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2』 "제9장.삼교정립" (p.513-690)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07-18 14:20
조회
450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3에서는 현재 『세계철학사 2 - 아시아세계의 철학』(이정우. 2017. 길)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시고요, 모임 공지는 웹사이트 맨 위 '일정' 메뉴를 참고해주세요.
제9장. 삼교정립
§1. 유교와 도교
* 유교의 역사실험
* 도교의 성립과 전개
* 유교와 조장사상
§2. 도교와 불교
* 동북아세계에서의 불교
* 도가철학과 불가철학
§3. 불교와 유교
* 동북아 불교의 흥륭
* 유교 지식인들의 각성
제9장. 삼교정립
§1. 유교와 도교
p.613-615.
서진의 잠시 동안의 통일을 예외로 한다면, 위촉오 시대부터 따져 400년가량(3~6세기) 다국화 시대가 전개된다.
이 시대에 중원은 ‘남북조 시대’를 맞이한다. ...
…
이로써 북방 유목민과 남방 농경민이 뒤섞이게 되고 다양한 형태의 혼종 문화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
강남에 문명—중원 사람들이 생각했던 의미에서의 문명—이 개화하기 시작한 것은 멸망한 서진의 후예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동진을 세우면서이다. 북방 유목민들이 군사 위주의 국가들을 세운 북방과 대조적으로, 남방은 중원에서 내려온 문사-귀족 들의 세계가 확립된다.
…
… 이 때문에 강남에서는, 문자 그대로의 ‘암흑시대’를 살아야 했던 지중해세계와 대조적으로 오히려 화려한 문화가 꽃피게 된다. … 동북아에서는 4세기 이래 ‘무에 대한 문의 우위’를 계속 이어나갔다.
p.621-622.
흔히 다국화 시대의 다국화 시대의 유교 특히 강북에서의 유교는 ‘유교의 쇠퇴’라는 맥락에서 이해되며, 심지어 유교의 역사를 다룬 저작들에서 아예 배제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시대는 유교’철학’이 쇠퇴한 시대일지언정 유교사상 더 좁게는 유교적 ‘실천’이 쇠퇴한 시대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시대는 유교…가 자신의 타자, 그것도 도교와 불교와 같은 사상의 테두리 자체 내에서의 타자가 아니라 아예 이 테두리 바깥에서 밀려온 절대 타자와 마주침으로써 행하게 된 독특한 역사실험/정치실험의 시대였다고 보아야 한다.
…
강남이 겪은 과정은 강북과 달랐다. … 강남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은 강북이 혼란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강남으로 밀려들기 시작하면서이다. 이 과정에서 강북의 선진문화는 강남의 지방문화를 압도했고, 강북의 인사들이 … 상층부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p.623-624.
일본을 제외한 동북아 문명은 ‘무에 대한 문의 우위’를 끝내 이어갈 수 있었고, 그 결정적인 동력이 바로 강남 6조 시대의 문사-귀족들의 노력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강남의 정권은 항상 불완전했다. 강남의 인사들은, 자신들의 군영에 로마를 재현했던 로마 군인들처럼, 강남의 정착 지역에 고향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늘 강북을 그리워했다. … 이런 이유로 강남에서는 동진(318~420) —> 송(420~479) —> 제(479~502) —> 양(502~557) —> 진(557~589)으로 계속 왕조 교체를 겪게 된다.
p.625-626.
다른 한편 이 다국화 시대에, 유교는 사상적 쇠퇴, 정치적/역사적 실험이라는 두 얼굴 외에 또 하나의 얼굴을 띠었다. 그것은 유교가 동북아세계 사유의 일반 문법으로서 보편화되어간 모습이다. … 다국화 시대는 분열과 일반화의 이율배반적 시대였다. 예컨대 고구려는 373년에 율령을 반포했고, 이 율령은 대륙의 유교적 가치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
…
… 동북아 유교 또한 보편화되는 동시에 다원화된 것이다. 이렇게 동북아세계의 일반 문법이 된 유교는 오늘날까지도 이 세계 문명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다.
p.629-630.
