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밤 2회 - 발췌] 소유란 무엇인가. pp.44-79.
모임 정리
책밤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2-08-31 20:06
조회
1074
[모임기록] 책밤 2회. 2022년 8월 30일.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 1840. ⟪소유란 무엇인가⟫. 이용재 옮김. 2003. 아카넷. pp.44:18-79:9.
녹색아카데미에서는 매주 화요일 밤 9-10시에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밤'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루동의 <소유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습니다. 지난 2회 모임에서 읽은 내용 중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발췌해서 옮겼습니다. 질문이나 토론거리, 함께 보면 좋을 자료들이 있으시면 부담없이 공유해주세요.
p.44:18. 사람들은 이 복에 겨운 시기(같은 신념들과 같은 제도들을 가지고 온 세상이 행복했던 시절)가 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악의 원리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악의 원인을 자신의 이성과 자신의 마음속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인을, 경쟁상대를, 이웃을 그리고 심지어 자기자신을 공격한다.
p.45. 조상의 관습을 건드린다거나 창시자들에게서 하사받아 수백 년 동안 고스란히 지켜온 법률들을 바꾼다는 것은 인류에게는 아주 불경스러운 일이었다.
p.45-46. 우리시대의 고통을 목격하면서 나는 자문했다. 즉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여러 원리들 중에 그 사회가 깨닫지 못하고 사회의 무지로 인해 더욱 더럽혀지고 온갖 악의 근원이 되어 버린 한 가지 원리가 있다. 이 원리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것이다.
p.46. ... 이 원리, 그 목적에서는 옳으나 우리의 이해 방식에 따르면 거짓인 이 원리, 인류만큼이나 오래 된 이 원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종교일까?
p.46-47. ... 인간은 신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런데 인간은 신의 존재를 믿음으로써 무엇을 믿는 것인가? 달리 말하자면 신이란 무엇인가?
p.47. 이 신성divinité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를 인간의 이성은 아직 규정짓지 못하고 있다. ... 인간은 자신의 모습대로 신을 만들고는 자기 것인 양 차지하려 했다. ... 신은 어디에서나 인간과 국가의 소유물이 되었다.
p.48.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고 영속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 사이의 분리가 이루어짐으로써, 종교적 관념들이 사회의 진전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주 소극적인 것이 되었으며, 어떠한 법이나 정치적, 시민적 제도도 종교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 인간에게 종교적 감성보다 더 오래 되고 더 심원한 것은 무엇인가?
인간 자신, 즉 영원한 대립 관계 속에서 서로 맞서는 의지와 양심, 자유 의지와 법이 있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전쟁 중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신학자들은 말한다. <태초에 인간은 죄를 범했다. ...>
p.49. ... 유물론 철학자들, 이 무한한 완결성의 신봉자들에게서도 유사한 말을 찾아볼 수 있다. ... 빈곤, 질병, 전쟁 따위는 우리의 사회 상태의 피할 수 없는 조건이자 거역할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 <악의 필연성>이라 말하든 <원죄>라 말하든 그것은 근본적으로 같은 철학인 것이다.
p.50. 우리의 악은 치유 불가능한 것이 결코 아니다. ... 인간은 잘못 생각하지 않으면서 고통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p.50-51.<우리 연구의 목적은 법칙, 즉 사회 원리를 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 즉 사회과학자들은 서로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류는 바로 이들에게 있다. 그러나 모든 오류가 현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가져다 놓은 진리가 발견되는 곳은 바로 이들이 책 속에서이다.>
p.51. 그런데 법학자와 정치논객들은 무엇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가? <정의>, <형평>, <자연법>, <민법> 등등에 대해서. 그러면 정의란 무엇인가? 그 원리와 성격과 형식은 어떠한가?
