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세계철학사 1』 12장 '인간적인 것'의 발견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01-25 11:54
조회
850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2에서는 현재 『세계철학사 1』(이정우. 2011. 길) 2부를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시고요, 모임 공지는 웹사이트 맨 위 '일정' 메뉴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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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2장. '인간적인 것'의 발견
§1. 국민국가의 탄생
- 새로운 정치철학의 등장
- 공화정에의 꺼지지 않는 꿈
- 국민국가로의 이행
- 왕의 권력과 법의 역능
§2. 자본주의의 탄생
- 동적인 사회의 등장
- 세 가지 탈영토화와 자본주의의 탄생
- 바다의 전쟁: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3. 인본주의의 발흥
- 인문주의와 인본주의
- 인본주의의 흐름
- 유토피아의 꿈
§4. 자아 탐구의 새로운 방향들
- 자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기
- '사유하는 주체'에게서 확실성을 찾다
§5. 자연의 새로운 상
- 자연철학에서 자연과학으로
- 유한한 세계에서 무한한 우주로
- 유기적 세계관에서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p.762.
『군주론』은 이전의 저작들과 비교해볼 때 전통- 핵심적으로는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와 기독교 -으로부터 현저히 벗어나고 있다. ... 그는 군주에게 꼭 필요한 자질로서 '~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능력을 꼽았기에 말이다. 군주는 시민들- 정확히 말해서 신민들 -을 속일 수 있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 한술 더 떠서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는 운명/운수가 매우 중요하다고까지 말한다.
(각주 10) ... 여기에서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것은 덕스럽지 못한 군주가 덕스럽게 보여야 한다는 것만이 아니라 덕스러운 군주도 정치를 위해서라면 덕스럽지 않은 듯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비롭고 신의가 있고 인간적이고 정직하고 경건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좋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달리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당신은 정반대로 행동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하며 그렇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p.763. (각주11)
마키아밸리는 체계적인 이론가가 아니라, '정치 평론가'에 가까운 인물이며, 지금 식으로 말해 아마추어 역사가이기도 했다. 『군주론』 역시 체계적인 정치철학서가 아니라 당대 정치 현실에 대한 평론서라 해야 할 것이다.
p.764-765.
『군주론』은 처절할 정도로 염세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또 정치라는 것 자체를 너무 특화해서 다루었기 때문에,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한 철학적 통찰이 부족하다. 게다가 그 탄생 자체가 메디치 가문에서 한 자리 얻고자 한 기회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시대의 압력이기도 했지만, 가장 본질적으로 결국 군주제에 대한 희구 이상을 담은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저작은 서구 정치철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
그러나 마키아벨리에게는 『군주론』의 얼굴과 더불어 또한 『로마사 논고』(원제는 '티투스 리비우스의 초기 10권에 관한 논고')의 얼굴도 있다. 절대군주정을 옹호하는 전자와 공화정을 옹호하는 후자는 서로 모순적이다. 그러나 ... 이 두 저작 사이의 모순이 사실상은 마키아벨리라는 한 인물의 두 측면일 뿐 ... 공화정 로마는 마키아벨리의 꿈이고, 절대군주정은 그의 현실이다.
p.769-772.
16세기 중엽이 되면 지중해세계는 산산이 부서진 이탈리아를 뒤로한 채 본격적으로 거대한 왕조국가들로 분할된다. 일찍부터 왕조적 전통을 키워온 프랑스는 백년전쟁(1337-1453)에서 승리하면서 강력하게 중앙집권화된다. ... 에스파냐는 아라곤과 카스티야의 통합을 통해 강력한 왕정을 구축했으며, 베네치아의 경제적 헤게모니를 무너뜨리고 16세기 이후의 지중해 세계를 지배한다.
...
국민국가는 권력이 집중된 국가였고, 또 민족적 정체성에 의해 지탱되는 국가였다. 그래서 모든 면에서 기존의 분권화된 지역들, 예컨대 봉건 영주들이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보다 강력했다.
...
이 국가라는 단위의 핵은 왕이었고, 그래서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왕이 놓이게 된다.
...
이에 따라 정치철학에서도 역시 크게는 왕당파 계통의 이론과 반왕당파 계통의 이론이 대립하며 ...종교 관련 이론들이 등장한다. ... 거시적으로 볼 때, 네 가지 흐름이 이 시대의 정치와 종교를 주도했다.
첫째, 가톨릭의 경우 당연히 기존의 권세를 유지하려 애썼으며 왕들의 힘을 축소하려 획책했다.
