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 팰림프세스트
아르키메데스 팰림프세스트(Archimedes Palimpsest)

[아르키메데스 팰림프세스트. 그림 출처: https://malevus.com/archimedes-palimpsest/ ]
1907년에 덴마크의 문헌학자 하이베르(Johan Ludvig Heiberg, 1854–1928)가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중세 분위기의 기도서에 아르키메데스의 책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콘스탄티노플(즉 지금의 이스탄불)까지 찾아간 하이베르는 그 기도서가 있는 양피지에 미세한 흔적으로 남아 있던 글을 열심히 해독했고, 그것이 원래 아르키메데스의 책이었음을 알아냈다.
이런 것을 팰림프세스트라고 한다. 팰림프세스트라는 말은 '다시'라는 뜻의 그리스어 '팔린'과 '새긴다'는 뜻의 그리스어 '프센'을 합쳐서 팔림프세스투스라고 했던 것이 영어에서 뒤의 어미가 잘리면서 팰림프세스트가 된 것이다.
palimpsest = palin(다시) + psen(긁다 새기다)
A manuscript, typically of papyrus or parchment, that has been written on more than once, with the earlier writing incompletely erased and often legible.
An object, a place, or an area that reflects its history
: Latin palimpsestus, from Greek palimpsEstos scraped again, from palin + psEn to rub, scrape
1 : writing material (as a parchment or tablet) used one or more times after earlier writing has been erased
2 : something having usually diverse layers or aspects apparent beneath the surface
종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에 유럽과 아랍 지역에서는 책을 만드는 데 양피지(Pergament, parchemin, parchment)를 사용했다. 이것은 소가죽, 양가죽, 염소가죽 같은 것을 얇게 만들어서 거기에 뾰족한 펜에 잉크를 묻혀 쓰는 것을 말한다. 돼지가죽 같은 것을 쓰는 벨룸(vellum)도 양피지의 일종이다. 그런데 양피지는 파피루스보다는 훨씬 오래 가기 때문에 더 많이 사용되었지만, 양피지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종종 이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텍스트를 칼로 벗겨 내고 그 양피지를 재활용하는 일이 많았다. 가령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로 되어 있거나 이제는 적용되지 않는 과거의 법령 같은 것이 적혀 있다면 그 양피지는 재활용 대상 일순위였다. 가령 제롬의 불가타(Vulgata) 성서가 라틴어 성서의 표준이 되고 난 뒤에는 그 전까지 퍼져 있던 성서의 라틴어판은 모두 폐기되었다.
(http://en.wikipedia.org/wiki/Palimpsest 참고)
아르키메데스의 책이 들어 있는 이 기도서도 이와 같은 팰림프세스트였다. 원래 이 책이 알려지게 된 것은 그리스의 성서학자 파파도풀로스-케라메우스(Athanasios Papadopoulos-Kerameus 1856-1912)를 통해서였다. 그는 1899년에 그리스정교회 총대주교(patriarch)에 속하는 중요한 사본들의 카탈로그를 만들었는데, 그 중에 이렇게 흔적으로 남아 있던 수학을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카탈로그에서 이 기도서를 Ms. 355로 이름붙이고 그 내용을 일부 베껴서 실었는데, 하이베르가 이 카탈로그를 보았던 것이다.
사실 이 기도서는 이미 그 전에 유럽에 들어와 있었다. 그것은 티센도르프(Constantin von Tischendorf 1815-1874)라는 19세기 독일의 성서학자 덕분이다. 티센도르프는 1840년대에 소아시아 지역을 여행했는데, 콘스탄티노플 즉 이스탄불에 있는 동방정교 수도원에 속한 메토키온(Metochion)에서 흥미로운 기도서를 발견했다. 이 기도서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흔적을 보니 그리스어로 된 고등 수학책 같아 보였고, 티센도르프는 몰래 그 양피지 한 장을 훔쳐냈다.
티센도르프가 죽고 난 뒤 1879년에 이 양피지는 케임브리지 대학 도서관에 팔렸고, C.U.L. Ms. Add. 1879.23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티센도르프는 그 감추어진 텍스트가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양피지 한 장에 담긴 수학 내용이 아르키메데스의 저작임이 밝혀진 것은 1968년의 일이었다.
하이베르는 고대그리스 수학의 권위 있는 연구자였고, 특히 아르키메데스의 수학에 정통해 있던 사람이었다. 파파도풀로스-케라메우스가 만든 카탈로그의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아마 그 텍스트의 흔적은 아르키메데스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사본일지도 모른다. 하이베르는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콘스탄티노플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하이베르는 아르키메데스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문헌학자로서, 이 팰림프세스트에 남아 있는 것이 그 동안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아르키메데스의 저작임을 알아냈다.
http://archimedespalimpsest.org/about/
http://archimedespalimpsest.org/index.html
http://archimedespalimpsest.org/palimpsest_history1.html
http://en.wikipedia.org/wiki/Archimedes_Palimpsest
The text of the Archimedes Palimpsest presented a monumental challenge for imagers to reveal and scholars to decode. In the 10th century, an anonymous scribe copied Archimedes’ treatises in the original Greek onto the parchment. But three centuries later, a monk “palimpsested” the parchment: he scraped away the Archimedes text, cut the pages in half, turned them sideways, and copied Greek Orthodox prayers onto the recycled pages. Adding further injury, forgers in the early 20th century painted religious imagery on several pages in an attempt to elevate the manuscript’s value. The result was the near obliteration of Archimedes’ work, except for the faintest traces of ink still embedded in the parchment. (출처: http://www.archimedespalimpsest.org/stanford_frame1.html )
The Story of the Archimedes Palimpsest to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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