신학자들은 모든 정의는 신에게서 나온다라고 답한다. 이런 식의 답은 ...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철학자들...의 학식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태양을 향해 오오(!)하며 빌고 있는 야만인들과 비슷하다.
p.52. 정의에 대해 인간의 지혜가 가르쳐 온 가장 합당한 말은 ... <남이 네게 해주길 원하는 것을 남에게 행하라. 남이 네게 하기를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행치 말라.>
그러나 실천 도덕의 이러한 규칙은 과학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남이 나에게 해줄 것 또는 하지 않을 것을 내가 선택할 권리가 있는가? 나의 권리는 나의 의무와 동등하다라고 말한들, 이러한 권리가 무엇인가를 동시에 설명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정의는 법의 산물이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법이란 이해관계를 가운데 두고 ... 각각의 상황마다 <정당함>을 선언하고 적용하는 일에 불과하다.
p.53. 우리의 오성에서의, 그리고 그 필연적 결과로서 우리의 행위에서의 정의의 왜곡이라는 이 가정은, 만약 정의의 개념과 그 적용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가 고정불변이 아니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바뀌는 것이라면, 달리 말해서 우리의 관념들이 진보한다면, 이미 증명이 끝난 사실일 것이다. 아주 현란한 증거들을 통해서 역사가 우리에게 입중해 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p.53-54. 1,800년 전 ... <로마는 정치와 신들에 의해 정복을 완수했다. ... 노예는 로마의 부의 가장 비옥한 원천 ... 로마의 사치와 방탕은 정복의 대가였으며 .... 그만둘 수도 없었다.>
[그림 1] 노예의 모습을 담은 로마 모자이크. 노예들이 와인 단지 물병, 타월, 나뭇 가지 등을 들고 주인들의 수발을 들고 있다. 기원후 2년경. (출처 : wikipedia)
Estimated Distribution of Citizenship in the Roman Empire[27] | ||||||
Region | Citizens (per cent) | Noncitizen residents (per cent) | Slaves (per cent) | |||
---|---|---|---|---|---|---|
Rome | 55 | 15 | 30 | |||
Italy | 70 | 5 | 25 | |||
Spain and Gaul | 10 | 70 | 20 | |||
Other Western Provinces | 3 | 80 | 17 | |||
Greece and Asia Minor | 3 | 70 | 27 | |||
North African Provinces | 2 | 70 | 28 | |||
Other Eastern Provinces | 1 | 80 | 19 |
[표 1] 로마 제국의 지역별 인구 구성 비율. 로마의 경우 노예 비율이 30%에 달했다. (출처 : wikipedia)
p.54. 로마의 권리 주장들은 모든 인습들 ... 만민법에 의해 정당화되었다. 종교에서의 우상숭배, 국가 내의 노예제, 사생활에서의 쾌락주의, 이런 것들이 제도의 토대를 이루었다. 그 제도를 건드리는 것은 사회의 근저를 흔드는 일 ... 혁명의 심연을 여는 일 ... 아무도 그러한 생각을 품지 않았다.
돌연히 한 사람이 나타나서 자신을 <신의 말씀>이라 칭했다.
p.55. 이 사람, 곧 <신의 말씀>을 사제들과 율법의 집행자들이 공공의 적으로 몰아 잡아들였다. 이들은 인민이 그의 죽음을 요구하도록 비밀리에 공모했다. 그러나 ... 이 법률적 살인행위도 <신의 말씀>이 뿌린 사상을 막지 못했다.
이 불굴의 포교, 학살자들과 순교자들 사이의 전쟁은 거의 300년 동안 계속되었으며, 마침내 세상은 개종했다. ... 이 혁명에서 정의의 관념은 지금까지 누구도 꿈꿔 보지 못한 그리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영역으로 들어섰다. 정의는 주인에게만 존재했었다. 이제부터 정의는 하인들을 위해서도 존재할 것이었다.
p.56.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종교가 모든 결실을 거두어들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 사람들은 <신의 말씀>이 가져다 준 도덕률과 통치 원리의 실질적인 결과에 관심을 두기는커녕, <신의 말씀>의 출생, 신분, 위격(지위와 품격) 그리고 행적 따위에 대한 사변에 몰두 ... <신학>이 탄생 ...
