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2』 "11장. 사람의 마음" (p.747-788)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08-29 18:35
조회
195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3에서는 현재 『세계철학사 2 - 아시아세계의 철학』(이정우. 2017. 길)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시고요, 모임 공지는 웹사이트 맨 위 '일정' 메뉴를 참고해주세요.
11장. 사람의 마음
§1. 사단과 칠정
§2. 인심과 도심
§3. 인성과 물성
11장. 사람의 마음
§1. 사단과 칠정
p.749-750
조선 성리학은 16세기에 이르러 활짝 피어나기에 이른다. 이 시대는 명제국의 경우 탈-주자학적 경향이 여기저기에서 솟아오른 시대이지만, 조선에서는 오히려 주자학의 심화가 만개한 시대이다. … 그 대표적인 인물은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이다.
p.750-751.
이황은 조광조의 위대한 실천이 중종(1506-1544년 재위)의 교활한 정치 공작으로 좌절되는 과정(기묘사화)을 목도했고, 명종(1545-1567년 재위) 시대 권력 투쟁의 와중에서 그 자신이 해를 당하는 경험을 하면서(을사사화), 현실 정치에 깊은 환멸을 느끼고 유교의 본연으로 되돌아가고자 했다.
…
이황은 남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우선 자기 자신을 바꾸는 데 한평생을 바쳤고, 그의 그런 모습은 밤하늘의 북두칠성처럼 사람들을 비추었다. 이황은, 베르그송의 말처럼,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써” 조선 지식인들을 이끌었던 것이다.
p.754.
이황 역시 주희를 따라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을 나눈다. 그렇다면 기질지성과 정의 관계는 무엇인가?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에서 ‘본연’과 ‘기질’의 대립보다는 ‘성’에 초점을 맞추어보면, 기질지성 역시 성이다. 따라서 기질지성은 분명히 정과는 구분된다.
그렇다면 본연지성, 기질지성, 정의 삼분 구도가 결과한다. 본연지성은 순수 생명=리이며 곧 성이다. 기질지성은 역시 성이되 리와 기가 합하여 작동하는 맥락에서의 성이다. 즉, 본연지성은 이론적으로 추상된 개념이지만 기질지성은 실제 현실에서 작동하는 성이다.
하지만 다시 정 역시 두 차원으로 구분된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은 성이 아니라 정의다.(인의예지는 성이다) 따라서 정 역시 이 사단과 일반적인 정 즉 칠정으로 나뉜다. 결국 성은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으로, 정은 사단과 칠정으로 분화되어 이해된다. 이런 복잡한 구도는 결국 ‘사단칠정론’이라는 대논쟁을 낳기에 이른다.
p.755.
이황과 조선 성리학이 몰두한 핵심적인 문제들 중 하나는 감정의 문제였다. 사람의 마음은 리에서 유래하는 도덕적 성과 기에서 유래하는 감성적 정을 함께 갖추고 있다. 그러나 순수한 감정인 칠정(喜, 怒, 哀, 樂, 愛, 惡, 慾)만이 아니라 성의 실마리가 되는 감정들 즉 사단은 어떤 위상을 띠고 있는가? 사단과 칠정의 관계는 무엇인가?
p.762.
이황과 기대승의 편지 교환(p.756-761)은 리, 기라는 존재론적 원리들과 심, 성, 정이라는 인성론적 원리들을 둘러싸고서, 특히 사단이라는 도덕적 감정과 칠정이라는 비-도덕적 감정의 관련성을 둘러싸고서 수준 높은 논변들을 창조해냈다.
사단칠정론은 이황 당대로서 그친 것이 아니라 그 후로도 계속 이어진다. 인간존재에 대한 이런 치열한 논변들은 이후 조선 철학의 중요한 자원이 된다. 나아가 이성과 감정 사이에 존재하는 도덕적 감정의 존재론적-윤리학적 위상이 무엇이냐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서 다루어지고 있다.
§2. 인심과 도심
p.763-764.
이황과 더불어 16세기 조선 철학을 양분했던 율곡 이이 역시 이황의 사단칠정론을 비판적으로 논구했다. … 이이는 실제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기라고 생각했다.
…
이이 리기설의 독창적인 국면은 ‘리통기국’설에 있다. 이이는 리와 기를 물과 그릇에 비유한다. “물은 그릇에 따라 모나거나 둥글며, 허공은 병에 따라 작거나 크다.” 리는 그 어디에도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원리이다. 그 원리가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곳은 기이며, 기가 내표하는 다질성이 이 보편적 리를 개별화한다.
p.767.
