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밤-시즌2. 발췌 1장] 우연과 필연. 제1장.이상한 존재들
모임 정리
책밤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2-11-28 17:29
조회
1112
책밤-시즌 2. 1회 발췌 : 『우연과 필연』 1장. 이상한 존재들
.
녹색아카데미에서는 매주 화요일 밤 9-10시에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밤'을 합니다. 현재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을 읽고 있습니다. 모임에서 읽은 내용을 챕터별로,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일부 발췌해서 옮기고 있습니다. 질문이나 토론거리, 함께 보면 좋을 자료들이 있으시면 부담없이 공유해주세요.
.
.
.
『우연과 필연』 목차
.
머리말
1. 이상한 존재들
2. 생기론과 물활론
3. 맥스웰의 도깨비
4. 미시적 사이버네틱스
5. 분자 개체 발생
6. 불변성과 요란
7. 진화
8. 지식의 최전선
9. 왕국과 어둠의 나락
부록
옮긴이의 말
.
.
머리말
.
p.9. 생물학은 학문들 사이에서 주변적인 동시에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 생명체를 연구한다는 것이 결코 일반적인 법칙들을 밝혀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 ... 하지만 학문 전체의 궁극적인 야심이 ... 우주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밝히는 데 있는 것이라면, 생물학에 중심적 위치를 부여하는 것이 마땅 ...
.
왜냐하면 ... 생물학은 '인간 본성'에 관한 문제를 순전히 형이상학적인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기하려 할 때 그 이전에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의 핵심에 곧바로 접근하려고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
p.10. 유전에 대한 물리적 이론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면, 진화론은 생물학 전반에 걸친 그것의 지배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고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공중에 붕 떠 있었을 것이다. ... 나는 여기서 '유전 암호의 분자 이론'이라는 말을 넓은 의미로 이해하고자 한다.
.
p.11. 나는 현대 생물학의 개념들 자체보다는 그것들의 '형태'를 드러내고자 하였으며, 또한 현대 생물학의 개념들이 사유의 다른 영역들과 맺게 될 논리적 관계들을 분명히 밝히고자 하였다.
.
.
1장. 이상한 존재들
.
.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
p.17. 우리와 인접한 행성에 의도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지성적 존재가 살고 있는지, 혹은 과거 한때 산적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물음이 있을까? ... (이 물음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정도의 기준이 사용될 수 있다. 규칙성(régularité)과 반복성(répétition)이 그것이다.
.
.
자동계산 프로그램이 겪는 어려움
.
p.21.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을 구분하는 것이 일견 직관적으로 자명한 듯 보이지만 ... 실제로, (거시적인) 구조상의 기준만을 가지고서 인공물을 가려낼 수 있는 완전한 정의에 도달하는 것은 실로 불가능하다.
.
(자연적 물체로부터 인공물을 자동적으로 구별해내는 자동계산기 프로그램의 혼동은)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오직 형태나 구조, 기하학적 성질 따위만을 고려하게 한 채 인공물의 가장 본질적인 내용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데서 기인하는 것 ...
.
인공물의 가장 본질적인 내용이란 ... 그것이 수행할 기능 .... 그것의 발명자가 기대하는 성능에 의해서 정의되고 설명될 수 있다 ... 하지만 ... 구조뿐만 아니라 성능도 함께 조사하도록 프로그램화한다 할지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울 것이다.
.
.
의도가 깃든 존재들
.
p.23. 생명체는 우주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존재들로부터, 우리가 이제부터 '합목적성'이라고 부를 이 속성에 의해서 구별된다.
.
하지만 이 속성이 생명체를 정의하는 데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 인공물들로부터 구별하게 해주는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
.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성해내는 기계
.
p.26. 생명체의 지극히 복잡한 구조가 어떤 내적이고 자율적인 결정성(déterminisme)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을 발견한 프로그래머는, ... 저런 복잡한 구조가 생기려면 엄청난 양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틀림없이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이 정보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일이 남는다.
.
.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기계
.
p.26-27. 생명체가 가진 세 번째의 두드러진 속성 ... 생명체란 자기 자신의 구조를 발생시키는 정보를 불변적으로 복제하고 전달할 수 잇는 능력을 갖고 있다. ... 우리는 이러한 속성을 '불변적인 복제'(reproduction invariante) 혹은 간단히 '불변성'(invariance)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자 한다.
.
***
.
p.28. 우리는 세 가지 (생명체를 특징짓는) 속성을 찾았다. 바로 합목적성, 자율적 형태발생, 복제의 불변성이다.
.
.
이상한 속성들 : 불변성과 합목적성
.
p.28. 세 가지 가운데 복제의 불변성이 양적으로 정의 내리기가 가장 쉽다. ... 주어진 어떤 종의 '불변성의 내용'은 어떤 정보량과 같다. ... (불변성은) 생명체의 합목적성이라는 속성을 한층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석해보면 이 속성은 참으로 애매한 것으로 드러난다. 왜냐하면 이 속성은 '의도'라는 주관적인 관념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
p.32. 모든 생명체들에게서 이들 세 가지 속성이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사실이다. 유전적 불변성은 (생명체의) 구조의 자발적 형태발생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내며, 이렇게 자발적으로 형태발생된 구조가 '합목적적인 장치'가 되는 것이다.
