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1 : 1부 - 7장 현실과 이상 - §4, §5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11-13 13:30
조회
619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1에서는 현재 『세계철학사 1』(이정우)를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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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현실과 이상
7장 목차
학문의 분류
§1. 논리학: 사유의 문법
- 개념의 분석; 존재론의 실마리
- 판단과 명제
- 분석론: 논리적 추론
- 인식론/과학철학
- 변증론: 개연성의 논리학
- 쟁론술과 오류추리・궤변: 소피스트들의 유산
§2. 자연철학: 퓌지스의 탐구
- 질료와 형상
- 온동의 설명
§3. 형이상학 1: 탁월한 존재들로서의 우주, 신, 영혼
- 우주와 신
- 영혼이란 무엇인가
§4. 형이상학 2: 일반 존재론
- 형이상학: 최고의 지혜
- 존재론의 근본 물음: 무엇이 실체인가
- 잠재태와 현실태
§5. 실천철학: 인간적인 행복의 추구
- 진정한 행복이란?
- 무엇이 행복인가
- 덕성들의 분석
- 현실 국가의 정치학
- 폴리스의 경제학
- 수사학의 의미
§4. 형이상학 2: 일반 존재론
p.427.
철학의 가장 고유한 부분, 철학의 핵을 이루는 부분은 어떤 특정한 영역을 다루는 분야가 아니라 근본 원리들 자체, 개념들 자체를 다루는 분야이다. 이 분야는 오늘날의 용어로는 '존재론(ontology)'이라 불린다. ... 『형이상학』은 기본적으로 이 존재론을 다루고 있는 저작이며, 이 내용을 우리는 '제일 철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은 이 말로 존재론을 가리키기도 했고 신학을 가리키기도 했다.
p.429.
그리스인들은 존재론의 문제들 중 해결하기가 극히 어려운 것들을 'aporia' 즉 '난제'/'난문'이라 불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 III권에서 14개의 아포리아들을 제시(p.429-431) ... 이 14개의 아포리아들이 형이상학의 핵심 문제들을 제시한다.
p.431.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형이상학' - 그에게는 아직 이 말이 없었지만 - 이란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형이상학, 그 자신의 표현으로는 '제일 철학'은 이중적으로 이해된다. 한편으로 그것은 '탁월한 존재들'을 다루는 학문이다. '탁월한 존재들'로는 신, 우주, 영혼 등을 들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형이상학을 '제일 원리들'을 다루는 학문으로도 규정한다. ...
결국 그에게 형이상학이란 내용적 존재론과 형식적 존재론의 두 부분으로 구성 ... 전자는 신, 우주, 영혼과 같은 형이상의 존재를 내용적으로 다루는 담론이고 후자는 특정한 존재/영역이 아니라 추상적 원리들/원인들을 다루는 담론이다. ... 결국 오늘날의 감각으로 형이상학은 존재론이라고 할 수 있다.
p.438-439.
'잠재태(뒤나미스)' - 현대 철학의 '잠재성(virtuality)'에 해당한다 - 역시 그리스 지성사를 관통하면서 지속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개념으로서, 특히 파르메니데스적 세계관 즉 가능성이라는 양상이 존재할 수 없는 절대 현존의 세계관의 극복, 결정론적 세계관의 극복(앞에서 논했던 '미래 우연성'의 문제) 등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이 개념을 통해 '중간자'로서의 인간 개념을 다듬었으며, '에르곤' 개념과 엮어 비결정론적이면서도 목적론적인 철학을 수립할 수 있었다. ...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뒤나미스'는 질료에 속하는 역능을 의미한다(라틴어 'potentia', 프랑스어 'puissance') 질료가 특정한 질들(대립자들/대립적 규정성들)을 띨 수 있는 힘을 의미 ... 잠재태 개념은 세계에 존재론적 길들을 도래시킨다. ...
잠재태는 물론 현실태와 짝을 이루고 있다. 'energeia'('Energie')는 'ergon'의 상태에 있음 즉 활동하고 있음, 자신의 기능('~다움', 아레테)을 수행하고 있음을 뜻한다. 질료는 '~이 될 수 있는' 존재이고, 형상은 '~인' 존재이다. 질료가 그것으로 되어갈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형상이다.
§5. 실천철학: 인간적인 행복의 추구
p.442.
그리스의 실천철학은 도덕이 아닌 윤리의 형태를 띠었다. 도덕이 마땅히 따라야 할 초월적인 규준을 상정하는 사유라면, 윤리는 현실적인 인간들의 좋은 관계 맺음을 추구하는 사유이다. 전자는 스토아철학, 기독교를 거쳐 칸트 등에 의해 대변되고, 후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등에 의해 대변된다.