도교의 종교적 교리는 묵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 많다. … 악한 일이 생기면 그 결과는 개인적이고 현재적인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또 역사적으로도 폐해가 지속된다. 이를 ‘승부(承負)’라 한다.(각주15-“승이란 앞이 되고 부란 뒤가 된다. …” 『태평경』, 병부, 권 35. 간추린 번역.) …
… ‘윤리적 인과’의 개념이라 하겠다. 그러나 도교의 윤리적 인과는 불교에 비해서 보다 사회적이다. 윤리적 인과는 개인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 나아가 우주적 차원에서도 성립한다. 사회적-우주적 차원으로 확대된 승부의 핵심 형태가 바로 ‘재이(災異)’이다.
이는 시간적/역사적 맥락으로 볼 때 왕조 교체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이 때문에 도교에서 중시하는 것은 ‘수일(守一)’이다. …
그러나 궁극적으로 도교에서 이렇게 기를 지키는 것은 개인적 양생술보다는 사회적 양생술, 나아가 우주적 양생술이라 할 수 있다. 효 개념 역시 개인적 효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종이라는 종을 지켜나가는 사회적 효 나아가 우주적 효로 이해된다.
p.632.
생명의 향유에 대한 도교적 추구가 보다 의미심장한 역할을 맡은 것은 사회적 측면에서이다. 도교의 양생술・신선술은 사회적-우주적 성격을 띤다. … 이는 근본적인 형태의 공산주의 아니 공생주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도교 교단은 이와 같은 윤리학적 토대 위에서 이상국가가 건설코자 했다. … 이는 구체적으로는 농본사회의 근간을 어떻게 확립하고 유지하느냐의 문제이다. 곧 농업적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이상이다. 모든 재물은 만인이 ‘공유’하는 것이며, 이는 ‘중화’의 이상 즉 ‘코뮤니즘’에의 이상이다.
p.639.
도교는 남북조 시대에 이르러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는 곧 당대에 동북아세계에 강력한 사상적 힘으로서 등장한 불교 때문이었다. 물론 이전부터 도교는 유교와도 대립각을 세우곤 했다. … 치세에는 유교적 코스모스가 지배적이었고 난세에는 도교적 카오스가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유교와 도교는 서로 상보적인 관계를 맺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교와 불교의 관계는 달랐다. …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불교는 도교와 같은 혁명성을 띠지는 않았다. 그러나 치세의 시대에 종교에 요구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출 경우 불교와 도교는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는 도교를 능가하는 사상적-제도적 힘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p.642.
유가적 정체성에 도가적 사유가 습합될 때, 천하와 강호가, ‘격(格)’과 ‘일(逸)이 만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 이 시대를 독특하게 특징짓는 것은, 마땅한 말이 없어 가장 가까운 현대 용어를 쓴다면 ‘미학’화라 할 수 있다. 칸트의 “Ästhetik”은 ‘감성론’ 또는 ‘미학’으로 번역되거니와, 6조에서의 유-도 습합의 한 특징은 감성화/미학화로 해석될 수 있다.
p.643-645.
거대한 권력이 획일적으로 지배하는 곳에서는 개성이 피어나기 어렵다. … 그러나 삶이 지극히 불안정한 곳에서도 개성이 피어나기는 쉽지가 않다. 왜일까? 진정한 개성이란 일반성으로부터의 일탈에 의해서만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일탈과 그것을 갈무리할 수 있는 새로운 구성이 함께할 때에만 창조적 개성이 가능하다.
…
동북아 전통 사회에서, 정치적 벽에 부딪쳐 더는 나아가기 힘들 때 지식인들이 선택하는 세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순수한 학문과 교육에 몰두하는 길이고, 둘은 종교를 통해 아예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고, 마지막 하나는 예술을 통해 실재적 불가능성을 상상적 가능성으로 표현하는 길이다.
