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밤-시즌5 : 『옥스퍼드 과학사』 서문, 1장 (p.5-53)
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밤-화' 시즌5에서는 현재 『옥스퍼드 과학사』를 읽고 있습니다.
『옥스퍼드 과학사』 이완 라이스 모루스 외 지음. 임지원 옮김. 2019. 반니.

『옥스퍼드 과학사』 목차
서문_ 이완 라이스 모루스
제1부 기원을 찾아서
1 고대 지중해 세계의 과학_ 제임스 에반스
2 고대 중국의 과학_ 도널드 하퍼
3 중세 기독교 및 이슬람 세계의 과학_ 스티븐 리브지·소냐 브렌처스
4 근대 이전 동양의 과학_ 다그마 섀퍼
5 과학혁명_ 존 헨리
6 계몽시대의 과학_ 잔 골린스키
제2부 과학을 하다
7 실험 문화_ 이완 라이스 모루스
8 자연을 탐험하기_ 아만다 리즈
9 생명의 의미_ 피터 볼러
10 우주 지도를 그리기_ 로버트 스미스
11 이론의 전망_ 매튜 스탠리
12 과학의 소통_ 샬럿 슬레이
서문 (이완 라이스 모루스)
p.6.
대체 과학은 정확히 무엇일까?
…
넓게 보자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의 총합이자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즉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꾸는 방법들의 집합이다. 이런 과학의 인간 친화적 속성(humanity) 때문에 과학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p.6-7.
나는 역사학자로서 당연히, 과학의 역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우리가 현대 과학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p.7.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과학이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과학이라는 뚜렷한 실체가 없다’로 정리된다. 과학은 통합되고 연속된 신념이 덩어리가 아니다. 또한 단 하나의 과학적 방법을 통해 포착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 과학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싶다면 … 역사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p.7-8.
그리고 제대로 과학을 이해하려면 과거에 대해(그리고 다른 문화에 대해) 갖고 있는 우월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태도는 과학사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우리는 오늘날 지식의 빛으로 비추어볼 때 과거에 사람들이 믿었던 지식 중 상당 부분이 틀렸다는 걸 안다.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유추해본다면 비관적이게도 오늘날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의 상당 부분이 미래의 기준에서는 틀린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p.9.
50년 전의 역사학자들은 과거의 자연에 관한 지식 중에서 오늘날의 과학에 기여하는 요소들을 식별해내는 데 주로 관심을 보였지만, 오늘날의 과학사 연구자들은 과거 과학의 전체성을 이해하는 데 더 관심을 갖는다.
즉 과거의 과학이 어떻게 오늘날의 과학을 이끌어냈는지를 이해하는 것 못지않게 과거의 과학이 그것을 낳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하려고 한다.
과학사를 이러한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오늘날 우리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신념과 관행들, 예를 들어 종교나 마술과 같은 것도 과거에는 과학의 일부였음이 분명하다.
p.10.
심지어 과학혁명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신과학의 주창자 중 상당수는(아이작 뉴턴을 포함해서) 연금술이나 점성술과 같은 마술적 관행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런 종류의 활동과 오늘날 우리가 과학으로 인정하는 활동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
p.11.
이 책은 1부와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의 각 장들은 고대 지중해 세계의 과학과 고대 동양 세계의 과학을 각기 다룬다. 그다음 이어지는 장들은 현대 이전의 동양과 중세 서양 및 중동 지역의 과학을 다룬다. 그중 마지막 장은 이 기간 동안 이슬람 과학과 기독교 과학의 전통과 실행 방법이 얼마나 밀접하게 서로 얽혀 있으며 따로 떼어서 이해할 수 없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그다음에는 과학혁명과 계몽 시대의 과학이 등장한다.
1부의 장들은 넓게 보아 연대기적으로 구성 … 2부의 6개 장들은 주제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대 과학이 점점 분화되고 전문화됨에 따라 주제별 접근이 좀 더 유용하고 도움이 되기 때문 … 2부의 장들은 … 실험 문화의 발전, 자연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 생명의 근원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의 출현 등을 다룬다.
