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금. 세계철학사 1 : 1부 - 7장 현실과 이상 - §1. 논리학: 사유의 문법 (p.396까지)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10-28 11:24
조회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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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현실과 이상
7장 목차
학문의 분류
§1. 논리학: 사유의 문법
- 개념의 분석; 존재론의 실마리
- 판단과 명제
- 분석론: 논리적 추론
- 인식론/과학철학
- 변증론: 개연성의 논리학
- 쟁론술과 오류추리・궤변: 소피스트들의 유산
§2. 자연철학: 퓌지스의 탐구
- 질료와 형상
- 온동의 설명
§3. 형이상학 1: 탁월한 존재들로서의 우주, 신, 영혼
- 우주와 신
- 영혼이란 무엇인가
§4. 형이상학 2: 일반 존재론
- 형이상학: 최고의 지혜
- 존재론의 근본 물음: 무엇이 실체인가
- 잠재태와 현실태
§5. 실천철학: 인간적인 행복의 추구
- 진정한 행복이란?
- 무엇이 행복인가
- 덕성들의 분석
- 현실 국가의 정치학
- 폴리스의 경제학
- 수사학의 의미
§1. 논리학: 사유의 문법
p.347~348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과 대조되는 사유를 펼치게 된 데에는 그가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서민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윤리(도덕)와 영혼의 문제에 천착했고, 플라톤이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정치와 그 기초로서 이데아론에 몰두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인 계층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인간 및 동물들의 신체에 주목하고서 보다 자연주의적인 사유를 펼쳤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해부하는 과정을 지켜보았을 터이고, 어쩌면 거기에 참여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사유에는 수학적 도형이나 이데아 같은 순수하고 영원한 것에 대한 동경보다는, 살아서 움직이고 생로병사를 겪는 유기체들에 대한 감수성이 짙게 깔려 있다. 이 점은 그가 왜 플라톤처럼 '생성'을 가상적인 것으로 보지 않았는지, 사물들과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질'들에 그리고 이와 맞물려 질들을 파악하는 인식 능력인 '감각작용'에 세심하게 주목했는지, 스승에 따라 세계의 규칙성들에 주목하면서도 동시에 '가변성', '개연성', '우연성, '복잡성' 등도 놓치지 않으려 했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P.355.
논리학과 인식론으로 대변되는 예비학은 학문의 도구이다. ... 이 도구적 담론에 '도구', '기구'를 뜻하는 'Organon'이라는 총칭이 붙은 것은 적절하다 하겠다.
이론 철학은 크게 네 분야ㅡ 물리과학, 생명과학, 신학, 존재론ㅡ으로 나뉜다. 물리 과학은 '물질'/ '물체'와 그것의 운동을 다룬다. 화학, 천문학 기상학, 역학 등이 이 분야에 속한다. 「자연학」은 물리 과학에 대한 메타 이론ㅡ 운동과 정지, 무한과 유한, 시간과 공간/장소 등에 관한 이론ㅡ을 다루고 있으며, 이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 저작들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생명과학에 관련된 저작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영혼론」이 바로 「자연학」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또한 핵심 저작에 속한다. 생명과학 분야에는 그 외에도 작은 논문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P. 356
... 「형이상학」은 「자연학」과 「영혼론」에 비해 다시 좀 더 메타적인 물음들을 다루고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저로 뽑힌다. 이 저작은 크게는 신학과 존재론을 다룬다. 물리 과학이 다루는 우주, 생명과학이 다루는 영혼과 더불어 신(神)은 세 가지 고귀한 존재들 중 하나이다. 반면 존재론은 어떤 특수한 대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근본 원리들 자체를 다룬다. 존재론은 철학 전체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P.357
...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사상 처음으로 학문의 세계를 분류했고 그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였으며, 그 자신 대부분의 과목에 해당하는 저술들을 썼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런 작업을 통해서 이전의 종교적이고 문학적인 담론 공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담론 공간이 출현하기에 이른다.
p.362-363.
논리학과 인식론은 또한 언어의 문제, 언어철학과 뗄 수 없이 연관되어 있다.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르가논'의 여러 군데에서 언어의 문제가 심층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학문의 생명은 객관성에 있고, 이것은 곧 말과 사물의 일치를 함축한다. 누군가가 하는 말이 객관적 뒷받침이 없는 말이라면, 그것은 허구나 상상이나 감정의 표현 등은 될 수 없어도 학문적 언사는 될 수 없다. 이것을 언어철학적으로 말하면 말과 사물이 서로 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지시(reference)'의 문제로서, 학문적 언사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지시하지 않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지시 문제는 '의미론'에서 다루어지거니와, 현대 철학에 이르러 의미론은 매우 복잡한 변전을 겪어왔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인답게 말과 사물의 자연스러운 일치(이질동형. isomorphism)를 믿었고(파르메니데스에서 확립된 존재와 사유의 일치'), 또 그런 전제 위에서 작업했다.
