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말한 티에라델푸에고의 식인 풍습 이야기가 진짜일까요?
찰스 다윈을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비둘기에 대해 그토록 면밀하게 연구했던 자연학자(박물학자)가 막상 티에라델푸에고에 사는 사람들은 인간과 유인원의 중간쯤으로 여기면서 그들을 서슴지 않고 '야만인'이라고 부르고, 전혀 확인되지 않은 엉터리 이야기를 자기 책에도 떡 하니 써 놓고 있습니다. 이 사람의 서술을 신뢰해도 좋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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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ee the value set on animals even by the barbarians of Tierra del Fuego, by their killing and devouring their old women, in times of dearth, as of less value than their dogs." (Charles Darwin, On the Origin of Species. 1st ed. p. 36)
"심지어 티에라 델 푸에고의 야만인들도 동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들은 노파를 개보다도 더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 기근이 들었을 때 노파를 죽여서 먹기도 한다." (장대익 역)
"우리는 동물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경우를 볼 수 있는데, 티에라 델푸에고 섬에 살고 있는 야만인들은 식량이 부족해지면 자신들의 개보다 가치가 적다고 생각되는 늙은 노파를 죽이거나 잡아먹었다." (신현철 역)
신현철의 역주: "<비글호 항해기> 2판 214쪽에 있는 내용으로, 1832년 12월25일 기록이다. 이 부분은 티에라델푸에고 섬사람들이 그근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겨울에 굶주림이 찾아오면, 이들은 자신들의 개를 죽이기 전에 늙은 노파를 잡아먹었다. 소년에게 왜 이렇게 하냐고 물었다. 소년은 '개들은 수달을 잡지만 늙은 노파는 하지 못한다'라고 대답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거짓으로 확인되었는데, 영어에 서툰 소년이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답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James. T. Costa (2009). The Annotated Origin. p. 36
"In chapter X of Voyage of the Beagle, Darwin recounted chilling stories of cannibalism by the Feugians: "it is certainly true, that when pressed in winter by hunger they kill and devour their old women before they kill their dogs: [a native] boy, being asked by Mr. Low why they did this, answered, 'Doggies catch otters, old women no.' This boy described the manner in which they are killed by being held over smoke and thus choked; he imitated their screams as a joke, and described the parts of their bodies which are considered best to eat. Horrid as such a dearth by the hands of their friends and relatives must be, the fears of the old women, when hunger begins to press, are more painful to think of; we were tole that they then often run away in to the mountains, but that they are pursued by the men and brought back to the slaughter-house at their own firesides!" Later scholarship suggest that the early reports of cannibalism by the Fuegians are bogus; see discussion in Hazlewood (2000)."
Hazlewood, N. (2000). Savage: The Life and Times of Jemmy Button. St. Martin's Press. https://amzn.to/3kiv9ly
<종의 기원>에서는 아주 명료하지 않지만, <비글호 항해기>에는 찰스 다윈의 인종차별주의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Rose S. (2009). Darwin, race and gender. EMBO reports, 10(4), 297–298. https://doi.org/10.1038/embor.2009.40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672903/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글을 만나서 여기에 공유합니다.
Josie Glausiusz (2021). “Savages and cannibals: Revisiting Charles Darwin’s Voyage of the Beagle”. What Is Emerging.
https://www.whatisemerging.com/opinions/savages-and-cannibals
저의 우려는 이렇게 사유 깊이 박혀 있는 인종차별주의가 찰스 다윈의 생물학적 이론에도 여하간 침투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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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것 같습니다. 저는 가끔 영화 『패딩턴』이 생각나는데요. 식민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와 식민지에 살고 있던 선주민들을 보는 유럽인들의 시각이 이 영화에 잘~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기자기 귀여운 영화를 재밌게 보기 어려웠더랬습니다.
다윈도 자신의 시대, 자신의 계급적 지위에서 벗어나는 시각을 가지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다윈보다 더 심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있고 일반 대중을 도기, 피기로 보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현대의 인종차별주의자들처럼 다윈 당시 기준으로 볼 때 평균 이상의 편견을 그가 가지고 있었다면 정말 문제일텐데, 이것도 아마 사안마다 다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선주민들을 야만인으로 보았지만 노예제는 반대했으니까요.
다윈을 미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자주 등장하는 에피소드인지는 모르겠지만 피츠로이 선장과 노예제 문제로 크게 다투고 탐험대에서 아주 빠질 생각으로 배에서 내려 2박 3일인가 육지에 머물렀는데, 결국 피츠로이 선장이 직접 와서 사과하고 다시 돌아갔다는 얘기를 읽었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다윈이 『종의 기원』이라는 엄청난 책을 썼고 진화론이라는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이론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겠죠. 고전이 다 그렇겠지만 어떤 책이 처음 나온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필요, 편견을 잘 가려 읽어야야겠습니다. 분야가 또 생명, 진화론이다보니 더 그렇기도 하겠고요. 그나저나 신현철 번역본을 꼭 참조해야겠습니다. 각주도 번역도 정말 훌륭하네요.
Darwin's dangerous ideas라는 비비시 다큐를 보면 남미 최남단의 원주민을 만난 다윈이 받은 충격과 그것이 진화론을 창안하는데 미친 영향이 언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