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30장 (p.681-711)
녹색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3에서는 현재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고 있습니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2010. 문학과지성사.
사진 :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의 저자 로버트 피어시그와 그의 아들 크리스. 두 사람은 1968년 17일 동안 미국을 횡단하는 모터사이클 여행을 했고, 피어시그는 이 여행을 줄기로 삼아 질, 삶의 가치, 과학적 이성, 합리성 등에 대해 탐구하는 책을 썼다. (출처 :NPR)
제30장
p.683-684.
희랍인 파이드로스는 소피스트라기보다는 젊은 웅변가로, 사랑의 본질과 철학적 수사학의 가능성에 관한 논의를 담고 있는 이 대화에서 소크라테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동원된 인물이다. … 이 점은 웅변가 뤼시아스의 정말로 형편없는 연설을 기억에 의존하여 인용하는 것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이처럼 형편없는 연설은 단지 일종의 무대 장치에 불과한 것 …
p.684-685.
우리의 파이드로스(과거의 저자)는 『파이드로스』라는 제목의 이 대화를 읽고, 장려한 시적 표현들에 엄청난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그의 성품이 온순해지지는 않았으니, 그는 소크라테스의 설교에서 희미하게나마 위선의 냄새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설교의 목적은 그 설교가 수사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오성의 감성적 영역, 바로 그 영역을 비난하기 위해 동원되고 있었던 것이다. 열정은 오성의 파괴자로 규정되고 있는데, 파이드로스는 서양 사상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열정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고대 희랍인의 사상과 감성 사이의 긴장 관계는 희랍인의 기질과 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라고 어딘가 다른 곳에 설명되어 있지 않은가. 아무튼, 흥미롭다.
p.697-698.
논리학의 모체에 해당하는 변증법 그 자체는 수사학에서 나왔다. 그리고 수사학은 신화와 고대 희랍의 시를 모체로 하여 탄생하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러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상식에 비춰 보아도 그러하다. 시와 신화는 선사 시대 인간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우주에 보이던 반응의 집합체로, 이때의 반응은 질을 근거로 해서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의 생성 주체는 변증법이 아니라 질이다.
p.698.
체제를 형성하는 다른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이성의 교회는 개개인의 강점이 아니라 개개인의 약점을 바탕으로 하여 정립된다. 이성의 교회에서 정말로 요구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무능력이다. 무능력하면 당신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진정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항상 위협적인 존재다.
파이드로스는 무엇이 되었든 그가 순종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것을 순종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제도 안으로 자신을 편입시킬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내던져버렸음을 깨닫는다.하
지만 그런 종류의 기회는 거의 아무런 가치도 없어 보인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예의 바르게 고개 숙여 절을 해야 하며 지적으로 굽실거려야 하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삶은 질이 낮은 형태의 삶이다.
p.706.
… 오래된 기독교 성가의 한 구절이 그의 기억에 떠오른 다음 사라지지 않는다. "당신은 쓸쓸한 그 계곡을 지나야 하네." 이 구절이 또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당신은 홀로 그 계곡을 지나야 하네." 이는 저쪽 몬테나 주에서 불리는 서부 지역의 성가인 것 같다. "아무도 당신을 대신하여 그 계곡을 지날 수는 없다네." 성가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당신은 홀로 그 계곡을 지나야 하네."
그는 뮈토스에서 벗어나 쓸쓸한 계곡을 지나간다. 그리고 마치 꿈에서 깨어나듯 그 계곡을 벗어난다. 그의 의식 세계 전체 -즉, 뮈토스-는 하나의 꿈이었음을, 누구의 꿈도 아닌 바로 그 자신의 꿈이었음을, 이제 혼자 힘으로 지탱해야 하는 꿈이었음을 깨닫는 가운데, 이어서 심지어 "그"조차도 사라지고, 다만 그 자신에 대한 꿈만이 꿈속의 그 자신과 함께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질-그러니까 그가 그처럼 열심히 싸우고 희생하여 지키려 했던, 그가 결코 배반하지 않았던, 하지만 오랫동안 내내 한 번도 결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바로 그 아레테- 은 이제 그에게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에 그의 영혼은 안식을 얻는다.
(제30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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