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새벽 3회 - 발췌] 인포메이션 pp.73-104.
모임 정리
책새벽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2-09-06 17:33
조회
849
책새벽 3회. 2022년 9월 5일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박래선, 김태훈 옮김. 2017. 동아시아. pp.73-104.
녹색아카데미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 6-7시에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을 합니다. 현재는 제임스 글릭의 <인포메이션>을 읽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읽은 내용 중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발췌해서 옮기고, 중요한 이미지를 넣고 주요 인물에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질문이나 토론거리, 함께 보면 좋을 자료들이 있으시면 부담없이 공유해주세요.
p.74. 바빌로니아인들은 피타고라스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1차 방정식, 2차 방정식, 피타고라스 수를 계산해냈다. 그리스 수학과 비교할 때 바빌로니아 수학은 실용적인 문제 외에는 기하학을 강조하지 않았다.
현대 수학자들이 바빌론에 관심을 기울일 즈음에는 수많은 주요 점토판들이 이미 부서지거나 흩어진 다음이었다. ... 20세기의 선도적인 고대 수학사가인 오토 노이게바우어(Otto Neugebauer, 1899-1990)는 전 세계 박물관에 흩어진 설형문자 점토판의 수가 대략 50만 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 ...
p.75. (스탠퍼드대학교의 컴퓨터공학자인) 도널드 누스(Donald Kuth. 1938-)는 이렇게 말했다. "알고리즘 그 자체를 정의하는 사례를 통해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훌륭한 방식을 개발한 바빌로니아인들을 칭송해야 한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수를 특정한 자리에 놓아서 수의 '사본'을 만들고, 수를 '머릿속에' 저장하는 방법을 기록했다. 추상적 자리를 차지하는 추상적 양이라는 개념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다시 등장했다.
p.75-76. 기호symbol는 어디에 있을까? 기호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을 던지는 것조차 저절로는 생기지 않는 자기의식이 필요했다. 이 질문들은 한번 제기된 후에는 계속 남았다. ...
p.76. 기록은 그 자체로 인간의 의식을 바꿔놓아야 했다.
기록문화를 통해 얻은 많은 능력 중에서 중요한 것은 기록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능력이었다.
p.77. 안타깝게도 글은 움직이지 않는다. 안정적이며 변하지 않는다. 이후 1,000년 동안 문자문화가 역사와 법, 과학과 철학, 예술과 문학 자체에 대한 사변적 해설과 같은 수많은 선물을 안겨주면서 ... 이들 중 어느 것도 순수한 구술성에서 나올 수 없었다. ... 시대와 장소를 넘어 유지하려면 상당한 문화적 에너지가 필요했다.
p.77-78. ... 마셜 매클루언은 근대성을 지지했다. ... 새로운 '전자시대'가 새로워서가 아니라 창의성의 근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찬양했다. 매클루언은 오랜 구술성의 부활을 보았던 것이다. "우리는 '테이프를 되감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
p.78.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 1911-1980)의 비판에 따르면 활자는 좁은 의사소통 채널 ... 단선적이며 심지어 파편화되어 있다. 반면 말은 ... 몸짓과 접촉을 수반하여 생생하게 이뤄지는 의사소통이다
p.79. ... 300년 전 문자 해독 능력이 새롭게 대두하던 시기의 이점을 누렸던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 문자문화가 발달하기 전의 문화를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조야한 경험을 하며 살았다. 아무 체계가 없었다. ..."
매클루언이 옳았을까, 아니면 홉스가 옳았을까? 여기서 우리가 갖는 양가감정은 플라톤에서 시작 ... 글쓰기의 부상을 목격한 플라톤은 글의 힘을 설파하면서도 글의 무생명성을 두려워했다.
p.80. 플라톤이 우려했던 '망각'은 나타나지 않았다. 플라톤 자신이 스승인 소크라테스 그리고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개념을 만들고 이것들을 범주로 나누고, 논리의 규칙을 정하면서 기록하는 기술의 잠재력을 살렸기 때문이다.