…
다국화 시대는 동북아 문화가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간 시대이다. 이런 관계는 당시 사람들의 삶 곳곳에서 볼 수 있거니와, 특히 예술작품들을 통해서 표현되었다. 자연에 대한 애호는 뛰어난 ‘산수문학’과 ‘산수화’를 낳은 것이다.
p.647.
유교적 위선에 강력히 저항했던 혜강이 명징한 논리적 언어와 음악을 매개로 현실의 초월을 꿈꾸었다면, 왕희지나 도연명 같은 동진의 문인들은 내면으로는 역시 강한 저항의식을 품었으면서도 현실적인 저항을 포기한 채 자연에 대한 시적 동이로하를 통해서 그 내면을 중화시켰다.
§2. 도교와 불교
P.649.
도교와 불교는 물론 경쟁 구도를 형성했지만, 두 종교 모두 지중해세계의 살벌한 일신교들과는 성격을 달리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삼교정립이 가능했던 것이다. 동북아에서의 삼교정립은 지중해세계에서의 삼교정립과는 그 성격이 사뭇 달랐다.
나아가 다국화 시대의 상황은 불교의 전파에 유리한 맥락을 제공했다. 다국화 시대는 끝도 없이 전쟁이 이어지던 시대였고, 삶의 힘겨움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은 시대였다. 불교의 전도자들은 동북아인들에게 삶이 '고'라는 것을 이해시키려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 동북아이들에게 이 명제는 이미 너무나도 뼈저리게 체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해명이었다.
p.652-653.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는 방식은 북조의 경우와 남조의 경우가 달랐다. 북조의 경우 핵심적인 것은 왕들과 승려들의 관계였다. 왕들은 사분오열된 군사봉건제의 세계를 통일할 수 있는 정신적 힘이 불교에 내포되어 있다고 보았기에 호의적이었고, 승려들은 … 왕의 후원이 필요했다.
…
… 남조 불교에서의 중요한 문제는 귀족들과의 관계였다. 왕권이 약한 귀족제 사회인 6조에서 승려들은, 강력한 군인-왕들에게 종사하면서 어떻게 전륜성왕으로 만들까를 고민했던 승려들과는 달리, 남조 귀족들의 문화와 어떻게 어울릴까를 고민했다.
p.655.
불교의 동북아 전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는 번역의 문제였다. … 번역이 곧 해석이고, 불교에 대한 특정한 이해가 곧 특정한 번역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스크리트어 경전들의 한역은 그리스어 문헌들의 아랍어・라틴어로의 번역 그리고 서구어 문헌들의 일본어로의 번역과 더불어 세계철학사상 가장 방대하고 중요한 번역 사업에 속한다.
p.660.
지둔은 “각자의 본성에 따르는 것이 소요”라는 주장을 단호하게 물리치면서, “걸왕과 도척의 본성은 잔혹함인데, 그렇다면 이들 역시 소요한 것인가?”라고 논박했다. 「소요유」 전체의 논지는 메추라기 같은 현실을 벗어나 대붕의 경지를 노닐라는 것인데, 곽상은 이 논지를 완전히 배반했다는 것이다.
사실 지둔의 논리가 곽상 비판에 있어 적확한 것은 아니다. 지둔의 예에는 장자 해석의 맥락과는 다소 다른, 대승적 윤리를 역설하면서 정토적(일정 정도는 도교적이기도 한) 유토피아를 설파했던 그의 실천철학적 맥락이 깃들어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둔의 「소요유」 해석은 당대의 지식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p.660-662.
승조(384~414)는 이러한 식의 격의불교 흐름에서 높은 경지를 이룩했다. 승조는 우선 이시대 전반을 관류하던 무상감과 불안감의 세계관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한다. … 승조는 시간은 흘러가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승조에게는 과거—>현재—>미래로 흘러가는 시간 같은 것은 없다. 각각의 시간은 각각 현재로서 실재성을 띤다. … 승조에게는 시간의 연속성과 기억・예기의 차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물들 각각의 본성은 각각의 시간 속에 존재한다”. 인과에 있어서도 역시 필연적 인과란 존재하지 않으며, …
…
… 생성존재론은 불교의 종지(宗旨)이다. … 승조는 “생성을 떠나서 존재를 구하기보다 생성에서 존재를 구하라”고 한다. … 승조의 논지는 생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 속에 존재가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역으로 존재 속에 생성이 있어야 한다. 사실 후자야말로 붓다의 가르침이었다.
