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 방정식과 해밀턴 역학
고전역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상태 변화의 법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리학을 누구나 싫어하게 만드는 공식 $F=ma$는 일견 간단해 보입니다. 힘이라는 것이 잘량과 가속도의 곱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질량이 2킬로그램(kg)이고 가속도가 3 미터/초제곱($\rm{m/s^2}$)일 때, 힘이 얼마인가 하고 물으면 그 두 숫자를 곱하여 6 킬로그램 미터/초제곱($\rm{kg \cdot m/s^2}$)이 된다고 말합니다. 킬로그램 미터/초제곱을 줄여서 '뉴턴'(newton)이라 부릅니다. 여기에서 '뉴턴'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물리량의 단위입니다. 질량의 단위가 킬로그램인 것처럼 힘의 단위는 뉴턴입니다.
하지만 이 방정식은 단순히 힘과 질량과 가속도 사이의 대수적 관계(algebraic relation)를 말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의 질문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거나 너무 단순화된 것입니다. 먼저 개념적으로 우선되는 것은 물체의 질량(mass)입니다. 여하간 이 방정식의 대상이 되는 것을 모호함 없이 명료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질량 $m$을 안다고 해도 문제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물체에 어떤 힘이 주어지는가 하는 것이 그 다음 필요한 규정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더라도 그냥 $F$라는 기호로 나타내기로 합니다. 영어로 힘은 power도 있고 force도 있지만, 물리학에서는 이 둘이 다르다고 말하고, 후자만 힘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상황을 주는 것이 바로 대상에 대한 '특성(characteristic)'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특정 질량 $m$에 운동의 원인으로서 힘 $F$가 주어지고 나면, 그 결과로 가속도 $a$가 생겨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속도가 영어로 accerelation이라서 a를 씁니다. 가속도는 속도의 시간 변화율입니다. 이를 $$a(t) = \frac{dv(t)}{dt}$$라고 씁니다. 시간 $t$의 함수로 주어진 속도의 시간 변화율이 가속도인 것처럼, 속도는 위치의 시간 변화율입니다. 즉 $$v(t)=\frac{dx(t)}{dt}$$입니다. 이 속도가 바로 상태변화를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인 변수입니다.
이런 전반적인 맥락을 고려하면 뉴턴 방정식은 $$a = \frac{dv}{dt}=\frac{F}{m}$$이라고 써야 합니다.
[참고: "힘의 정의와 뉴턴 방정식의 해석"]
과학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방정식이 1687년에 출간된 뉴턴의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뉴턴은 라이프니츠와 더불어 미적분학을 만들었지만, 그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운동을 다룰 때에는 미적분학을 드러나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서술하기 위해 미적분학을 처음 제대로 도입한 것은 스위스의 수학자 레오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입니다. 1752년에 출간된 논문 "역학의 새로운 원리의 발견(Découverte d’un nouveau principe de la mécanique)"에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뉴턴 방정식이 처음 등장합니다.
(그림 출처: Euler, L. (1752) Découverte d’un nouveau principe de la mécanique.)
뉴턴 방정식을 조금 다르게 써 보기로 합니다. 오른쪽의 분수에서 분모에 있던 $m$을 왼쪽에 곱해 줍니다. 그러면 $$m \frac{dv}{dt}=F$$가 됩니다. 미분의 성질 때문에 왼쪽의 표현은 $\frac{d (mv)}{dt}$와 같습니다. 이제 $p=mv$라고 하면 뉴턴 방정식은 $$\frac{dp}{dt}=F$$의 꼴이 됩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탈리아 출신의 수학자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 1736-1813)가 등장합니다. 원래 이름은 Giuseppe Lodovico Lagrangia(쥬세페 로도비코 라그란지아) 또는 Giuseppe Ludovico De la Grange Tournier (쥬세페 루도비코 드 라 그랑주 투르니에)였는데, 루이 16세의 초청으로 프랑스에 간 뒤 결국 프랑스로 귀화해서 조제프-루이 라그랑주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서 외국인들을 모두 강제출국(추방)시키면서, 파리에서 쫓겨나 결국 우여곡절 끝에 프로이센의 수도 베를린으로 갑니다. 바로 거기에서 <해석역학 Mécanique analytique> 출간되었습니다.
Lagrange, Joseph-Louis. (1811). Mécanique Analytique. Courcier.