... 지식의 원자는 단어였다. ... 어디에서 단어를 찾아야 할까? 물론 사전 속이다. ... 옹(Walter J. Ong. 1912-2003)은 이렇게 덧붙였다. "마음에는 사전이 없다는 것, 사전편찬은 언어가 만들어지고 한참 후에 이뤄졌다는 사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제3장. 두 개의 단어집 : 글의 불확실성, 철자의 비일관성
p.83. 시골학교 교장이자 사제였던 로버트 코드리(Robert Cawdrey. 1583-1604는 『어렵고 흔한 영어 단어들의 올바른 철자와 뜻을 담고 가르치는 알파벳순 표』라는 ... 책을 만들(었다)...
표제지에는 ... 출판사의 소재지가 최대한 정확하게 정식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 런던과 같은 혼잡한 거리에서도 주소 숫자로 상점이나 집을 찾는 일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알파벳은 명확한 순서가 있었고, 이 순서는 일찍이 페니키아시대부터 내내 차용과 진화를 거치면서 유지되어 왔다.
[그림 2] 『알파벳순 표』 표지. (출처 : wikipedia)
p.84. 코드리가 살던 때는 정보 빈곤의 시대였다. 물론 코드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p.85. 사실 당시는 각각의 단어를 적을 때 미리 정해진 특정 글자를 취해 써야 한다는 '철자법'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다. ... 단어는 일시적으로 그때그때 사용되고 다시 사라지는 것이었다. ... 펜에 잉크를 묻힐 때마다 무엇이든 적당해 보이는 철자를 새로 골라 썼다.
하지만 ... 인쇄된 책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문자 언어는 특정한 방식으로 '적어야 한다'라는 인식이 생겼다.
p.86. 거의 신경 쓰는 사람이 없는 철자법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사람은 런던의 학교장인 리처드 멀캐스터(Richard Mulcaster. 1531-1611)였다. 멀캐스터는 『우리 영어 바로 쓰기 입문 1부』(1582년 . 2부는 나오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입문서를 썼다. ... 이 책은 약 8,000개의 단어의 목록과 사전을 만들 것을 청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다른 동기부여(는) ... 바로 상업과 운송의 빠른 발달로 외국어를 접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영어가 많은 언어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 "외국인과 이방인들은 우리의 글쓰기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글자가 비일관적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멀캐스터)
p.87. 당시 영어 사용 인구는 5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개중에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겨우 100만 명 정도였다. 세계의 모든 언어들 중에서도 영어는 이미 가장 변화가 많고, 많이 섞였으며, 가장 다원 발생적인 언어였다.
[그림 3] 로버트 코드리. 최초의 영어사전이 만들어지기 전인 16세기에 『알파벳순 표』라는 책을 만들어 대중의 언어 사용을 도우려고 했다. (출처 : Alchetron)
p.88. 코드리가 단어집을 펴내고 400년이 지난 후 존 심프슨(John Simpson. 1953-)이 같은 길을 걸었다. ... 『옥스퍼드 영어사전』(OED; Oxford English Dictionary)의 편집자였던 심프슨은 어떤 면에서 코드리의 후계자였다. ... 심프슨이 본 코드리는 완고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심지어 호전적인 인물이었다.
... 코드리는 관습을 거부하는 행동으로 말썽을 일으켰다. ... "... 신도들에게 정통 신앙과 다른 원칙을 세뇌해 그냥 놔두기에는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힌" 코드리는 사제직과 성직록을 박탈당했다.
당시 코드리는 단어들을 수집했다. ... 그리고 1604년 전혀 다른 성격의 책 ... 간략한 정의를 붙인 단어들 목록에 불과한 책(을 펴냈다) ...
p.88-89. 왜 이런 책을 냈을까? 심프슨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미 그가 언어를 평이하게 하기 위해 헌신했으며, 완고할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안다." 코드리는 여전히 설교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p.89. 코드리는 '모든 ' 단어를 집대성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1604년 무렵은 셰익스피어가 3만 개에 달하는 어휘들을 동원하여 대부분의 희곡을 쓴 상태였지만, 코드리나 다른 사람들은 이 단어들을 접할 수 없었다.
