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3장.과학혁명의 전개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10-24 12:39
조회
80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4에서 『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이정우. 2021. 길)을 읽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시고요, 모임 공지는 웹사이트 맨 위 '일정' 메뉴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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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말
1부. 자연의 새로운 상
1장. ‘과학기술’의 탄생
2장. 근대적 합리성의 탄생
1절. 합리주의 인식론
2절. 기계론적 자연철학
3장. 과학혁명의 전개 1절. 힘의 과학과 질의 과학
2절. 새로운 과학혁명
2부. 표현의 형이상학
4장. 환원에서 표현으로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6장 기학적 표현주의
3부. 경험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
7장. 실학의 시대
8장. 계몽의 시대
9장. 선험적 주체의 철학
4부. 시민적 주체와 근대 정치철학
10장. 시민적 주체의 탄생
11장. 자유냐 평등이냐
12장. 왕조에서 국민국가로
맺는 말
3장. 과학혁명의 전개
p.115.
지난 4세기에 걸쳐 진행되어온 자연과학의 역사를 일관되게 바라볼 수 있는 한 관점은 이것이다: 데카르트에 의해 일단 완전히 표백되었던 자연에 다시 새로운 존재자들이 계속해서 받아들여져온 역사.
1절. 힘의 과학과 질의 과학
p.117.
우선 17세기(와 18세기)에 이루어진 과학혁명 내에서 새로운 단계를 만들어낸 두 가지 과학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힘의 과학과 질의 과학이 그것이다.
데카르트의 자연철학은 힘의 범주를 제거해버린 세계이다. … 이에 비해서 ‘힘’이라는 것을 자연철학의 핵심 전제로 삼고, 힘의 과학을 구축한 대표적인 인물은 뉴턴과 라이프니츠였다.
§1. 기계론의 극복
p.118-119.
로버트 보일(1627-1691)의 사유는 데카르트의 기계론을 이어받은 것이었으며, 그는 자신의 자연철학을 ‘입자철학’이라고 불렀다. (각주2 - 화학의 역사에서 보일의 사유는 파라켈수스적 화학으로부터 기계론적 화학으로 이행하는 과정의 정점에 위치했다. 보일은 데카르트의 영향과 가상디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 때문에 이 입자는 데카르트의 ‘res extensa’일 수도 있지만 가상디의 원자일 수도 있다. …)
… 보일의 연구는 물질이란 나름의 활설을 내장하고 있는 실체라는 것, 그리고 물질에는 간단히 일원화할 수 없는 다질성이 있다는 것을 차례차례 드러낸 것이다. 이렇게 물질 자체에 ‘힘’과 ‘질’을 내장시킨 것은 데카르트 기계론으로부터 탈피하는 중요한 계기를 이루게 된다.
§2. 뉴턴의 종합
p.121-122.
기계론의 눈으로 보면, ‘떨어진 거리에서의 작용’은 영락없이 일종의 마술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뉴턴의 만유인력 개념은 오래도록 강력한 비판들에 직면해야 했다. 뉴턴은 우주에 편재한 이 힘의 근원, 우주의 제1원인은 데카르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신이라고 생각했다. 데카르트가 형이상학에서 출발해 자연철학으로 나아갔다면, 뉴턴은 자연철학에서 출발해 종교/신학으로 나아갔다. …
… 이런 구도는 뉴턴 사유의 이율배반적 구조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이율배반적 모습은 서양의 근대 철학자들에게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구도였다. 그러나 자연철학에 국한해서 본다면, 그의 사유는 데카르트의 기계론과 헤르메스주의적 세계관 그리고 갈릴레오의 수학적 물리학의 탁월한 종합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3. 라이프니츠의 동역학
p.125.
라이프티츠의 힘 개념은 뉴턴에게서처럼 물체와 물체 사이에 존재하는 만유인력이 아니라, 물체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었다. 이 점에서 오히려 하위헌스의 힘 개념에 가까웠다. … 그것은 자연철학적 맥락에서서 훗날의 ‘에네르기(/에너지)’에 해당하는 것 …. 철학적 맥락에서의 힘의 뉘앙스도 띠고 있었다.
p.125-126.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와 대조적으로 전통과 근대를 조화시키려 노력했다. 특히 자연철학의 맥락에서 … 그는 근대에 있어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에 버금가는 철학체계를 구축한 인물로 평가된다. 지금의 맥락에서 라이프니츠의 이런 종합적인 면모는 ‘본래적 힘’과 ‘파생적 힘’을 동시에 인정하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본래적이고 능동적인 힘은 곧 만물의 형이상학적 실체이고, 완성태와 동일시된다. … 핵심적인 것은 ‘형상’으로부터 ‘힘’으로의 변환이다. 파생적 힘은 곧 자연철학적 힘이다. 라이프니츠는 양자를 동시에 긍정함으로써 종합적 틀을 마련했다.
p.128-129.
라이프니츠에게 물질/물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논쟁적인 문제이다. … 라이프니츠에게 진정한 실재는 비-물체적 존재인 모나드이다. 그렇다면 자연철학적 맥락에서 물체의 운동의 주체는 무엇인가? 바로 힘이다. … 그러나 라이프니츠의 사유는 힘의 과학만이 아니라 질의 과학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서부터 2024년 10월 31일 업데이트한 부분입니다.)
§4. 질의 과학
p.129.
