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역사의 역사』 "제8장 문명의 역사, 슈펭글러・토인비・헌팅턴" (p.247-277)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4에서는 현재 『역사의 역사』(유시민. 2018. 돌베개)를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참가문의 : 녹색아카데미 greenacademy.kr@gmail.com
『역사의 역사』. 유시민. 2018. 돌베개.
목차
서문
프롤로그
제1장 서구 역사의 창시자, 페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제2장 사마천이 그린 인간과 권력과 시대의 풍경화
제3장 히븐 할둔, 최초의 인류서를 쓰다
제4장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제6장 민족주의 역사학의 고단한 역정, 박은식・신채호・백남운
제7장 에드워드 H. 카의 역사가 된 역사 이론서
제8장 문명의 역사, 슈펭글러・토인비・헌팅턴
제9장 다이아몬드와 하라리, 역사와 과학을 통합하다
에필로그 - 서사의 힘
제8장. 문명의 역사, 슈펭글러・토인비・헌팅턴
p.249.
슈펭글러와 『서구의 몰락』을 살펴보는 것은 토인비와 『역사의 연구』를 만나기 위해서일 뿐이다. 평범한 교양인이 읽을 수 없는 책이라 판단하기에 『서구의 몰락』은 굳이 일독을 권할 생각이 없다. 이 책을 독해하는 것은 커다란 통나무를 깍아 젓가락 한 벌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힘은 많이 들지만 잘 되지 않고, 해낸다 하더라도 남는 게 별로 없다.
p.250.
『서구의 몰락』은 ‘어마어마한 독서 이력을 가진 천재만이 쓸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횡설수설’로, 정식 출판한 책이 아니라 쓰다만 초고처럼 보인다.
p.252.
슈펭글러는 서구 중심의 역사관을 천동설과 동격으로 취급했다. 세계의 중심이 서구라고 믿은 근대 서구인의 역사관을 조롱한 것이다. 슈펭글러의 역사관은 당연히 지동설이다. 서구는 세계의 일부일 뿐이라는 관점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그는 역사학의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를 자처했다.
p.253-254.
제1차 세계대전을 지켜 보면서 문명의 역사를 쓰기로 마음 먹은 토인비는 1921년부터 준비작업을 시작해 1930년 집필에 착수했으며 1934년 첫 세 권을 출간했고 1954년 마지막인 제10권을 펴냈다. … 무려 40년을 『역사의 연구』 집필에 쏟아 넣은 셈이다.
…
『역사의 연구』는 단순한 세계사가 아니라 ‘문명의 백과사전’이다. … 내용은 대부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술과 분석이고 철학이나 이론을 펼치는 데 쓴 지면이 많지 않아 …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은 분량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p.256.
토인비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역사가의 일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역사는 기록이고 과학이며 예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역사의 연구』는 문명의 탄생과 성장, 쇠락과 해체의 과정과 원리에 대한 단 하나의 이야기다.
…
토인비는 사실을 토대로 문명의 흥망성쇠를 지배하는 일반 법칙을 찾아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드는 방식으로 문명의 역사를 서술했다. … 소위 인종설과 환경설을 모두 배척했으며, 그 대안으로 환경 변화와 다른 문명에 대한 대응 방식과 그 과정에서 문명 내부에 형성되는 집단적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도전과 응전의 패러다임’을 창안했다.
p.261.
도전과 응전의 역사 패러다임은 연역적 추론으로 만든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수많은 문명의 흥망성쇠 과정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추출한 경험적 패턴이다. 이 이론을 알기 위해서라면 굳이 『역사의 연구』를 읽을 필요가 없고 잘 정리한 해설서만 읽어도 충분하다.
『역사의 연구』가 빛나는 것은 멋진 이론 때문이 아니라 풍부하고 구체적인 예증 덕분이다. 토인비는 동서고금의 문명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에서 공통의 패턴을 뽑아내 문명 일반의 흥망성쇠 과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p.266.
미국은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 다언어를 가진 ‘제국’이며 현대 서구 문명의 중심국가다. 그런데 백악관의 권력자들은 종종 지배적 소수자의 행태를 보였다. 9・11테러를 저지른 무슬림 테러리스트 집단은 서구 문명에 포획당한 서구 밖의 문명에 속한 사람들(외적 프롤레타리아트)로 볼 수 있다. 그리고 2016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트럼프 후보의 인종주의적 정치 선동에 환호를 보낸 미국의 쇠락한 공장 지대 백인 노동자들은 위에서 말한 “성공한 백인 동료들이 바다 건너에서 데려온 노예와 같은 사회적 지위로 떨어졌다”고 느끼는 내적 프롤레타리아트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모두 토인비가 문명 해체기의 징후로 지목한 현상과 유사하다. 새로운 창조적 소수자가 등장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미메시스를 복원하지 못하면 서구 문명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이 직면한 멸망의 위험도 줄이기 어려울 것이다. 서구 문명이 노예 제도를 스스로 폐지했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쌍둥이 암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토인비의 믿음은 지나친 낙관이었는지도 모른다.
p.267.
문명의 공간적 접촉을 다룬 『역사의 연구』 제9편을 국제정치학의 무대로 불러낸 사람은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1927-2008)이었다. 그는 1996년 『문명의 충돌』을 발표함으로써 냉전 체제 붕괴 이후의 국제 질서를 이해하는 새로운 열쇠를 세상에 던졌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문명의 충돌과 세계 질서의 재편’이다.
p.269-270.
『문명의 충돌』은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에 대한 정면 비판이었다. … 헌팅턴은 경제적 기본 질서와 정치 제도 보다는 종교를 중심으로 한 문화의 차이가 국제적 갈등과 폭력적 충돌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관점을 견지하면서 냉전 종식 이후 등장한 국제 질서 분석 패러다임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
그런데 헌팅턴은 네 가지 패러다임 가운데 어느 것도 냉전 해체 이후 세계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 ‘문명 패러다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헌팅턴에 따르면, 문명은 사람들에게 동질적 정체성과 귀속감을 가지게 만드는 총체적 생활방식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자리를 잡은 가치, 언어, 역사, 문화, 관습, 제도, 종교, 사고방식이 모두 여기 포함된다.
(8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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