코드리는 ... "우리가 말하기에 적절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어렵고 흔한 단어"만을 목록에 담았다. ... 코드리가 만든 책은 최초의 영어사전이었다. '사전'이라는 단어는 거기에 들어 있지 않았다.
p.90. 『알파벳순 표』를 만들면서 단어를 알파벳 순서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았다. 글을 아는 사람도 알파벳 순서에 익숙하지 못(했다) ... 코드리는 작은 지침서를 만들려고 했다.
p.91. 알파벳 순서를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 제노바의 수사인 요하네스 발부스(Johannes Balbus. ?-1298)는 1286년에 쓴 『카톨리콘Catholicon』에서 이 일을 시도한 바 있었다.
알파벳순 목록은 기원전 250년 무렵 나온 알렉산드리아의 파피루스 문서들 이전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책을 정리하면서 적어도 일부는 알파벳순을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 자료 큐모가 컸기에 ...
알파벳순은 관습적으로 고유의 순서가 있는 소수의 분절적 기호 집합인 자모를 가진 언어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알파벳 순서 체계는 부자연스러웠다. 알파벳 순서는 사용자가 의미에서 정보를 분리하게 한다. 단어를 문자열로만 보게 하고 .... 나아가 알파벳순은 역관계를 이루는 한 쌍의 절차로 구성된다. 다시 말해 목록을 구성하는 분류 그리고 항목을 찾는 검색이다.
p.92. 알파벳 순서를 아는 사람은 의미를 전혀 모르더라도 수천 혹은 수백만 개의 목록에서 어느 항목이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1613년에야 비로소 최초의 알파벳순 목록이 만들어졌다. 인쇄되지 않고 수기로 쓴 책으로, 옥스퍼드 보들리안 도서관을 위해 만들어진 두 권짜리 작은 편람(Annals of the Bodleian Library)이었다.
단어를 정리하는 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맨 처음 등장해 오랫동안 활용된 것이 있다. 중국에서 사전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수 세기 동안 사용된 책은 기원전 3세기 무렵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이 『이아(爾雅, Erya)』였다. 이 책은 2,000개의 단어를 의미에 따라 혈연, 건물, 도구와 무기, 하늘, 땅, 식물과 동물 같은 항목으로 분류했다.
이집트인들은 철학적이거나 교육적 원칙에 따라 정리한 단어목록을 만들었다. 아라비아인들도 마찬가지 ... 대개 단어 자체가 아니라 단어가 의미하는 세계를 정리한 것 ...
p.92-93. 코드리의 시대로부터 1세기 후, 독일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는 둘의 차이를 명쾌하게 지적했다.
"... 모든 사물과 행동을 가리키는 단어 혹은 이름은 알파벳과 속성, 이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목록을 만들 수 있다. ... 전자는 단어에서 사물로 가고, 후자는 사물에서 단어로 간다."
p.93. 코드리가 결정적 모델로 삼은 것은 번역용 사전, 특히 1587년 토머스 토머스(Thomas Thomas.)가 만든 라틴어-영어사전인 「사전Dictionarium』이었다. ... 사람들이 어려운 단어들을 이해하고 쓰도록 돕는 것이 코드리가 밝힌 목적이었기 때문에 정의가 핵심이었다.
p.93-94. 코드리가 보기에 '정의하다(define, 어떤 사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라는 단어는 사물에 쓰는 것이지 단어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 코드리에게 사물과 단어의 관계는 사물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았다.
p.94. 코드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랠프 레버(Ralph Lever. ?-1580~1585)는 'saywhat'(사물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지만 ... 호응을 얻지 못했다.
현대적 의미로 정의의 뜻이 명확해진 것은 코드리와 그 후계자들 이후로 거의 1세기가 지난 후 ... 1690년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는 ... 이렇게 썼다. "정의는 바로 해당 용어가 나타내는 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 이해시키는 것이다." 로크는 여전히 기능적 시각을 취했다.
p.94-95. 코드리는 참고자료들에서 정의를 빌려오고, 합치고, 개정했다. 많은 경우 그냥 하나의 단어를 다른 단어와 연결시켰다. ... 일부 단어들이 속한 범주를 가리키는 설명에는 '~의 일종'을 뜻하는 특별한 표시인 'k'를 붙였다.