...
둘째, 이 시대는 특정한 민족/국가와 종교가 결합된 시기였다. 에스파냐 가톨릭, 프랑스 가톨릭(이른바 '갈리아 가톨릭') 외에도 독일의 루터교, 영국의 성공회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
셋째, 이 시대에 반가톨릭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반왕권주의적이기도 했던 종교는 칼뱅주의였다. 칼뱅(1509~1564년) 자신은 루터(1483~1546년)만큼이나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두 사람 모두 당시에 숱하게 일어났던 민중운동들을 잔혹하게 짓밟을 것을 주장했다. 그라나 칼뱅은, 특히 칼뱅주의자들은 왕당파는 아니었으며 왕권에 저항해서 자신들의 종교적 독자성을 지키려는 경향을 가졌다.
p.775-776.
스콜라철학의 마지막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제수이트파의 프란시스코 수아레즈(1548~1617년)는 형이상학만이 아니라 법철학으로써도 이후의 사상들에 큰 영향을 끼친다. 수아레즈는 자연법과 국제법을 구분함으로써 법철학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
비록 신학적 방식으로이긴 했으나 그리고 교황의 권력에 대한 철 지난 주장을 깔고 있었으나, 수아레즈는 맹아적인 형태의 사회계약론(그는 이 이론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은 거부했다), (기본적인 인권(그는 신 앞에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역설했다), 폭군에 대한 저항권 등과 같이 근대 정치철학으로 가는 징검다리들을 마련했다.
p.776-777.
수아레즈와 흐로티위스 사이에 요하네스 알투지우스(1564-1683년)를 건너뛸 수는 없다. 알투지우스는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들을 분명히 하고 그 단위들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하려 했다는 점에서 현대의 사회학자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런 작업 자체가 절대왕정에 대한 일종의 간접적인 도전이었다.
그는 인간사회를 가정, 사회 단체, 지역 공동체, 주, 국가로 나누었고, 이 각 단위들 사이에는 단계적 형태의 사회계약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알투지우스는 ... 오늘날의 용어로 '구조주의'적인 분석을 했는데, ... 정치적 문제들을 개개 인물들이 아니라 이 단위들 자체에 중점을 두어 논했기 때문이다.
p.777-778.
알투지우스의 사유를 더욱 더 밀고 나가 근대 자연법 사상이 토대를 확립한 인물이 바로 휘호 흐로티위스(1583-1645년)이다.
흐로티위스를 특징짓는 것은 17세기 사유의 일반적 특징이기도 한 합리주의이다. ... 네덜란드는 에스파냐의 식민지였지만 자유주의적 도시국가적 성격이 강했고, 데카르트를 비롯한 선진 사상가들이 체류하고 싶어 했던 지적으로 참신한 지역이기도 했다.
...
"국제법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시사하듯이 흐로티위스의 근본적인 공헌은 국제법의 확립 ... 중세적인 권위가 무너진 시대에 지식인들이 처했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곧 새로운 정초였다. 이는 특히 17세기에 두드러지지만 사실 근대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요청된 과제 ...
...
그렇다면 자연법의 원천은 무엇인가? 중세로 되돌아가지 않고서 자연법의 원천을 무엇으로 파악할 것인가? ... 그 원천이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본성이야말로 자연법의 원천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physis)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곧 이성이다. 자연법이란 바로 "올바른 이성의 명령"이다. 흐로티위스는 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 자명한 원리에 입각해 그의 논의를 전개하고자 했다.
p.779.
(각주 24) 페르낭 브로델은 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서 유명한 삼층 도식(물질문명, 시장경제, 자본주의)을 제시하면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독점'에서 찾은 바 있다. 이런 이해는 자본주의를 산업자본주의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일반적인 지평에서 볼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그것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잡는 관점을 방지해주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부터 2024. 2. 5. 업데이트)
p.791.
16세기 국민국가들(에스파냐, 포르투갈,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의 형성은 이후 근현대의 역사에 깊고 넓은 파급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아울러 자본주의의 성립은 이 국민국가의 성립과 맞물려 가능 ... 결합해 근현대적인 권력을 성립 ...
국가와 자본주의라는 이 두 객체성은 이제 근현대 세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객체성으로 군림하게 되며, 따라서 철학 역시 이런 객체성과의 관계를 통해서 전개되기에 이른다.