승조의 사유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사태의 반면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승조는 말한다. “사람들이 존재라 하는 것을 나는 생성이라 하고, 사람들이 생성이라 하는 것을 나는 존재라 한다.” … 진제와 속제는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여기서부터 2024년 8월 5일 업데이트한 부분입니다.)
§3. 불교와 유교
p.668-669.
동북아에서의 모든 종교들은 기본적으로 국가에 ‘속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로마와는 달리 동북아에서는 종교가 ‘세속’과 구분되는 별도의 차원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 사람들은 윤리와 정치에서는 유교를 따랐지만, ‘저 세상’에 대해서는 도교와 불교에 경도되었다.
…
존재론적 맥락에서 동북아 불교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 현실적 경향에 있다. … 동북아 사유는 언제나 실재론적 태도를 견지했다. 세계를 마야-환(幻)으로 보는 인도 사유가 동북아로 건너왔을 때, 존재론에서의 뉘앙스 변화는 불가피했다. … 승조에게서 유와 무를 동시에 긍정/부정하려는 입장을 보았거니와, ‘체’와 ‘용’ 사이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즉 존재론적 두께를 최소화하는 ‘현미무간(顯微無間)’은 동북아 사유의 일반적 입장으로 자리잡게 된다.
p.670.
… 성리학은 불교나 도교의 실천 철학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윤리학과 정치학을 세워야 했다. 불교는 동북아 윤리의 기초인 가족주의와 대비되는 반가족주의 보편주의 윤리를 도입했고 바로 이 점이 유교와 불교의 충돌을 야기했었다. 그러나 유교는 가족을 가장 자연적인 사회 단위로 보았고 불교적 반 가족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떤 길이 있을까. 가족주의를 가족 개념을 포기하지 않고 … 이는 현대식으로 말해 강한 공동체주의에 입각한 국가를 건설하고자 한 길이기도 했다. ... 성리학자들은 새로운 윤리학과 정치학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했고 이는 때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성리학은 보편주의로 나아감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자체 내에 장착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성리학을 둘러싼 정치적 맥락은 매우 복잡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이 장애물은 무엇이었던가. 실제가 어쨌든 불교와 도교는 평등주의를 이론적 기초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유교는 애초에 봉건적 질서를 전제로 구축된 사상이며, 이 질서를 와해 시키고 불교나 도교에서와 같은 평등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생각하기 곤란했다. 이 때문에 유교가 보다 보편성 강한 신 유학을 전개하고자 했을 때 유학자들이 택한 길은 불교ㆍ 도교와는 다른 길이었다. 그것은 인간들 사이에서의 차등을 인정하되 치자 계층에 속한 인물들에게 거의 절대적인 도덕성을 요청하는 길이었다.
동북아의 신유학 시대에 유난히 강렬한 도덕성으로 '살신성인'한 유교 지식인들이 많이 나타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의 이상태는 바로 '성인'이었다. 성인 개념이야말로 신유학의 초석이었으며, 신유학자들은 인간이란 누구나 노력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테재를 통해서 인간의 보편적 잠재성-잠재적 위대함-을 역설했다.
p.675-677.
세계의 원융무애함은 더 나아가 세계에서 타자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에서 극치를 달한다. 이른바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존재론이다. 통일신라의 불승 의상은 「화엄일승법계도」에서 이런 경지를 간명하게 표현했다.
법성은 원융하여 차별상이란 존재치 않고
제법에는 변화 없어 본래 고요할 뿐,
명칭도 형태도 없어 일체가 끊어져버린 차원
증지로써 깨달을 뿐, 그 외에는 없어라.
