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금. 세계철학사 1 : 1부 - 2장 퓌지스의 탐구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08-11 05:54
조회
852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금' 시즌1에서는 현재 『세계철학사』 1권의 1부를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세계철학사 1』. 이정우. 길. 2018.
2장. 퓌지스의 탐구
1절. '탄생'의 문제
2절. '아르케'를 찾아서
철학소?
이정우가 말하는 '철학소'의 예들이라고 생각되는 문장들, 오늘 읽은 데서 찾아보면 이렇게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p.70. "미규정의(undetermined) 무엇이 규정됨으로써(determined) 일정한 사물이 된다는 것, 이것은 그리스 철학, 나아가 사유 일반의 기초 요소들 - 철학소(素)들 - 중 하나이다.")
- "사실 이런 식의 생각 즉 도대체 세계를 받쳐주는 것이 무엇이냐를 둘러싼 논의들은 자연철학사 내내 문제가 된다." (p. 65)
- "생명 개념의 정의 문제, 생명체와 무생명체의 구분이라는 문제 또한 자연철학사 내내 중요한 문제로서 이어지게 된다." (p. 67)
- "세계(특히 우주), 영혼, 신이라는 이 삼자 관계는 이후 줄곧 서구 철학사를 관류한다." (p. 67)
- "존재론적 층위들(ontological layers/levels)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 또한 철학의 핵심적인 문제들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p. 69)
- "'잠재적'으로 공존하던, 즉 잠존하던(subsist) 존재들이 '분화'되어 '현실적'으로 실존하게(exist) 된다는 이 생각은 사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소들 중 하나이다." (p. 74)
p.69-70.
아낙시만드로스는 경험을 넘어 아르케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경험할 수는 없지만 이성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이미 인식론의 주요 문제인 이론적 존재(theoretical entity)의 문제가 제기되어 있다.
감각할 수는 없지만 사유할 수는 있는 것,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 4원소보다 한 차원 더 아래에 존재하며 그것으로부터 4원소가 나왔으리라 짐작되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겠는가?
때문에 그는 이 무엇을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제시하기 보다 하나의 개념으로서 제시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성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마련된다.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차원을 이성적으로 추론해 그 결과를 어떤 개념으로서 제시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바로 이런 과정이 이후 학문의 역사를 지배하게 된다.
3절. 합리와 신비 사이
p.84.
퓌타고라스학파는 우주 - 이 학파가 '질서(taxis)' 개념을 함축하는 것으로서 '우주(kosmos)'라는 말을 처음 썼다고 한다 - 를 순수한 자연과학적 법칙에만 따르는 차갑고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모종의 신성이 깃들어 잇는 곳으로 보았다.
p.84-85.
그리스의 사고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범신론의 성격을 보여준다. ... 이 우주는 아무 의미 없는 물질이나 카오스, 아무 이유 없는 법칙들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어떤 신성한 이법이 깃들어 있는 존재이고, 우리는 이 이법을 탐구함으로써 우주의 신성에 다가선다는 것이다. ... 바로 이런 근거에서 퓌타고라스학파가 과학학파인 동시에 종교단체일 수 있었을 것이다.
p.87.
유럽에서 근대 과학의 창시자들이 기독교와 충돌했다고 하는 이야기에는 과장 내지는 거짓이 들어 있다. ... 우주에 대한 수학적 탐구는 곧 신의 위대함을 발견하는 과정 ...
p.88.
갈릴레오는 자신의 자연철학이 기독교 교리를 위반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교회와 맞설 의도 또한 전혀 없었다. 그는 한평생 교회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 소시민에 불과했다. 데카르트, 뉴턴, 라이프니츠 등도 모두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서구 사상사에서 자연과학과 종교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은 언제인가? 자연과학이 이 세계는 아무런 형이상학적 이유도 없는, 아무런 신비한 이법도 없는 우연의 산물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때, 바로 그때 양자는 결정적으로 부딪히게 된다. 진화론의 도래가 결정적이다. ... 생명체의 진화는 그 어던 섭리도 이유도 예정된 질서도 없이 단지 우연한 상황들 때문에 일어날 뿐이라고 주장하는 순간 기독교와 자연과학은 충돌하게 된다.
p.94-95.
무한정 또는 비-한정으로서의 아페이론은 현대 철학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이런 흐름은 예술에서도 확인된다. ... 이렇게 음악에서 우리는 아페이론의 귀환을 확인할 수 있다. ... 문화예술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만일 현대 예술의 거의 무한정한 다양성을 '일이관지'할 수 있는 어떤 존재론적 원리가 있다면, 그것은 곧 아페이론의 원리일 것이다.
p. 95~96
"아페이론의 귀환은 정치의 영역에서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에서 의미 있는 소리와 의미 없는 소리가 구분되었듯이, '사농공상'의 분절체계 즉 '한정된' 체계는 그 한정에 속하는 것들과 속하지 않는 것들을 구분했다. 후자는 물리적으로는 사회 안에 존재했지만 사회적으로는 그것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정치는 사회-근대 이전에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사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지만-라는 아페이론을 어떤 주물로 찍어서 일정한 모양새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정치는 굵직한 분절선들과 집단들을 통해서 움직였으며, 그것들 사이의 무정형한(amorphous) 흐름들은 무시되었다.
현대 대중사회의 도래는 정치의 세계를 대중 각인의 욕망의 흐름에 기초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정치적 힘이 행사되는 단위가 (사회적 맥락에서는 최하의 단위인) 개인으로까지 내려감으로써,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모자이크로 이행한 듯이, 정치적 힘이 세부된 입자들의 와류로 화한 것이다. 정치적 틀은 이런 대중의 욕망의 모자이크가 만들어내는 결과로서 구성되기에 이른다.
이런 구성은 어떤 틀에 의한 구성이 아니라, 복잡계 과학에서의 창발처럼 아래로부터 자연발생적으로(spontaneously) 형성되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원칙적인 이야기이고, 또 이 상향적 구성의 결과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현대에 이르러 민주적 정치의 존재론적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페이론은 현대 사회와 정치의 근저에서도 활기차게 작동하고 있다.
이렇게 '아페이론'이라는 개념 하나가 서양 문명 전체의 흐름을, 적어도 그 한 가닥에 있어 인상 깊게 드러내준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철학사를 쓰는 것은 곧 개념사를 쓰는 것이라는 사실, 철학사를 결국 개념사들의 다발이라는 점을 아페이론 개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개념사를 탐사하면서 우리는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온 사유의 맥놀이를 생생하게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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