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4장.환원에서 표현으로.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11-07 10:30
조회
81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4에서 『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이정우. 2021. 길)을 읽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시고요, 모임 공지는 웹사이트 맨 위 '일정' 메뉴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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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말
1부. 자연의 새로운 상
1장. ‘과학기술’의 탄생
2장. 근대적 합리성의 탄생
1절. 합리주의 인식론
2절. 기계론적 자연철학
3장. 과학혁명의 전개 1절. 힘의 과학과 질의 과학
2절. 새로운 과학혁명
2부. 표현의 형이상학
4장. 환원에서 표현으로
1절. 스피노자의 신-즉-자연
2절. 정신과 신체 그리고 인식
3절. 욕망과 감정의 철학
4절. 예속된 삶과 자유로운 삶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6장 기학적 표현주의
3부. 경험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
7장. 실학의 시대
8장. 계몽의 시대
9장. 선험적 주체의 철학
4부. 시민적 주체와 근대 정치철학
10장. 시민적 주체의 탄생
11장. 자유냐 평등이냐
12장. 왕조에서 국민국가로
맺는 말
4장. 환원에서 표현으로
1절. 스피노자의 신 - 즉 - 자연
p.176.
스피노자의 사유는 17세기 유럽이 배태한 가장 혁명적인 사유이자, 서양철학사의 흐름에 거대한 전환점을 가져온 대사건이다. 스피노자의 사유는 사양 고・중세 철학의 근본 토대를 와해했으며, 동시에 현대 사유의 토대를 마련했다. …
스피노자의 이런 혁명성은 우선 그의 신 개념에서 나타난다. … 목적론적 존재론과 제작적 세계관, 인격신 개념과 성직자들의 기만, 인간중심주의와 무지한 자들의 미신을 해체한다. 목적론적 세계관을 해체하고 인과론적 세계관을 세우는 것이 스피노자 사유의 중요한 한 초석이다.
§1. 전통의 해체
p.179-180.
목적론을 주장하는 신학자들/형이상학자들은 우리가 사물들의 원인을 모른다는 것을 이용한다. … 제작적-목적론적 세계관에서의 “신의 의지[뜻]”란 결국 ‘무지의 도피처’인 것이다. 그리고 이 도피처에 안주하기보다 더 깊은 원인을 ‘인식’하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믿음이 부족한” 사람들로 매도된다. … 그래서 이들은 ‘인식’하려는 사람들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며, 무지한 자들(‘믿는’ 자들)을 좋아하고 반기는 것이다.
p.181.
목적론적 존재론, 인격신 개념,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스피노자의 이런 비판은 다시 “성경”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스피노자의 “성경” 비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성경’은 한 권의 텍스트이다”라고 할 수 있다.
p.181-182.
‘자연의 빛’에 비추어 볼 때 “성경”은 진리를 담고 있는 텍스트가 아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거짓된 텍스트인가? 그러나 스피노자는 ‘진리’와 ‘의미’를 구분하며, “성경”은 진리를 담고 있지 않지만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2. 실체와 속성
p.187.
… 속성들은 외연상 똑같은 하나이면서도 내용상 공통된 측면이 하나도 없는 묘한 관계를 가진다. 앞의 그림-전체(오리/토끼 그림p.184)에서, 외연상 오리와 토끼는 완전히 하나이지만 내용상 각각은 완전히 다른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동일한 실체임에도, 사유-속성으로 표현되는실체(정신’으로서의’ 실체)와 연장-속성으로 표현되는 실체(물체’로서의’ 실체)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다. 따라서 양자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맺을 수도 없으며, 어느 하나로부터 다른 하나가 산출되지도 않는다.
p.187-188.
스피노자의 ‘신(Dieu)’은 어떤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 즉 무한한 속성들에 의해 구성된 실체이다. 신은 무한한 속성들—그 각각이 무한한—로써 스스로를 표현하는 존재이다. 스피노자는 신을 ‘자기원인’으로서 파악한다. 스피노자에게 ‘원인’이란 A를 A로서 존재하고 활동하게 만드는(사실 스피노자에게 ‘존재한다’는 것은 곧 ‘활동한다’는 것이다.) 작용인이다. 자기원인이란 자기를 존재하게 만드는 원인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뜻한다.
§3. 양태들의 세계
p.189.
신의 표현은 처음에는 무한양태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그 후에는 유한양태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물론 여기에서 앞뒤는 논리적 전후이지 시간적 전후는 아니다. 시간이란 신에 대해서가 아니라 유한양태들에 대해서 성립하는 범주이다.
p.190-191.