진성은 심히 깊고 극히 미묘해
자성에 머물지 않고 인연 따라 이루니,
하나 속에 모두 있고 모두 속에 하나 있어
하나가 모두이고 모두가 하나여라.
하나의 티끌 속에 우주가 있을 뿐인가
모든 티끌 속에도 그러할진저,
끝도 없는시간이 곧 한 생각이고
한 생각이 곧 끝도 없는 시간이어라.
삼세의 삼세가 무한시간에 통하되
어디에도 어지러움 없이 각자가 이루니,
초발심 일어날 때가 곧 정각이고
생사와 열반은 늘 화(和)를 이루도다.
‘리’와 ‘사’는 하나여서 나뉨 없으니
모든 부처님, 보현보살님의 경지로세.
부처님 해인삼매 중에
그 높으신 뜻 비추이니 황홀하도다.
쏟아지는 그 뜻 세상 가득 이롭게 하니
중생은 근기 따라 이로움 얻도다.
하니 수행자들이여, 진실된 곳으로 돌아갈 때
망상 내려놓지 않으면 얻지 못할지니,
무연의 빼어남으로 높으신 뜻을 꽉 잡아
본래로 돌아갈 저력으로 삼으시오.
무한한 힘 깃든 다라니 울려 퍼질 때
장엄하도다! 법계의 참된 보전이여,
마참내 진실 된 그곳 중도의 자리에 앉을지니
그 오래된 굳센 자리, 바로 부처님 자리로다.
p.679~680.
당 제국에 들어와 중국은 여러 가지 변화를 겪는다. … 사회적 유동성 … 상업과 도시, 화폐, 인쇄술이 발달 … 사리를 추구하는 개인주의적 경향이 심화되고, 계급 간의 소외감도 깊어져갔다. … 옛 틀에 안주하려 한 불교는 9세기 후반부터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불교를 후원해주던 당 왕조와 귀족들 또한 몰락하기 시작했다. 불교는 … 그저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급급 …
로마 시대에 기독교에 가해졌던 공격인 “국가 내의 국가”라는 비판이 당 제국에서의 불교에 대해서도 제기되었고, 842~845년에는 마침내 엄청난 탄압—‘회창의 폐불’—이 가해지기도 했다. … 이후에는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었던 정토종과 선종 중심의 불교적 사유와 실천이 이어지게 된다.
p.683-685.
송대는 문치를 완성한 시대이자 유교를 부활시킨 시대였다. 수대에서 시작된 과거제도는 송대에서 완성되었고,이로써 한 제국에서 형성된 귀족 계층의 끈질긴 주도권은 마침내 시민지주층의 사대부 계층으로 이전되기에 이른다. …
…
문치의 이와 같은 완성은 역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윤리적 존재들인 사대부 지식인들의 시대를 낳았다. … 문사-관료들 중 가장 위대한 윤리적 경지를 보여준 인물들의 상당수가 이 성리학적 문치주의 시대에 나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 이들은 오늘날의 조락한 지식인들과는 상당히 다른 존재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유학자들이 인간이란 스스로 노력해서 성인의 경지에 달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이론적으로 가다듬기 위해 노력한 것은 그들이 불교를 경험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바 — 특히 ‘불성’ 개념 —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는 곧 마음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요청하는 생각이었다.
…
‘불승’의 마음에서 ‘사대부’의 마음으로. 아울러 불교는 동북아 지식인들에게 이전까지는 낯설었던 무— ‘공’ —의 사유를 제시했다. 유교가 보다 종합적인 사유를 창조해내고자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이 불교적 무를 스스로 내재적으로 새롭게 개념화해내어야 했다.
아울러 유자들은 도가철학 및 도교를 통해서 제시된 사유들, ‘자연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새로운 사유들도 흡수해야 했다. 객관성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야말로 불교와의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주요 과제였다. 이런 삼중의 과제를 수행해내야만 이제 삼교정립의 시대로부터 ‘삼교통합’의 시대로 사상사의 흐름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9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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