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27장, 28장. (p.585-627)
모임 정리
책새벽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02-04 14:09
조회
653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월' 시즌3에서는 현재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과 질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세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2010. 문학과지성사.
27장
p.587-588.
"아빠! 깨어나란 말이에요!"
"얘, 깨어 있단다." 새벽의 옅은 여명 속에서 그의 얼굴을 거의 분간할 수 없다. 우리는 숲 속 어딘가에 있다. ...
...
"어떤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했었다."
...
"그게 누구예요?"
...
"얘,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바로 나더라. ... 그냥 꿈자리가 사나웠을 뿐이야." ...
...
나는 다시 잠들지 않는다.
꿈을 꾼 사람은 결코 내가 아니다.
그는 파이드로스다.
그가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대립하는 분열된 정신. . . . 그건 나다. . . . 내가 바로 그늘 속의 사악한 존재다. 내가 바로 그 혐오스러운 존재다. . . .
나는 그가 되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다. . . .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 이것이 이제 문제다. . . .
...
불쌍한 크리스.
28장
p.595-596.
질의 개념을 추구하는 과정에 파이드로스는 작은 길들이 계속해서 어느 한쪽 편으로 나 있고, 그 모든 길들을 어느 한 지점에서 모이고 있음을 끊임없이 확인했다. ... 그는 그곳에 있는 무언가를 자신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
고대 희랍에 이르는 두 번째 길은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제시되었다. 즉, "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전체가 갑작스럽게 체계적 철학 안으로 편입되는 과정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는 체계적 철학이라는 분야와는 이미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질"이 다시금 체계적 철학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던 것이다.
p.598-599.
"아빠?"
"응?"
"우리 왜 이러고 있는 거지요?"
"무얼 말이냐?"
"내내 달리기만 하잖아요."
"여기저기 둘러보기 위해 그러는 거지. . . . 우린 지금 휴가 여행 중이잖니?
내 대답에 그가 만족해하는 것 같지 않다. ...
...
"우린 그저 죽어라 달리기만 할 뿐이에요." 그가 말한다.
"그렇게 할 수 밖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달리 뭐 뾰족한 수가 있을까?"
p.601-602.
... 모든 학문 분야가 나름대로 실체적 측면과 방법론적 측면 양자 모두를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 질은 양자 어느 쪽과도 관련이 없는 것이다. 질은 실체가 아니다. 또한 방법도 아니다. 이는 양자의 영역 바깥에 존재한다. ... 따라서 더 높은 질을 지니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질은 방법이 아니다. 방법이 목표로 하는 무언가의 목적이 질일 따름이다.
...
결국 파이도로스의 탐구 과제는 실체적인 학문 영역에 속하는 것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실체적인 것과 방법론적 것 사이의 분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질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만일 질을 남아 있게 하고자 한다면, 실체와 방법이라는 이분법적 개념은 사라져야만 한다.
p.603~604.
. . . 간단한 면담 과정을 통해 파이드로스가 받은 인상에 따르면, 위원장은 민첩한 정신의 소유자이며 동시에 급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였다. 하지만 그가 여기 이 자리에서 만나고 있는 것은 일찍이 그가 읽었던 글 가운데 가장 모호하고 가장 수수께끼처럼 불가해한 문체의 글 가운데 하나다. 그가 만나고 있는 것은 주어와 술어 사이가 서로 소리쳐도 전혀 들리지 않을 만큼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백과사전적 문체의 문장들인 것이다.
삽입구들이 또 다른 삽입구들 안에 아무런 설명 없이 문장들 안에 삽입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그가 쓴 문장들은 마침표에 이르기 훨씬 전에 이미 앞 문장들과 현재 문장들 사이의 연관성이 독자의 마음 안에서 이미 죽음을 맞이하여 파묻히고 부패하여 종적을 감추게 된 그런 문장들-말하자면, 읽는 도중 앞 문장과 현재 문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까먹게 하는 그런 문장들-이 되고 있었다.
p.604.
이어서 그는 위원장이 "전문적 기술자"에 해당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추정을 해보기도 했다. 이때의 "전문적 기술자"라는 표현은 자기 영역의 일에 너무도 깊이 몰두하다 보니 바깥쪽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능력을 상실한 채 글을 쓰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파이드로스가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무엇 때문에 "개념 분석과 방법론 연구"와 같이 일반적이고도 비전문적인 명칭이 위원회에게 주어진 것일까. . .
(여기서부터 2024년 2월 18일 업데이트한 부분입니다.)
p.610.
그 결과, 저 유명한 시카고 대학의 "위대한 고전 총서 프로그램"이 탄생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노선에 따라 대학의 구조를 재정비하는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
...
애들러와 허친스는 기본적으로 삶의 "당위성"에, 가치에, 질에, 그리고 이론 철학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질의 근거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들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거기에서 멈췄다.
p.619-620.