<기독교적> 진리는 사도의 시대(Apostolic Age; 예수 부활 후 12 제자에게 대사명을 내린 후부터 사도들 중 요한이 마지막으로 죽은 100년까지의 기간을 말함)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이 주석을 달고 상징으로 장식한 <복음서>는 이교도의 우화로 가득 차고 글자 그대로 모순의 징표가 되었다.
[그림 2] "12사도에게 설교하는 예수". James Tissot. 1886-1894. (출처 : wikipedia)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개혁을 말했다. 그러나 ... 개혁에서 많은 것을 얻어야 할 인민은 한마디 말도 못한 채 별로 기대를 걸지 않았다.
마침내 한 권의 책(『제3신분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e tiers-état?). E. J. Sieyès. 1789년 1월 프랑스 혁명 직전에 배포됨.)이 출판되었으며 모든 것은 다음과 같은 두 명제로 요약되었다. <제3신분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모든 것이다.>
(*제1신분은 성직자, 제2신분은 귀족, 제3신분은 평민.)
[그림 3] "프랑스 대혁명의 기운이 무르익던 1789년 5월, 루이 16세가 앙시앵 레짐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1614년 이후 처음으로 소집한 신분제 의회인 삼부회 회의장 모습. 시이예스는 자신이 제2신분(성직자)임에도 제3신분 대표로 삼부회에 참여했으며, 다음달 제3신분들로만 구성된 국민의회의 성립을 선언했다. 이로써 ‘국민 주권’이 탄생하면서 신분사회가 붕괴하고 시민혁명이 시작됐다." (출처 : 한겨레신문. wikipedia.)
p.57-58. 어떤 이는 논평하는 형태를 빌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국왕은 무엇인가? 인민의 수임자다.>
인민은 추론하기 시작했다.
만일 왕이 우리의 수임자라면, 그는 보고를 해야 한다.
만일 그가 보고를 해야 한다면, 그는 통제를 받아야 한다.
만일 그가 통제를 받는다면, 그는 책임을 져야 한다.
만일 그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만일 그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 그의 공과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그가 자신의 공과에 따라서 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는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시이예스의 소책자가 출판된 지 5년 뒤에 제3신분은 모든 것이 되었으며, 국왕, 귀족, 성직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1793년에 인민은 ...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보냈다. 1830년에 인민은 샤를 10세를 셰르부르로 몰아냈다.
p.59. 인민은 죄값을 치려야 할 진짜 장본인을 공격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공통법의 적용이며 형법제도에서의 정의의 엄숙한 적용인 것이다.
1789년의 운동을 낳은 정신은 모순으로 가득 찬 정신이었다. ... 옛것을 대체한 새로운 질서가 그 자체로는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 이 질서는 분노와 증오에서 탄생한 것 ... 관찰과 연구에 근거한 과학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 그 근본 토대가 자연과 사회의 법칙에 대한 심오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이 맞서 싸웠던 바로 그 원리들과 퇴치하고자 했던 모든 편견의 영향력을 공화국이 만든 이른바 새로운 제도들 속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p.60. 물리적, 지적, 사회적 사실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 우리가 행한 여러 시도의 결과로 완전히 달라졌을 때, 우리는 이 정신 운동을 <혁명>이라 부른다. 우리의 관념 속에서 단지 어떤 확장이나 수정만이 이루어졌다면, 이것은 <진보>일 따름이다.
말하자면,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진보였다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혁명을 이룩했다. 마찬가지로 1789년에는 투쟁과 진보가 있었으나 어떠한 혁명도 없었다. 당시 도입된 개혁들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 군주 국가에서 민주 국가로 넘어간다면, 그것은 하나의 진보이다. 왜냐하면 주권자의 수를 늘임으로써 이성이 의지를 대체할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 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는 점에서 통치에서는 어떠한 혁명도 찾아볼 수 없다.
p.61. 군주로서의 인민은 스스로는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는 주권을 권력의 수임자들에게 위임할 수밖에 없다. ... 이른바 혁명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혁명했는지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p.62. 그러면 주권이란 무엇인가? ... 그것은 <법을 만드는 힘>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 또 다른 부조리이며 전제주의의 유물이다.