여기에서 라그랑주는 힘 대신 퍼텐셜(potential)이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F = - \frac{dV(x)}{dx}$$와 같습니다. 공간이 3차원이라면 힘은 공간의 세 축 방향으로 각각 주어지므로 $$\vec{F}=(F_x, F_y, F_z)$$와 같이 되어야 하는데, 퍼텐셜 함수를 이용하면 $$F_x = - \frac{\partial V}{\partial x} , \quad F_y = - \frac{\partial V}{\partial y} , \quad F_z = - \frac{\partial V}{\partial z}$$와 같아서 퍼텐셜 함수 하나만으로 3차원 공간의 힘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어서 편리해집니다. 여기에서 $\partial$이라는 기호는 편미분을 나타냅니다.
결국 $$\frac{d}{dt} p = - \frac{dV(x)}{dx}$$를 얻게 되는데, 이것이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78쪽의 (2-21)식입니다. (2-22)식을 얻기 위해 소위 치환적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78쪽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다만 치환적분을 도입하지 않은 채 미분만 잘 써도 이 과정을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운동량의 정의 $p=mv =m\frac{dx}{dt}$를 이용하면 $$\frac{dx}{dt}=\frac{p}{m}$$이므로, $$\frac{dp}{dt}=\frac{dx}{dt} \frac{dp}{dx} =\frac{p}{m} \frac{dp}{dx}=\frac{1}{m} p\frac{dp}{dx}$$입니다. 그런데 $$ \frac{d}{dx} p^2 = \frac{dp}{dx} \frac{d}{dp} p^2 = 2 p \frac{dp}{dx}$$이므로, $$p \frac{dp}{dx} = \frac{1}{2}\frac{d}{dx} p^2 = \frac{d}{dx} \frac{p^2}{2}$$이고 결국 $$\frac{dp}{dt}=\frac{d}{dx} \left( \frac{p^2}{2m}\right)$$를 얻습니다. 원래의 식과 비교하면 $$\frac{d}{dx} \left( \frac{p^2}{2m}\right) = - \frac{dV(x)}{dx}$$이므로 $$\frac{d}{dx} \left( \frac{p^2}{2m}\right) + \frac{dV(x)}{dx}= \frac{d}{dx} \left[ \frac{p^2}{2m} + V(x) \right] = 0$$이 됩니다. 결국 미분해서 0이 되는 것은 상수이므로 괄호 [ ]안에 있는 것을 상수 $E$라 놓으면 $$\frac{p^2}{2m} + V(x) = E$$가 됩니다.
이 유도과정에서 $x$와 $p$를 독립변수인 것처럼 생각해도 됩니다. 그러면 위의 식을 $$ H(x, p) \equiv \frac{p^2}{2m} + V(x) = E$$라고 쓸 수 있습니다. ($\equiv$이라는 기호는 항등식을 나타냅니다. 즉 세줄 등호의 좌우는 같은 것으로 정의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앞에서 뉴턴 방정식을 가지고 문제를 설정(규정)하는 '특성'을 물체의 질량과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지금까지의 수학정식화를 이용하면 물체에 작용하는 힘 대신 퍼텐셜 에너지로 바꾸어 질량과 퍼텐셜 에너지를 문제를 설정(규정)하는 특성이라고 말해도 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 H(x, p) \equiv \frac{p^2}{2m} + V(x)$$라는 모양의 함수를 그냥 대상을 규정하는 특성함수라고 말해도 됩니다.
1834년에 아일랜드의 수학자 윌리엄 로원 해밀턴이 뉴턴 역학을 새로운 형식체계로 일반화하여 발표했는데, 그 제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William Rowan Hamilton (1834). On a General Method in Dynamics; by which the Study of the Motions of all free Systems of attracting or repelling Points is reduced to the Search and Differentiation of one central Relation, or characteristic Function.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part II for 1834, pp. 247–308.]
"서로 당기거나 밀치는 점들의 모든 자유로운 계의 운동의 탐구를 하나의 중심 관계 또는 특성함수를 구하고 미분하는 것으로 환원할 수 있는 동역학의 일반적 방법에 관하여"
이 논문의 제목에 바로 '특성함수'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원래 제목에 굵은 글씨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해밀턴이 그 용어를 썼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굵은 글씨로 나타냈습니다. 지금은 이 함수를 해밀터니언 특성함수(Hamiltonian)이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윌리엄 로원 해밀턴의 이름에서 가져온 용어입니다.
