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필연 세미나 소감
계시판에 글을 올리라고들 하셔서, (괜히 분위기 상) 그냥 올려봅니다.
(이러면 필연성이 없으니, 우연적인, 임의적인 글인가요??)
neomay33 님이 발제에서 이 글의 원천이 대학에서의 특별 강연이었다고 소개시켜 주셨지요. 제목이 대략, 분자 생물학과 kingdom of Ideas ( 사상계 쯤 되겠지요? kingdom 의 보통 단어적인 의미가 전제군주제 라는 걸 잘 알테지만, 생물학자니까 그 분야 전문용어로 밀어 붙이는 것도 이 분의 성격인지, 그리고 글의 성격도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저 강연의 목적, 따라서 필연적으로 이 책의 목적도 뒤의 Kingdom of Ideas 가 됩니다. 세상에서 노벨상으로 인정받은 저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평생에 걸친 통찰에 의해서 9장의 결론이 나왔다는 구성이 됩니다.
그러면 9장의 내용,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잘 되시나요?
책밤에서 돌아가면서 낭독을 할 때도, 오늘 세미나에서도, 그리 쉽게 납득이 되거나, 앞으로의 인류와 학문의 방향성을 밝혀주는 통찰이라고 무릎을 치면서 공감이 되시던가요?
제게는 너무 과격하다고, 그리고 혹시 이렇게 될 수 있더라도 그건 아주 협소한 부분만 그럴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러면 저자의 의도는 실패한 것이겠지요.
9장을 빼고 나머지 장들에서 저자의 통찰에 감탄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저자의 의도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것이겠지요.
지금도 인정받는 과학의 고전, <우연과 필연> 의 명성과 평가는, 저자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9장을 뺀 나머지 장에 들어 있지 않나 싶어서, 뭔가 아이러니 싶네요.
그리고 책 제목인 '우연' , '필연' , 그리고 '과'
저 둘이 뭔지, 그리고 그 둘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고 그래서 어떻게 다른 면모를 나타내는지 등에 대한 얘기가 책에 분량도 적고, 분명하게, 자세히 다루지 않아서, 많은 독자의 기대를 져버린 듯 싶어서, 그것도 아쉽습니다.
가상의 친구와의 대화를 꾸며 봤습니다.
"이번에 <우연과 필연>을 처음부터 다 읽었고, 세미나도 했지."
" 그래? 그럼 뭐가 우연이고 뭐가 필연이래니? 그리고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되고? "
"어 ... 뭐라뭐라 했는데, 잘 모르겠네."
"아니, 책도 읽고 세미나도 했데매?"
"저자가 본문에 녹여 놨는데, 딱히 명시적으로 그 주제를 깊게 파고 들지는 않은 듯 해."
"그럼 결론이 뭐야?"
" 9장에서 지식의 윤리가 어쩌고 저쩌고 ... "
"그게 우연과 필연 때문이라고? "
"그건 ... 잘 모르겠네 ... "
"뭐 그런 책이 다 있다냐? 내가 미루고 안 읽길 잘했네. 어쨋든 고생했네"
"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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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필연> 의 현대판 이라고 할 만한 책이 있다고, 자연사랑님께서 소개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1년에 나온 <세포 한 가운데의 우연>이란 책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Jean-Jacques Kupiec, Olivier Gandrillon, Michel Morange, Marc Silberstein (2011) Le hasard au cœur de la cellule: Probabilités, déterminisme, génétique
https://amzn.to/3Jslhj7https://doi.org/10.3917/edmat.kupie.2011.01.
서론의 제목이 "생물학에서의 우연과 필연"임을 보면, 자크 모노의 책에서 서술된 이야기를 확장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각 장의 제목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유전자와 세포분화의 통계적 표현
2. 확률의 다양성
3. 단일 세포 수준에서 유전적 표현의 변이가능성의 분자적 메커니즘과 생물학적 기능
4. 유전적 결정론, 베르나르의 결정론, 라플라스의 결정론
5. 세포분화의 다윈주의 모형의 컴퓨터 시늉내기
6. 암의 발생에서 무작위 유전자 발현의 역할
7. 유전자 발현의 확률론적 모델에서 확률의 대상적 해석
8. 결정론을 넘어선 필연성과 무작위성: 계몽사조와 분자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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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야구가 져서, 크게 심통이 난 채로 책을 보고 세미나를 하니, 이런 글이 나오네요.
제게는 우연이라고 얘기되는 영역이 비할 수 없이 크게 작용하고 있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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