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새벽 6회 - 발췌] 인포메이션. pp.164-194.
모임 정리
책새벽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2-10-07 17:50
조회
2862
책새벽 6회. 2022년 10월 3일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박래선, 김태훈 옮김. 2017. 동아시아. p.164~194
녹색아카데미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 6-7시에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을 합니다. 현재는 제임스 글릭의 <인포메이션>을 읽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읽은 내용 중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발췌해서 옮기고, 중요한 이미지를 넣고 주요 인물에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질문이나 토론거리, 함께 보면 좋을 자료들이 있으시면 부담없이 공유해주세요.
『인포메이션』 목차
프롤로그
제1장 말하는 북 ―코드가 아닌 코드
제2장 말의 지속성 ―마음에는 사전이 없다
제3장 두 개의 단어집 ―글의 불확실성, 철자의 비일관성
제4장 생각의 힘을 기어 장치에 ―보라, 황홀경에 빠진 산술가를!
제5장 지구의 신경계 ―몇 가닥 초라한 전선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제6장 새로운 전선, 새로운 논리 ―다른 어떤 것도 이보다 미지에 싸인 것은 없다
제7장 정보이론 ―내가 추구하는 것은 평범한 두뇌일 뿐입니다
제8장 정보로의 전환 ―지성을 구축하는 기본 요소
제9장 엔트로피와 그 도깨비들 ―섞인 것을 휘저어 나눌 수 없어요
제10장 생명의 고유 코드 ―유기체의 완전한 설명서는 이미 알에 적혀 있습니다
제11장 밈 풀 속으로 ―당신은 나의 두뇌를 감염시킨다
제12장 무작위성의 감각 ―죄악의 상태에 빠져
제13장 정보는 물리적이다 ―비트에서 존재로
제14장 홍수 이후 ―바벨의 거대한 앨범
제15장 매일 새로운 뉴스 ―그리고 비슷한 뉴스
에필로그 ―의미의 귀환
제4장. 생각의 힘을 기어장치에(계속)
p.164. ... (찰스) 배비지는 또 다른 신기술 ... 증기가 가진 힘을 가장 강력한 형태로 발현한 철도(에 힘을 쏟고 있었다).
p.164-165. 갓 설립된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는 브리스틀에서 런던까지 철로를 놓고 시험 운행을 준비 ... 감독한 사람은 ... 이점바드 킹덤 브루넬이었다.
p.165. 브루넬은 배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배비지는 기발하고 거창한 정보수집 프로그램을 시작 ... 객차 한 량을 통째로 준비했다. ... 열차를 타고 돌아다니던 배비지는 증기기관차의 속도가 이전의 모든 통신수단의 속도를 앞지른 데서 특이한 위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열차들이 서로를 놓치기 십상이었다. 가장 규칙적이고 엄격한 운행 일정을 강제하지 않으면 매 순간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 이동 속도와 통신 속도가 차이나면서 ... 런던의 한 유력 은행가는 배비지에게 이렇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 직원들이 공금을 횡령해서 미국으로 도망치기 위해 리버풀까지 시속 30킬로미터로 도망칠 수 있어요."
p.166. 배비지는 1840년 여름, 설계도를 들고 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 파리에 있는 ... 직물제작소에서 위대한 자카드 방직기를 본 다음 리옹을 거쳐 ... 토리노로 갔다. ... 수학자인 루이지 메나브레아도 만났다.
메나브레아는 ... 배비지의 기획을 유럽 연구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찰스 배비지가 발명한 해석기관의 개요(Notions sur la machine analytique de m. Charles Babbage」(1842)라는 제목의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 이 논문을 구한 에이다는 곧바로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착수 ... 자신의 지식을 토대로 오류들을 수정 ... 혼자서 진행했다.(영어로 번역된 논문 보기 링크) 결국 1943년 에이다가 원고 초안을 보여주자 배비지는 크게 반기면서 에이다에게 직접 논문을 써보라고 권했(다)....
p.167. (에이다는) 해석기관은 계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산'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 연산이 "둘 이상의 대상 사이에 성립된 상호 관계를 바꾸는 모든 절차"라고 정의 ...