세 가지 속성의 위상이 똑같지 않다 ... 불변성과 합목적성은 실제로 생명체를 특징짓는 '속성'에 해당하지만, 자발적인 구조형성은 속성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어떤 메커니즘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어지는 다음 장들에서 우리는 이 메커니즘이 합목적적인 구조의 구축에서와 마찬가지로 불변적 정보의 복제에도 관여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
***
.
p.34. 모든 거시적 체계들을 지배하는 물리적 법칙들에 비추어볼 때 생명체들의 존재는 ... 현대 과학이 의거하고 있는 몇몇 근본적인 원리들을 위반하는 듯이 보인다. 대체 어떤 원리들을 위반한다는 것일까? ... 이 역설의, 혹은 이 역설들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분석을 통해서 우리는 생명체를 특징짓는 본질적인 두 가지 속성(복제적 불변성과 합목적성)이 물리적 법칙들에 대해 갖는 지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
불변성의 역설
.
p.34. 실제로 불변성이라는 속성 자체가 이미 근본적으로 대단히 역설적이다. ... 열역학 제2법칙과 상치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
.
p.36. 세포는 열역학의 법칙들을 위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지만 세포는 이 법칙에 복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마치 숙련된 기술자인 양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 법칙들을 이용한다. 즉 하나의 세포가 둘이 되고자 하는 모든 세포의 '꿈'(프랑수아 자코브의 표현이다)을 실현하는 것이다.
.
.
합목적성과 객관성의 원리
.
p.37-38. 생명체의 합목적적 장치 ...
..
진짜 문제는 물리적 법칙들과 관련된 차원에서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차원에서 벌어진다. 진짜 문제는 이 현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성, 우리의 직관과 관련하여 벌어진다. 실제로 여기에 있는 것은 어떤 역설이나 기적이 아니라 어떤 '지식의 논리' 상의 명백한 모순(contradiction épistémologique)이다.
.
p.39. 객관성의 공리(p.38) 때문에 우리는 생명체의 합목적적인 성격을 특기하게 된다. 생명체란 그 구조나 활동에 있어서 어떤 의도를 실현하며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아주 심각한 '지식의 논리' 상의 모순이 존재한다.
생물학의 중심 문제는 바로 이 모순 자체다. 만약 이 모순이 외견상으로만 모순으로 보이는 것 뿐이라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이 모순이 정말로 모순이라면, 그것이 근본적으로 해결 불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
(1장 끝.)
.
[그림] 자크 모노. Jaques Monod. 1910-1976. (출처 : wikipedia)
전체 396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료] 자연철학이야기 대담 녹취록, 세미나 녹취록, 카툰 등 링크 모음입니다.
neomay33
|
2023.10.24
|
추천 0
|
조회 2922
|
neomay33 | 2023.10.24 | 0 | 2922 |
381 |
한강의 생명과 장회익의 생명 (2)
박 용국
|
2025.02.01
|
추천 3
|
조회 203
|
박 용국 | 2025.02.01 | 3 | 203 |
380 |
[자료] 책새벽-목-문예사1 : 선사시대 관련 책
neomay33
|
2025.01.16
|
추천 0
|
조회 131
|
neomay33 | 2025.01.16 | 0 | 131 |
379 |
[자료] 『Cosmos』 읽으면서 초반에 알아두면 도움되는 내용
neomay33
|
2025.01.09
|
추천 0
|
조회 197
|
neomay33 | 2025.01.09 | 0 | 197 |
378 |
[자료] 「Cosmos」 다큐(2014, 1980) 영상보기 링크
neomay33
|
2024.12.31
|
추천 0
|
조회 833
|
neomay33 | 2024.12.31 | 0 | 833 |
377 |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 사고 희생자분들을 추모합니다.
neomay33
|
2024.12.31
|
추천 0
|
조회 165
|
neomay33 | 2024.12.31 | 0 | 165 |
376 |
[질문] 보람의 가치론과 실재의 질서
자연사랑
|
2024.12.13
|
추천 2
|
조회 192
|
자연사랑 | 2024.12.13 | 2 | 192 |
375 |
[알림] 책새벽-목-시즌5 : 읽을 책 설문조사 결과
neomay33
|
2024.12.13
|
추천 0
|
조회 161
|
neomay33 | 2024.12.13 | 0 | 161 |
374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자료 모음 - 캐릭터, 프랑스어 낭독 유튜브 등 (1)
neomay33
|
2024.12.11
|
추천 0
|
조회 191
|
neomay33 | 2024.12.11 | 0 | 191 |
373 |
[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6장. 기학의 표현주의
neomay33
|
2024.12.09
|
추천 0
|
조회 174
|
neomay33 | 2024.12.09 | 0 | 174 |
372 |
[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neomay33
|
2024.11.28
|
추천 0
|
조회 181
|
neomay33 | 2024.11.28 | 0 | 181 |
p.38-39.
과학의 방법은 ‘자연의 객관성(l'objectivité de la Nature)'이라는 공리 위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현상을 설명하는데 어떤 목적인(cause finale)이나 ‘의도’를 끌어들이는 모든 해석은 ‘참된’ 인식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체계적으로 거부하는 게 과학이다. 이런 원리가 언제부터 발견된 것인지도 정확히 규정할 수 있다. 바로 갈릴레이와 데카르트가 관성의 원리를 제정한 때로, 이 원리는 단순히 역학의 기초만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과 우주론을 배격함으로써, 현대 과학의 ‘지식의 논리’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중략)...과학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객관성의 공리’가 부과하는 엄격한 검열을 통과해야 했다. 물론 이 공리는 말 그대로 순전히 공리일 뿐이고, 따라서 그 자체로서는 그것이 참인지 아닌지 영원히 입증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곳이 세계의 어디이든, 어떤 의도나 목적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는 실험을 생각해낸다는 것은 명백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 자크모노는 분자생물학자인가 철학자인가. 생명의 작동방식을 분자수준에서 보여주겠죠? 또 물리적 우주와 법칙들과 관련지어 생명이란 무엇인지, 의식이 무엇인지 환원주의적 연구 성과를 보여주겠죠? 정말 흥미진진 할 듯 한 데 넘 어렵지 않길 바라며. 멋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