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밤 참고]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
자크 모노의 책 <우연과 필연>은 "현대생물학의 자연철학에 관한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상보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2021년 8월 무렵 자연철학 세미나 게시판에 언제가 되더라도 저희 자연철학 세미나에서 좀 깊이 상세하게 다루어봐야 할 매우 중요한 책이라 생각한다고 썼는데(https://bit.ly/3VksPar), 이렇게 "책밤"에서 함께 읽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D'étranges objets (Of strange objects 낯선 대상에 대하여 [이상한 존재])
2. Vitalismes et animismes (Vitalisms and animisms 생기론과 물활론)
3. Les démons de Maxwell (The demon of Maxwell 맥스웰의 도깨비)
4. Cybernétique microscopique (Microscopic cybernetics 미시 사이버네틱스)
5. Ontogenèse moléculaire (Molecular ontogeny 분자적 개체발생)
6. Invariance et perturbations (Invariance and perturbation 불변성과 섭동)
7. Évolution (Evolution 진화)
8. Les frontières (The boundary 경계 [지식의 최전선])
9. Le royaume et les ténèbres (The Kingdom and darkness 왕국과 암흑 [왕국과 어둠의 나락])
https://fr.wikipedia.org/wiki/Le_Hasard_et_la_Nécessité
https://en.wikipedia.org/wiki/Chance_and_Necessity
저는 이 아홉 장 (또는 아홉 개의 강연)이 심학십도로 물리학에 기반을 둔 자연철학을 전개하신 장회익 선생님의 사유와 많은 면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믿습니다.
특히 3장은 열역학과 엔트로피의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고 4장은 장회익 선생님의 온생명 개념과도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 이론의 근간인 사이버네틱스를 분자 수준에서 이야기합니다. 장회익 선생님께서 심학제7도에서 전개하시는 생명의 진화는 모노의 7장에서 보여주는 새로운 통찰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모노가 8장과 9장에서 자유의지와 '나'의 문제로 가는 길을 열어놓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모노는 다른 곳에서 여러 차례 마음과 의식의 문제를 생물학적인 방식으로 탐구하는 것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결국 주체와 객체(대상)의 문제를 거쳐 앎 자체에 대한 앎을 추구한 것은 장회익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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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may33
2022-11-23 22:35와~ 감사합니다!! 이렇게 설명해주시니 어떤 책인지 가늠이 좀 되려고 합니다.
영어판과 프랑스어판도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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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스텔라
2022-11-25 11:44감사합니다. 혼자 몰래 영어판 구글링해서 다운 받았는데, 자연사랑님 나누시는 모습에 좀 부끄러워지네요. 주변에 알려줘도 시큰둥한 반응이 대다수였던지라 함께 원문 뒤적이며 읽을 분들을 만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좀 감격스럽기까지 하네요. 멋진 책 함께 읽게 되어 기쁩니다. 질문 올려서 좀 괴롭혀 드려도 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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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2022-11-25 15:19제가 올려 놓은 것은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것과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OCR 변환을 해서 단어 검색이 가능합니다. 전자도서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 검색이기 때문입니다. 또 제가 편집을 해서 개요를 만들어 각 장의 첫 페이지로 쉽게 갈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저는 인터넷 검색에서 구글을 될수록 쓰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애플 같은 곳은 그리워싱이라도 생태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척 하는 반면, 구글은 아예 그런 것조차 하지 않는 회사이고, 무엇보다도 거대 IT 회사로 정보가 몰리는 것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http://ecosia.org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검색결과는 조금 떨어지지만, 검색할 때마다 누적이 되어서 거기에 비례하여 나무를 심는다는 것이 매력으로 여겨집니다. 구글 검색을 하면 베조스 같은 한심한 자본가의 주머니를 채워줄 뿐이지만, 에코시아는 여하간 일부라도 나무를 심는 것이라 더 낫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정상황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서버 관리 등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100퍼센트 쓴다는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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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may33
2022-11-25 15:55그러네요! 목차도 있고 검색도 잘 되고 검색 결과도 쫙 뜨네요! 감사합니다. 요즘 pdf 파일에서 검색이 잘 안 돼서 왜 이러나 싶었는데, 그렇게 추가 작업을 해줘야하는 거군요. 말씀 안 해주셨으면 몰랐을 거예요. ^^; & 에코시아, 더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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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스텔라
2022-11-25 16:50앗, 감사합니다. 얼른 자연사랑님 파일로 바꿔야겠네요. 넵. 에코시아 열심히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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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은
2022-11-25 12:03감사합니다! 자연사랑님!
