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1부. 제1~3장.
모임 정리
책새벽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3-07-24 05:55
조회
1004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3에서는 현재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2010. 문학과지성사.
제1장
p.47.
나는 모터사이클 관리와 관련하여 그들과 의견을 달리하지만, 공학 기술에 대한 그들의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그저 그들이 공학 기술로부터 도피하고 공학 기술을 증오하는 가운데 그들 스스로 자신들을 패배자로 만든다고 생각할 뿐이다.
신성한 부처님은 산 위에서나 연꽃잎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주 편안하게 디지털 컴퓨터의 회로 안에, 그리고 모터사이클의 변속기 안에 정좌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처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나아가서 자신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 된다. 이것이 바로 이번 '야외 강연'을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2장
p.50.
이처럼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경우, 변화는 부지불식간에 사람들의 의식을 사로잡는다. 마치 파도가 심한 해안의 항구를 떠난 다음 물결이 크게 굽이친다고 느끼다 뒤돌아보니 어느덧 육지가 너무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게 되는것과 마찬가지다.
p.52.
다른 모든 것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 존재하는 것을, 다른 모든 것들이 부재하기 때문에 인식될 수 있는 그 무엇을 그녀가 보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때때로 그녀는 도시에서의 삶이 가져다주는 단조로움과 지루함 때문에 몹시 우울해 보인다. 바로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풀밭과 바람 한가운데에서 그녀는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때때로 우리를 찾아오는 그 무언가를 바로 여기에 그것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린다는 것은 경치를 그저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경치 속에 몰입되는 것이고, 폭풍우도 분명히 그 경치의 일부분이다.
p.64
나는 이번 여행에서 이 점에 주목하여 약간이나마 탐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함으로써 우리는 인간의 존재와 인간의 행위 사이를 갈라놓는 이 수상쩍은 현상에서 무언가 단서를, 이 20세기에 도대체 뭐가 잘못되어 있는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나는 이런 일을 하는 데 서두르고 싶지 않다. 서두른다는 것 자체가 유해하기 이를 데 없는 20세기적 태도다.
제3장
p.67
너무도 짙어 검은빛이 도는 잿빛의 대기가 땅바닥에까지 내려와 세상을 뒤덮고 있는 곳에 이르자, 전에는 보이던 마을이, 몇 채의 조그만 건물과 급수탑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곧 우리를 덮칠 것이다. 앞에 마을이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그 마을에 이르기 위해 우리는 그저 달릴 뿐이다.
p.68
경고라도 하듯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정도 속도를 내고 달리면 빗방울이 바늘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지평선으로 이어지는 십자로가 나온다. 그렇지... 바로 이 속도로 가야지. 이게 제 속도지.
p.70
비가 멈춘 후에 하늘이 약간 밝아진다. 하지만 모텔의 안마당에서 보면 사시나무 건너편으로 또 다른 어두움이, 밤의 어두움이 우리에게 막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차가운 밤바람이 길가의 사시나무들 사이로 지나가자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쳐 요란한 소리를 낸다.
크리스가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이 녀석은 결코 지치는 법이라고는 없다.
p.74
"중력과 중력의 법칙을 예로 삼아 한번 얘기해볼까? 아이작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들고 나오기 전에도 중력과 중력의 법칙은 존재했다. 이렇게 추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이지. 17세기 이전에는 중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당연히 미친 사람이겠지."
p.75
"만일 그와 같은 중력의 법칙이 존재했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얼 어떻게 해야하는지, 솔직히 말해 난 모르겠어.
내가 보기엔,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온갖 테스트란 테스트는 모두 통과한 것이 중력의 법칙 같아.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지니는 속성 가운데 단 하나라도 바로 그 중력의 법칙이라는 것이 소유하고 있지 않았던 것은 생각해낼 수 없으니깐 말이야.
그리고 존재하는 것들이 지니는 과학적 속성 가운데 단 하나라도 중력의 법칙이 소유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낼 수 없으니까 말일세. 그런데도 그와 같은 중력의 법칙이 존재했다고 믿는 게 여전히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p.76
우리 모두는 대단히 오만하고 자만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라서 남들의 유령을 헐뜯는 데는 선수지만, 우리들 자신의 유령에 대해서는 상대와 마찬가지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야만적이고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멍청이들인 셈이지."
p.79
모텔 창문의 방충망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전하는 소리를 빼놓고는 사위가 고요하다. 대초원의 활짝 열린 들판을 가로질러 우리를 향해 휘몰아치던 그 모진 바람에 대한 생각 역시 이제는 잠들어 고요해진 상태다. 바람에 대한 생각이 자장가가 되어 나를 잠으로 이끈다.
바람이 거세게 일다가 잠잠해지고, 다시 거세게 일다가 한숨 소리로 바뀌고는 다시 잠잠해진다.... 저 멀고도 먼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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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4-75 발췌글에 대해서 질문과 문제 제기가 카톡방에서 좀 있었는데요. 제가 생각해본 것만 우선 올려보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시간 되실 때 올려주시고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75쪽 "솔직히 말해 난 모르겠어 ..."에 해당하는 원문은 이렇습니다.
Ì honestly don't know what a thing has to do to be nonexistent. It seems to me that law of gravity has passed every test of nonexistence there is. You cannot think of a single attribute of nonexistence that that law of gravity didn't have. Or a single scientific attribute of existence it did have. And yet it is still `common sense' to believe that it existed.
이 내용을 정리해본다면, 중력의 법칙은
-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지니는 속성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 '존재하는 것들이 지니는 과학적 속성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 중력의 법칙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온갖 테스트'는 다 통과했다. 즉, 온갖 실험과 관측 결과 중력의 법칙은 존재한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것은 중력 그 자체가 아니라 '중력'이라는 말 혹은 '중력의 법칙'입니다. 뉴턴 이전의 사람들은 중력이나 중력의 법칙이 아니라 중력 현상을 경험했던 것이고요.
원자 개념도 그럴 것 같은데요. 원자라고 하면 우리는 원자 모형을 바로 머리 속에 그려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원자가 그런 식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최신 현대 과학이 원자를 그렇게 설명하고 있을 뿐인 것이죠. 그래서 새로운 원자 모형이 나올 때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온 후에 우리는 원자도 중력도 전혀 다르게 인식하게 되는 거고요.
저자는 과학철학에서 자주 끊임없이 등장하는 주제(인식론, 존재론?)를 아주 특이한 방식과 맥락 안에서 그리고 과학에서 사용하는 말이 아닌 일상어(?)로 설명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읽다보니 플라톤의 대화록에서 소크라테스가 상대방을 코너로 몰아갈 때 쓰는 그런 수법이 살짝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