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2장.근대적 합리성의 탄생 (p.75-114)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10-17 13:07
조회
90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4에서 『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이정우. 2021. 길)을 읽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시고요, 모임 공지는 웹사이트 맨 위 '일정' 메뉴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1x
< 1x
목차
여는 말
1부. 자연의 새로운 상
1장. ‘과학기술’의 탄생
2장. 근대적 합리성의 탄생
1절. 합리주의 인식론
2절. 기계론적 자연철학
3장. 과학혁명의 전개2부. 표현의 형이상학
4장. 환원에서 표현으로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6장 기학적 표현주의
3부. 경험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
7장. 실학의 시대
8장. 계몽의 시대
9장. 선험적 주체의 철학
4부. 시민적 주체와 근대 정치철학
10장. 시민적 주체의 탄생
11장. 자유냐 평등이냐
12장. 왕조에서 국민국가로
맺는 말
2장. 근대적 합리성의 탄생
1절. 합리주의 인식론
§1. “cogito ergo sum.”
p.77-78.
당대(17세기)에 풍부하게 이루어졌던 과학적 성과들과 대조적으로, 오히려 널리 퍼졌던 인식론은 회의주의였다. … 데카르트는 행동의 차원에서는 회의주의를 거부한다.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회의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 완전히 만족할 만한 집을 짓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동안에 살 수 있는 임시 거처는 마련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 …
…
… 데카르트에게 중요했던 것은 방법, 또는 결국 같은 것이지만 확실성이다.
p.82-83.
“cogito, ergo sum”에서 ‘ergo’는 ‘cogito’에서 ’sum’이 추론되어 나온다는 뜻이 아니라, ‘cogito’이므로 당연히 ‘sum’임을 뜻한다. 이 점에서 ‘ergo’는 ‘즉’이다.
…
그런데 이 존재하는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 바로 내가 사유한다는 것 … 내 몸, 세계, 내가 있는 장소가 없어도 내 사유가 없을 수는 없지만, 역으로 다른 모든 것이 존재한다 해도 내가 사유하고 있지 않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 나의 실체는 바로 나의 사유 … 사유하는 한에서 나는 하나의 실체 … 나는 결국 ‘사유하는 실체’, ‘사유하는 것(res cogitans)’ … 나는 사유를 본질로 하는 실체이다.
§2. 명석・판명한 관념들
p.84-87.
데카르트는 참되고 확실한 인식 근거를 찾아서 “나는 사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사유를 본질로 하는 실체이다”라는 토대를 세웠거니와, 이제 논의를 보다 일반적인 지평으로 넓혀 “어떤 명제를 참되고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 이에 대해 데카르트는 이 명제가 명석하고 판명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정신의 활동, 즉 사유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이는가? … 데카르트는 이에 대해 ‘idées’라 답한다. … 데카르트에 이르러 이데아는 인간의 영혼/정신으로 그 자리를, 존재론적 자리를 옮긴다. … 이데아들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즉자적 실재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정신 속에 들어 있는 것들로서, 이제 그것들은 ‘이데아들’로 읽히기보다 ‘이데들’로 읽히게 된다.
이것은 서양 철학사에 있어 가장 극적인 전환들 중 하나이다. 이제 ‘idea’는 ‘念’이다. 글자 그대로, 지금 내 마음을 채우고 있고 활동하고 있는 것, 이것이 ‘idée’이다. 그것의 핵심적인 기능/활동은 무엇인가? 바로 무엇인가를 ‘관(觀)’하는 것이다. … (그러나) 본체와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이다.
…
그러나 이 연결에서의 방향은 역전된다. 플라톤에게서 우리의 영혼은 이데아라는 동일성에서 출발해 그것을 모방한다. … ‘모방’에서 ‘표상’으로. … 거기에는 ‘존재와 사유의 일치’라는 서구 철학사의 중심 테제가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재현의 방향은 바뀐다. 이데아들로부터가 아니라 관념들로부터. 객체에서 주체의 방향이 아니라 주체에서 객체의 방향으로. 이로써 ‘합리’의 의미가 달라진다. 플라톤적 합리에서의 ‘리’는 곧 객체적 이데아 … 데카르트적 합리에서의 ‘리’는 주체적 이성 … 그래서 ‘합리’란 곧 이성에 근거함을 뜻한다.
§3. 본유관념들
p.87-89.
본유관념들(idées innées)이란 우리의 영혼 속에 본래적으로 존재하는(本有) 관념들이다.
…
내가 내 관념을 가지고서 사물을 인식한다 할 때 내 관념이 그 사물의 본질과 일치한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 데카르트는 … 자신의 인식론을 형이상학적으로 다시 정초하고자 한다. 그 출발점은 사유하는 나 안에 본유관념으로서 ‘신의 관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데카르트는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유한한 나 안에 무한한 신의 관념이 존재하게 되었을까?