그런데 주권의 정의는 법의 정의 자체에서 나온다. 말하자면 법이란 <주권자의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군주정 아래서 법은 국왕의 의지의 표현이며, 공화국에서 법은 인민의 의지의 표현이다.
의지의 수효만이 다를 뿐, 두 체제는 완전히 같은 것이다. 어느쪽이나 마찬가지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즉 법은 사실의 표현이어야만 하는데도 의지의 표현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p.62-63. ... 대표자들은 인민을 위해 다음과 같은 선언을 했다.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그리고 법 앞에 평등하다.> 실로 애매하고 허풍 섞인 선언이다. ... 여기서 말하고자 한 것은 정치적﹒시민적 평등이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면 법 앞에서의 평등이란 무엇인가? 1790년 헌법도, 1793년 헌법도, 국왕이 하사한 헌장(Charte, 1830년 헌장)도 그것을 정의할 줄 몰랐다. 어느 것이나 재산과 서열의 불평등을 가정 ... 권리의 평등이란 ... 없다.
일찍이 인민은 행정이나 군대의 관직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그런데 ... 인권선언에 다음과 같이 ... 조항을 끼워 넣...었다. <모든 시민은 평등하게 공직에 등용될 수 있다. ... 선출되는 데 있어서 미덕과 재능 외에 다른 특권적 배려를 인정하지 않는다.>
p.64. ... 인민이 시민의 공직 담임권에 대해 입법화한 것은 그 공직을 이윤의 원천으로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공직은 그것이 가져다주는 평판과 보수에 의해서만 그 값이 매겨진다는 점에서 서열의 불평등이며, 재산의 평등을 바랬다면 공직은 보상이 아니라 의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의 불평등이며, 법은 <재능과 덕성>을 말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려의 불평등이다.
p.65. 마침내 인민은 소유권을 신성한 것으로 만들었다. ... 어떻게 자유와 평등을 찾으면서도 저들은 특권과 예속에 다시 빠졌는가? 늘 그렇듯이 옛 제도를 흉내냈기 때문이 아닌가.
예전에, 귀족과 성직자는 자발적 부조나 무상 증여의 형태로만 국가의 재정에 기여 ... 반면에 평민은 타이유taille세(귀족과 성직자에게는 면제되고 평민에게만 부과된 세금. 프랑스 혁명의 원인 중 하나)와 부역에 짓눌렸으며, 국왕의 ... 때로는 영주와 교회의 세리들에게 끝없이 시달렸다.
p.65-66. 인민이 소유를 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소유가 ... 자신들에게 주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인민은 이 권리의 균등을 법제화했다. ... 그러나 근본은 변하지 않고 남았다. 권리의 할당에서 진보가 있었으나, 혁명은 없었던 것이다.
1789년의 운동과 1830년의 운동이 차례로 공인한, 현대 사회의 세 가지 근본 원리가 있다. ... (1) <인간 의지의 종주권>, 바꾸어 말하자면 <전제주의>. (2) <부와 서열의 불평등>. (3) <소유권>.
(이) 개념들이 ... 정의의 관념에서 나오는 필연적 산물인지 ... 알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의란 특히 통치에서, 사람들의 지위에서 그리고 사물의 소유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우리는 ... 다음과 같은 점을 밝혀야 한다.
p.66-67. 어떤 조건 아래 통치가, 시민들의 지위가, 사물의 소유가 정당한가 ... 정당한 통치, 정당한 시민의 조건, 사물의 정당한 소유란 무엇인가 ... 정의란 무엇인가 ...
p.67. 인간의 인간에 대한 권위란 정당한가?
모든 사람은 답한다. 아니라고. 인간이 지닌 권위는 법의 권위일 따름이며, 법은 정의와 진실의 표현이어야 한다. 통치 행위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지가 아니다. 통치란 한편으로 옳은 것과 정당한 것을 발견해서 법을 만드는 일이며, 다른 한편으로 이 법의 집행을 감독하는 일이다.
p.68. 정의의 관념은 줄기차게 발전하고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마침내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면 정의의 관념은 이제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최후의 장애물은 우리가 여태 고이 간직해 온 소유권이라는 제도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정치적, 시민적 불평등은 정당한가?
