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밤] (우연과 필연) 모노의 우연 3종류에 관하여
모노의 우연 3종류에 관하여
Francesca Merlin (2015)
Monod's conception of chance: its diversity and relevance today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631069115000608
자연사랑님이 발견하시고, neomay33 님이 알려주신, 논문입니다.
논문은 2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모노의 <우연과 필연> 에서 우연이 3종류 라는 앞부분, 그리고 요즘 생물학에선 그 우연을 어떻게 보는가 라는 뒷부분입니다.
모노의 우연은 “absolute coincidence”, “pure chance”, “incompressibility” 라고 합니다.
1. "absolute coincidence” 는 "절대적인 우연의 일치" 로 6장의 <조작상의 불확정성과 본질적인 불확정성> 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 완전히 서로 독립적인 두 개의 인과 계열이 서로 교차해서 일어나게 되는 사건의 경우가 그런 경우다. " 즉, 전혀 별개인 두 개의 흐름이 하필 그 시간, 그 공간에서 만나서 생기는 사건이라는 얘기 입니다.
2. “pure chance” 는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 이며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의 적용을 받습니다. 역시 6장의 <조작상의 불확정성과 본질적인 불확정성> 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미시세계에서의 사건 발생의 우연성입니다.
3. “incompressibility” 는 200개의 아이노산 잔기의 단백질에서 199개의 순서를 정확히 알아도 다음 번을 모른다는 의미 랍니다. 5장의 <합목적적 구조의 궁극적인 근거> 에 있습니다.
압축불가 라는 표현은 Kolmogorov's particular definition of randomness in terms of complexity (콜모고로프 라는 학자가 복잡도로 무작위를 정의할 때 쓴 용어 랍니다.)
incompressibility라는 말은 규칙으로 압축해낼 수 없는 무작위적 특성이며, 책새벽에서 읽고 있는 information에 이 내용이 나온답니다.
이렇게 3개의 우연 말고도 6장의 <조작상의 불확정성과 본질적인 불확정성> 에서 말하는 조작상의 우연도 있지요. 주사위나 룰렛의 경우이며 원리적으론 정확히 예측할 수 있지만, 정보가 부족해서, 또는 보는 사람의 무지로 결과를 예측못하는, 그래서 우연으로 퉁치는, 무늬만 우연 (^^) 입니다.
( 하지만 우리네 삶에서 만나는 우연은 대부분 이쪽이 아닐까요? )
논문의 결론은 모노의 저 우연들이 요즘 생물학에선 그게 아니라고들 한다는 얘기네요. 하긴 벌써 50년된 책이니까요. 아직 결론을 자세히 읽진 않았습니다.
괜히 딴지를 걸자면, 모노의 저 우연들은 너무 완전한 우연이라는 것입니다. 대충 우연인 것 (조작적 우연처럼) 도 생각해 볼 만 하지 않나 싶구요.
게다가 정말로 완전한 우연을 우리가 알 수나 있나 싶기도 합니다.
처음 우연인 "absolute coincidence” "절대적인 우연의 일치" 의 예로 의사 뒤퐁 씨가 배관공 뒤부아 씨가 떨어뜨린 망치로 사망하는 얘기를 합니다.
과연 이것이 '완전히 독립적인' 두 개의 사건들이 '우연히' 겹친 것 일까요?
만약에 커다란 대로에 갑자기 높은 나리께서 행차 하셔서, 할 수 없이 의사 뒤퐁씨가 평소에 다니지 않던 골목길로 가야만 했고, 배관공 뒤부아 씨도 급히 작업하던 곳에서 옮겨서 다음 집 공사를 하게 되었다면요? 그래서 급히,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라서 실수로 망치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렸다면요?
그러면 완전히 독립적인 두 개의 사건이 갑자기 공통 원인을 갖게 됩니다. 아주 별개의 사건은 아니게 되지요.
(게다가 저 사망사건은 아마도 과실치사로 배관공이 입건 될 것 같아요. 절대적인 우연이라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하겠지요)
완전히 독립적인 두 사건이라는 걸 밝히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 우연인 “pure chance” 는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 이며 양자역학의 원리상 우연에 해당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우연이라는 것이며 양자역학의 공리로도 취급하기도 한다네요. 하지만 모노의 책에선 이 우연은 언급만 하고 지나갑니다. 바로 생물학으로 연결은 안 시키는 듯 합니다.