그 이후 … 우주론의 등장과 우주의 지도를 그리는 좀 더 강력하고 체계적인 방법의 발전, 19세기와 20세기의 고도로 기술적이고 이론적인 독특한 추론 문화의 전개에 관해 논의한다. 마지막 장은 … 대중과 소통할 기회와 전략을 어떻게 개발해왔는지를 보여준다.
p.11-13.
1부에서 반복되는 한 가지 중요한 주제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지식이 유통되던 방식에 관한 탐구다.
…
2부의 주제별 장들 역시 지식의 유통과 권위라는 주제를 계속해서 다룬다. 19세기와 20세기 동안 이루어진 새로운 실험 문화의 발전에 관해 내가 쓴 장에서는 실험실이 어떻게 새로운 종류의 과학적 공간으로 떠오르게 되었는지 논의한다.
…
아만다 리즈는 자연 탐구에 관한 장에서 실험실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과학 역시 상당한 자원의 동원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p.14-15.
19세기 말에 이르자 실험과 구분되는 이론물리학이라는 분야가 출현 …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쌍둥이 이론이 20세기 물리학을 지배 …
…
20세기 말에 이르자 과학의 전파 자체가 커다란 사업 분야가 되었다.
이 책 전반에 걸쳐서 강조하는 사실은 과학이 인간의 활동이라는 것이다. … 과학 역시 문화의 산물이다. … 이 책이 그리는 역사는 자연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인간 문화의 다른 측면들과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강조한다.
지식 추구의 동기는 종교적일 수도 있고 세속적일 수도 있다. 공리주의적일 수도 있고 사심 없이 지식을 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연의 질서가 사회 또는 국가 질서의 적절한 모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리는 과학의 역사는 과학은 모든 이가 만든 것이고, 그러므로 모든 이의 것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것은 지금에도 과거에도 마찬가지다.
1장. 고대 지중해 세계의 과학 (제임스 에반스)
p.21-22.
고대 사회는 신을 인격화했고 자연을 신격화했다. 그것은 조금도 비합리적인 일이 아니었다.
…
이 두 이야기(바빌론 신화 &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의 주된 주제는 성적 생식력이 자연의 창조적 힘이며, 세대 간의 갈등은 파괴적인 힘이지만 한편으로는 변화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이다. … 자연을 신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과 실용적인 과학 지식이 나란히 공존했다.
p.23-25.
초기 이집트 과학의 중요한 문헌은 바로 린드 수학 파피루스(기원전 19세기의 문서를 기원전 16세기에 필사한 문서)다. … 린드 파피루스에 수록된 문제에는 분수 계산, … 몫을 분배하는 문제, x+1/(5x) = 1 등이 있다. … 면적이나 부피를 구하는 문제도 있다.
p.25-26.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수학은 구바빌론 시대(기원전 2000년대 초기)의 문서를 통해 입증 … 대개 필경사 학교의 학습용 교재나 연습용 문제집과 비슷한 것이었다. 바빌론 수학의 핵심적 특징은 숫자 체계에 있다. 그들은 (약간의 10진법 특징을 포함하는) 60진법의 숫자 체계를 사용 …
p.27.
발표된 수학 관련 점토판의 80%는 구바빌론 시대에서 비롯 … 더 오래되거나 나중에 만들어진 점토판들도 … 존재한다. 그러나 바빌론의 수학은 구바빌론 시대로부터 기원 후 첫 1,000년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별 변화 없이 유지되어온 듯하다
p.27-29.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는 그리스보다 훨씬 이전에 천문학이 시작되었다. … 그리스에는 없는 … 유리한 세 가지 장점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
…
첫째, 천체 활동을 실생활과 연관 지어 생각했다. … 사원의 필경사들은 규칙적으로 천체를 관찰하고 그 결과와 해석을 왕에게 보냈다. 고대 그리스인들 역시 그못지않게 미신적이었으나 … 천체를 가지고 예언하는 전통은 없었다.