훗날 비트겐슈타인이 말하게 되듯이, 명제는 사태의 '논리적 그림'인 것이다. 언어철학은 특히 현대에 들어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이른다. 현대 철학의 굵직한 흐름들(해석학, 논리-언어철학, 구조주의, 탈구축 등)은 언어에서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많고, 언어를 통해서 철학의 문제들에 접근해 들어가는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오르가논'은 또한 오늘날로 말해 과학철학, 학문 방법론 등에 해당하는 논의도 담고 있다. 현대에 들어와 학문/과학의 세계는 복잡하게 분화했고, 이런 맥락에서 과학철학은 철학의 굵직한 한 분야를 이루게 되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도 하나의 통일된 담론으로서 유지되어왔던 인식론이 오늘날에 와서는 원래 형태의 인식론에다 과학철학과 과학사, 사회과학 방법론, 인지심리학, 인공지능 이론, 발생론적 인식론, 각 사조와 맞물려 있는 인식론(현상학,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 등의 인식론), 언어학/기호학적 인식론 등 극히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르가논에는 이런 여러 갈래들의 씨앗들이 폭넓게 흩뿌려져 있다.
p.364.
원자론자들에게 '빨갛다'라는 질은 원자들의 일정한 조합과 운동이 빚어내는 효과일 뿐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플라톤에게 이 질은 해당 이데아의 '그림자'로서 존재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사물들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일상어가 말하는 그대로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론은 일상어에 함축되어 있는 존재론-특별히 존재론적 사유를 시도하지 않을 때 우리가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존재론을 세련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이 세계에는 어떤 것들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은 곧 "우리 일상어로 표현되는 내용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우리 일상 언어의 구조가 세계의 존재론적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p.363-364.
『범주론』은 기본적으로 개념들을 다루고 있다. ... 학문적 맥락에서 언어의 최소 단위는 바로 개념들이다. ...
... 범주는 '술어'를 뜻한다. ... 술어들을 전반적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곧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가장 추상적인 분류 틀로 정리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범주들을 잡아내기 위해서 일상어의 술어들을 분류한다.
p.366-369.
실체 이외의 다른 것들은 모두 술어들이다. 어떤 것을 서술해주는 것들이다. ...
... 술어 자리에 들어가는 것들 중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양, 질, 관계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양을 주로 연속량과 불연속량, 그리고 정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측면에서 논한다. ...
... 질 범주의 두드러진 특징은 대립자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 질은 정도를 타고서 움직인다. ... 질에서 더 유용한 개념은 '유사성'이다. ...
... 관계는 무엇인가가 다른 무엇인가에 맞물려 말해질 때 성립한다. 어떤 것(동일자)이 다른 것(타자)과 구분되면서도 동시에 서로 무관하지 않을 때 관계가 성립한다. ...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며, 따라서 관계는 늘 사물들의 자기동일성을 무너뜨려 타자화하게 만든다.
p.369
양과 질 역시 이런 경우이다. 양을 중시하는 사유와 질을 중시하는 사유, 질을 양으로 환원하고자 하는 사유와 양을 질로 환원하고자 하는 사유 그리고 둘의 환원 불가능성을 주장하는 사유와 상호 환원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유.
p.369.
사물들은 서로 구분되어 다자로서 존재하면서 또한 서로 무관하지 않아 각종 관계를 맺으면서 존재한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며, 따라서 관계는 늘 사물들의 자기동일성을 무너뜨려 타자화하게 만든다. 이점에서 관계 맺으면서 존재한다는 것은 곧 생성한다는 것이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이미 타자에 의해 스스로가 타자화되면서(상대방으로의 타자-화가 아니라 자신으로부터의 타자화) 변해간다. 능동과 수동, 장소와 시간, 소유와 자세가 어떤 면에서는 모두 관계인 것이다.
p.371.
『범주론』을 유심히 보면, 논의되는 내용은 범주들이지만 논의를 이끌어가는 개념들은 대립(자)이라든가 정도(연속성), 시간적 선후, 포함관계 등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명제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즉 범주들과 명제들이 씨실을 이루고 있지만, 그것들을 꿰고 잇는 것은 대립(자) 등의 날실인 것이다. ... 때문에 『범주론』과 『명제론』은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대립자론'과 '정도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p.378.