소유는 정당한가?
p.69. 우리가 논증을 진행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I. 우리는 누구와도 논쟁하지 않고 누구도 반박하지 않으며 어떤 것에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우리는 소유를 옹호하는 모든 추론을 근거가 있는 것을 받아들이며, 단지 소유의 원리를 탐구하고 그 원리가 소유에 의해 충실하게 표현되어 있는가를 입증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 소유란 정당성 여부에 의해서만 변론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의의 관념이 반드시 소유에 대한 모든 논증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 정의는 저절로 ... 객체화되어서 대수학 공식의 형태로 나타나야만 한다.
p.70. 이 책의 첫 부분은 두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점유, 즉 우리의 권리의 토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유와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으로 간주되는 노동과 재능에 관한 것이다. ... 결론은 ... 점유권은 소유를 <금지한다>는 것이고, ... 노동권은 소유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II. 따라서 소유란 필연적으로 평등이라는 정언 명제 아래서 우리의 머릿속에 구상되는 것이기 때문에, ... 왜 평등이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물어야만 한다. ... 역시 두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장에서 우리는 소유라는 사실을 그 자체로 고려하면서, 이 사실의 현실성과 가능성 여부를 탐지 ... 그러면 ... 소유란 마치 우연한 사건처럼 나타나는 것이어서 수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제도나 원리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p.70-71. 끝으로, 마지막 장에서 우리는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 인간 본성의 근저에까지 뚫고 들어감으로써 <정의>의 원리와 형식 그리고 특성을 밝혀낼 것이다. ... 소유의 기원, 소유가 확립된 이유와 오래 지속된 이유,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소유권이 소멸될 이유를 밝힐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마침내 소유란 도둑질과 같다는 것을 밝힐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종주권, 조건의 불평등, 소유라는 이 세 가지 편견은 사실은 하나일 뿐이며 서로 대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다음에, ... 이 사실로부터 ... 통치와 권리의 토대를 추론할 것이다.
[그림 4]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프랑스 혁명으로 제헌국민의회에 의하여 1789년 8월 26일에 채택되었다. 프루동이 언급하고 있는 선언은 1793년 선언이다. 1789년 선언과의 주요한 차이는 평등을 더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1793년 선언에는 일할 권리, 공공의 보조, 교육받을 권리, 억압에 대해 저항할 권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출처 : wikipedia)
제2장. 자연권으로 간주되는 소유에 대하여. 소유의 동인으로서의 선점과 민법에 대하여.
정의(定義)들
p.74. 소유의 영역에서는 사용과 남용이 어쩔 수 없이 뒤섞인다.
1793년 헌법의 모두(冒頭)에 실린 인권선언에 따르면, 소유란 <자신의 부, 자신의 소득, 자신의 노동과 근면의 결실을 마음대로 향유하고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이다.
나폴레옹 법전 제544조에 따르면, 소유란 <법률과 규정에 의해 금지되지 않는 한 사물을 가장 절대적인 방식으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 두 정의는 ... 소유자에게 사물에 대한 절대적인 권리를 인정한다 ...
소유는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즉 (1) 무조건의 소유 ... <허유(虛有, nue propriété) ... (2) <점유possession> ...
p.75. 소유에 대한 이러한 이중의 정의는 매우 중요하다.
점유와 소유의 구별에서 두 종류의 권리가 나온다.
첫째, <물(物) 안에서의 권리> ... 내가 획득한 소유를 그것이 누구의 손에 있든 관계없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 ...
둘째, <물(物)에 대한 권리> ... 내가 소유자가 될 것을 요구하는 권리 ...
p.75-76. 물 안에서의 권리와 물에 대한 권리 사이의 이러한 차이는, 아주 방대한 범위에 걸쳐 모든 것을 포괄하는 중요한 두 사법적 범주, 즉 <점유권 반환소송possessoire>과 <소유권 확인소송pétitoire> 사이의 유명한 구분의 토대이다.