물론 이런 구분선이 분명하게 그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리스 사람들이 이런 구분을 뚜렷이 의식했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리스 실천철학에 도덕의 측면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그리스의 실천철학은 옳음과 그름을 논하는 도덕철학의 성격보다는 좋음과 나쁨을 논하는 윤리학의 성격을 띠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 실천철학의 이런 성격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윤리학의 초석으로서 '선=좋음'과 '행복'을 제시한 대목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 최상의 좋음이 곧 행복 .... 그러나 행복 즉 "잘 사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그렇다면 쾌락의 경우는 어떠한가? ... 쾌락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정확히 무엇인가?
p.445-446.
결국 명예, 부, 쾌락/즐거움은 우리 삶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삶의 궁극 목적이라거나 의미라고는 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런 생각에는, 그의 자연철학과 형이상학이 함축하듯이 우리 삶을 주도하는 것은 목적이며 목적에는 여러 층차가 있음을 함축 ...
우리의 삶은 이렇게 목적들의 구조화된 전체로서 이루어지며, 이러한 목적들의 계열의 끝에는 바로 행복이 놓인다.
p.446-448.
최상의 좋음이 행복이라 했거니와, 그렇다면 행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행복을 어떤 것으로 보는가? 인간의 근본적인 '에르곤'이 어디에 있는지, 인간의 핵심적인 '뒤나미스'가 어떤 것인지, 요컨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밝힐 때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다. ...
인간적인 행복의 가장 일차적인 조건은 인간'다움'의 추구 즉 인간의 아레테, 인간으로서의 탁월성, 인간으로서의 덕의 추구에 있다. ...
그렇다면 인간의 인간다움은 어디에 있을까?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이 물음은 곧 오로지 인간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 그것은 곧 이성('로고스')이다. ...
이성 또는 이성을 갖춘 영혼이야말로 인간의 아레테이며 인간의 아레테를 발휘하는 것이 행복이라면, 행복이란 결국 "이성을 발휘하는 실천적 삶", "이성에 따른 영혼의 활동", "인간다움/인간적 탁월성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다. 요컨대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최고선/행복이란 가장 인간다운 것 즉 이성에 따라 실천하는 삶이다.
p.454-456.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플라톤을 이어 '이상국가'를 설계했다. 그러나 ... 플라톤에 비해 미묘한 차이들을 보여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상국가론을 유심히 보면 대체적으로 플라톤이 말하는 '차선의 국가'(플라톤 『법률』)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는 그의 제자 알렉산드로스에 의해 지중해세계 전체에 변화의 기운이 도래하기 시작한 시대 ... 그러나 ... 그가 이런 변화에 놀라울 정도로 둔감했음 ... 당시는 또한 자족성의 지평이 폴리스에서 개인들로 이행하는 한편 폴리스들을 넘어서는 '국제 사회'(지중해세계)가, 나아가 '우주(코스모스)'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이 도래하기 시작했던 때 ... 개인과 우주 사이에서 폴리스는 점차 증발하기 시작 ...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폴리스의 계층 구조 - 특히 노에 제도와 가부장 제도 - 를 '자연적인' 것으로서 정당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중심주의를 철저하게 고수했으며, 그리스가 당연히 다른 "야만인들"을 지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461-462.
... 시대는 변해가고 있었다. 본래 그리스 그리고 후대의 로마를 특징짓는 핵심적인 요소들 중 하나는 이 공동체에 "정부" 또는 "국가"라는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 대략 6세기 정도에 화폐가 등장해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민주정의 성숙과 더불어 시장경제도 조금씩 활성화되었다.
오늘날과 달리 고대 세계에서는 화폐라든가 시장이 한 공동체 내의 문제이기보다는 공동체들 사이의 문제였다. ... 화폐로 매개되는 좀더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시장은 오히려 '무역'의 장에 존재했다. 근대 자본주의의 출현이 무역의 장에서 성립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 세계, 특히 아테네에서는 민주정이 고도화된 BC 5~4세기에 이르면 시장경제도 고도화되기 시작한다. 아고라는 정치의 장이기도 했지만 또한 경제의 장이기도 해서 시장 기능을 담당했다.