그리고 3번째 우연인 “incompressibility” "압축불가능성" 인 200개의 아이노산 잔기의 단백질에서 199개의 순서를 정확히 알아도 다음 번을 모른다게 정말 그럴까 하고 얘기들을 카톡방에서 꽤 했습니다.
20개인 아미노산 종류에서 딱 맞는 아미노산이 아닌 19개인 다른 아미노산이 200번째 순서에 온다면 그로인해 발생되는 단백질이 달라질테니, 생물은 의지로 그걸 조절하지 않겠냐 라고들 카톡방에서 얘기들 했었습니다. 왜 이걸 모노는 우연이라고, 아무런 법칙도 없다고 저렇게나 강하게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199에서 200 으로 넘어갈 때 완전히 우연일까요? 모노 때는 미처 몰랐지만 무슨 원인이나 규칙이 있지는 않을까요? 몰라서 우연이지 원인을 찾으면 필연이 되는 것이 겠지요. 우리 때도 못 찾았지만, 50년 100년 뒤의 생화학에선 그 원인을 찾는다면요? 미래를 누가 보장할 수 있나요?
=====================================
오늘은 책밤이 있고, 저번 세미나에선가 자연사랑님이 모노의 우연에 대해서 쓰신 글이 있다던데 ... 이런 어설픈 기억 '우연히' 나서 카톡방에 글을 올렸더니,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담이 되는 우연이었습니다 ^^
ps. 원인을 잘 모를 때는 우연이고, 원인을 밝혀내면 그때부터 필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좀 막무가내 인가요? ^^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료] 자연철학이야기 대담 녹취록, 세미나 녹취록, 카툰 등 링크 모음입니다.
neomay33
|
2023.10.24
|
추천 0
|
조회 3081
|
neomay33 | 2023.10.24 | 0 | 3081 |
384 |
어제 모임의 토론에 이어 (1)
박 용국
|
2025.04.11
|
추천 2
|
조회 39
|
박 용국 | 2025.04.11 | 2 | 39 |
383 |
녹색문명공부모임- 숙제 (4)
kyeongaelim
|
2025.04.10
|
추천 1
|
조회 52
|
kyeongaelim | 2025.04.10 | 1 | 52 |
382 |
민주주의와 온생명 (2)
박 용국
|
2025.04.06
|
추천 1
|
조회 71
|
박 용국 | 2025.04.06 | 1 | 71 |
381 |
한강의 생명과 장회익의 생명 (2)
박 용국
|
2025.02.01
|
추천 3
|
조회 246
|
박 용국 | 2025.02.01 | 3 | 246 |
380 |
[자료] 책새벽-목-문예사1 : 선사시대 관련 책
neomay33
|
2025.01.16
|
추천 0
|
조회 190
|
neomay33 | 2025.01.16 | 0 | 190 |
379 |
[자료] 『Cosmos』 읽으면서 초반에 알아두면 도움되는 내용
neomay33
|
2025.01.09
|
추천 0
|
조회 262
|
neomay33 | 2025.01.09 | 0 | 262 |
378 |
[자료] 「Cosmos」 다큐(2014, 1980) 영상보기 링크
neomay33
|
2024.12.31
|
추천 0
|
조회 1457
|
neomay33 | 2024.12.31 | 0 | 1457 |
377 |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 사고 희생자분들을 추모합니다.
neomay33
|
2024.12.31
|
추천 0
|
조회 213
|
neomay33 | 2024.12.31 | 0 | 213 |
376 |
[질문] 보람의 가치론과 실재의 질서
자연사랑
|
2024.12.13
|
추천 2
|
조회 248
|
자연사랑 | 2024.12.13 | 2 | 248 |
375 |
[알림] 책새벽-목-시즌5 : 읽을 책 설문조사 결과
neomay33
|
2024.12.13
|
추천 0
|
조회 216
|
neomay33 | 2024.12.13 | 0 | 216 |
깔끔한 정리 덕분에 개념들이 훨씬 명쾌하게 자리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