하지만 동의어나 범주로 모든 단어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 그래서 코드리는 때로 하나 이상의 동의어를 추가하는 삼각측량식 정의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애썼다.
개념과 추상적 관념을 나타내면서 구체적인 감각의 영역과는 동떨어진 단어들의 경우 완전히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코드리는 ... 이런 방식을 만들어나갔다.
p.96. 가장 설명하기 까다로운 것들은 새로운 학문 분야에서 나온 전문 용어였다. ... 단어들뿐만 아니라 지식도 끊임없이 변화했다.
코드리가 설명한 어렵고 흔한 단어 중에 'science'("지식 혹은 기술")가 있었다. 당시 science는 아직 물리적 우주와 그 법칙들을 탐구하는 학문이 아니었다. 박물학자들이 단어의 속성과 그 의미에 특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611년 ... 태양 흑점을 발견한 갈릴레오는 즉시 논쟁이 일 것을 예상했고, 우선 언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과학이 진전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p.97. "사람들이 ... 태양을 "가장 순수하고 밝은 것"으로 부르는 한 태양에는 어떤 그늘이나 불순물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태양은 부분적으로 불순하고 반점이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이름과 속성은 사물의 본질을 따라야 하며, 그 반대가 아니기 때문에 사물이 먼저이고 이름은 나중입니다."
... 뉴턴은 가장 필요한 곳에 정의가 근본적으로 부실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 "나는 시간, 공간, 장소, 운동을 익히 알려진 대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 단어들을 정의하는 것이 바로 그의 목적이었다.
p.98. 코드리(는) ... 1604년 펴낸 『알파벳순 표』와 함께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다. ... 『알파벳순 표』가 몇 부나 인쇄되었는지 아는 사람도 없다. ... 오직 한 부가 옥스퍼드 보들리언 도서관에 보조되고 있을 뿐이다. ... 코드리의 아들인 토머스가 1609년 약간의 내용을 덧붙여 2판을 낸 데 이어 1613년과 1617년 3판과 4판을 냈지만 거기서 이 책의 생명은 끝나버렸다.
『알파벳순 표』의 존재는 포괄성 면에서 곱절이었던 새로운 사전, 『영어 해설집』(An English Expositor. 1616)에 의해 가려졌다.(편찬자 존 불로커John Bullokar. 1574-1627).
이후로는 1656년 런던의 변호사인 토머스 블런트(Thomas Blount. 1618-1679)가 펴낸 『용어사전Glossographia』이 있었다. 블런트의 사전은 1만 1,000개가 넘는 단어를 수록 ... 많은 단어들이 무역과 상업으로 시끌벅적했던 런던으로 들어온 신조어였다.
p.99. 블런트는 자신이 움직이는 목표물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전편찬자의 "노고"는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영어는 매일매일 바뀌기 때문이다." 머리말에 쓴 말이었다. 블런트는 코드리보다 훨씬 상세한 정의를 제시했으며 어원에 대한 정보까지 담으려 노력했다.
불로커와 블런트는 코드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잊힌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1933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초대 편집자들은 ... 코드리가 만든 "얇고 작은 책"에 경의를 표했다.
『알파벳순 표』가 출간된 지 402년 후(2006년) 국제천문연맹은 투표를 통해 명왕성(Pluto)의 행성 지위를 박탈했다. ... 존 심프슨(John Simpson. 1953-)과 더불어 옥스퍼드 사전편찬자들은 P 항목을 작업하고 있었다.
p.100. 명왕성 항목도 비교적 새로운 것이었다. 명왕성은 1930년에야 발견됐기 때문에 초판에 넣을 수 없었다. ... '명왕성pluto'이라는 이름을 제안한 사람은 옥스퍼드에 사는 열한 살 소녀 베네시아 버니Venetia Burney였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판에 명왕성 항목을 추가하고, 이렇게 설명을 달았다. "1.해왕성 궤도 너머에 있는 태양계의 작은 행성, 2. 1931년 4월에 나온 월트 디즈니의 <무스 사냥Moose Hunt>에 처음 등장한 개의 이름."