우리가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은 유한양태들이다. 유한양태들은 자기원인이 아닌 우연적 존재들로서, 신이 스스로를 표현한 결과들이다. 이것이 세계는 우연적이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연성은 양태들의 차원에서만 성립할 뿐, 신에게서는 우연성이라는 양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 그러나 스피노자는 구체적 현상들을 신을 끌어들여 설명하는 게으른 인과론의 폐단을 잘 알고 있었다. … 그래서 스피노자는 양태들은 수직적으로는 신의 표현물들이지만, 수평적으로는 서로 간에 인과관계를 맺는 존재들임을 지적한다. 양태들은 원인-결과의 연쇄를 이룬다.
p.192-193.
유한양태들은 곧 개별자들이거니와, 개별자들에 대한 스피노자의 사유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그것들의 ‘본질’을 인정한다는 점에 있다. (아이스토텔레스의 개체와 달리) 스피노자는 개체’의 본질’을 논함으로써 … 스피노자의 가지성은 개체에게까지도 내려가는 것이다. … 모든 개체들은 ‘존재하는 힘(vis existendi)’을 내포하고 있으며, 스피노자에게서 이 힘이란 곧 모든 개별자에 내재한 역능, 활동하려는 힘이다.
(여기서부터 2024년 11월 18일 업데이트한 부분입니다.)
2절. 정신과 신체 그리고 인식
§1. 삶의 고뇌와 사유의 빛
p.195-196.
인간은 무엇을 통해서 이 삶이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가? 스피노자는 “인간은 사유한다”(2부, 공리2)라고 말한다. … 이 명제는 데카르트의 “나는 사유한다”와 의미심장한 대조를 이룬다. … 어찌 인간만이 사유하는 존재일까? …
“문제의 핵심은 “인간은 사유한다”라는 명제를 “인간은 이성적으로 사유할 수 있다”라는 명제로 이해하는 것이다. 인생은 고(苦)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을 통해서 삶을 헤쳐나갈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지복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스피노자가 흔히 ‘합리주의자’로 불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인간을 특권화하기를 원치 않는다. … 정신, 이성, 사유는 인간의 인간-됨의 핵심이지만, 어디까지나 물질, 감정, 연장과 함께 내재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2. 신체와 정신의 관계
p.199-200.
스피노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물체들 자체보다는 신체이다. 그가 물체들을 다루는 것은 오로지 인간 신체의 변양이 결국 다른 물체들과의 물리적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일 뿐이다. 그리고 정신은 물체들과 직접 관련 맺는다기보다는 결국 (물체들과 함께 변양되는) 신체와 관련 맺는다고 해야 한다. …
스피노자에게서 정신은 신체의 관념이다.(p.200-201)
§3. 세 종류의 인식
p.203-205.
스피노자는 이 이미지작용에 입각한 인식과 원인의 인식에 입각한 인식—엄밀히 말하면 이 경우만이 ‘인식’이다—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 이미지 차원의 인식은 지성 차원의 인식을 통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자체의 차원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미지작용을 통해 인식하는 차원과 사물들의 원인에 대한 인식을 통해 인식하는 차원을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 …
그렇다면 지성에 의한 인식이란 어떤 것인가? 첫째, … 정신의 관념들/개념들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인식이다. … 둘째, 지성적/합리적 인식은 보편성을 가지는 인식이다. 스피노자는 ‘공통 사념들’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 점을 강조한다. … (셋째) 스피노자는 여기에 다시 ‘제3종 인식’ 또는 ‘직관지(science intuitive)’의 존재를 제시 … “신의 속성들의 형상적 본질에 대한 적합한 관념으로부터 사물들의 본질에 대한 적합한 인식으로 나아가는” 인식이다. …
결국 스피노자가 말하는 세 종류의 인식이란 오늘날의 상식적 인식, 과학적 인식, 철학적 인식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절. 욕망과 감정의 철학
§1. 감정론의 기초
p.211-212.
요컨대 ‘욕망’으로부터 ‘가치’가 나오는 것이지, ‘가치’로부터 ‘욕망’이 나오는 것이다. 스피노자의 이 윤리학 혁명, 가치론 혁명은 ‘전통으로부터 근대로’의 이행에 있어 나타난 결정적인 요소들 중 하나이며, 스피노자의 이후 논변들 나아가 근현대 철학 전반의 논변들의 기초로 자리 잡게 된다.