…
데카르트는 ‘본유관념들의 존재’와 ‘신의 존재’ 그리고 ‘존재와 사유의 일치’라는 새 테제를 하나의 구도 안에서 동시에 정립하고 있다.
§4. ‘합리주의’의 방법
p.92-95.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인식론은 ‘근대적 합리성’의 원형을 이루었다. 그러나 철학=학문이 여러 과학들로 점차 분화되고 ‘철학’은 점점 그 고유한 영역으로 축소되면서, 데카르트의 사유는 그 후 이원적인 구도로 수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그의 형이상학 부분은 거부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의 과학 방법론 부분에서만 영향을 받았다.
…
반면 좁은 의미에서의 철학자들은 데카르트가 제1원리를 찾아낸 과정과 그 형이상학적 사유 내용에 집요한 관심을 보였으며, 어떤 면에서 본다면 근대 철학 전체가 이 부분을 둘러싸고 전개되었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았다.
보론: 코기토와 광기
p.93-95.
… 꿈과 오류는 ‘코기토’로 나아가는 과정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극복되는 것들이며, 이런 극복 과정이 코기토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광기의 경우는 어떨까? 푸코는 데카르트가 꿈이나 오류, 환각의 가능성은 피해 갔지만 광기의 위험은 피해 가지 못했다고 본다. … 광기는 사유 자체를 와해한다. … 푸코는 서구의 고전 시대는 광기의 배제라는 조건 위에서 수립했음을 역사적 연구를 통해서 밝히고자 했으며, 데카르트의 사유에서 그 철학적 징후를 읽어내었다.
…
하지만 데카르트가 회의의 마지막 단계에서 악신을 끌어들인 것을 생각해보자. … 뒷부분에서는 사실상 우리가 총체적인 광기에 사로잡힐 수 있는 극단적 지경을 상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이 지경으로부터 ‘코기토’의 발견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작지 않은 비약이 삽입되어 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이런 회의와 그것의 극복이 이어지는 과정 … 이성의 승리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믿음 …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데카르트는 광기를 단순 배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광기와 이성을 직조하고 이성에 승리자의 역할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광기를 막강한 조연/악역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배제’한다기보다는 그것에 대해 ‘승리’를 거둠으로써만 성립 …
2절. 기계론적 자연철학
§1. ‘기계론’이란 무엇인가
p.97-99.
기계론(mécanisme)이란 말 그대로 자연을 하나의 기계로 간주하는 관점 … 데카르트는 자연을 하나의 기계로 간주하고서 그 작동 이치를 설명하고자 했다.
현재의 우리는 ‘역학’이라는 말을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물리학적 패러다임들 중 하나…로 이해하지만, 데카르트 당대에 이 말은 실제 기계들을 다루는 장인들의 작업을 뜻했다.’ …
‘기계론’이란 곧 세계를 기계 다루듯 분석하고 조작한다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데카르트에게서 이 말은 좀 더 무거운 존재론적 의미를 띠게 된다. 그것은 사물들을 다루는 방식이 아니라, 세계 자체가 하나의 기계라는 존재론적 설정을 뜻한다. …
… 데카르트는 신이 곧 운동의 제1원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데카르트에게 물질세계는 신이 창조한 거대한 기계이며, 신은 이 기계가 닳지 않고 항상 일정한 운동량을 유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2. ‘res extensa’
p.99-101.
… 가장 단순한 것을 찾는다 할 때, 이는 기계적인 해체 이전에 우선 존재론적인 분석을 요청한다. 즉, 자연세계에 있어 궁극의 ‘실재’가 무엇이냐를 탐색하는 작업 … 이 실재는 곧 ‘res extensa’이다. 앞에서 ‘나’=정신을 ‘사유를 본질로 하는 실체’로 정의했거니와, 물체란 바로 연장을 본지로 하는 실체, ‘연장된 것’이다.
…
데카르트의 연장 개념에 관련해 몇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연장은 물체의 실질적 연장을 가리킨다. … 또 자연을 이 연장들의 총체로 생각할 때 거기에는 어떤 특정한 중심이 없다. … 세 번째로 중요한 사실로서 데카르트는 진공의 존재를 부정한다. ... 그리고 연장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는 질적으로 단 하나의 등질적 세계이다.
§3. 운동의 이론
p.101.
결국 데카르트에게 자연의 실재란 크기, 형태, 운동(/배치)에 의해서만 구분되는, 비-한정적으로 분절된 무한정한 ‘res extensa’들의 총체이며, 다른 모든 경험적 현상들은 이 연장들의 운동의 결과로 이해된다. 이것은 극단적인 환원주의의 세계이다.