"연산학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과학이다. ... 연산은 고유의 추상적 진리와 가치를 지닌다. ... 연산학이 지닌 독립적 속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일반적으로 이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사용하는 많은 기호의 의미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림 3] 17세의 에이다 바이런(1815-1852). 영국의 수학자, 작가. (출처 : wikipedia)
p.167-168. 해석기관은 "'숫자'가 아닌 다른 대상들에도 활용할 수 있다." ... 해석기관은 모든 의미 있는 관계를 처리하고, 언어를 조작하며, 음악을 만들 수 있다. ... 해석기관은 숫자를 처리하는 기계에서 이제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가 된 것이다. 에이다는 이 점을 배비지보다는 더 명확하고 창의적으로 인식했다.
p.168. 에이다는 이 가상의 기계로 오랜 역사를 가진 유명한 무한급수인 베르누이 수(Bernoulli number)를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이른다. ... 베르누이 수를 직접 구하는 공식은 없었지만, 특정 공식을 거듭 확장하면서 매번 계수를 확인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구할 수 있었다.
p.169. 하지만 에이다는 좀 더 험난한 길을 택한다. "목표는 단순성이 아니라 ... 해석기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이다는 하나의 프로세스를, 규칙의 집합을, 연속적 연산을 고안 ... 당시 이 개념은 설명하기 힘들었다. 가장 복잡한 것은 이 알고리즘이 귀납적이며, 루프 구조를 취한다는 점 ...
p.170.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에이다와 배비지가 "변수"라고 부른 것 ... 하드웨어 측면에서 변수는 기계의 열에 있는 숫자판을 말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변수 카드"도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변수는 많은 십진 숫자를 가진 수를 나타내거나, 저장할 수 있는 일종의 용기 혹은 봉투 ...
"변수라는 명칭은 열에 있는 값이 변할 수 밖에 없으며,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변화한다는 데서 나온 것이다."(에이다) 요컨대 수는 변수 카드에서 변수로, (연산을 위해) 변수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창고로 '이동'했다.
p.171. 에이다는 해석기관을 운용하는 프로그램을 (머릿속에서) 짜고 있었다.
"이런 기관을 움직이려면 매우 다양하고 서로 복잡하게 읽힌 것들을 생각해야만 한다. ... 모든 것들이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어느 정도는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 ... 각각을 다른 모든 것들에 맞추기 위해서는, 또 이들을 완벽한 정확성과 성공도로 인식하고 추적하려면 어려움이 따른다. 어떤 면에서는 조건도 무수히 많고 게다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든 질문을 포함하는 그런 어려움 ... "
p.172. 이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수년 후 배비지의 아들은 해석기관이 사무원이나 상인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 "해석기관은 ... 천문대나 계산가의 사무실, 혹은 쉽게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며 많은 계산이 필요한 곳에 쓰려고 만든 것이다."
발명과 과학적 낙관주의로 들끓었던 나라였던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는 이렇게 썼다. "배비지 씨의 계산 기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무와 금속으로 만들어졌고 ... 생길 수 있는 오류를 바로잡는 힘이 있어 수학적으로 정확한 연산을 내놓는 기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p.173. 몇몇 비판론자들은 기계와 정신 사이의 경쟁을 두려워했다. ... 이 기계라는 것은 한낱 수학자들을 얼마나 비꼬는 물건인가! 이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은 뇌도 심장도 없고, 너무 어리석어서 실수를 하지 않는다. ... "(올리버 웬들 홈즈 시니어. 1809-1894)
이들 모두는 해석기관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해석기관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해석기관은 앞으로 등장하기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 ◉ ◎
p.174. 배비지의 진짜 화두는 바로 메시지 전달, 인코딩, 프로세싱과 관련된 정보였다.