…
둘째, 메소포타미아에는 관료제가 있었다. 사원의 사제들이 천문학을 전담해서 연구했다.
…
마지막으로 메소포타미아는 기록을 보존하는 기술을 갖고 있었다. 바로 점토판이다.
…
천체 활동을 필경사가 기록한 것을 오늘날 우리는 ‘천체 일지’라고 부른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체 일지는 기원전 7세기의 것이지만 일지가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8세기 … 정교한 관측기기 없이 이루어진 바빌론의 천체 관측은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수백 년에 걸쳐 축적된 데이터는 정확성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p.29-30.
행성의 행동을 예측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은 반복되는 주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행성의 경우 1년을 주기로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다. … 금성은 8년 동안 5번의 역행 주기를 거치고 거의 정확히 이 패턴을 반복 … 다른 행성들의 역행 주기는 제각기 다르다. … 이런 주기의 발견으로 이른바 ‘목표연도(goal-year) 문서’라는 것을 만들 수 있었다.
기원전 4세기 말쯤 되자 필경사들은 훨씬 복잡한 행성 이론을 완성했다. 이른바 수학적 행성 이론이었다. … 단순히 패턴의 반복을 살펴보는 것을 넘어 각 행성이 황도대를 지나면서 보이는 균일하지 않은 운동을 다루기 위해 산술적 규칙을 적용 …
p.30-31.
기원전 마지막 300년 동안의 천체력을 기록한 점토판의 수가 엄청나다.
…
바빌론의 천문학은 비슷한 시기의 그리스 천문학과 현저히 차이 난다. 첫째, … 기하학적이지 않다. … 둘째, 바빌론엔 아리스토텔레스가 없었다. … 마지막으로, 바빌론의 천문학은 행성의 균일하지 않은 운동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반면 그리스의 행성 이론에서는 균일하지 않은 운동을 슬쩍 감추어버렸다. 그것은 균일성을 숭배하는 전통 때문이었다.
[책꼽문 업데이트] 2024년 1월 23일 (p.31-53.)
p.32.
기원전 5세기 … 당시 철학 운동은 자연현상의 중심에서 신을 빼버리는 일, 즉 신화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
철학자들은 신의 변덕이 아니라 관찰 가능한 자연현상들 - 태양에 의해 물이 마른다든지, 무거운 물건이 땅으로 떨어진다든지, 마차 바퀴가 돌아갈 때 진흙이 튄다든지 하는 현상들 - 에서 세상 근원의 단서를 찾고자 했으며, …
…
아낙시만드로스는 인간이 항상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었으며 분명히 다른 종류의 피조물에서 태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p.33.
세상(즉 우주)이 영원한지, 아니면 끊임없이 변화하는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에페수스의 헤라클레이토스(기원전 약 500년)는 흐름을 강조하면서 변화를 주장하는 학자들의 대표 주자 …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유명하다.
…
그의 반대편에 있는 철학자가 엘레아의 파르메니데스(기원전 약 470년)다. 그는 사물의 본질에서 영구불변함에 주목하며 변화는 단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p.33-34. 일원론과 다원론.
만물의 영속성과 통일성을 설명하는 또 다른 핵심 논쟁은 하나의 근본 원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원론자와,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다수의 요소들을 필요로 하는 다원론자의 논쟁 …
엠페도클레스의 시대(기원전 5세기)에는 일원론과 다원론이 타협점을 찾아갔다. 엠페도클레스는 물질의 근원을 네 가지 원소, 즉 흙, 공기, 물, 불이라고 보았다. …
…
엠페도클레스는 두 번째 논쟁, 즉 만물의 근원이 물질적인 것이냐, 비물질적인 것이냐 하는 논쟁의 절충까지 시도 … 엠페도클레스는 네 가지 물질적 원소에 사랑과 다툼과 같은 비물질적 원리를 덧붙임으로써 현상을 더욱 잘 설명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이론을 제시했다.
…
또 다른 비물질적 원리의 주창자는 피타고라스다. 그는 숫자야말로 우주의 근본 원리라고 주장 …
p.35-37.
