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3』 1장 - 2절. ‘외물’에의 지향 (p.44-74)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10-17 12:59
조회
86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4에서 『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이정우. 2021. 길)을 읽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시고요, 모임 공지는 웹사이트 맨 위 '일정' 메뉴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목차
여는 말
1부. 자연의 새로운 상
1장. ‘과학기술’의 탄생
1절. ‘외물’에의 지향
2절. ‘자연과학적 사유’의 탄생: 근대 역학의 존재론
2장. 근대적 합리성의 탄생
3장. 과학혁명의 전개
2부. 표현의 형이상학
4장. 환원에서 표현으로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6장 기학적 표현주의
3부. 경험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
7장. 실학의 시대
8장. 계몽의 시대
9장. 선험적 주체의 철학
4부. 시민적 주체와 근대 정치철학
10장. 시민적 주체의 탄생
11장. 자유냐 평등이냐
12장. 왕조에서 국민국가로
맺는 말
1장. '과학기술'의 탄생
2절. '자연과학적 사유'의 탄생: 근대 역학의 존재론
§1.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학
p.45-46.
아리스토텔레스 운동 개념의 가장 일반적인 구도는 잠재태가 현실태의 인도를 받아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그것의 완성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체의 질료는 그러한 완성태로 나아갈 수 있는 잠재성(‘뒤나미스’)을 안고 있고, 그것을 형상=현실태(‘에네르게이아’)는 이 잠재성을 이끌어 완성태로 완결시킨다.
…
…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런 운동은 바로 생명체들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운동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생성의 세계는 곧 생명의 세계이다. 그는 이런 관점에 입각해서 세계를 보았고, 그 세계를 총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이러한 총체성은 위대함인 동시에 약점)
p.46-47.
근대 역학이 극복하자고 한 운동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 운동 개념 전체가 아니라 세 번째의 운동인 장소 이동이다. 이제 근대 역학에서 문제가 된 것은 더 이상 ‘장소 이동’이 아니라 ‘공간 이동’ 또는 ‘위치 이동’이다.
§2. 아리스토텔레스 극복의 길
p.48.
아리스토텔레스와 대조적으로 근대 역학은 사물의 본성에 대한 사유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갈릴레오는 물체의 운동은 그것의 본성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 그것은 단지 ‘외부적 힘’과 ‘관성’에 따라 움직일 뿐이며 또 그것에 물리학적으로 고유한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질량’일 뿐이다. … (물리학적 맥락에서 ‘운동’이란 본성이 아니라 단지 ‘상태’일 뿐)
…
문제의 초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생명의 차원과 물리의 차원 사이에 존재하는 존재론적 분절을 예민하게 고려하기보다는 연속적인 방식으로 파악했다는 점 ... 근대 역학은 이 체계에서 물리적 측면을 따로 떼어내어 그 부분을 탐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3. 근대적 역학의 탄생
p.52-53.
갈릴레오가 운동에 대한 어떤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사유의 핵심은 운동의 문제와 힘의 문제를 자신의 탐구 영역에서 배제해버린 데에 있다.
이 점에서 케플러와 대조적이다. 케플러는 헤르메스주의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우주(태양계)에 포괄적인 동역학적 모델을 적용했다. 그러나 갈릴레오는 헤르메스주의를 비롯한 기존의 형이상학들을 자신의 탐구에서 일소하고자 했기 때문에, ... 운동을 수학적으로 파악하는 것에 탐구를 국한했다. … 갈릴레오는 인식의 대상을 현상계에 국한했다.
§4. 철학자에서 과학자로
p.58~59.
갈릴레오에게 극적인 픽션들을 덧붙이고, 나아가 마치 과학의 순교자나 되는 듯이 날조한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만들어진 이유...? 그것은 세계가 점차 자본주의적—과학기술적 세계로 화해 가면서 자본주의—과학 기술연합체가 자신들의 '시원'이라고 생각한 인물에게 바치는 오마주에서 유래했다. ...
이와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갈릴레오야말로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폐해의 '원흉'이라고 지목하기도 한다. 핵무기, 살인가스, 산업재해를 비롯한 숱한 직접적 고통들은 물론이고, 세계를 양화하고 조작해서 일종의 기계로 만들어 삶의 의미와 가치를 황폐하게 만들어 버린 근대 문명의 출발점이 바로 갈릴레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후대의 경험을 갈릴레오에게 사후적으로 투사한 것일 뿐이다. 앞의 과정이 자본주의—과학 기술이 만들어낸 문명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날조라면, 이 지탄은 바로 이 문명의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갈릴레오에게 투사한 잘못된 비난이라고 할 수 있다.
보론 1: 과학에서의 실험의 중요성
p.60-62.
데카르트가 빛을 다룬 방식은 그의 사유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기토’와 ‘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res extensa’(물질-공간 쪼가리들)로 본 그의 형이상학에 충실하게도, 그는 우선 ‘빛’이라는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신화적, 종교적, 형이상학적, 문학적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다. 그러고서 빛을 철저하게 그의 기계론에 입각해 설명한다.
…
그는 우선 인위적으로 무지개를 만들어서 그것을 관찰하고, 그것의 심층적 메커니즘을 모델화했으며, 그 메커니즘에 입각해 이론을 구성했다. 그리고 다시 여러 실험들을 조작해 그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해석함으로써 무지개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확정하고자 한 것이다.
보론 2: 과학기술과 ‘진보’
p.66-69.
… “왜 동양, 특히 동북아에서는 과학기술적 사유가 발달하지 못했는가?”라는 물음 …
그러나 엄밀하게 말한다면, 이런 식의 물음은 잘못 제기된 것이다. … 단지 사후적으로 제기된 물음일 뿐 … “A가 왜 발생했는가?”라는 물음과 “A가 왜 발생하지 않았는가?”라는 물음은 대칭적인 물음이 아니다. 전자의 물음은 실제 존재하게 된 것에 대한 물음 … 후자의 물음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물음이다. 후자의 물음은 존재하는 것들 바깥의 그 어떤 것에 대한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경우 우리는 차라리 “왜 하필이면 ‘왜 A가 생겨나지 않았는가?’라고 묻는가?”라고 물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물음에는 또한 일정한 내포가 깃들어 있기도 하다. ...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 역사에서 긍정적인, 때로는 거의 당위적인 가치를 가진다는 판단을 은연중에 깔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 특히 기술문명이 가져온 세계가 과연 긍정적이고 심지어 당위적인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
그래서 … 오히려 물음을 반대로 던져야 할 것이다. “왜 서양에서는 세계에 대한 형이상학적 비전이 몰락하고, 외물에 집착함으로써 마음을 잃어버리는 과학기술이 기형적으로 발달했는가?”라고. 그래서 자연 파괴, 인간성 소외를 비롯한 숱한 고통들을 가져왔느냐고. 그러나 오늘날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일까? 그것은 우리가 자본주의적 가치에 이미 강하게 세뇌되어 있기 때문이다.
(1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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