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cm×20미터 정도 되는 작은 텃밭을 적당히 꾸리고 있는데요. 주말에 씨앗 발아시킬 준비를 하다가 낱생명, 온생명 생각을 좀 하게 됐습니다. 이번 주 녹색문명공부모임 진도가 딱 '낱생명과 온생명'이거든요.(『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의 제6장)

보통 4월 중순 이후에 모종을 사거나 그 전에 미리 모종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제사 모종 만들어볼까 하고 보니 3월이 다 가버렸더라고요. 그래서 발아를 빨리 시킨 후에 모종으로 옮겨심으려고 사진처럼 작업을 했습니다.

모아놓은 플라스틱 통에 키친타올을 깔고 씨앗을 졸졸이 늘어놓고 하루에 한 두번 물을 뿌려주면 며칠만에 싹이 납니다. 이걸 화분이나 모종컵에 옮겨 심는데요. 그런데 단 하루 저녁만에 발이 나온 씨앗이 있었습니다. 바로 루꼴라! 보통 상추가 제일 빨랐던 것 같은데, 루꼴라가 이겼어요. 맨 오른쪽이 루꼴라입니다. (왼쪽부터 토마토, 방울토마토, 바질, 루꼴라)

하루만에 싹을 틔우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신기해서, 이 씨앗들이 달이나 화성에 떨어지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또 당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씨앗들은 대체로 몇 년 전에 산 것들이고, 오래 된 건 7~8년 넘은 것들도 있습니다. 그동안 봉지 안에서 싹이 난 것은 없었습니다. ㅎㅎ;; (봉지 안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할 경우 달, 화성 수준의 환경?!)

달과 화성에 이미 씨앗이나 곰벌레(tardigrade)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가끔 생각합니다. 우주선을 타고 옮겨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아닌가요? ^^;) 만약 그렇게 달이나 화성에 뭔가 씨앗같이 '자체촉매적 국소질서'가 생성될 수 있는 어떤 것이 옮겨져서 그곳 어딘가에 떨어져 있다고 할 경우(우주선 안에서 키워지는 게 아니라, 달이나 화성의 땅 위에 그냥 떨어져 있는), 달과 화성은 온생명일까요, 아닐까요? 아니겠죠?! 이 경우 달과 화성에 낱생명('조건부(적) 생명'.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p.58, p.194)은 있지만, 달과 화성을 온생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