(각주 37) 19세기가 되면 과학기술이 또 하나의 거대 객체성으로 도래 ... 그리고 20세기에 도래한 또 하나의 거대 객체성은 (넓은 의미에서의) 대중문화(현대적인 의식주, 그리고 신문, 잡지, 영화, 스포츠, TV, 인터넷 등등)이다. 오늘날 현대인은 이 네 가지의 거대 객체성 - 국가, 자본주의, 과학기술, 대중문화 - 이 형성하는 '사각의 링'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p.799-780.
잘 알려져 있듯이, 16세기에 이르면 르네상스의 물결은 북부로 이행해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지역들로 퍼져간다. ... 사실 새로운 학문의 출발은 프랑스에서 이루어졌었다. 13~14세기 프랑스에서 발전한 스콜라철학 및 문법, 수사학, 문학, 예술이 이탈리아로 수입되었고, 후에 이탈리아에서 성숙한 인문학이 다시 프랑스로 역수입된 것이다. 이 당시 활동한 기욤 뷔데(1467~1540년)는 그리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3개 언어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대학을 세웠다. 훗날의 콜레주 드 프랑스의 전신이다.
p.804-805.
... 모어의 『유토피아』는 이 시대(16세기)의 대표적인 정치철학서이다. 이 대화편에서 모어는 한편으로 당대의 현실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을 전개하고, 다른 한편으로 플라톤의 『국가』의 모범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국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라스뮈스를 포함해 당대의 인문주의자들 대부분이 상고 시대의 '아레테/비르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그러나 모어는 소크라테스적인 '아레테/비르투스' 개념으로까지 나아갔다.
...
모어가 볼 때 인간을 타락시키는 이런 허영심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돈/사유재산에 있었다. 때문에 그는 사유재산의 준-폐지라는 공산주의의 이상으로 다가선다. 모어의 이런 생각은 사유재산을 인권의 기초로 본 로크 등의 근대 철학자들과 대극을 형성하면서, 이후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사회주의'라는 근대 정치철학의 양대 갈래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
모어의 『유토피아』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대극에 서서 르네상스 정치사상을 양분했다. 요컨대 모어는 귀족들의 전횡, 사유재산에 의한 타락, 종교적 분쟁, ... 등을 극복한 곳을 '유토피아'로 그렸던 것이다.
p.817.
그러나 데카르트의 영향력이 우선적으로 발휘된 것은 그의 "cogito"의 측면이 아니라 기계론의 측면이었다. 데카르트의 기계론은 14세기 이래 자연철학의 흐름이 도약하는 국면에서 핵심적인 열할을 했다. 국가, 자본주의, 인본주의와 더불어 이후 서구의 역사 나아가 세계의 역사에 지대한 힘을 행사하게 될 또 하나의 사유-갈래가 14세기 이래 태어났다. 과학기술-철학과 합체해 있었던 과학과, 예술과 합체해 있었던 기술이 서로 합체해 '과학기술'이 되는 것은 이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이지만 ... 당대의 개념으로는 '자연철학'으로 불린, 이후에는 '자연과학'으로 불린 사유가 또 다른 중요한 갈래를 형성한다.
p.820-821.
14세기에 이르면 근대 과학을 향한 결정적인 행보가 이루어진다. 존재론적 맥락에서 본다면 14세기의 사유 혁명은 자연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근본적인 혁명이며, 흔히 이야기하는 '과학 혁명'은 사실상 14세기에 이루어진 이 혁명의 여파라 해야 할 것이다.
...
흔히 가시적으로 나타난 과학 혁명을 자주 논하지만, 이 혁명이 가능할 수 있게 해준 선험적 장, '인식론적 장'은 14세기에 마련되었다. ... 그 결정적인 전환점은 ... 사유의 전환, 존재론에서의 전환에 있다. 특히 시간과 공간, 무한과 연속성, 운동과 변화, 물질과 생명과 영혼/정신 등 근본적인 존재론적 문제들에 관련해 혁신적인 전환이 이루어질 때 사유의 역사, 과학의 역사에 진정한 이정표가 새겨진다. ... 이 시기에 이루어진 결정적인 전환이란 옥스퍼드와 파리에서 새롭게 정립된 운동 이론, 새로운 역학을 말한다.
...
14세기 역학에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는 독립적으로 취급될 수 없는 운동 개념이, ... 수학적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 '변항(variable)'의 개념을 발견한 것이다.
p.822.
14세기 자연철학자들의 노력은 곧 운동을 그 전체로서, 연속적으로, 훗날 베르그송의 표현을 따르면 "어느 점에서나" 파악하고자 한 것이었다. ... 연속적 운동을 수학적으로 포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마침내 '아페이론'이 수학적으로 정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p.824.