"거대한 변화에 떠밀려 가는 것이 정말 싫다"라고 심프슨은 말했지만 ...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개의 이름이 '작은 행성체'로 격하된 천문학적 의미보다 더 안정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p.101. 사전과 사이버공간의 만남은 양쪽 모두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켰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전통과 유산을 무척 사랑하기는 하지만, 심프슨은 좋든 싫든 혁신을 이끌고 있다. 코드리는 고립되어 있었지만 심프슨은 연결되어 있었다.
... 세계적으로 사용 인구가 10억을 넘어선 영어는 격변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 사전편찬자들이 귀 기울이는 언어는 자유분방하고 확실한 형태가 없어지고 있다. ... 사전은 관찰하고자 하는 언어에 영향을 미친다. 사전은 마지못해 권위적인 역할을 맡는다.
p.101-102. ... 1세기 전 앰브로즈 비어스(Ambrose Bierce. 1842-1914)가 사전에 내린 냉소적인 정의 ... "사전은 언어가 성장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으며, 언어를 어렵고 융통성 없게 만드는 악의적인 문삭적 도구이다."
요즘 사전편찬자들은 어떤 특정한 용법이나 철자를 주제넘게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림 8] 『The Cynic's Word Book』. 앰브로즈 비어스가 쓴 풍자적 어휘사전. 1906년에 『The Devil's Dictionary』으로 출판되었다가 1911년에 더 보완되어 출판되었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을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정의한 사전이다. (출처 : wikipedia)
p.102. 사전은 단어의 지속성을 승인한다. ... 또한 모든 단어가 총체적으로 서로 맞물린 구조를 형성 ... 모든 단어가 다른 단어를 통해 정의되기 때문이다.
이는 언어를 볼 수 없는 구술문화에서는 결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인쇄술(그리고 사전)이 언어를 세밀하게 검토할 수 있는 독립적 대상으로 부각시켜야만 비로소 단어의 의미가 상호의존적이고 심지어 순환적이라는 인식을 할 수 있다.
20세기 들어 논리학 기법들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순환성이 문제로 대두 ...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은 이렇게 불평했다. "설명을 하려면, 나는 이미 언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p.103. 1900년 제임스 머리(James Murray. 1837-1915)는 이렇게 말했다. "영어사전은 영국 헌법과 마찬가지로 어떤 한 사람의 그리고 어떤 한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자체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림 9] 제임스 머리. 사진 촬영시기는 1910년 이전. 옥스퍼드 영어사전 제1대 편집자. (출처 : wikipedia)
후에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된 『역사적 원칙에 따른 새 영어사전A New Dictionary on Historical Principles』 ... 41만 4,825개의 단어가 실린 이 10권짜리 사전은 ... 편찬 작업에는 수십 년이 걸렸고, 그 사이 머리가 사망했으며, 심지어 제본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1989년 2판이 나올 때까지 몇 권의 부록들이 만들어졌다. 2판은 총 20권에 2만 2,000페이지 ... 3판은 달랐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3판은 무게가 나가지 않았다. ... 2000년부터는 전체 콘텐츠에 대한 개정판이 분기마다 온라인으로 게재되었다.
p.103-104. 사전편찬 작업을 하면서 코드리는 A부터 시작했고, 1879년의 제임스 머리 역시 A부터 시작했지만 심프슨은 M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 앞 글자들에는 제임스 머리가 초기에 불안정한 상태에서 했던 작업의 미숙한 흔적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심프슨의 말을 들어보자. "...A부터 시작하면 두 배로 일이 어려워질 수 있었습니다. ... D 정도부터는 가닥을 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우리는 G나 H부터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겠다고 생각했어요. ... 그래서 차라리 그 뒤부터 시작하자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편찬자들은 한 글자씩 개정해나가면서, 어디서 나왔든 새로 등장한 신조어들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알파벳순 차례를 기다렸다 넣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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