소유에 대한 고발장을 씀으로써 나는 사회 전체에 대해 소유권 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현재 점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 자격으로 소유자라는 사실을 증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로부터 소유는 모두에게 분할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 소유는 모두를 위해 폐지되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소송의 핵심에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선결적인 몇 가지 견해들을 소개 ... 한다.
제1절 자연권으로서의 소유에 대하여
p.77. 인권선언은 소유에 대하여 인간의 자연적이고 소멸될 수 없는 권리라고 말한다. 이들 권리는 <자유>, <평등>, <소유>, <안전>이라는 네 가지로 축약된다. 1793년 입법자들은 어떤 방법에 따라 이렇게 나누었는가? 그들은 아무것도 따르지 않았다.
p.78. 그런데, 이 세 가지 또는 네 가지의 권리를 서로 비교해보면, 소유는 다른 권리들과 전혀 다르다 ... 대다수 시민들에게 있어서 소유란 가능태로서만, 즉 잠재되어 있을 뿐 발휘되지는 않는 능력으로 존재한다 ...
자유는 침해될 수 없다. 나는 자유를 팔 수도 양도할 수도 없다. 자유의 양도나 자유의 정지를 대상으로 하는 어떤 계약이나 계약 조건도 무효이다.
p.78-79. 마찬가지로, 법 앞에서의 평등은 어떠한 제한도 어떤 예외도 갖지 않는다. ... 가장 가난한 시민도 가장 고귀한 자를 법정에 불러 세울 수 있으며 재판에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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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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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may33 | 2024.12.11 | 0 | 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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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6장. 기학의 표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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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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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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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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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may33 | 2024.11.28 | 0 | 181 |
9월 6일 모임에 빠져서 죄송합니다. 스케줄러에 잘 기록해 두었었는데, 태풍이니 뭐니 다른 일에 신경 쓰다가 모임이 있음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13일에는 꼭 참석하도록 유념하겠습니다. 어제 빠진 부분은 혼자 읽어서 진도를 맞추겠습니다.
네! ^^
p.110 다섯 째 줄까지 읽었습니다. 공지와 읽은 내용 정리도 곧 올리겠습니다.
주요 대목을 적절하게 잘 발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인권선언에서 '소유'라는 개념과 범주가 다른 세 권리 즉 '자유', '평등', '안전'과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는 대목이 매우 독특하고 강렬합니다. 그런데 저는 문득 '안전'이라는 것이 어떻게 인간의 자연적이고 소멸될 수 없는 권리가 되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제대로 읽지 못한 미셸 푸코의 강의록 중 하나인 <안전, 영토, 인구>가 생각났습니다. 1977년과 1978년에 콜레쥬 드 프랑스에서 진행된 강의의 녹취본입니다.
소유가 무엇인지 물으면서 소유는 곧 도둑질이라고 주장하는 프루동의 책을 읽으면서 맥락을 벗어나 1970년대에 안전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던 다른 사상가를 떠올리는 것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생각해볼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검색을 해 보니 흥미로운 글이 잡혀서 여기에 링크를 올려둡니다.
[복지국가와 ‘생명정치의 탄생’ ③] 신자유주의 안전 메커니즘, ‘장애인의 위험도’를 계산하다 ([비마이너 연재] 푸코와 함께 장애읽기-12)
푸코가 왜 안전 얘기를 했는지 배경이 궁금하네요.
노들궁리소는 처음 알았습니다. 잘 읽어보겠습니다.
미셸 푸코는 1970년부터 1984년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겨울마다 새로운 강의를 했습니다. 그 중 1977-78년 겨울에 한 강의의 제목이 <안전, 영토, 인구 Sécurité, Territoire, Population>였습니다.