§2.. 감정의 변이
p.213.
… 우리는 우리 욕망의 원인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대상에 대한 사랑과 미움의 원인이 바로 그 대상의 가치에 있다고 착각한다. 이는 앞에서 논했던 ‘목적론적 전도’의 가치론적 버전이며, 스피노자 혁명이 존재론에서 가치론으로 이어지는 국면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3. 행위와 감정
p.219-221.
만일 ‘정치’라는 것을 곧 권력 배분을 둘러싼 인간 드라마라고 규정한다면, 인간의 삶은 근원적인 수준에서 정치적 삶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스피노자의 사유는 이제 이 지점쯤부터 조금씩 정치철학적 함축을 띠어간다. 그 구체화는 물론 『정치론』(과 『신학-정치론』)에서 전개되지만, 행위/실천을 논의하는 이 대목부터 그의 사유는 이미 함축적으로 정치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정치철학은 홉스와의 이론적 대결을 통해 전개된다.
…
홉스에게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대적 관계의 해소는 오로지 외부적인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스피노자는 홉스의 이런 현실 이해(p.220. 권력에의 의지)에 공감하면서도 그의 해결책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 스피노자에게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 내부적인 방식으로 해소 가능하다. … 맹자처럼 인간의 본래적 선함을 역설하지는 않지만, … 자체에 주어진 내적 본성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본래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
인간관계가 주인-노예 관계로 타락하는 것은 존재론적 본연이 아니라 현실적 과정의 결과이다. 그리고 외부적인 방식의 해결책이 모색되는 것은 바로 이 국면에서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윤리학만이 아니라 정치철학이 요구되는 것이다.
§4. 복합적 감정들
p.223-224.
스피노자는 ‘경탄’이 깃드는 감정들은 별도의 군으로 다룬다. … 스피노자에게 경탄이란 감정론에 속하기보다는 차라리 인식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식론적인 주목 또는 주목할-게-없음과 관련된다고 하겠다.
§5. 능동적 감정
p.224-225.
감정이란 기본적으로 겪는 것, 수동이다. … 그러나 스피노자는 수동적 감정과 대비되는, 능동성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감정들 또한 논한다. … 능동적 욕망/기쁨은 스피노자의 『에티카』 전체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는다.(『에티카』 3부, 정리 58, 59, 주해.)
4절 예속된 삶과 자유로운 삶
§1. 감정과 이성
p.227-230.
스피노자 윤리학의 궁극 목표는 어떻게 예속상태(감정에 지배되는 상태)를 벗어나 이성에 따르는 삶을 살 것인가, 그로써 지복에 도달할 것인가에 있다. … 그는 이성의 한계가 무엇인지, 역으로 말해 감정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
전통적으로 윤리학적 사유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은 좋음/선과 나쁨/악이라는 가치이다. 그러나 … 스피노자에게 선과 악은 객관적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의 욕망 및 활동역량의 가감(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의 문제이다. … 스피노자 윤리학의 핵심 문제-틀은 노예와 자유인의 문제-틀, 예속된 삶과 자유로운 삶의 문제-틀이다. …
그는 이성이 가리키는 이런 삶의 방향을 ‘이성의 명범’이라는 이름 하에서 다음과 같이 정식화한다.
“이성은 자연=신과 대립하는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기에, 각자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에 유익한 것(그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것)을 찾고, 한 인간을 보다 큰 완전성로 진정 이끌어갈 모든 것을 추구하기를, 요컨대 각자가 가능한 한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고자 노력하기를 요구한다.(4부, 정리18의 주해)
… 스피노자는 오히려 도덕—더 이상 ‘도덕’이 아니라 ‘에티카’이지만—의 기초는 바로 “각자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2. 지복을 향해
p.230-231.
이렇게 할 수 있는 힘을 스피노자는 ‘덕’이라고 부른다. … 그래서 덕=역능의 기초는 코나투스이며, 행복의 기초는 바로 코나투스에 있다. 그리고 덕이야말로 인생의 최고 가치이다. …
“타인들을 위해 욕망하고, 타인들에게 정의롭고 신망 있으며 고결한/정직한 존재가 되는 것” 외의 다른 것이 아닌 것이다. … 이런 세계, 공동체—이성에 따라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 자유인들의 공동체, 현자들의 공동체—가 바로 스피노자적 뉘앙스에서의 유토피아일 것이다.
(4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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