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역사의 역사』 "제4장.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p.119-141)
녹색 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4에서는 현재 『역사의 역사』(유시민. 2018. 돌베개)를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참가문의 : 녹색아카데미 greenacademy.kr@gmail.com
『역사의 역사』. 유시민. 2018. 돌베개.
목차
서문
프롤로그
제1장 서구 역사의 창시자, 페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제2장 사마천이 그린 인간과 권력과 시대의 풍경화
제3장 히븐 할둔, 최초의 인류서를 쓰다
제4장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제6장 민족주의 역사학의 고단한 역정, 박은식・신채호・백남운
제7장 에드워드 H. 카의 역사가 된 역사 이론서
제8장 문명의 역사, 슈펭글러・토인비・헌팅턴
제9장 다이아몬드와 하라리, 역사와 과학을 통합하다
에필로그 - 서사의 힘
제4장.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
p.121.
랑케는 전문 역사학자이자 역사가였다. ‘전문’이라고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역사 연구와 서술, 역사 강의가 유일한 직업이었다. 랑케는 어린 학생 시절부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오로지 사료 연구와 강의, 저술 활동에 매진했다. 대학 공부를 마친 이후만 계산해도 무려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역사를 껴안고 살았던 만큼 방대한 역사서를 남겼다.
p.122.
랑케는 민주주의 혁명과 왕정복고의 반혁명이 교차하는 가운데 유럽 전역엑 사회주의 혁명의 열기가 들끓었던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그가 … 태어났던 1795년 무렵, 독일은 수백 개의 왕국과 귀족령, 자유시로 분열되어 있었다. …
…
랑케의 첫 저서는 1824년에 발표한 『1494년부터 1514년까지 라틴족과 게르만족의 역사』다. 왜 하필 첫 저서로 라틴족과 게르만족의 역사를 썼을까? 랑케는 독일 사람이었고 유럽의 문명사가 로마제국 수립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p.123.
랑케는 독일이 통일 국가를 형성한 1871년까지 무려 45년 넘게 베를린 대학교에서 재직하면서 여러 도시의 대학과 문서보관소를 방문 … 유럽 각국의 역사를 탐사한 책을 꾸준히 발표했다.
p.124.
… (랑케는) 지식인과 지배층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 오늘날 기준으로 말하자면, 대중적 교양서가 아니라 학술지에 실리는 역사적 논문과 학술서를 쓴 것이다. … 그는 도시의 장바닥에서 역사 토크쇼를 열어 청중을 불러 모을 필요가 없었고, 죽간에 글을 새겨 명산에 감추어 둘 이유도 없었으며, 후원한 권력자에게 필사본을 헌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대학 당국이 주는 봉급을 받으면서 글을 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당시 유럽에는는 발전한 제지 산업과 출판 기술이 있었다. 또한 중세의 특권을 상속받은 귀족들뿐 아니라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 신흥 부르주아지가 교양과 지식을 원하는 상황이었다.
p.127.
랑케는 확실한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렇지만 이것은 새로운 견해나 창의적인 제안이 아니었다. 투키디데스와 할둔도 … 경험적, 논리적으로 검증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정보를 가려냈고, 검증한 사실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p.128.
베를린 대학교 교수가 된 랑케는 유럽 각지 대학 도서관과 공공 문서보관소의 문헌 자료를 섭렵했다. … 이 과정에서 랑케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특권을 누렸다.
…
19세기 중반 유럽의 군주제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 그런 상황에서 군주제를 옹호하는 저명 역사학자 랑케를 반기지 않을 권력자가 있었겠는가? 그러니 막시밀리안 2세가 랑케를 초대해 강의를 들은 것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여기서부터 2024년 5월 19일 업데이트입니다.)
p.134-135.
“… 거대한 대중이 정신생활에 참여하고 지식이 무한 팽창하며 공적 분야에 참여가 활발한 것은 우리의 시대를 특징짓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국민주권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리라는 것을 세계사의 경향성으로 보는 사람은 괘종이 무엇을 쳤는지 모릅니다.” ...
랑케는 국민주권이라는 공화제의 원리에 파괴적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문명과 기독교 세계를 지키는 힘이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군주제가 존속할 수 있는 현실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생 과거를 들여다보았지만 현재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현재를 직시하지 못했으니 미래를 옳게 예측할 수도 없었다. …
괘종이 무엇을 쳤는지 알지 못한 사람은 공화주의자와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군주정을 옹호한 랑케 자신이었다. 그는 역사학자였지만 신학에 눈이 가렸다. 역사학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도지만, 신학은 그렇지 않다.
p.135-136.
발표한 저서들의 성격만 보면 랑케는 역사가이지 역사학자나 역사 이론가는 아니다. …
…
가장 유명한 것이 첫 저서 『1494년부터 1514년가지 라틴족과 게르만족의 역사』 서문인데, … 랑케의 시대에 막강한 위력을 떨쳤던 그 문장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한동안 유럽 역사학계를 지배했으며 지금도 그 힘이 다하지는 않았다.
“흔히들 과거를 평가하고 미래에 대비하도록 사람들을 일깨우는 것이 역사 서술의 과업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그처럼 고매한 과업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 책은 단지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wie es eigentlich gewesen)’ 보이려 할 뿐이다.”
… 그런데 이것이 과연 ‘과거를 평가’하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것보다 덜 고매하거나 더 소박한 목표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훨씬 더 이루기 어려운 목표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실현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왜 랑케는 이런 말을 했으며, 왜 이 말을 그토록 많은 추종자를 얻었을까? 무지와 정치적 유용성 때문이었다.
p.137.
그렇다면 역사가는 어떤 기준으로 중요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나누며, 어떤 원칙으로 의미 있는 사실과 그렇지 않은 사실을 구분할까? 만인이 동의할 수 있는 완전무결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있는가? 없다.
p.139.
게다가 역사는 ‘언어의 그물로 길어 올린 과거’다. 달리 말하면 역사는 문자 텍스트로 재구성한 과거 이야기다. …
…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랑케의 야심,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쓴 역사를 과학적 역사라고 한 추종자들의 호언은 인간 정신과 문자 텍스트의 한계에 대한 인식 부족이 빚어낸 착각이었을 뿐이다.
과거를 평가하는 일에서 손을 떼고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도록 동시대인을 일깨우는 과업을 외면하면, 역사가는 역사 서술 작업에 따르는 정치적 위험을 피할 수 있다. … 굳이 그 과거의 연장선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사건에 개입하거나 끌려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4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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