배비지는 ... 비철학적인 문제 두 가지에 매달렸다. ... 두 문제는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바로 자물쇠 따기와 암호해독이었다.
암호해독을 위해 배비지는 영어를 "완전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그러고는 한 글자, 두 글자, 세 글자 등으로 구성된 단어덜, 그리고 첫째 문자, 둘째 문자, 셋짜 문자 등 알파벳순으로 나열한 단어들을 모은 특수 사전을 만들었다. 머지않아 이 사전들을 가지고 애너그램 퍼즐과 워드 스퀘어(가로로 읽거나 세로로 읽어도 같은 단어가 되는 말의 정사각형 배열-옮긴이)를 푸는 방법론을 설계했다.
p.175. 1851년 만국박람회 기간 동안 ... 배비지는 도싯 거리에 있는 높은 건물 창문에 움직일 수 있는 셔터를 단 석유램프를 놓고 행인들에게 암호화된 신호를 깜박이는 '명멸등'을 선보였다. 또 숫자 기호를 전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등대용 표준체계를 만든 다음 12부를 "해양강대국의 관계 당국"에 보냈다. 또한 거울로 반사하는 태양광 신호와 "천정광 신호", 선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그리니치 시간 신호를 연구했다. ...
p.176. 한편 해석기관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 그러고는 마치 묻혀 있던 보물처럼 다시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람들을 놀랍도록 당혹스럽게 했다. ... 제니 유글로(Jenny Uglow. 1947-)는 해석기관에서 "다른 의미의 시대착오"를 느꼈다. ... 이 실패한 발명품은 "어두운 벽장에 든 빛바랜 청사진처럼 후대에 새롭게 발견될 아이디어를 담고 있었다."(유글로)
p.177. 애초 숫자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던 해석기관은 현대에 와서 새로운 형태로 바뀌면서 숫자표를 한물간 것으로 만들었다. 배비지는 이런 변화를 예상했을까? 배비지는 ... 누군가 범용 연산기계를 만들려고 다시 시도하려면 반세기는 지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 거의 한 세기가 걸렸다.
"'계산' 과학은 우리가 진보하는 매 단계마다 거듭 필요성을 더할 것이며, 틀림없이 과학을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모든 일을 관장할 것이다." - 배비지
"...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전제군주'가 되는 거예요. ... 이 군대는 방대한 '숫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 그게 아니라면 아예 존재할 수도 없을 거예요. ... 하지만 도대체 이 '숫자'들은 '무엇'일까요? 거기에 수수께끼가 있어요." - 에이다
제5장. 지구의 신경계
"전기를 통해 물질세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진동하는 거대한 신경이 된 것이 사실일까,
아니면 나의 꿈일까?
더 정확히 말하면 둥근 지구는 지성이 넘치는 거대한 머리 혹은 두뇌이다!
혹은 그 자체가 사고, 오직 사고이며,
더 이상 우리가 여기는 실체가 아니다!
너새니얼 호손, 1851.
(Nathaniel Hawthorne. 1804-1864)
p.181. ... 전신에서 쓰는 시간이 철도에서 쓰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전기시계 설치는 현대적이고 적절했다. 1849년 무렵 전신사무소는 밤낮으로 가동되는 여덟 대의 전신기를 자랑했다. 또한 400개의 배터리가 전력을 공급했다.