우연은 가장 흥미로운 철학적 개념들 중 하나이다. 필연과 우연은 모순된다. 필연이 언제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우연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가능과 불가능이 서로 모순된다. 가능은 그럴 수 있는 것이지만, 불가능은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연성, 특히 '미래 우연성(contingentia futura)'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남기고 있다.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 '미래 우연성'이다. 미래 우연성에 모순율을 적용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모순율 : p.372-373) ...
p.379-380.
사실 이 문제는 정도의 문제이다. 완벽한 결정론에서부터 완벽한 비결정론 사이에 여러 다양한 형태의 입장들이 있을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체적으로는 결정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 사실 세계가 어떤 형태로든 결정론적인 측면을 가지지 않는다면 학문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 우연의 역할 또한 충분히 인정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는 세계의 적지 않은 일들이 '우연히(apo tychēs)' 일어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래의 일을 두고서 숙고하는 것은 의미를 상실할 것이요, 기대, 후회, 책임 등과 같은 모든 인간적인 범주들이 피상적인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가 존재론적 맥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또한 우리의 '자유의지(free will)'와 관련된 문제이고, 따라서 윤리적-정치적 문제들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세계에 대한 모든 학문적 탐구는 결국 인간존재(human being)의 문제로 귀결되고 이 귀결을 토대로 윤리, 정치, 종류, 예술 등에 대해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철학 전체의 중심 매듭에 위치해 있다.
p.384.
세계를 이해하고 학문적 사유를 전개하는 데 핵심적인 사항들 중 하나는 어떤 것이 더 근원적이고 어떤 것이 덜 근원적인가를 변별해내는 것이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를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 중요한 것이다. ... 학문이란 결국 더 근본적인 것을 가지고서 덜 근본적인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무엇이 '전제되는 것'이고 무엇이 '귀결되는 것'인가를 알지 못한다면 과학적 사유란 성립하지 않는다.
p.384-385.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가장 근본적인 것은 '사물들'의 존재와 '개념들'의 존재이다. ... 우리가 직접 지각하는 현실은 우리에게는 가장 가까운 것이지만 원리들로부터는 가장 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적 현실을 넘어 원리들을 추적해간다. 그리고 원리들을 확보하게 되면 이번에는 그 원리들로부터 현실로 되돌아오면서 현실을 설명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증명'하는 것이다.
p.387-388.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적 증명의 대표적인 두 방법을 '연역'과 '귀납'으로 보았다. 우선 중요한 것은 정의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가 그의 윤리적 사유에서 정의와 귀납을 개발해내었다고 본다. 정의란 한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주어야 한다. 그리고 정의가 연역적 증명의 출발점을 형성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질료나 개체는 정의 불가능하다고 보았으며, 오로지 형상만이 정의 가능하다고 보았다. 정의란 종에 대한 것이지 질료나 개체에 대한 것은 아니다. ...
... 우리는 "소크라테스는 무엇인가?"라고 물어볼 수 없으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만 물어볼 수 있다. 이 점은 중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에 비해 질료나 생성, 개체의 차원을 중시했으면서도 왜 결국 인식론적으로 플라톤주의자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시사해주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론적으로는 생성, 질료, 개체의 차원을 중시함으로써 플라톤으로부터 떨어져 나왔지만, 인식론적으로는 학문적 인식의 대상은 본질, 형상, 종/보편자일 수밖에 없다고 봄으로써 충실한 플라톤주의자로 남았다.
p.389.
「분석론」과 달리 「변증론」은 필연적인 논증이 아니라 "논쟁의 여지가 있는" 추론들을 다룬다. 'dialektike' 개념은 헬라스 철학사 전체를 관류하면서 내려왔다. 우선 그것은 제논의 역설에서 등장한다. 제논의 'paradoxa'에서는 두 가지 견해가 서로 평행을 달리면서 이율배반(antinimie)을 형성한다. ...
제논이 논리적으로 구성된 변증론을 전개했다면, 소피스트들과 소크라테스는 생생한 행위로서의 변증론 즉, 'dialegesthai' (로고스를 가지고서 대결하는 것)라는 동사적 의미에서의 변증론을 전개했다. 앞에서 보았듯이 BC 5세기 아테네의 상황이 바로 이 '디아- 레게스타이'를 요청했다
소피스트들의 논박술(에리스티케)과 소크라테스의 토론술(엘렝코스)은 공히 '디아-렉티케' 의 성격을 띤다. 여기에서 'dia'는 이제 제논에서처럼 평행을 달리는 'para'가 아니라 격렬하게 막 부딪히면서 투쟁을 벌이는 'through', 'against'의 뉘앙스를 띄게 된다.
