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역사의 역사』 "제3장. 이븐 할둔, 최초의 인류사를 쓰다"(p.83-114)
녹색 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4에서는 현재 『역사의 역사』(유시민. 2018. 돌베개)를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참가문의 : 녹색아카데미 greenacademy.kr@gmail.com
『역사의 역사』. 유시민. 2018. 돌베개.
목차
서문
프롤로그
제1장 서구 역사의 창시자, 페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제2장 사마천이 그린 인간과 권력과 시대의 풍경화
제3장 히븐 할둔, 최초의 인류서를 쓰다
제4장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제6장 민족주의 역사학의 고단한 역정, 박은식・신채호・백남운
제7장 에드워드 H. 카의 역사가 된 역사 이론서
제8장 문명의 역사, 슈펭글러・토인비・헌팅턴
제9장 다이아몬드와 하라리, 역사와 과학을 통합하다
에필로그 - 서사의 힘
제3장 이븐 할둔, 최초의 인류사를 쓰다
p.85.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사마천은 역사를 서술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이론을 탐색했다. 반면 할둔은 역사의 보편 법칙을 찾는 것을 연구의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역사서설』은 역사이론서로 보인다. 하지만 할둔을 역사학자라고 할 수는 없다. 그가 쓴 것은 역사 이론서가 아니라 『성찰의 책: 아랍인과 페르시아인과 페브베르인 및 그들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탁월한 군주들에 관한 초기 및 후대 역사의 집성』이라는 일곱 권짜리 3부작 역사서였다.
p.90-91.
2부의 핵심은 ‘아싸비야’ 이론이다. 아싸비야는 어떤 집단 내부에서 형성되는 유대감, 연대 의식, 집단의식을 말하는데, 할둔은 그것이 혈연관계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
할둔의 이론을 요약하면, … 베두인(사막에서 유목생활)의 공동체는 구성원의 수가 적은 대신 혈연관계로 연결되어 있어서 아싸비야가 강한 반면, 도시민은 수가 많고 혈연관계가 희박해서 아싸비야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아싸비야는 왕권의 수립으로 완성되지만 영속하지 않는다. 강한 아싸비야를 지닌 베두인 부족이 왕권을 수립 —> 왕좌가 있는 곳에 도시가 형성 —> 도시 형성 후 아싸비야 약화 —> 다른 (아싸비야가 강한) 베두인 부족에게 도시 멸망
아싸비야 이론은 이타 행동 이론의 아랍 버전이다.
…
아싸비야 이론은 생존 경쟁이 집단을 단위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생물학의 집단선택론에 맞닿아있다.
p.92.
『역사서설』의 핵심은 왕권의 흥망을 다룬 3부다. 할둔에 따르면, 확고하게 정립한 왕조는 아싸비야(어떤 집단 내부에서 형성되는 유대감, 연대 의식, 집단의식. 할둔은 그것이 혈연관계에서 나온다고 봄.) 없이도 상당 기간 존속할 수 있지만 영광을 독점하고 사치와 안정을 추구하는 속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수명을 다한다.
이것은 창조적 소수자가 지배적 소수자로 전락해 문명이 쇠퇴한다고 본 토인비의 역사이론과 닮았다. … 그런데 그는 의욕이 지나쳤던 나머지 그것을 보편적 역사법칙으로 올려 세우고 그 타당성을 논증하려 헛되이 분투했다.
p.97
" 역사책을 집어 들 때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 일자나 집필 일자가 때로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누설한다." 단순히 언제 썼고 언제 출간했는지뿐 아니라, 그 책을 쓴 사람이 어떤 정치적・사회적 환경에서 살았는지 점검해 보라는 카의 말이다.
《역사서설》을 읽을 때도 할둔의 시대와 인생 역정을 들여다보아야 그가 진정 말하고자 했던 것을 들을 수 있다. 할둔은 강력한 종교적 사상적 정치적 통제 아래 살면서 역사를 연구하고 서술했다. 《역사서설》에 들어 있는 종교적 찬양 문구는 이 걸출한 역사가 가 얼마나 큰 두려움을 느끼면서 작업했는지 알려주는 증거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본다.
(여기서부터 2024년 5월 12일 업데이트 한 부분입니다.)
p.107.
“이슬람은 현대와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의 보수적 종교이며, 심지어는 테러행위를 조장하는 폭력적인 종교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 1,400년 동안 이슬람 사회는 정치적, 종교적으로 하나의 독립한 문명을 이루어 고유한 종교 문화를 꽃피웠다. 무슬림은 인종, 국적, 언어 등을 초월하여 하나님(알라)의 말씀인 <코란>과 예언자의 언행인 순나를 바탕으로 인류에게 형제애, 정의, 평등, 자유 등과 같은 새로운 삶의 가치관을 제시해 왔다.”
『1400년 이슬람 문명의 길을 걷다』 p.6-7.
일리는 있지만 옳은 주장인지는 의문이다.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명령하는 신을 섬기는 종교는 근본적으로 독선적일 수밖에 없다. 기독교든 이슬람교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슬람 세계의 불행은 교리 그 자체가 아니라 무함마드가 세속의 왕이 된 데서 비롯했다.
p.109.
12세기 이후 이슬람 세계의 정치적 주도권은 아랍인에게 투르크인으로 넘어갔다. 11세기 초반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일대에서 성립한 투르크계의 셀주크 왕조는 12세기 중후반까지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 이라크 지역을 지배했다.
1250년부터 1517년까지 이집트를 통치했던 맘루크 왕조는 투르크계 술탄이 다스린 130여 년 동안만 번영을 누렸다. 할둔은 맘루크 왕조 전성기 끝자락에 『성찰의 책』을 썼고 술탄에게 의지해 노년을 보내다가 마지막 국면에 티무르를 만났다. 그가 알았던 아랍과 이슬람 세계의 역사는 여기까지였다.
p.111.
오스만제국의 황제와 고관들에게 『역사서설』은 쓸모 있는 책이었다. 할둔이 말한 바와 같이, 역사학은 “왕조의 군주가 처했던 상황을 알려 준다. …” 그러나 할둔 사후 몇백 년 동안 『역사서설』을 읽은 사람은 이슬람 세계의 극소수 권력자와 지식인 들 뿐이었다.
…
『역사서설』의 학문적 가치는 19세기 들어서야 외부 세계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1806년 이 책의 일부가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처음으로 유럽 지식인 사회에 알려졌고, 1862년에 첫 프랑스어 완역본이 나왔다. 상세한 주석이 붙은 영어와 스페인어 완역본은 20세기 중반에 출판되었다. 서구 지식인들이 이슬람 문명에 관심이 없었던 탓이다.
(3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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