§4. 합리주의적 기계론의 함정
p.105.
데카르트 자연과학의 성격이 더 극적으로 나타난 곳은 생명과학이었다. 데카르트는 그의 기계론을 생명체에도 적용하고자 했으며, 생명체를 좀 복잡할 뿐 그 평형추들이나 톱니바퀴들을 분석함으로써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생명과학에서 기존의 모든 “신비한” 개념들을 제거하고자 했다.
p.106.
물리과학에서도 그렇거니와 생명과학에서도 데카르트의 사유는 너무 합리적이어서 오히려 한계를 내포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헤르메스주의가 역설했던 ‘힘’ 같은 개념을 제거하고자 했기 때문에 오히려 뉴턴의 힘, 라이프니츠의 에네르기 개념에 도달하지 못했고, 또한 물질과 다른 ‘생명’의 고유함 같은 것을 쳐내버리려 했기 때문에 오히려 하비처럼 생명체의 특이성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 과학에서 드러난 그의 이런 한계는 인식론=과학철학이라 할 수 있는 원칙론에서는 오히려 성공적이었다. 그의 극단적 기계론은 근대 과학의 전체 프로그램으로서는 이후의 과학사 전체를 예기했다고 할 수 있다 … 구체적 탐구들에 있어 한계를 드러냈지만, 또한 동시에 바로 그 때문에 어떤 원칙론으로서, 비전으로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이다.
(2장 끝)
전체 388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공지사항 |
[자료] 자연철학이야기 대담 녹취록, 세미나 녹취록, 카툰 등 링크 모음입니다.
neomay33
|
2023.10.24
|
추천 0
|
조회 2520
|
neomay33 | 2023.10.24 | 0 | 2520 |
373 |
[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6장. 기학의 표현주의
neomay33
|
2024.12.09
|
추천 0
|
조회 20
|
neomay33 | 2024.12.09 | 0 | 20 |
372 |
[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neomay33
|
2024.11.28
|
추천 0
|
조회 56
|
neomay33 | 2024.11.28 | 0 | 56 |
371 |
<슈뢰딩거의 자연철학 강의> 서평 올립니다. (2)
박 용국
|
2024.11.15
|
추천 1
|
조회 152
|
박 용국 | 2024.11.15 | 1 | 152 |
Re:<슈뢰딩거의 자연철학 강의> 서평 올립니다.
자연사랑
|
2024.11.21
|
추천 1
|
조회 60
|
자연사랑 | 2024.11.21 | 1 | 60 | |
Re:Re:<슈뢰딩거의 자연철학 강의> 서평 올립니다.
박 용국
|
2024.11.23
|
추천 0
|
조회 50
|
박 용국 | 2024.11.23 | 0 | 50 | |
370 |
[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4장.환원에서 표현으로. (1)
neomay33
|
2024.11.07
|
추천 0
|
조회 81
|
neomay33 | 2024.11.07 | 0 | 81 |
369 |
[자료 모음] 책새벽-월-시즌5 : 『사피엔스』
neomay33
|
2024.10.28
|
추천 0
|
조회 57
|
neomay33 | 2024.10.28 | 0 | 57 |
368 |
[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3장.과학혁명의 전개 (1)
neomay33
|
2024.10.24
|
추천 0
|
조회 79
|
neomay33 | 2024.10.24 | 0 | 79 |
367 |
[자료] 『사피엔스』 비평글 모음 / 순서가 바뀐 그림('우리 사촌들의 얼굴') (1)
neomay33
|
2024.10.20
|
추천 0
|
조회 105
|
neomay33 | 2024.10.20 | 0 | 105 |
Re:[자료] 『사피엔스』 비평글 모음 (2)
자연사랑
|
2024.10.21
|
추천 2
|
조회 117
|
자연사랑 | 2024.10.21 | 2 | 117 | |
366 |
[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2장.근대적 합리성의 탄생 (p.75-114) (1)
neomay33
|
2024.10.17
|
추천 0
|
조회 90
|
neomay33 | 2024.10.17 | 0 | 90 |
365 |
[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1장 - 2절. ‘외물’에의 지향 (p.44-74)
neomay33
|
2024.10.17
|
추천 0
|
조회 84
|
neomay33 | 2024.10.17 | 0 | 84 |
364 |
장회익 저작 읽기 - 소감과 앞으로 공부 계획 (1)
neomay33
|
2024.10.13
|
추천 0
|
조회 149
|
neomay33 | 2024.10.13 | 0 | 149 |
『세계철학사 3』 책꼽문 2장 2절 업데이트했습니다. (2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