1854년 앤드루 윈터(Andrew Wynter. 1819-1876) 기자는 이렇게 썼다. "우리 앞에는 전기장치 시계로 장식된 치장 벽토를 바른 벽이 있다. 누가 이 좁은 이마 뒤에 영국의 신경계를 관장하는 커다란 두뇌가 들어있다고 생각할까?"
p.181-182. 이 비유는 두 개의 복잡한 현상을 연결했다. 전기는 ... 신비에 싸인 수수께끼 ... 신경 역시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p.182.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1880년 이런 글을 실었다. "전화통신이 즉시 이루어진다면 문명사회에서 흩어져 있는 구성원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 날이 머지 않을 것이다. 마치 신체의 다양한 부위들이 신경계로 연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비유는 ...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신경은 실제로 메시지를 전달했고, 전신과 전화는 처음으로 사회를 긴밀한 유기체 같은 것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p.182-183. 1852년 미국의 한 역사학자는 단언했다. "전기는 과학의 시이다." ... 하지만 전기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후에 영국의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기를 마법에서 과학으로 바꾸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패러데이의 연구가 절정에 이른 1854년에도 배비지를 대단히 존경했던 과학저술가 라드너(Dionysus Lardner. 1793-1859)는 "과학계는 아직 전기의 물리적 속성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매우 정확하게 지적했다.
[그림 4]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 영국의 과학자. 전자기장의 관계를 밝혀냈고 전자기 유도, 반자성 현상, 전기 분해 등의 원리를 발견했으며, 그가 발견한 전자기 회전 장치는 후에 전기 모터로 이어졌다. (출처 : wikipedia)
p.184. 처음에는 인간이 전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 그러나 전기는 전선을 따라 아주 멀리 보낼 수 있었고, 이런 사실은 전선을 약한 자석으로 바꿔놓는 것처럼 보였다. 전선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었다. 전류의 도달 범위에는 한계가 없었던 것이다. 정거리 통신이라는 오랜 꿈과 관련하여 이 사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는 동조하는 바늘(sympathetic needles)을 의미했다.
p.185. 먼저 전선을 만들고, 절연재를 입히고, 전류를 저장하고 측정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 공학 분야 하나를 통째로 발명해야 했다. 공학과 별개로 다른 문제도 있었다. 바로 메시지 자체의 문제 ... 이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논리적 문제 ... 동역학에서 의미로 가는 단계를 건너는 문제 ... 메시지는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할까? 전신은 어떻게 전기라는 유체를 단어로 바꿀 수 있을까?
◎ ◉ ◎
p.185-186. 전기전신(electric telegraphs)이 있기 전에는 그냥 전신(telegraphs)이 있었다. '전신(les télégraphes)'은 프랑스 혁명기 클로드 샤프가 발명 ... 전신은 시각적 ... 가시거리에 있는 다른 탑에 신호를 보내는 탑이었다. ... 봉화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신호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동조화된 시계를 이용한 통신이라는 개념은 20세기에 물리학자의 사고실험과 전자장치에 다시 등장했으나 1791년에는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했다. ... 샤프는 ... 신속하고 안정적인 기술을 계속해서 궁리했다. 이렇게 해서 만든 것이 밧줄로 조종하는 두 개의 큰 팔이 달린 거대한 들보로 된 기구였다.
p.187-188. 제어 문제가 복잡하기는 했지만 적절한 코드를 만드는 일보다는 덜했다. 순전히 기계적인 측면에서 보면 팔과 들보는 어떤 각도든 취할 수 있었다. ... 하지만 효율적인 신호 전달을 위해서는 경우의 수를 제한 ... 총 98가지 조합이 나올 수 있는 기호를 만들었다.
샤프는 이 기호들을 정교한 코드(로) 만들기에 이른다. ... 신호들은 한 쌍을 이루어 전용 코드북의 쪽과 줄을 가리켰다. 코드북에는 단어와 음절, 사람과 장소의 이름 등 8,000개 항목 이상이 들어 있었다. 이 모든 내용은 신중하게 비밀로 지켜졌다. ... 메시지는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된 상태로 보내졌다. 샤프는 .. 전신망은 ... 권력의 도구라 보았...다.