[참고: "해밀터니언 특성함수의 소개"]
실상 특성함수라고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것은 $x$와 $p$의 함수가 아닙니다. 위치와 운동량이 이미 시간의 함수이므로, 더 정확하게 쓰면 $H[x(t), p(t)]$와 같이 함수들의 함수로 써야 합니다. 함수들의 함수를 수학 용어로는 '범함수(functional)'이라 부릅니다. 해밀터니안은 대표적인 범함수입니다.
여기에서 변화하는 것은 $(x, p)$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상의 상태를 나타냅니다. 이렇게 상태를 나타내는 수학적인 점들을 모두 모아 놓은 것이 위상공간(phase space)입니다.
[그림 출처: Penrose, R. (1990). The Emperor's New Mind]
용수철 끝에 매달린 물체의 경우 퍼텐셜 에너지가 $V(x) = \frac{1}{2}k x^2$이므로, 그 물체의 질량이 $m$이라면, 해밀터니언 특성함수는 $$H(x, p) = \frac{p^2}{2m} + \frac{1}{2}k x^2$$가 됩니다. 용수철 끝에 매달린 물체의 상태변화를 그림으로 그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동영상이라서 좀 산만하다면, 아래의 그림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그림 출처: wikipedia]
이 그림은 용수철은 아니고 흔들이(진자)이긴 하지만, 흔들이의 진폭이 아주 작으면 용수철의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네 위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먼저 빨간색 점은 왼쪽 끝으로 최대한 멀리 벌어졌을 때입니다. 이 위치는 가운데 있는 그래프에서 세로축이 있는 곳의 맨 아래 빨간색 점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 때의 속도를 보면 순간적으로 0입니다. 왼쪽으로 최대한 벌어졌다면 순간적으로 정지한 뒤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게 될 테니까요. 위치는 한 가운데(평형점)를 향해 진폭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초록색 점이 되면 위치가 0이 됩니다. 자주색 그래프의 초록색 점으로 표시됩니다. 연직 방향 아래의 위치를 0이라고 둔 것입니다. 그 때 추는 가장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속도를 나타내는 보라색 그래프에서 맨 위에 초록색 점이 있습니다. 한 가운데(평형점)를 지나 다시 오른쪽으로 향하다가 가장 많이 벌어진 곳이 노란색 점입니다. 이 때 위치는 가장 큰 값으로 맨 위에 있게 되는데, 이번에도 순간적으로 속도가 0이 됩니다. 반대 방향으로 옮겨가서 한 가운데(평형점)의 파란색 점으로 오게 되면 속도는 음수이지만 그 크기는 최대가 되고, 위치는 0이 됩니다. 이제 빨간색 점으로 다시 되돌아갑니다.
이런 상황을 위상공간에서 나타낸 것이 맨 오른쪽 그림입니다. 바로 위에서 말한 빨간색 점, 초록색 점, 노란색 점, 파란색 점이 각각 표시되어 있습니다. 제임스 글리크가 <카오스>라는 책에서 위상공간이 역학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탁월한 발명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주 영리한 개념적 도구입니다.
흔들이의 진폭을 더 크게 하여 단순진동을 시키면 그것은 전체 에너지가 더 큰 것에 해당합니다.
위상 공간에서 $$H(x, p)=E$$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타원 모양이 됩니다. 그 여러 개의 타원들은 각각 다른 $E$ 값에 대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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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갑자기 “$x$와 $p$를 독립변수인 것처럼 생각해도 된다.”는 말이 나와서 당혹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운동량이라는 것이 질량에 속도를 곱한 것이고, 속도는 위치의 시간변화율이니까 둘이 독립변수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에 해밀턴의 영특함이 있습니다. 여하간 일단 $x$와 $p$가 독립변수인 것처럼 생각하고 형식체계를 만들어본 뒤 그 결과를 생각해도 늦지 않으리라는 발상입니다.
이것은 결국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새 양자역학에서 $\Delta x \Delta p \ge \hbar/2$라는 부등식을 제안하게 되는 것과 아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 푸리에 변환을 매개로 위치와 운동량이 절반만으로 나머지를 알 수 있는 관계라는 것도, 애초에 이 둘을 독립변수로 생각해 되겠다고 제안한 해밀턴에서 첫 단추가 잘못 맞춰진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참고로 양자역학에서는 운동량이 질량과 속도의 곱으로 주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