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1부. 9장, 10장.
모임 정리
책새벽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09-10 13:16
조회
965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3에서는 현재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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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2010. 문학과지성사.
제9장
p.195.
과학적 방법의 진정한 목적은 자연이 당신을 잘못 인도하지 않도록 단속을 하는 데 있다.
정비사든, 과학자든, 또는 기술자든,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명함이라도 내밀 만한 사람이라면 그들 가운데 누구도 그런 식의 착각 때문에 애를 먹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경계의 자세를 취한다. 이것이 바로, 그렇게도 많믄 양의 과학과 공학기술분야의 정보가 그처럼 지루하고 조심스럽게 들리는 주된 이유다. 만일 당신이 조심성을 잃거나 또는 과학적 정보를 낭만의 대상으로 여겨 여기저기 아름답게 치장하는 경우, 자연은 곧 당신을 완벽한 멍청이로 만들 것이다.
... 따라서 자연을 상대로 할 때 당신은 극도로 조심해야 하고 엄격하게 논리적이어야 한다. 논리적으로 단 한번의 실수라도 하는 경우, 과학이라는 엄청난 성채는 순식간에 몽땅 와해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에 대한 연역을 단 한번이라도 잘 못하는 경우 당신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진퇴양난 속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p.196-197.
낭만파들은 공인된 과학적 방법의 세번째 항목인 실험을 때때로 과학 그자체의 전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눈에 확연히 띄는 것은 오로지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는 수많은 실험관들과 수상하게 생긴 도구들이 보일 것이고, 또 무언가를 발견하면서 주변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과학자들이 보일 것이다.
그들은 실험이 한결 더 규모가 큰 지적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보지 못하며, 그리하여 때때로 실험을 하는 것과 시범을 보이는 것 사이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 채 양자를 혼동하기도 한다. ... 프랑켄슈타인이라도 만들어낼 법한 5만 달러짜리 복잡한 장치를 동원해서 놀라운 과학 쇼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결코 과학적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와는 달리, 축전지가 제대로 작동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경적을 눌러보는 모터사이클 정비사는 공인된 것이 아니긴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과학적 실험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p.199-200.
실제로는 육체 노동이란 정비사들이 하는 일의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며, 또 가장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에서 단연코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세심한 관찰과 정확한 사고다. 종종 정비사들이 테스트 작업을 할 때 그처럼 과묵하고 또 무언가에 침잠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들은 작업을 하는 동안 당신이 말을 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마음속의 이미지에, 계측 체계에 온정신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올바른 계측 체계와 이를 비교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현재의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그들은 내재되어 있는 근원적 형상에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이다.
p.205.
가설을 세우는 과정은 과학적 방법의 전 과정에서 가장 의문스러운 과정이다. 가설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사람이 어딘가에 앉아서 자신의 일에 몰두해 있다고 하자. 그러다가 갑자기 번개처럼 이제까지 이해하지 못하던 무언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자. 가설은 테스트를 거치기 전에는 진실이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가 암시하듯 테스트가 그 출처는 아니다. 가설의 출처는 다른 어딘가에 있다. (아인슈타인의 인용문으로 이어집니다.)
제10장
P. 203
많은 사람들이 뛰어난 지적 능력에 대한 희열감 때문에 과학을 선택한다. 그들에게 과학이란 그들 자신의 특별한 오락물로, 생생한 체험과 야망의 만족을 위해 그들은 이 오락물에 눈길을 준다. 한편 다른 부류에 속하는 많은 사람들이 신전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을 이 신전의 제단에 바치되 순전히 실리적인 목적을 위해 그렇게 한다.
만일 하느님의 천사가 와서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을 몽땅 신전 밖으로 쫓아낸다면, 신전은 눈에 띄게 텅 빈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몇몇 사람들이, 현재의 사람들과 과거의 사람들 몇몇이 신전 안에 남아 있게 될 것이다. . .만일 방금 추방했던 부류의 사람들이 신전에 있던 유일한 사람들이라면, 신전은 결코 존재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마치 나무가 없이 오로지 곤충들만으로 이루어진 숲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 . . 천사가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은. . . 다소 묘한 구석이 있고, 좀처럼 말이 없으며, 고독한 친구들이다. 천사에게 거부당한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비슷한 것과는 달리, 그들에게서는 서로 비슷한 구석을 정말로 찾아보기 어렵다."
p.206.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자연이 가설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연은 단지 실험 데이터만을 제공할 뿐이다.
"이 문제에 정말로 심각하게 부딪혀 본 사람이라면, 비록 현상과 이론적 원리 사이를 연결해주는 가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현상 세계가 고유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론적 체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아인슈타인)
p.208.
만일 모든 가설을 다 테스트할 수 없다면, 어던 실험의 결과도 잠정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학적 방법 전체가 증명이 완료된 지식을 확립하려는 자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진화 과정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어느 한순간을 기준으로 해서 보든 상정 가능한 수많은 잠재적 구성물 가운데 어느 하나가 나머지 다른 것들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함을 항상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더 문제 삼지 말자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입장이다.
하지만 파이드로스가 보기에 그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약한 답변이었다. "어느 한순간을 기준으로 해서 보든"이라는 구절이 그에게 정말로 대단한 충격을 주었다. 정말로 아인슈타인이 진리는 시간의 함수 가운데 하나라는 뜻에서 그런 진술을 한 것일까? 만일 그런 뜻으로 진술했다면, 이는 모든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인 시간을 초월한 진리에 대한 믿음 자체를 무효화할 수도 있다!
p.211.
기회만 주어졌다면 그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의 원인은 이성 자체가 그 본질 안에 간직하고 있는 유전적 결함에 있다. 그리고 이 유전적 결함을 바로잡기 전까지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현재 떠받들고 있는 유형의 이성적 합리성은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세계로 이끌어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세계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유형의 합리성이 우리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이후다. 의식주의 문제가 우리를 지배하는 한, 이 유형의 합리성은 계속 유효한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더 이상 모든 것을 압도할 만큼 다급한 문제는 아니다. 그런 이상 고대로부터 우리에게 전해져온 이 유형의 합리성은 더 이상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 이것의 본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서적으로 공허하고, 미학적으로 무의미하며, 영적으로 빈곤한 것, 이것이 바로 우리를 지배하는 합리성의 본래 모습이다. 오늘날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은 그런 것이며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하여 이런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p.213.
실비아와 존, 그리고 크리스와 나는 어둠에 덮여가는 중심가를, 저 멀리까지 길게 뻗어 있는 중심가를 따라 걷는다. 걷는 동안 산과 관계가 없는 것들을 화제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지만, 우리는 내내 산악 지대가 우리 옆에 있음을 느낀다. 이곳에 오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이곳에 오게 되어 약간은 슬프기도 하다. 때때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목적지를 향해 여행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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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인 시간을 초월한 진리에 대한 믿음 자체를 무효화할 수도 있다" 라는 부분... 진리가 시간을 초월한 것이냐 그것과는 무관할 수 있느냐도 문제지만 무엇을 진리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공통된 그것이 없는데도... 어디서나 자주 진리,진리, 진리....
책꼽문 업데이트 :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10장 p.206~213까지 책꼽문 추가했습니다. 10장에는 과학에 대한 얘기가 직접적으로 많이 나오네요. 아박사님도 자주 등장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