이이는 그의 친우인 우계 성혼과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인심’과 ‘도심’에 관한 논변을 전개했다. 이 논쟁은 ‘사단칠정론’과 짝을 이루는, 조선 철학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논쟁이다.
도심은 인간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도덕적 마음이다. 인심은 인간이 땅=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현실적 마음이다. 인간에게서는 항상 이 도덕적 마음과 현실적 마음이 갈등을 일으킨다.
유교 특히 성리학은 인간의 성선을 믿는다. 따라서 문제는 다음처럼 제기된다: 모든 사람들은 도심을 부여받았음에도, 각인의 윤리상의 행동은 왜 다르게 나타나는가? 이는 곧 사덕-사단과 칠정의 문제와도 연계된다. 왜 모든 사람들이 사덕과 사단을 부여받았음에도, 모두 다른 방식으로 칠정을 발현하는가?
§3. 인성과 물성
p.772-773.
기호학파 자체 내에서 생겨난 논쟁이 ‘인물성동이론’이다. 사단칠정론이 ‘정’을 둘러싼 논쟁이었고 인심도심론이 ‘심’을 둘러싼 논쟁이었다면, 인물성동이론은 ‘성’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결국 조선 철학은 사람의 마음과 그 도덕적 본성 그리고 감정을 둘러싸고서 수백 년간 논변들을 전개한 셈이다. 사람의 마음! 이것이 유교 철학의 알파요 오메가이며, 이는 특히 조선 철학사에서 두드러졌던 점이다.
p.779.
인물성동이론은 ‘리일분수’의 존재론에서 파생된 논쟁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주자에게서 집대성된 리일분수론은 궁극에서 하나인 리가 다양한 유, 종, 개체들로 분화하면서 개별화되는 과정을 가리키며, 이 과정에서 개별화의 원리로 작동하는 것은 곧 기이다.
논문 임성주(1711-1788)는 ‘리일분수’를 ‘기일분수’로 전환시킴으로써, 기를 본연으로서 밑에 깔고 그 위에서 오히려 리와 개별화의 원리로서 작동한다고 보았다. 이는 멀리로는 서경덕, 왕부지를 잇고 당대의 대진과 공명하는 기 중심의 사유였다.
p.784-787.
다소 과장해서 말하면, 조선은 플라톤의 철인-치자들에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통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조선의 정치가들은 군자인 정치가들로부터 소인배, 간신인 정치가들까지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되었으나, 적어도 이념적으로는 학문(주자학)을 닦은 덕성 있는 철학자들이 동시에 나라의 통치가자 되는 구도를 견지했던 것이다.
…
그러나 이는 역으로 말해, 조선의 정치란 기본적으로 이 문사-관료들의 가치와 지식의 테두리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
…
이와 같은 조선의 철학과 정치가 낳은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찾는다면, 그 하나는 ‘사람의 마음’을 둘러싼 집요한 철학적 성찰이고 다른 하나는 올바른 정치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친 도덕적 정치가들의 실천을 들 수 있다.
…
국가의 정통성을 지키고 유교적 왕도를 견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 헌신한 이런 지식인들의 예는 동서고금에 유사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토머스 모어 같은 인물이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큰 정치 집단으로서 존재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 탐구와 ‘살신성인’을 통한 정치적 실천을 보여준 이 조선의 ‘선비’들은 인간이란 존재가 어디까지 위대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산 증거라 할 것이다.
…
동북아 문명은 학문을 연마한 문사-관료들에 의한 문명이라는 긍정적 얼굴을 가지지만, 사실 이와 같은 특징은 학문을 통해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려는 권력의지와 동전의 양면을 형성했다. … 학문을 통해 세상을 구하는 것과 권세를 잡는 것이 극히 복잡미묘하게 얽혀 있었던 것이다.
p.788.
조선은 세계사가 거대한 전환을 겪던 19세기까지도 주자학적 동일성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동일성에 대한 공고한 집착은 조선이 다시 청이 아닌 새로운 타자를 만났을 때 큰 시련에 봉착하게 만들었다. 차이생성을 소화해내면서 스스로의 동일성을 바꾸어나가기를 소홀히 한 동일자는 큰 타자에 부딪쳤을 때 와해될 수밖에 없기에, 조선은 본격적인 근대성의 파도에 부딪쳤을 때 유례없는 고난의 시간을 맞아야 했던 것이다.
(11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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