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바깥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궁금합니다.
질문 및 토론
책밤
작성자
양준
작성일
2024-03-05 22:33
조회
2005
옥스퍼드 과학사 읽기 모임에서 질문하려던 것이었는데요. 과학의 역사에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천문학과 점성학, 그리고 우주, 자연에 대한 이해의 변화와 관심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또 자연철학적 근본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서 뜬금없는 질문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우주의 끝이 있다면 우주의 바깥 더 나아가 그 바깥의 바깥으로 무한한 연속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대 물리학자들은 어떻게 설명하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거울과 거울을 마주하게 했을 때에도 마주보는 거울 속에 무한히 연속되는 거울은 또 위 질문과 반대로 무한히 안쪽으로 연속되는데 우주의 바깥의 바깥으로 연속되는 무한이라는 주제와 어떻게 다르게 설명하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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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may33 | 2024.11.28 | 0 | 187 |
무척 중요하고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지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고 이런저런 작은 의견을 갖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래도 부족한 의견이지만 제 생각도 시간이 되는 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구독하느 웹진에 이썬 시글(Ethan Siegel)이라는 천체물리학자가 "우주가 무한할까?"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유용합니다.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Is the Universe infinite? (Ethan Siegel)
이 글의 저자 이썬 시글은 2015년에 우주론의 역사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책을 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Ethan Siegel (2015). Beyond the Galaxy_ How Humanity Looked Beyond Our Milky Way and Discovered the Entire Universe. WS. (https://a.co/d/j5BPSuo)
근대 이전의 천구로 둘러싸인 닫힌 우주에서 천구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이 있었고, 이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 재미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Flammarion_engraving
우주의 끝이 있을까? 끝이 있다면 그 바깥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질문은 아주 오래 전부터 철학이든 종교든 문학이든 예술이든 수많은 사람이 묻고 답했던 것이지만, 현대과학 특히 현대물리학이나 우주론에서 어떤 대답을 하고 있는지 더 궁금한 면이 있습니다.
제가 대답을 할 깜냥도 아니고 지식도 부족하지만, 저는 과학사에서 그 대답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선 이완 리스 모러스가 편집한 <옥스퍼드 과학사> 10장 "우주 지도를 그리기(Mapping the Universe)"가 유익합니다. 이 장을 집필한 로버트 스미스는 캐나다의 과학사학자로서 The Space Telescope: A Study of NASA, Science, Technology and Politics (1989) 등의 저서로 유명합니다.
망원경을 만들어 밤햐늘을 샅샅이 살펴보고 또 더 큰 망원경을 만들어 더 먼 곳을 보려 하는 많은 천문학자들과 또 이를 정교한 과학이론으로 설명하려 애써 온 천체물리학자들의 노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의 표준적인 우주론 모형에서 우주는 대략 138억년 전에 소위 빅뱅으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빛보다 빠른 정보전달이 있을 수 없으므로 대략 생각하면 138억 광년, 즉 빛으로 138억년 움직일 만큼의 거리 바깥은 아예 볼 수 없으리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공간이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으로 계산하면 고유거리라는 것이 있어서 실제로 볼 수 있는 우주는 대략 465억 광년 정도가 됩니다. 단순하게 이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구면을 생각하면 대략 930억 광년쯤 되는 곳을 경계로 그 바깥은 결코 볼 수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Observable_universe#Size
게다가 현재 우주는 가속팽창하고 있으니까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하지만 현대우주론에서는 그 볼 수 있는 우주(observable Universe)가 전부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볼 수 없을 뿐 그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서로 마주보는 거울 두 개를 잘 보고 있으면 이쪽의 이미지가 저쪽 거울에 비치고 다시 그것이 반복되어 무한히 많은 이미지가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리학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모든 거울은 여하간 빛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밖에 없고 100% 반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사가 될수록 빛의 세기가 줄어들고 희미해집니다. 대략 열댓번 정도 반사하면 더 이상 이미지를 판별할 수 없을 만큼 희미해집니다. 그러니까 마주보는 거울이라 해도 무한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상이나 이론적 관점으로 흡수율이 0이고 반사율이 100%인 물질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물질은 그냥 무한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추가적 가정입니다. 여하간 무한을 직접 상상할 수 있으니까 굳이 두 개의 마주보는 거울을 도입할 필요 없이 그냥 사변적으로 무한이 존재한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저는 '무한'은 수학에서만 실존한다고 생각합니다.
y = 1/x 를 떠올려 보시면, 무한대는 무한소와 바로 연결됩니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 수 있던 건, 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수학과 물리학의 관계는 동상이몽 같네요.
물리학 : 수학이 참 신통하네. 왠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저렇게 쓰기 좋구만.
순수수학 : 물리학이 뭐라 하든, 내가 좋아하는 추상 세계에서만 놀겠어 !
응용수학 : 현실 문제를 풀고 싶은데, 도무지 쓸 수학이 없잖아~!
정말 감사합니다.^^
두가지 저의 질문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는 듯 합니다. 친절하게 풀어주신 선생님의 글을 통해 현대과학의 우주론에서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의 조건과 그 경계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질문 "존재의 측면에서 '사변적 무한'이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떠오르네요.
'수학(특히 집합이나 기하학)'이 '사변적 무한'의 성격을 잘 드러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선생님께서 윗 글에서 설명해 주신대로
마주보는 거울의 물리적 현상이 "사변적 무한"과 동일하지 않다면
1.'존재'에 있어 '사변적 무한'이라는 것은 '수학의 한계'라는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인지
2. 세계의 물리적 성격을 전제하고 수학을 그 이해를 위한 방법론적 기능으로 보야야 하는 것인지
3. 물리학과 수학이 선후가 없이 서로 맞물려서 존재론을 창조하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는지요. 혹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라도 더 나은 사유 방식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