원자론에 대해 논하면서, 오직 기하학적 크기, 모양, 배치만을 가진 원자들이 어떤 식으로 결합된들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질적 풍요로움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었다.(1권, 4장, 3절) 환원주의는 그것이 제시하는 ‘실재’와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사이에 거대한 간극을 도입한다.
이런 의문은 원자론과는 다른 방식으로이지만 역시 세계를 ‘res extensa’로 환원하는 데카르트식 기계론의 경우에도 똑같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물리과학에서 ‘질량’이라는 물질의 실체성과 ‘힘’이라는 역학적 실재를 도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p.130.
고전 시대(대략 17, 18세기)의 질의 과학은 데카르트의 환원주의의 길이 아니라 라이프니츠의 종합주의의 길을 따랐다. *각주 19) … 데카르트의 기계론은 … 물리과학에서와 마찬가지로 근대 과학의 전체 프로그램으로서 기능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생태학 등을 비롯해 분석・환원보다는 종합・조화를 추구하는 생명과학/생명사상의 흐름은 라이프니츠를 잇고 있다. 이렇게 보면 데카르트의 환원주의와 라이프니츠의 종합주의는 근대 과학의 역사가 드러내는 두 경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p.131.
질의 과학에서 활용된 라이프니츠의 논리학/존재론은 곧 ‘마테시스(mathesis)’ = 일반 대수학, 즉 척도와 순서에 관한 보편 과학이다. … 존재론적 층위는 상이하지만, 이는 곧 20세기 후반 구조주의 학문들에서 말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이 구조는 현대 구조주의에서와 같은 무의식적 구조가 아니라 가시성(visibilité)의 바로 아래에 존재하는 공간, 순서들의 장, ‘표’이다.
p.139-140.
기계론이 지칭하는 내용은 계속 달라져갔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이 말을 계속 쓰는 것일까? … 오늘날 ‘기계론’이라는 말을 쓴다면, 그것은 도대체 어떤 이론을 가리키는 것일까? … 이는 하나의 철학적 개념과 구체적인 과학적 탐구 성과들 사이에서 계속적인 개념적 재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철학적 개념은 과학의 실제를 반영하면서 계속 그 함의를 바꾸어나가지만, 개념 그 자체는 좀체 바뀌지 않는 것이다. 하나의 과학적 이론은 시간이 지나면 파기되지만, 철학적 개념이 파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기계론’이라는 말 역시 과학의 역사가 배태해내는 차이생성을 계속 소화해내면서 그 동일성을 바꾸어왔다고 할 수 있다.
*각주 26)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어떤 철학적 이론을 비판할 때 정확히 어느 시기의 어떤 이론을 가리키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 그렇지 않은 모든 비판들은 엉뚱한 과녁을 맞히고 있는 것이다.
2절. 새로운 과학혁명
§1. 19세기의 과학혁명
p.146-147.
화학이 개별 과학으로서 성립한 때와 거의 같은 시기에 생물학 역시 개별 과학으로서 성립했다. 19세기 생물학은 고전 시대의 그것처럼 식물들의 가시적 성질들을 분류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
… 19세기 생물학 혁명의 진면목은 이런 공간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시간적 측면에서도 음미되어야 한다. 고전 시대의 과학은 공간적 과학이었다. 19세기 과학의 의미는 우선은 이 공간을 한층 심층화한 것에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과학적 사유의 축을 공간에서 시간으로 바꾸었다는 점에 있다.
§2. 열역학적 세계관의 탄생
p.148.
물리과학에서 19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가장 큰 개념적 성과는 ‘에너르기’ 개념(과 ‘파동’ 개념)의 발명과 그것의 본성에 대한 발견이었다.
p.151-152.
고전 역학의 세계는 가역적 세계였다. 그것은 무한과 영원의 형이상학이 지배했던 17세기의 맥락에 잘 부합하는 세계였다. 그러나 19세기의 열역학이 제시한 세계는 불가역적 세계였다.
물리 현상이 불가역적이라 함은 물리적 존재들이 그 형상, 리를 잃어버림을 뜻한다. 즉, 현대식으로 말해서 물질을 일정하게 조직하고 있는 정보를 상실함을 뜻한다. 한 물리적 존재의 형상이란 내용상 그것을 바로 그런 형태로 조직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3. 진화론적 세계관의 탄생
p.155.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는 ‘eidos’라는 말이 형상이라는 뜻과 종이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적절히 반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eidos’는 중세 철학에 이르러 ‘species’(라틴어 발음 ‘스페키에스’)로 계승된다. … ‘eidos —> species’라는 끈이 아리스토텔레스와 중세 철학을 이어주고 있다. … 이 생명존재론의 핵심에는 종의 불변성이 놓여 있다. …
그러나 과학적 탐구의 시간 길이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 안정적이고 원융한 세계 곳곳에서 균열이 일어나게 된다.
p.157.
다윈에게서 연구의 단위는 개체도 아니고 종도 아니다. ‘개체군’이 이 논의의 핵심에 놓인다. 따라서 연구의 방법에서도 통계적인 방식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p.158-159. 보론: ‘natural selection’이라는 표현
자연환경”이” 살아남을 생명체들을 ‘선택’한다는 생각은 진화에서 진정한 주체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 주체는 결국 생명체들이다. … “natural selection”이란 자연”이” 생명체들을 선별하는 과정(‘자연선택’)이 아니라 생명체들이 자연에 적응해가면서 살아남는/남지 못하는 과정(‘자연도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3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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