시카고 대학의 "위대한 고전 총서 프로그램"의 주된 투쟁은 고전이 20세기 사회에 말해줄 실질적 중요성을 지닌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현대적 믿음을 겨냥한 것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고전 교과목을 수강하는 대부분의 핵생들은 ... 고대인들은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믿음을 선결 조건으로 받아들였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파이드로스는 고지식한 사람이어서 이 같은 생각을 그냥 수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열정적으로 또한 광적으로 이를 공부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격렬하게 고대인들을 미워하게 되었으며, 그가 머리로 생각해낼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악담을 동원하여 그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게 되었다. ... 공부하면 할수록, 그는 그들의 생각이 이 세상에 미친 악영향 - 즉, 우리가 그들의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결과 이로 인해 야기된 해악 - 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도 말을 한 적이 없다는 확신을 점점 더 굳히게 되었다.
p.620-621.
고전 시대의 희랍인들에 대한 비판에 그가 어떻게 도달하게 되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고스 너머 뮈토스" 논쟁을 요약의 형태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로직(논리)"이라는 말의 어원에 해당하는 로고스라는 용어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합리적 이해의 총합을 지시한다. 뮈토스는 로고스에 앞서는 선사 시대의 신화 및 초기 역사 시대의 신화의 총합을 지시하는 용어다. 뮈토스에는 희랍 신화뿐만 아니라, 구약, 베다 문학의 찬가들, 그리고 세계에 대한 오늘날 우리의 이해에 기여해온 모든 문화의 초기 전설들이 포함된다. 로고스 너머 뮈토스 논쟁은 우리의 합리성이 이 같은 전설들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오늘날 우리의 지식과 이 같은 전설들 사이의 관계는 나무와 그 나무가 성장하기 전 한때의 모습이었던 작은 묘목 사이의 관계와 같은 것임을 확인케 한다.
p.622.
"로고스 너머 뮈토스" 논쟁은 모든 아이들이 태어날 당시에는 동굴에서 생활하던 원시인들만큼이나 무지하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각 세대마다 세상 사람들을 네안데르탈인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영속성을 지닌 채 현재 작동 중인 뮈토스, 로고스로 변모되었지만 여전히 뮈토스의 역할을 하는 뮈토스, 세포가 인간의 몸을 결합해주고 있듯 우리의 마음들을 결합해주고 있는 거대한 양의 상식으로 이루어진 뮈토스다.
p.623.
뮈토스의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은 곧 광인이 된다는 뜻이다.
광기는 뮈토스를 둘러싸고 있는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이제야 알겠다! 질은 뮈토스를 생성해내는 발생인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다. 그가 "질은 우리를 자극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창조하도록 유도하는 지속적인 자극 요인, 세계의 모든 것을 어느 한 부분도 빠짐이 없이 세계의 모든 것을 창조하도록 유도하는 자극 요인이다"라고 말했을 때, 그가 의도하던 바는 바로 그것이었다.
p.624.
종교가 인간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종교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알게 되면, 자극 요인으로서의 질이 당신을 부추길 것이고, 그러면 당신은 그 자극 요인에 대해 정의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정의하고자 할 때 당신이 동원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당신이 알고 있는 것뿐이다. 따라서 당신의 정의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들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어떤 정의를 내리든 이는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유추(類推)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달리 어떤 것이 될 수 없다.
뮈토스는 이런 방식으로 성장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이미 전부터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유추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뮈토스란 유추 위에 유추를 쌓아 올리고 그 위에 다시 유추를 쌓아 올린 건축물인 셈이다. 이 같은 유추들이 의식이라는 기차의 화물칸을 채우는 것이다. 뮈토스란 서로 소통하고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집단 의식을 접합해놓은 거대한 열차인 셈이다.
뮈토스의 어느 한 부분도 그렇지 않은 것이 없다. 질은 바로 그 기차에게 나아갈 길을 제공하는 선로인 셈이다. 좌측이든 우측이든 열차 바깥쪽에 있는 곳, 바로 그곳은 광인이 거주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뮈토스를 떠나야 함을 파이드로스는 알고 있었다. 그에게 그처럼 무언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는 무언가 일이 막터질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p.626.
. . . 어떻게 내가 이 모든 것을 그처럼 사랑하면서도 광기에 빠질 수 있겠는가. . . .
...
뮈토스. 뮈토스는 광기에 젖어 제정신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그가 믿었던 바다. 이 세계의 형식들은 현실적인 것이고, 이 세계의 질은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하다니, 뮈토스는 제정신이 아니다!
아울러, 아리스토텔레스와 고대 희랍인들의 모습에서 그는 이 같은 광기를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유인할 만큼 잘못 뮈토스를 형성해놓은 악당들의 모습을 확인했다고 믿었다.
...
아무튼, 뮈토스와 광기, 그리고 이것이 갖는 중심적 의미 - 확신컨대, 이는 바로 그한테서 온 것이다.
(제 28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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