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밤-시즌2. 발췌 2장] 우연과 필연 - 2장.생기론과 물활론
모임 정리
책밤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2-12-06 13:10
조회
1626
책밤 시즌 2 : 『우연과 필연』 2장. 생기론과 물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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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필연』. 자크 모노 지음. 조현수 옮김. 궁리. 2022(제2판). 2010(제1판). 제2장. pp.41~71.(쪽수는 1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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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에서는 매주 화요일 밤 9-10시에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밤'을 합니다. 현재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을 읽고 있습니다. 모임에서 읽은 내용 중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챕터별로 발췌해서 옮기고 있습니다. 질문이나 토론거리, 함께 보면 좋을 자료들이 있으시면 부담없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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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필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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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 이상한 존재들
2. 생기론과 물활론
3. 맥스웰의 도깨비
4. 미시적 사이버네틱스
5. 분자 개체 발생
6. 불변성과 요란
7. 진화
8. 지식의 최전선
9. 왕국과 어둠의 나락
부록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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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생기론과 물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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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
불변성과 합목적성 사이의 우선 관계 : 근본적인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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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합목적적 속성이 근대 인식론의 근본을 이루는 공리들 중 하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모든 철학적, 종교적, 과학적 세계관은 이 문제에 대해 반드시 함축적으로든 명백하게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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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42. 현대 과학의 눈으로 볼 때 유일하게 받아들일 만한 가설...은 불변성이야말로 필연적으로 합목적성에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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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2. 자연선택설은, 불변성을 일차적인 속성으로 생각하고 합목적성을 불변성으로부터 파생되어 온 이차적인 속성으로 생각함으로써, 이제까지 제시된 여러 이론들 가운데 유일하게 '객관성의 공리'에 부합하는 이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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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 생명체의 이상함을 해명하기 위해 제시된 그 밖의 모든 이론들은 이와 반대되는 가설을 취하고 있다. 이들 이론들은 어떤 시원적인 합목적적 원리가 먼저 있고, 이 원리에 의해 불변성이 안전하게 지켜지고 개체발생이 유도되어 진화의 방향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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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 나는 분석의 편의를 위해서, 이들 해석들을, 그들이 끌어들이는 합목적적 원리의 본성과 이 원리가 미치는 범위를 기준으로 하여, 두 개의 큰 무리로 분류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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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44. 첫 번째 무리는 어떤 합목적적 원리가 명백하게 단지 생명계 내에서만, 즉 '살아 있는 물체들' 내에서만 작용한다고 인정하는 무리(생기론적).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근본적인 구별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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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 두 번째 무리는 어떤 보편적인 합목적적 원리를 끌어들이는 무리(물활론적). 이 보편적인 원리는 생명계의 진화뿐만 아니라 우주 전체의 진화 역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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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5. 생기론적 이론들 중에서도 여러 다양한 경향들이 있다. 여기서는 ... '형이상학적 생기론'과 '과학적 생기론'이라고 부를 두 개의 경향을 서로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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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5.
형이상학적 생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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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적 생기론의 가장 저명한 추진자는 의심할 바 없이 베르그송(Henri Bergson. 1927-1941)이다. ... 이 철학은 생명을 어떤 '약동'이나 '흐름'으로 생각하는 것에 전적으로 근거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그런데 거의 모든 다른 생기론자들과는 달리, 베르그송의 생기론은 목적론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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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6. 베르그송은 자신이 근본적이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생각을 연결 짓는다. 합리적인 지성은 단지 비생명적인 물질을 지배하는 데에만 특별하게 적합한 인식의 도구일 뿐, 생명의 현상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완전히 무능하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 오늘날 우리들은 이 퇴화된 직관 능력이 본래 가지고 있던 풍부한 잠재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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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7.
과학적 생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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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과학적) 생기론자들은 생물학자 중에서 나온 반면, 현대의 생기론자들은 주로 물리학 분야에서 나온다. 엘자서(Walter Maurice Elsässer. 1904-1991)나 폴라니(Michael Polanyi. 1891-1976)가 대표적인 인물. ... 이를 보아, 물리학자들이 생물학자들보다도 생명체의 '이상함'에 더 크게 놀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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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 이들의 논의(과학적 생기론)는 생명체의 두 가지 이상한 속성 각각을 다루고 있다. 우선 불변성에 관해 말하자면 오늘날 이 메커니즘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불변성을 이해하는 데 그 어떤 비-물리적 원리도 필요하지 않음을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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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49. 남은 것은 합목적성, 혹은 ... 합목적적 구조들을 구축해내는 형태발생의 메커니즘이다. ... 물리적 법칙들만으로 배의 발생을 설명하는 것은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생기론자들의 입장은 ... 우리가 현재 처한 무지로 인해 정당화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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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9. 분자생물학에서 최근 20여 년 사이에 일어난 발전은 미스터리가 남아 있을 영역을 크게 축소시켜버렸다. 이제 생기론적 사변에 남겨진 영역이라고는 고작 주관성의 영역, 즉 의식 자체의 영역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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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0.