그리고 이런 디아는 또한 드라마를 통해서도 표현되기 시작한다. 드라마/연극을 박진감 넘치게 만들어 주는 것도 바로 주인공/인물들 사이의 치열한 디아렉티케이다. ...이로써 변증론은 낫게는 쟁론술로, 못하게는 궤변술로 화한다. 반면 소크라테스는 변증론적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의 무지를 드러냄으로써 앎의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게 만들었고... 보편적 정의에 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p. 390.
'디아렉티케'에 가장 긍정적이고 빼어난 의미를 부여한 인물은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디아-렉티케'를 이율배반을 넘어 나아가 궤변술, 쟁론술은 물론 소크라테스의 문답법까지도 넘어 변증법으로 발전시킨다. 이것은 서로 투쟁하는 의견들 독사들이 그 투쟁 과정을 통해 상생함으로써 점차 실재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으로 고양되고 마침내에는 세계의 진상에 도달하는 역동적인 과정을 가리킨다. ... 변증법은 철학 자체인 것이다. 플라톤의 이런 변증법은 훗날 헤겔에 의해 계승된다.
늘 그렇듯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전에 여러 생각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종합한 후 스스로의 생각을 전개한다.우선 플라톤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엄밀한 논리학을 '분석론"으로 그렇지 못한 논리학을 '변증론'으로 개념화한다. 이 점에서 그의 후계자는 칸트다. (철학 전체의 성격으로 본다면 헤겔이 그의 후계자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변증론」 (100a /25이하)에서 엄밀한 논증과 변증론 그리고 쟁론술을 구분한다. 「소피스트적 논박」까지 이어 생각하면 네 번째로 소피스트 술/오류/추리/ 궤변을 들 수 있다.
p.391.
변증론의 핵심은 '디아-레게스 타이'에 있다. 즉 확고한 원리에서 출발해 그리고 논리적 필연에 입각해 이루어지는 추론이 아니라 서로 부딪히는 두 통념의 대결에 초점이 있다. 가령 "부모와 법이 대립할 때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가?" "하나의 지식이 모순되는 것들에 적용될 수 있는가?" "우주는 영원한가 그렇지 않은가?" 같은 것들이 전형적인 변증론적 명제들/ 문제들이다. ...
... 이렇게 보면 일상적인 맥락에서는 분석론보다 오히려 변증론이 더 흥미로울 수 있다.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 복잡하고 미묘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들, 때로는 정치적 투쟁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 대개 변증론적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오늘날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에서 보다 흥미를 자아내고 빛을 발하는 것은 변증론이라 할 수 있다.
p.394.
궤변은 특정한 사람들이 일삼는 것이지만 오류는 모든 사람이 범하는 것이다. 사실 진리의 추구는 항상 오류를 범하는 것과 착잡하게 얽혀 있다. 때문에 오류론은 중요하다. 그리고 오류론 자체가 오류일 수도 있고 특정한 지역, 시대, 관점에 기인한 편견일 수도 있다. 때문에 진리와 오류는 항상 맞물려 있다. 양자는 늘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늘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류론은 소피스트들과 소크라테스/플라톤 사이에 벌어진 윤리적인 형태의 진리 투쟁을 논리학적인 형태로 변환해서 새롭게 정식화하고 있으며, 훗날의 사유들이 전개되는데 그들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p.396.
반지성과 초지성은 다르다. 지성의 한계를 지성적으로 넘어서는 것과 반지성적으로 넘어서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논리를 논리적으로 넘어서는 것과 반논리적으로 넘어서는 것은 전혀 다르다. 사유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지성과 논리를 넘어선다는 상당수의 시도들이 진정한 철학적 도약을 이루기보다는 반지성주의적 폐해들로 흐르곤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다른 한편,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잘 보여주었듯이 이성/지성은 그 한계에 갇힐 때 얄궂게도 비이성적/비합리적인 폭력으로 흐를 수 있다. 때문에, 앙드레 랄랑드가 특히 강조했듯이, 진정한 이성/지성은 항상 스스로의 한계를 비판하고 초월해가는 이성/지성이어야 한다. 자체의 한계에 갇힌 이성도 또 그것을 빗나간 방식으로 초월하려는 반이성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르가논은 이 모든 문제들의 중심축이다. 이 텍스트들이야말로 한편으로 기성 사유의 한계들을 돌파해나가려는 진지한 시도들이 출발해야 할 지점이고, 또 온갖 형태의 반지성주의적 사조들을 그곳으로 데려와 보여주어야 할 지점일 것이다.
(§1. 논리학: 사유의 문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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