[그림 7] 클로드 샤프(Claude Chappe. 1763-1805). 프랑스의 발명가. 신도대(semaphore)를 이용해 처음으로 전신 신호 체게를 만들었다. (출처 : wikipedia)
p.188. 나라가 전란에 휩싸이고 국민공회가 권력을 잡게 되면서 샤프는 일부 유력 의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 샤프는 파리 루브르에서 북쪽 국경도시인 릴까지 약 200킬로미터에 걸쳐 전신소를 일렬로 세우기 시작했다. 채 1년이 되지 않아 18곳에서 전신소가 운용되었다.
p.189. 첫 번째 메시지는 릴에서 ... 프랑스군이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연합군을 무찔렀다는 낭보였다. 공회는 열광 ... 한 의원은 인류의 4대 발명품으로 인쇄술, 화약, 나침반과 함께 "전신 기호 언어"를 꼽았다. 언어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옳았다. 밧줄, 레버 그리고 나무 들보 같은 하드웨어의 측면에서 보면 샤프 형제의 발명품은 새로운 게 없었다.
전신 시스템은 통신 속도에서 새로운 표준을 세우고 있었다. 실질적 경쟁자라고는 말을 탄 전령밖에 없었...다. 하지만 속도는 두 가지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 ... 거리 면에서 ... 아니면 기호와 단어 측면에서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p.189-190. 제 아무리 빠른 전신수라도 분당 세 개 이상의 신호를 보낼 수 없었다. ... 신호체계는 취약하고 까다로웠다. 비나 안개 혹은 전신수의 부주의로 메시지 전달이 중단될 수 있었...다. 1840년대 이뤄진 조사를 보면 성공률이 하절기에는 세 개 중 두 개였고, 동절기에는 한 개로 떨어졌다.
p.191. 코딩과 디코딩에도 시간이 걸렸으나 이 작업은 전신선의 처음과 끝에서만 이뤄졌다. 중간... 전신수들은 신호를 이해하지 못해도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전신수들(stationaires)'이 문맹이었다. 메시지를 받아도 무조건 신뢰할 수만은 없었다. 중개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오류가 많다는 것을 의미.
p.192. 전신탑은 유럽과 유럽 너머로 퍼져나갔는데, 지금도 농촌에 가면 폐허가 된 전신탑을 볼 수 있다. ... 스웨덴, 덴마크, 벨기에는 일찍이 프랑스 모델을 토대로 시스템을 개발했다. 곧 독일이 ... 1823년 캘커타와 추나르, 1824년에는 알렉산드리아와 카이로를 잇는 전신선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니콜라이 1세는 바르샤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모스크바까지 220곳에 전신소를 세웠다. 세계의 통신을 장악해나갔던 전신은 성정할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폐기되고 만다.
p.192-193. 켄터키의 발명가이자 역사가인 탈리아페로 샤프너(Taliaferro Shaffner)는 1859년 러시아를 여행하다가 ... 전신탑의 높고도 아름다운 모습에 그리고 갑작스럽게...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진 전신탑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샤프터가 보기에 이는 일방적인 대화였다. 6,600만 백성들은 황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말할 수 없었다.
p.193. (샤프는) 전신에 ... 어떤 내용을 써야 할까? ... 바로 군대 파견과 국가 중대사였다. 나중에는 날씨나 주가 같은 정보들도 보내자고 제안했다. 나폴레옹은 허가하지 않았다. ... 엄청난 정부투자로 구축되어 하루에도 수백 개의 단어를 전달할 수 있는 이 통신 인프라는 민간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p.194. 프랑스는 기업가들이 민간 전신망을 조직하려고 하자 즉시 금지했다. ... 지구의 신경계라는 아이디어는 다른 곳에서 등장해야 했다. ... 1838년, 미국인 새뮤얼 모스는 프랑스 당국을 방문해 전선을 이용한 '전신'을 제안했다. 프랑스 당국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 전선이라는 것은 폭도들에게 절단될 수 있었다.
[그림 8] 모스 부호를 이용해 최초로 장문의 메시지("WHAT HATH GOD WROUGHT")를 보내고 있는 새뮤얼 모스. 1844년 5월 24일. (출처 : wikipedia)
6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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