'물활론적 투영'과 '옛날의 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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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결속'에 대해서는 각주 12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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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0-51. 우리의 조상들이 ... 우주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무엇일까? 식물과 동물이다. 즉 그들이 단번에 그들 자신과 유사한 본성을 가졌다고 짐작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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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이들은 '생존'이라는 의도(목적)를 가지고 있다. ... 이 의도가 그들의 존재를 설명하는 것이며, 그들의 존재는 이 의도에 의해서만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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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나 강, 산, 폭우, 비, 각종 천체와 같은 대상들은 훨씬 더 미스터리한 것들이다. 이들도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들 역시 어떤 의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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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2. 물활론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의 중추신경계가 고도로 합목적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인간이 이러한 의식을 영혼이 없는 자연에 투영하는 데서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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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2-53. 정말로 현대 문화는 자연에 대한 이러한 주관적 해석을 진정으로 내던져버렸다고 할 수 있는가? 물활론은 자연과 인간 사이에 아주 심원한 결속을 맺어놓는다. ... '자연의 객관성'의 공리가 요구하는 대로, 이러한 유대를 깨뜨려야만 하는 것일까? ... 하지만 이런 (17세기 이후의) 관념론만이 우주적 물활론이 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안식처였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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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
과학주의적 진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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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송의 철학과 마찬가지로, 테야르(Teihard de Chardin. 1881-1955)의 철학은 전적으로 어떤 시원적인 진화론적 원리가 존재한다는 공리 위에 근거한다. 하지만 베르그송과는 달리, 테야르는 진화적 힘이 미립자들로부터 은하계에 이르기까지 온 우주 전체에서 작용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생기 없는' 물질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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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4. 테야르는 이 생각을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정의 위에 근거 지우려 한다. 에너지는 ... 두 개의 벡터를 따라 나눠진다. ... 하나의 벡터는 '보통의' 에너지 ... 다른 하나의 벡터는 진화적인 상승의 힘에 대응하는 것. ... 생명체들과 인간은 에너지의 정신적인 벡터를 따라 이뤄지는 이 정신적 벡터를 따라 한 점에 집중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한 점이 바로 오메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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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4-55. 자연과의 물활론적인 '옛날의 결속'을 되찾으려는 생각은, ... 테야르가 처음 생각해낸 것이 아니다. 사실상 이런 생각은 19세기의 과학주의적 진보론의 중심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스펜서의 실증주의의 한가운데에서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의 한가운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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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6.
변증법적 유물론에서의 물활론적 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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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7. 헤겔의 근본적인 주장, 즉 우주의 진화를 지배하는 가장 일반적인 법칙들이 변증법적이라는 그의 주장은 오직 정신만을 항구적이고 진정한 실재로 인정하는 체계 내에서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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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인간의 사유'에 의해 반영되는' 외부 세계, 실로 모든 것은 여기에 있다. ... 변증법적 유물론을 위해서는, '물 자체'가, 즉 그 자체로서의 사물 자체나 현상 자체가, 아무런 왜곡도 겪지 않고 그것이 가진 속성들 중 어느 것 하나도 빠짐 없이 전부 의식에까지 도달하는 것이어야 한다. 외부 세계가 ... 모조리 의식에 현전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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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1.
비판적 '지식의 이론'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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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2. 과학적 진보의 두 번째 시기인 20세기에는 인식의 원천 자체로 되돌아가자는 반성에 의해 그와 같은 진보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미 19세기 말엽부터 비판적 '지식의 이론'이 지식의 객관성을 위한 조건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다시 분명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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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는 단지 철학자들만이 ... 아니라, 과학자들 스스로도 이러한 비판적 작업을 거쳐 그들의 과학이론을 형성한다.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 역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비판적 작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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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2
변증법적 유물론의 '지식의 논리'상의 파탄
p.64. 변증법적 모순을 모든 운동과 모든 진화의 '근본 법칙'으로 삼으려는 것은 자연에 대한 주관적 해석 - 자연 속에서 어떤 상향운동적이고 건설적이며 창조적인 의도를 발견하려 하는 해석 - 을 체계화하려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러한 해석은 자연을 인간적 의미로 해석하고, 정신적으로도 의미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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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6. 이상으로 나는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이론들을 간략하게 불완전하게 검토하였다. ... 현대 과학 이론의 눈으로 보자면, 이 모든 이론들은 틀린 것이다. 단지 방법상의 이유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실의 차원에서도 틀린 것으로 판명된다.(이 점에 대해서는 6장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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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주의적인 환상
p.66-67. 이러한 오류들의 원천에는 확실히 인간중심주의적인 환상이 자리잡고 있다. ... 엥겔스가 열역학 제2법칙을 공식적으로 부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 원리가 인간과 인간의 사유가 우주적 상향운동의 필연적인 산물이라는 확신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그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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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8.
생명권 : 제1원리들로부터 연역될 수 없는 독특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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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진화론에 결부된 이 새로운 인간중심주의적 신기루가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떤 보편적인 이론이라 할지라도 ... 이 이론은 ... 생명권의 구조와 진화란 제1원리로부터 연역되어 나올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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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9. 이 (보편) 이론은 어떤 종류의 대상이나 사건들이 존재하게 될 것이며 그 속성이나 서로 간의 관계들이 어떤지는 일반적으로 미리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어떤 특수한 개별적인 대상이나 사건들이 존재하게 되고 그것들의 성질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미리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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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9-70. 내가 여기서 제시하는 주장은 : 생명권은 미리 예측 가능한 대상이나 사건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어떤 특수한 사건을 이룬다. 이 사건은 물론 제1원리들과 양립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이 원리들로부터 연역되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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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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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에서 나눈 이야기도 이곳에 정리해둡니다. (쪽수는 1판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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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2.
- 표준용어로 perturbation은 '요란'이 아니라 '섭동'입니다.
- '지식의 논리' --> 인식론
===> 교란; 요란; 섭동; 동요... 비슷해 보여요. 불어 영어 모두요 perturb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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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9.
- '통속적 의미' --> 프랑스어 원어: 즉 '성서'
==> 불가타(통속적) 성서는, 기존 귀족 계급의 고전 라틴어 성서를, 대중판(라틴어)으로 번역한 겁니다(성서원어 코이네; 희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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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 현전 =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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