앞으로 책을 읽을 기대가 더 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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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2022-11-27 09:40저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실상 <우연과 필연>은 여러 번 읽은 책이기도 하고 요즘 이야기되는 여러 쟁점들을 고려하면 낡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고전은 고전이란 생각도 듭니다. 1970년에 나온 이 책에서 지금도 주옥처럼 소중한 문장과 혜안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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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텔라
2022-11-27 21:541. p.78의 ‘독특한 효소 단백질’ 의 경우 ‘독특한’의 영어 번역은 particular 이던데, 그냥 ‘특정 단백질‘ 정도로 표현하는 것도 너무 독특해(^^) 보이지 않아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2. 생각보다 책이 재밌고 얇은 편이어서 한 번 빠르게 읽어볼 참입니다. 3장까지 읽어보았는데, 효소의 메커니즘에 대해 새롭게(어쩌면 예전에 배웠는데 잊어버린 걸까요?^^) 알게 되어 흥미로웠지만, 세월이 흐른 관계로 그 사이에 이론적 변화가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 생물학 얘기를 좀 가볍게 개관해 볼 수 있는 교양서를 추천해주실 수 있는지요? ‘우연과 필연’을 한 번 읽어 본 후에 읽어보고 싶습니다.
3. 103쪽에선 threshold effects를 ‘역 효과’라고 번역했네요. 요새는 이렇게 말하나요? 제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역효과와 헷갈리지 않게 ‘역치’라는 말을 쓰거나 아예 풀어서 ‘문턱값’ 같은 말로 threshold를 번역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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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나는 대로 모노가 이 책에서 제기하는 핵심 주장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특히 생명이란 개념을 규정하는 세 가지, 즉 합목적성(la téléonomie), 자율적 형태발생(la morphogenèse autonome), 복제 불변성(l'invariance de la reproduction)에 대해 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화의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필연' 즉 결정론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관점을 강조하면 복제 불변성이 핵심이 되어 진화는 근본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우연' 즉 우발성과 개연성만을 강조하면 복제 불변성이 사라지고 제멋대로 진행되는 변화를 모두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6장에서 불변성과 섭동이라는 두 관념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섭동'이 바로 심학제6도에서 강조되는 열역학적 요동 또는 국소 질서 또는 흩어짐 같은 것과 연결됩니다. 다만 모노는 근본적으로 결정론자입니다. 좀 세련된 유형일 뿐이고, 과학자 특히 분자생물학자로서 생체 분자들의 생화학적 고찰로부터 생명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견지합니다. 그래서 장회익 선생님의 입장과 매우 가깝습니다. 2장에서 생기론과 물활론을 모두 비판하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인 의미의 물질주의(유물론)를 옹호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이버네틱스입니다.
"책밤"에서 함께 읽는 한국어판(조현수 번역)은 문장이 매끄럽긴 하지만 역자가 자신의 생각을 보통의 경우보다 많이 투영해서 조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로 된 각주는 모두 역자가 붙인 것인데, 어떤 경우는 번역이 조금 불분명할 경우 보충하는 역할도 하지만, 가령 머리말(2판 2쇄 13쪽)의 각주 2처럼 'épistémologie'를 표준적인 용어인 '인식론'이라고 하지 않고 '지식의 논리'라고 번역하는 등 역자가 많이 개입하는 면도 있습니다.
6장에서 상세하게 다루는 perturbation은 그냥 표준적으로 '섭동(攝動)'이라고 하는데, 굳이 '요란(搖亂)'이라고 번역한 것이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사전에서 '요란'은 "1.모양이나 태도 따위가 지나칠 정도로 야단스러움; 2.소리 따위가 시끄럽고 떠들썩함; 3.마음이나 정신이 어지러움"으로 주석되어 있고, '섭동'은 "1.태양계의 천체가 다른 행성의 인력으로 말미암아 타원 궤도에 약간의 변화를 일으키는 일; 2.고전 역학이나 양자 역학에서, 해가 구해져 있는 운동을 하는 것에 비교적 작은 다른 힘이 작용하여 원래의 운동을 약간 변화시키는 현상; 3.행동을 가다듬어 다스림"으로 주석되어 있습니다. 영어사전에서도 가령 미리엄-웹스터 사전에는 "a disturbance of motion, course, arrangement, or state of equilibrium especially : a disturbance of the regular and usually elliptical course of motion of a celestial body that is produced by some force additional to that which causes its regular motion"로 주석되어 있습니다. 여하간 표준적인 사용법도 그러하고 자크 모노가 6장에서 하는 이야기도 '불변성과 섭동'에 대한 것입니다. 모노는 생물학자이지만 수학과 물리학에도 조예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perturbation은 물리학이나 수학에서 말하는 바로 그 '섭동'입니다.
참고로 생물학 용어 중 프랑스어로 perturbation인 것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disturbance라고 하고 한국어 용어는 '교란'입니다. 생태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라서 프랑스어에서도 perturbation écologique (생태적 교란)이라고 더 명확하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책밤에서 함께 읽는 책은 한국어판이지만, 혹시 관심 있는 분을 위해 프랑스어판과 영어판을 첨부해 둡니다.
앞으로 책밤이 무척 기대됩니다.
Jacques-Monod-Le-Hasard-et-la-Necessite.pdf
Jacques-Monod-Chance-and-Necessity.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