14세기에, 그리고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이루어진 무엇보다도 중요한 개념적 전환들 중 하나는 곧 '무한' 개념의 등장이다. ... 그 하나는 ... 연속성의 문제와 맞물려 있는 '아페이론'의 문제였다. 다른 한편, 니콜라우스 쿠자누스에게서 분명하게 정립된 또 하나의 구분은 '무한한 것'과 '무한정한 것'('일정하지 않은 것')의 구분이다.
p.825-826.
다른 한편 현실적 무한의 개념 또한 큰 전기를 맞이 ... 특히 조르다노 브루노(1548~1600)의 사유가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브루노는 니콜라우스와 코페르니쿠스(1473~1543)를 이어 우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고, 아리스토텔레스적 우주관으로부터 결정적으로 벗어난 세계관을 전파했다.
...
브루노는 또한 직접적 관찰을 중시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인식론의 한계를 넘어 무한을 사유할 것을 요청했다. 감각적 인식은 항상 어떤 '지평' 내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인식 주체가 운동하면 그에 따라 지평도 계속 변해간다. 내가 등을 돌려 뒤를 바라보면 내 감각세계의 지평은 180도 바뀌어버린다. 따라서 인식의 지평이 유한한 것은 인식 주체의 조건일 뿐 세계의 객관적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지평이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세계가 무한하다는 증거인 것이다.
p.827.
브루노의 사유가 가지는 핵심적인 측면들 중 하나는 서구의 우주관을 그토록 오랫동안 지배해온 '천구' 개념을 해체해버렸다는 점에 있다. ...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을 중심으로 한 우주관을 제시했지만, 천구들이 해체되어버린 브루노의 무한한 우주에서는 태양이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중심이 될 수 없었다. 브루노의 혁명은 사변적인 것일 뿐 실증적인 것은 못 되었지만, 코페르니쿠스의 혁명보다 오히려 더 심대한 것이었다.
p.831.
데카르트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서구 합리주의는 곧 논리적, 수학적, 분석적, 공간적 사유라고 할 수 있다.
...
분석의 목표는 '가장 단순한 것'을 발견하는 데 있다. ... 요컨대 가장 단순한 진리를 출발점으로 삼아 다른 진리들을 정확한 순서/서율에 따라 연역해냄으로써 진리의 계열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발점은 직관의 대상이고 다른 진리들은 연역의 대상이다. ... 그가 수학을 특히 중요시한 것은 이런 인식론적 근거 위에서이다.
p.833.
그러나 자연철학에 국한할 경우, 묘하게도 데카르트의 기계론은 사실상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데카르트적 기계론이 근대 과학의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더 나아가 근대 문명 그 자체의 프로그램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대 과학의 역사는 역설적으로 데카르트 극복의 역사이기도 하다. 근대 학문의 역사는 데카르트가 'res extensa'로 송두리째 환원하고자 했던 존재들/질들을 하나씩 다시 복권시켜나간 역사이기도 하다.
p.835.
... 18~19세기에는 사회과학이 분절됨으로써, 전통적인 철학은 철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으로 삼분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철학은 논리학(과 인식론), 존재론(과 형이상학), 윤리학(과 정치철학)을 주축으로 하는, 다시 말해 주로 메타적인, 즉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학문으로 재규정된다.
p.837-838.
중세의 철학자들은 모두 수도원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대학'이라는 제도가 생겨난 후에는 대부분 대학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주요 철학자들은 대학 바깥에서 활동한 인물이었다. 스피노자 등 여러 인물들이 대학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
이 시대의 철학자들은 대부분 '직업 철학자들'이 아니었다. ... 철학의 내용에서도 오늘날과 같이 전문 분야로 특화한 철학이 아니라 인문, 사회, 자연을 모두 포괄하는 철학 개념에 입각해 사유했다. 이들의 철학함의 양태는 중세를 건너뛰어 고대 철학자들의 양태와 유사했다.
...
그러나 국민국가가 등장하면서 철학 역시 각 국가의 국력과 무관할 수 없게 된다. 예컨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학문의 중심 역시 이탈리아로부터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으로 옮아감을 확인할 수 있다. 17세기 즈음에 이르면 많은 핵심적인 논의들이 파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 사람들은 이들을 "les modernes"라 불렀다.
(12장 끝)
(『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끝. 『세계철학사 2 - 아시아세계의 철학』으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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