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시즌4-2. 『역사란 무엇인가』 3장. (p.81-119)
녹색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4의 두 번째 책은 『역사란 무엇인가』(E. H. 카. 2015. 까치)입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챕터별로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참가문의 : 녹색아카데미 greenacademy.kr@gmail.com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 2015. 까치.
목차
편집자 노트
제2판 서문
1.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2.사회와 개인
3.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4.역사에서의 인과관계
5.진보로서의 역사
6.지평선의 확대
부록 E. H. 카의 자료철에서 : 『역사란 무엇인가』 제2판을 위한 노트
3장.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p.86-87.
연구과정에서 역사가가 이용하는 가설의 지위는 과학자가 이용하는 가설의 지위와 대단히 유사한 듯이 보인다. … 그 같은 가설들은 사유의 필수불가결한 도구들이다. …
…
역사에서의 시대 구분에 관한 논쟁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역사의 시대 구분은 사실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가설 또는 사유의 도구에 해당한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설명해줄 수 있는 한에서 유효하며, 그 유효성은 해석에 좌우된다. 중세가 언제 끝났는가 하는 문제 … 그 문제는 사실의 문제가 아니다 ; 그렇다고 해서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역사의 지역별 구분도 마찬가지로 사실이 아니라 가설이다.
p.92-93.
일반화가 역사와는 관계없다고 하는 것은 몰상식한 말이다 ; 역사는 일반화 위에서 번성한다. 엘턴(1921-1994. 영국의 역사가)이 『케임브리지 근대사』 신판의 어느 한 권에서 산뜻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역사가를 역사적 사실의 수집가와 구별해주는 것은 일반화’이다. …
…
역사는 특수한 것과 일반적인 것의 관계를 다룬다.
p.94-95.
일반화의 문제는 내가 지적한 두 번째 문제인 역사의 교훈이라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일반화의 진정한 핵심은 우리가 그것을 통해서 역사로부터 가르침을 얻고자 한다는 것, 즉 어떤 일련의 사건들에서 이끌어낸 교훈을 다른 일련의 사건들에 적용하고자 한다는 것에 있다 :
우리는 일반화를 할 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렇게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반화를 거부하면서 역사는 오로지 특수한 것에만 관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볼 때 대개 역사에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인간이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는 주장은 관찰 가능한 수많은 사실들을 보더라도 옳지 않다. 경험만큼 일반적인 것은 없다.
p.99-100.
… 사회과학자의 모든 관찰에는 반드시 그의 편견이 개입한다는 것만이 진리는 아니다. 관찰의 과정이 관찰되고 있는 것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것 또한 진리이다. 게다가 지금 말한 것은 서로 반대되는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인간의 행동은 분석과 예언의 대상이 되는데, 인간은 자신에게 달갑지 않은 결과들이 예견되면 미리 조심할 수 있고 그에 따라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기도 하므로, 결국 그 예언은 … 저절로 오류가 된다.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역사가 거의 반복되지 않는 하나의 이유는 두 번째로 공연할 때의 등장인물들은 첫 번째 공연의 결말을 알고 있고, 따라서 그에 관한 지식이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p.105-106.
역사와 도덕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며, … 역사가와 도덕가의 입장은 똑같은 것이 아니다. 헨리 8세는 나쁜 남편이면서도 훌륭한 왕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가는 그의 남편으로서의 자격이 역사적 사건에 영향을 미친 한에서만 남편으로서의 헨리 8세에게 관심을 가진다.
만일 그의 부도덕한 행위가 헨리 2세의 경우에서처럼 공적인 일에 대해서 눈에 띌 만한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면, 역사가는 그 행위에 관해서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악행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덕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
이 말은 개인적인 도덕성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도덕의 역사는 역사의 정통에 속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역사가는 자신의 책에 등장하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서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옆길로 새지 않는다는 뜻이다. 역사가가 해야 할 일은 다른 것이다.
(여기서부터 2024년 8월 25일 업데이트 한 부분입니다.)
p.113.
역사가들은 19세기 서구 국가들에 의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식민화를 용서하면서, 그 근거로 그것이 세계경제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그것이 그 두 대륙의 후진국민들에게 가져다준 장기적인 결과를 들먹이고 있다. 결국 근대 인도는 영국의 지배가 낳은 자식이라는 것이다 ; 그리고 근대 중국은 19세기 서구 제국주의의 산물이며 거기에는 러시아 혁명의 영향도 섞여 있다는 것이다.
중국 혁명이 어떤 영광이나 이익을 가져다주었든지 간에, 그것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서양인이 소유한 개항장의 공장에서 또는 남아프리카의 광산에서 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에서 일했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아니었다.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이익을 거두어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p.114-116.
추상적인 도덕적 개념에 특정한 역사적 내용이 담겨지는 그 과정은 하나의 역사적 과정이다 ; 실제로 우리의 도덕적 판단은 그 자체가 역사의 산물인 어떤 개념적 틀 안에서 내려진다. 오늘날 도덕적인 문제들에 관한 국제적인 논쟁이 선호하는 형식은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일종의 청구권 다툼이다.
개념들은 추상적이며 보편적이다. 그러나 그것들에 담기는 내용은 역사가 흐르는 동안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내내 변해왔다. ; 따라서 그것의 적용에 관한 모든 실제적인 문제는 오로지 역사적 조건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고 논의될 수 있다.
…
내가 바로 여기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단 한 가지 논점은 역사적 행위를 판단하게 해줄 수 있는 추상적이고 초역사적인 기준을 세우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
…
이것은 초역사적 기준이나 잣대를 세워놓고는 그것에 비추어 역사적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서 판단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실제적인 고발이다. 기준을 적용하는 데에 부족한 점이 있다든가 기준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한 기준을 세우려는 시도가 비역사적이며 역사의 본질 바로 그것과 모순된다는 말이다.
…
사회로부터 유리되고 역사로부터 유리된 추상적인 기준이나 가치는 추상적인 개인만큼이나 일종의 환상이다. 진정한 역사가란 모든 가치의 성격이 역사적으로 조건 지어진 것임을 인정하는 사람이지,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야말로 역사를 초월하는 객관성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p.117-119.
‘인문학(humanities)’과 ‘인문적(humance)’이라는 용어들 자체가 낡은 편견의 유물이다 ; 게다가 과학과 역사의 대립이라는 것이 영어를 제외한 어떤 언어에서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 역사가 과학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 내가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는 그런 주장이 이른바 ‘두 문화’ 사이의 틈새를 정당화하고 영속화하기 때문이다.
…
내가 제안하려는 하나의 해결책은 우리 역사학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 역사학을—감히 말하건대—더 과학적으로 만드는 것,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요구사항들을 더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
틈새를 메우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과학자들과 역사가들의 목표가 동일하다는 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촉구하는 것이다 … 과학자, 사회과학자, 역사가는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동일한 연구를 하고 있다 ; 그것은 인간과 환경에 관한, 다시 말해서 환경에 대한 인간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환경의 영향에 관한 연구이다.
…
역사가가 더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더욱 충실하게 물리학의 방법을 따라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역사가와 자연과학자는 설명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적, 그리고 질문하고 답변한다는 근본적인 절차의 측면에서는 똑같다. 역사가도 여느 다른 과학자처럼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동물이다.
(3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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