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제20장 (p.428-451)
모임 정리
책새벽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12-03 16:54
조회
768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3에서는 현재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2010.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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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p.433-436.
"내 생각에는 말이다, 현재로서는 저 산의 정상을 내버려두고 내년 여름에 다시 시도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그가 침묵을 지키다가 이렇게 묻는다. "왜요?"
"예감이 좋지 않아."
오랫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연다. "예감이 좋지 않다니요?"
"아, 저 꼭대기에 폭풍이나 산사태, 뭐 그런 것을 만나 꼼짝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우린 정말 심각한 곤경에 빠져들게 될 거다."
...
내가 계속 해오고 있는 이번 야외 강연의 제목은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지, "선과 등산의 기술"이 아니지 않는가. 산 정상에는 그 어떤 모터사이클도 없고, 내 의견으로는 선 역시 있다 해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은 산의 정상이 아닌 "계곡의 정신"이다. 산의 정상에서 당신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선은 당신이 그곳으로 가지고 올라간 선뿐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떠나기로 하자.
p.437.
세계가 정신과 물질이라는 이원적 요소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지 않고, 질, 정신, 물질이라는 삼원적 요소로 이루어졌다고 보면, 모터사이클 관리술과 그 밖의 기예는 이제까지 지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를 띠게 된다.
p.438.
과거는 단지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미래는 우리의 계획 속에 존재한다. 현재가 유일한 우리의 현실이다. 지적으로 인식하는 나무는 아주 미세한 시간 차 때문에 항상 과거에 존재하는 것이고, 따라서 항상 비현실적인 것이다. 말하자면, 지적으로 인식된 물체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항상 과거에 존재하는 것이고 따라서 비현실적인 것이다. 현실이란 항상 대상을 지적으로 인식하기 이전에 이를 보는 지극히 짧은 순간이다. 그 외에 현실이란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지적 활동이 이루어지기 전에 지극히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전지적인 현실을 파이드로스는 질로 규정했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느꼈다. 지적으로 규정 가능한 모든 대상은 지적 활동 이전에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이 전지적인 현실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질은 모든 주체와 객체의 모체요 근원인 것이다.
p.441-442.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르게 질을 인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그가 전에 항상 얼렁뚱땅 허울뿐인 답을 모색해야 했던 그런 질문이었다. 이제 그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질은 형상도 없고, 형태도 없으며, 기술도 불가능하다. 무언가의 형상과 형태를 본다는 것은 그 대상을 지적으로 처리함을 뜻한다. 질은 그와 같은 형상과 형태와는 별개로 존재하는 그 무엇이다. 우리가 질에 부여하는 명칭, 형상, 형태들은 오로지 부분적으로만 질에 의해 결정된다.
이들은 또한 우리가 기억 속에 축적해놓은 선험적 이미지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질을 경험할 때 우리는 유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이전 경험과 유사한 것들을 끊임없이 찾으려 한다. ... 우리는 이 같은 유추 과정에 의존하여 우리의 언어 세계를 구축한다. 우리는 또한 이 같은 유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문화 전체를 구축한다."
(여기서부터 2023년 12월 10일 업데이트)
p.443-444.
학교에 있는 그의 동료들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그는 이렇게 썼다.
"... 순수한 질에 대한 지적 유추 과정들 가운데 사람들이 우리의 환경에서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있다면, 이는 '질이란 환경에 대한 유기체의 반응이다'가 될 것이다.
...
고도로 복잡한 고등 유기체인 우리 인간은 수없이 많은 놀라운 유추를 창안해 이를 사용함으로써 환경에 반응한다. 우리는 유추 과정을 통해 땅과 하늘, 나무, 돌, 바다, 신, 음악, 예술, 언어, 철학, 공학, 기술, 문명, 과학을 창안해냈다. 이 같은 유추 과정의 산물들을 우리는 현실이라 부른다. 그래서 그것들이 현실인 것이다. ... 하지만 이 같은 유추 과정의 산물들을 창조하도록 우리를 자극한 동인은 다름 아닌 질이다.
자,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세계를 창조하도록 우리를 이끈 자극제을 취해서 이를 우리가 창조한 세계 안에 담는 일은 명백히 불가능하다. 바로 이 때문에 질이 정의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어떻게든 질을 정의한다면, 우리가 정의하는 것은 질 자체에 미달하는 그 무엇일 것이다."
p.447.
그의 도덕경 읽기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말로 나타낼 수 있는 질은 절대적 질이 아니로다.
그것은 그가 전에 했던 말이다.
말로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절대적 이름이 아니로다.
이름 없는 것이 천지의 시초요,
이름 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로다. ...
p.449-450.
파이드로스는 『도덕경』의 한 행 한 행을, 각각의 장을 한 편 한 편 읽어나갔다. 그러면서 각각의 구절들이 자신의 생각과 상응하고 일치하고 겹쳐짐을 주시했다. 정확하게 바로 그것이었다. 이것이 그가 뜻하고자 하던 바였다. 그리고 이것이 그동안 내내 이야기해왔던 것이었다.
...
다만 근원과 기원에 차이가 있었고 구사하는 언어가 다를 뿐이었다. 그는 다른 계곡에서 와서 이 계곡에 무엇이 있는가를 주시하는 셈이었다.
...
그는 암호를 푼 셈이었다.
...
하지만 곧이어 파이드로스가 앞서 가졌던 느낌, 미끄러져 굴러떨어지는 듯한 그 느낌이, 그의 마음 내부의 균열이, 갑작스럽게 힘을 모으면서 파국을 예고했다.
...
그의 내부로부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제20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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