이런 변화는 긴 세월을 두고서 진행되었으나, 결정적인 변화는 아리스티데스가 폴리스 외곽의 농민들을 도심으로 끌어들이고 그 후 페리클레스가 키몬과의 정쟁 하에서 '국고'라는 개념 - 국가가 시민들에게 화폐를 지급한다는 개념 - 을 도입하면서 이루어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제가 정치를 좌우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학은 이런 맥락에서 성립했다.
p.466-467.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형상을 향하는 목적론적 사유를 펼쳤지만 그 형상들은 '사물'들 자체에 내재해 있는 것들이었다. 때문에 플라톤의 관여, 임재, 결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태와 잠재체로 바뀌어야 했다. 월인천강'의 구도에서 '강들' 속에 들어간 '월'의 구도로 이행한 것이다.
p.467.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제작적 세계관을 펼쳤다. 그러나 '제작적 세계관'은 플라톤에게서와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상이한 의미를 띤다. 플라톤에게서 제작적 세계관이란 우주가 제작된 것이라는 것을 뜻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오히려 이러한 생각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사유 양태 자체는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4원인 구도를 짰다고 해야 할 것이다.
(7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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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may33 | 2023.11.05 | 1 | 880 |
기껏 책을 사서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만 있는 저로서는 이 발췌문들이 무척 큰 도움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의 '메타퓌시카'를 단순하게 19세기 일본의 번역어인 '형이상학'과 등치시켜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가 신학에 대해 말한 것이라는 말도 별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466쪽 ‘향상’은 혹시 ‘형상’일까요?
'형상' 맞습니다. ^^; 감사합니다~
자연사랑님 질문도 잘 챙겨뒀다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이정우선생님 뵈면 꼭 여쭤봐야겠어요. 질문들을 잘 챙겨놔야하는데, 포스트잇만 붙여놓고 내버려두고 있네요. 쩝...
제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 특히 '메타퓌시카'를 '신학(theology)'으로 독해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것은 기원전 6세기 경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사상과 13세기 이후 유럽에서 전개된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철학사상이 자주 혼동되기 때문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ristotelianism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과 그의 이름에 연결된 철학사상은 소요학파와 신플라톤주의의 주석들을 거쳐 무엇보다도 이슬람 황금시대의 이븐 시나(아비케나), 아베로에스, 알킨디, 알파라비 등에서 심화되었고, 12세기 번역의 홍수를 통해 대거 라틴어로 번역되어 중세유럽에 막 만들어진 대학에서 철학사상의 핵심 바탕이 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과학사와 관련된 맥락에서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배웠기 때문에 상당히 편향되어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사상을 신학으로 독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토마스 아퀴나스를 통해서일 것입니다.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사상과 기독교 사상을 정교하게 엮어서 <신학대전(Summa Theologiae)>을 저술했고, 11권의 아리스토텔레스 주석을 남겼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방대한 저술이 있습니다.
철학사의 관점에서 쉽지 않은 것은 이슬람 황금시대와 중세유럽에서 새로 (아랍어와 라틴어 등으로) 번역되고 주석이 달리고 심화되면 발전한 철학사상 및 이론들과 기원전 6세기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스어로 저술한 철학사상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세계철학사>를 찬찬히 읽지는 못했지만, 대략 훑어보며 살피긴 했습니다. 꼼꼼하게 보면 다를지 모르지만, <세계철학사> 1권에 나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대한 서술은 종종 13세기 유럽에서 전개된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철학과 혼동되고 있는 듯 보일 때가 있습니다. 섣부른 저의 판단이 부적합한 것이기를 바랍니다.
그렇군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신학과 중세의 신학에서 '신'의 의미가 좀 다를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세계철학사 1』의 7장 앞부분(p.353-357)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 분류가 나오는데요, 여기에 "중세 이후"라는 말이 나옵니다.
p.356에 보면, "아리스토텔레스 이론 철학의 이런 구도는 중세에 이르러서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라고 하면서, 형이상학은 일반 존재론과 특수 존재론으로 나뉘고, 특수 존재론은 우주론, 영혼론, 신학으로 나뉜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p.427에서는 또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은 이 말(형이상학)로 존재론을 가리키기도 했고 신학을 가리키기도 했다"고 써 있어서,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뭐라고 했는지는 헷갈리게 되어 있네요.
한 가지 재밌는 생각은, 두 분께서 대담을 하면 정말 재밌고 흥미진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꼭 한 번 열어보고 싶네요. ^^
아하, 그런 구절이 있군요. 지금은 <세계철학사>가 곁에 없어서 열어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이정우 선생님과 대담을 할 수준은 전혀 아닙니다. 단지 이정우 선생님께 질문을 몇 가지 드릴 수 있을 텐데 언젠가 그런 기회를 마련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