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역사의 역사』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p.147-169)
녹색 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4에서는 현재 『역사의 역사』(유시민. 2018. 돌베개)를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참가문의 : 녹색아카데미 greenacademy.kr@gmail.com
『역사의 역사』. 유시민. 2018. 돌베개.
목차
서문
프롤로그
제1장 서구 역사의 창시자, 페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제2장 사마천이 그린 인간과 권력과 시대의 풍경화
제3장 히븐 할둔, 최초의 인류서를 쓰다
제4장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제6장 민족주의 역사학의 고단한 역정, 박은식・신채호・백남운
제7장 에드워드 H. 카의 역사가 된 역사 이론서
제8장 문명의 역사, 슈펭글러・토인비・헌팅턴
제9장 다이아몬드와 하라리, 역사와 과학을 통합하다
에필로그 - 서사의 힘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p.148-149.
“지금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다. … 자유인과 노예, …, 간단히 말해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 …
…
사회는 더욱더 극심하게 적대적이고 거대한 두 진영으로, 피할 길 없이 마주 선 두 계급으로 분화한다.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로.”(『공산당선언』 제1장 첫 단락)
인간 공동체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가는 일찍이 없었다. 사회를 대립하는 계급의 통일체로 보고 그들의 투쟁과 그 투쟁이 초래한 사회의 변화 과정을 역사라고 할 경우, 왕과 왕조, 국가, 민족을 중심으로 서술한 그때까지의 역사는 모두 반쪽짜리가 된다.
p.155.
유물사관의 방법론은 ‘변증법’이다. 변증법의 의미는 다른 개념들이 흔히 그렇듯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졌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대화와 문답을 통해 진리를 찾는 방법이었고, 중세 유럽에서는 논리학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였다.
변증법이라는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이는 관념론 철학자 헤겔이었다. 헤겔은 세계의 역사를 ‘절대이성’ 또는 ‘세계정신’이 스스로를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세계정신은 자유의 실현을 위해 인간을 도구로 삼는다. … 이것이 ‘이성의 간지(奸智)’(List der Vernunft,-헤겔)라는 것이다.
p.161-162.
… (마르크스의) 예언이 거의 모든 면에서 현실을 비껴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 결국 이것은 논증이 아니라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19세기에는 경제학과 사회학이 초보적 발전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이론을 승인하거나 배척하는 데 필요한 실증적 데이터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해관계와 직관적 판단에 따라 그것을 수용하거나 배척해야 했다.
그런데 현실이 마르크스의 전망과 다르게 펼쳐졌다는 것이 유물사관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유물사관의 약점은 … 그 자체가 내표한 논리적 모순에 있다. 다음은 『공산당 선언』 2장의 마지막 문장이다.
“계급과 계급 대립이 있던 낡은 부르주아사회 대신에,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든 이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조건이 되는 연합체가 들어선다.”
…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된다고 해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이 진리가 되지는 못한다. 공산주의 혁명 이전의 사회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공산주의 사회에는 적용할 수 없다면, 그 역사법칙을 보편적 진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p.163.
마르크스는 다른 사람의 사상과 이론을 빠르게 흡수하면서도 그 결점과 한계를 정확하게 파악해 자신만의 사상과 이론을 구축하는 데 활용했다.
유물사관의 방법론인 변증법은 헤겔에게서, 철학적 토대인 유물론은 신의 존재를 부정한 논문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발표해 젋은 지식인들을 매료시켰던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1804-1872)에게서 가져왔다.
마르크스의 대표작 『자본론』의 핵심인 잉여가치론은 고전파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1723-1790)와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의 노동가치론을 개정 증보한 것이었다.
p.165.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한 인물은 마르크스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었다. 세상의 종말과 심판의 날에 대한 믿음을 가진 기독교를 문화의 토대로 삼는 서구 문명에서 역사종말론은 문화 유전자에 깊히 새겨진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막바지에 역사종말론 열풍을 일으켰던 프랜시스 후쿠야마(1952~)는 그런 사고방식이 얼마나 큰 위력을 지녔는지 다시 확인해주었다.
p.169.
『역사의 종말』은 철학, 경제학, 정치학을 뒤섞은 사변적 정치선언문으로, 역사와 역사학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질문에는 전혀 응답하지 않는다. 헌팅턴의 표현에 따르면, 이 책은 서구 중심주의에 사로잡힌 지식인이 터뜨린 ‘환상과 편견의 꽃망울’일 뿐이다.
그러나 후쿠야마가 되살려 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은 일관된 방향을 가진 역사를 구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역사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많은 역사가들이 대답을 제시했지만, 실제 역사는 그 모든 대답을 비껴갔다.
(5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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