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온동물과 항온동물
변온동물과 항온동물의 문제는 생물학 안에서도 아주 중요한 주제입니다.
흔히 변온동물(poikilotherms)을 '냉혈동물(cold-blooded)'이라 하고 항온동물(homeotherms)을 '온형동물(warm-blooded)'이라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부적절한 용어입니다. 변온동물의 피도 결코 차지 않고, 변온동물도 주변의 온도에 따라 체온을 적절하게 조절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또 흔히 포유류와 조류를 항온동물로 보고 다른 강은 변온동물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박쥐 중에는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을 급격하게 바꾸는 종류도 있고, 파충류 중에서도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변온동물/항온동물 개념쌍보다는 외온동물(ectothermic)/내온동물(endothermic)의 개념쌍을 더 선호합니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와 조류는 몸 안의 체온을 매우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체온이 너무 낮으면 저체온증으로, 너무 높으면 고열로 목숨이 위험하게 됩니다. 이렇게 체온을 유지하는 물질대사의 기제가 몸 안에 있는 생명체들을 내온동물(endothermic)이라 부릅니다. 이와 달리 몸 안에 그런 물질대사 기제가 없거나 불완전해서 체온의 조절을 외부환경에 맞추는 생명체들을 외온동물 또는 외온생물(ectothermic)이라 합니다. 양서류 대부분과 파충류, 어류, 그리고 대부분의 무척추동물이 외온동물입니다. 식물이나 미생물의 경우도 외온이라서 외온동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고 외온생물이라 하는 게 맞겠습니다.
생물학 교과서에 이에 대해 쉽고 상세하게 설명된 것이 많은데, 그 중 아래 책이 편합니다.
- Lisa A. Urry, Michael L. Cain, Steven A. Wasserman, Peter V. Minorsky, Rebecca Orr (2021) Campbell Biology, 12th edition. Pearson.
제40장이 "동물의 형태와 기능의 기본 원리"인데 그 중 40.2절의 제목이 "피드백(되먹임) 조절로 내부환경을 유지한다"이고 40.3절의 제목이 "체온조절의 항상성 과정은 형태, 기능, 행동과 연관된다"입니다.

[그림 출처: Urry et al. (2021) Campbell Biology, p. 881]
항온동물(내온동물)은 외부환경의 온도와 독립하여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반면, 변온동물(외온동물)은 외부환경의 온도에 맞추어 체온이 변합니다. 사람은 피의 온도가 평균 섭씨 38도로 체온보다 1도 정도 높습니다. 피의 온도는 피의 산성도(pH), 산소/이산화탄소 결합, 혈관의 굵기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온동물 또는 항온동물은 시상하부(hypothalamus)가 피드백 조절을 해서 신체 내 물질대사를 통해 체온을 매우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외온동물 또는 변온동물의 체온 조절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림 출처: Urry et al. (2021) Campbell Biology, p. 885]
위의 그림을 보면, 바위 위의 이구아나는 태양의 복사선을 직접 쬐어 에너지를 얻으며, 동시에 피부로 에너지 일부를 내보냅니다. 또 축축한 피부에서 수분을 증발시킴으로써 온도를 낮추기도 합니다. 더운 여름날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물이 수증기로 변할 때 기화열 때문에 주변의 온도가 내려갑니다. 또 꼬리를 흔든다거나 몸을 움직여서 건조한 피부에서 열을 내리는 효과를 냅니다. 또 뜨거운 바위 위에 앉아 있으면 열전도를 통해 직접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구아나의 피도 당연히 뜨겁습니다. 즉 냉혈동물이 아닙니다. 물론 기온이 높은 한낮에 햇볕을 쬐고 있을 때 그러합니다. 밤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고 추워지면 이구아나의 체온도 떨어집니다. 체온이 떨어지면 신체 내 생화학반응들이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전체적으로 물질대사가 느려지고 에너지 소모도 줄어듭니다. 예들 들어 버마비단뱀 암컷이 알을 품고 있을 때 기온이 내려가면 비단뱀의 산소 소비가 늘어납니다. 산소소비는 비단뱀의 시간당 수축수에 비례합니다. 따라서 비단뱀이 기온이 내려가면 몸의 근육을 주기적으로 수축시켜서 체온을 높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V. H. Hutchison, H. G. Dowling, and A. Vinegar, Thermoregulation in a brooding female Indian python, Python molurus bivittatus, Science 151:694–696 (1966).]
외온동물(변온동물)인 양서류나 파충류가 기온이 낮은 겨울 동안 신진대사를 크게 낮추고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을 휴면(brumation)이라 합니다.
항온동물 또는 내온동물이 주변 온도가 너무 내려가서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고 먹을 것도 부족해지면, 동면(겨울잠)으로 몸 안의 물질대사를 아주 느리게 만들어 생존하는 것은 무척 신기하고 놀라운 일입니다. 설치류 등이 동면하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곰이 동면을 하는 것이 여전히 수수께끼 같습니다. 새들도 동면을 한다는 믿음이 오랫동안 있었는데, 지금의 정설로는 새들이 동면을 하지 않고 토포(torpor)라는 독특한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동물들의 '휴면(休眠 dormancy)'을 (1) 포유류의 겨울잠(hibernation) (2) 곤충류의 휴면(diapause) (3) 파충류/양서류의 휴면(brumation) (4) 무척추동물의 여름잠(estivation)으로 구별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Dorm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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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온동물의 체온조절에 대해 다음 링크의 글이 유용합니다.
https://www.hummingbirdsplus.org/nature-blog-network/regulation-of-body-temperature-in-ectotherms/" target="_blank" rel="noopener">Regulation of Body Temperature in Ectother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