Foucault's lectures at the Collège de France
프루동의 책에서 나오는 '안전' 이야기에서 푸코의 그 강의를 떠올린 것이었는데,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푸코가 말하는 '안전'은 sécurité로서, 한 나라의 통치범위 내지 국경 안에서 거기 속한 사람들이 어떻게 통치당하는가 하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조야하게 거칠게 말하자면,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이든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든 반지하방에 살다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분들이든 장애가 있어서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이든 이 나라 또는 이 정부가 보호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닌 면이 있습니다. 과장하면 의사나 판검사나 기자나 교수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특히 재력이 있고 권력에 가까운 사람들, 또는 지배계층에 속한 사람들만을 정부가 보호하는 셈인데, 이런 문제와 푸코가 말하는 '안전, 영토, 인구'가 연결될 지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달리 프루동이 인용하는 1793년 프랑스 헌법의 인권선언에서 '안전'은 la sûreté로서, 안보에 가깝습니다. 갑자기 지나가는 사람이 나에게 흉기를 들이밀고 내게 해를 가하거나 내가 가진 것을 빼앗지 않을 만한 상태, 또는 지금 잠을 자고 있던 집이 앞으로도 별탈없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임을 보장받는 상태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파키스탄이 최악이 몬순으로 3300만여명이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것도 바로 그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인권을 억압하고 사람들을 엄청난 고통에 몰아넣었던 기관들이 "국가안전기획부"라거나 "보안사령부"라거나 "중앙정보부"라거나 "국가정보원" 같은 이름으로 불렸는데, 핵심은 안전, 안보, 보안 등이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악용했던 모양입니다.
책을 직접 읽기 전에는 몰랐었는데, 인권선언에 '소유'에 대한 주장이 있다는 게 논리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낯설고 이상했습니다.
흔히 인용되는 인권선언은 1948년에 나온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UDHR)"입니다. 2조에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더 나아가 개인이 속한 국가 또는 영토가 독립국, 신탁통치지역, 비자치지역이거나 또는 주권에 대한 여타의 제약을 받느냐에 관계없이 , 그 국가 또는 영토의 정치적, 법적 또는 국제적 지위에 근거하여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프루동이 이것을 인용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프루동이 인용하고 있는 것은 프랑스 혁명 당시에 나온 인권선언입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 당시의 '인권선언'이 여러 판본이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것은 1789년 인권과 시민권의 선언(Dé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 de 1789)입니다.
1789년 인권선언의 2조는 "모든 정치적 결사의 목적은 인간의 자연적 권리와 불가역적 권리를 보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는 자유, 재산, 안전 및 억압에 대한 저항이다. (Le but de toute association politique est la conservation des droits naturels et imprescriptibles de l'homme. Ces droits sont la liberté, la propriété, la sûreté, et la résistance à l'oppression.)"라고 되어 있어서, 프루동의 본문과 거리가 있습니다.
프루동이 인용하고 있는 1793년 인권선언(Dé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 de 1793)[영역본]의 1-3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조: 사회의 목표는 공동의 행복이다. 정부는 인간이 자연스럽고 불가역적인 권리를 향유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Le but de la société est le bonheur commun. Le gouvernement est institué pour garantir à l'homme la jouissance de ses droits naturels et imprescriptibles)
제2조: 이러한 권리는 평등, 자유, 안전, 재산이다.(Ces droits sont l'égalité, la liberté, la sûreté, la propriété.)
제3조: 모든 사람은 본성상 법 앞에 평등하다.(Tous les hommes sont égaux par la nature et devant la loi.)
1793년의 인권선언에는 '재산' 또는 '소유'가 명시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평등', '자유', '안전'이라는 가치와 이념이 나오는 대목에서 뜬금없이 '재산' 내지 '소유'가 등장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물론 프루동의 책을 읽기 전에는 이상한 줄도 몰랐습니다.)
1789년의 인권선언에는 순서가 좀 다릅니다. '자유', '재산', '안전', '억압에 대한 저항'의 순서입니다. 이 순서가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평등을 맨 앞에 놓은 1793년 판본과는 다릅니다.
그렇군요! 1793년 선언을 봐야하는 거네요. 여러 년도의 헌법이 언급돼서 뭐가 뭔지 모르고 헤매다가, 이미지는 하나 넣어야겠어서 1789년 선언 이미지를 골랐는데 틀렸네요. ^^; 바로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