밟게 된 것은 천운인 것 같기도 합니다. 물리학기초론이라는 전공 이름도 만들고 물리철학이라는 영역에 속한 공부를 계속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제가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 왜 이런 공부를 하고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제 자신에게는 추호의 의심 없이 언제나 들뜨고 가슴이 뛰는 이야기들이지만, 주변 사람들 특히 물리학을 전공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공부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여전히 극소수이고 여전히 일종의 금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8개월 동안 계속되어 온 저희 양자역학 세미나 구성원들 중에는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이 대부분인 것으로 아는데, 저는 양자역학을 공부할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또 양자역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양자역학을 이해한다는 말이 무슨 말일까 하는 것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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