플라톤(기원전 약 429~347)의 철학은 피타고라스학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플라톤 - 이것은 별명이고 본명은 아리스토클레스다 - 은 헤라클레이토스 이론과 파르메니데스 이론 사이의 타협점을 찾았다. 플라톤에게 궁극적 현실은 비물질적인 ‘형태(form)’에 존재했다.
…
플라톤은 철학의 목표가 사람들로 하여금 영원한 형상을 이해하는 데 가까이 가도록 … 이끄는 것이라고 믿었다.
p.37-38.
플라톤은 …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 … 과학은 눈에 보이는 사물의 숨겨진 진실을 찾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 플라톤은 인간의 불완전한 감각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관찰의 가치를 폄훼했다. 그는 천문학자들이 하늘을 관찰하는 대신 기하학과 같이 문제를 푸는 식으로 천문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 … 그리스의 천문학자들은 그들의 철학적 기초를 플라톤이 아닌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찾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에 비해 관찰이라는 방법에 호의적이었다.
p.38-40.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을 받아들였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론이 자연운동 이론이다. 자연운동이란 어떤 사물을 가만히 두었을 때 그 사물이 게속해서 하는 운동을 말한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또한 질료, 형상, 동력, 목적이라는 네 가지 원인에 따른 인과관계 이론을 주장했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원인은 목적인이다. 목적인은 변화가 일어나는 목적을 말한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현상에서 목적인(즉 목적)을 중요시한 것에서 우리는 그의 철학의 의인화된 측면을 볼 수 있다.
…
과학에서 목적인을 버리고 동력인에 치중하게 된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 고대의 공학자들은 투석기와 같은 기계를 만들 때 동력인에 치중해서 생각하는 데 익숙했다. 그리고 철학자들 중에서도 모든 사람이 목적론적 설명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레우키포스, 데모크리토스, 에피쿠로스 같은 원자론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궁극적 실재는 무한히 텅 빈 공간 속을 날아다니는 원소라고 주장했다.
p.41-43.
그리스의 수학자들이 기원전 6, 7세기 무렵에 정리(theorems)를 발견했으나, 그 당시에는 수학이라는 학문으로 집대성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후기 그리스 수학자들이 초기 기하학자들의 성취를 극찬한 기록이 있다.
기원전 4세기 무렵 지정학적 상황에 큰 변동이 있었다. 알렉산더 대제의 정복으로 그리스 도시국가 시대가 막을 내리고 …
…
기원전 300년경 알렉산드리아에서 유클리드가 쓴 『기하학 원론』이 출간되었다. 이 저작은 그전의 기하학을 사실상 전멸시켰다. 이 책 이후로 수학자들이 그전의 저서들을 더는 필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클리드 이전의 그리스 수학의 역사를 자세히 재구성하기는 어렵다. … 비록 유클리드의 원론이 표준이 되었지만 ‘원론’들은 유클리드 이전에도 존재했다 …
고대 수학자 가운데 가장 창의적인 인물은 시라쿠스의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222년)일 것이다. … 아르키메데스 수학의 가장 놀라운 업적 가운데 하나는 포물선과 같은 특정 수학적 곡선 아래의 면적을 계산한 것이다. 수학의 이 영역은 17세기까지 아르키메데스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p.44-45.
하늘을 천구로 묘사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기록은 크니도스의 에우독소스가 남긴 『현상』과 『거울』이다. … (이들 저작은) 남아 있지 않다. … 그러나 기원전 230년 무렵에 이 책들이 솔리의 아라토스에게 영감을 주었고 『현상』은 시로 재창조되었다.
…
지구가 구형이라고 주장하고 그럴듯한 증거를 제시한 가장 오래된 그리스 문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하늘에 관하여』다.
p.48-49.
플라톤은 『국가』의 마지막에 우주 차원의 전망을 제시했다. 에르(Er)라는 영웅이 전쟁터에서 죽었다. 그의 시신이 전장에 남겨진 채 열흘이 흘렀으나 … 되살아났다. 그는 동료들에게 열흘간 저세상에서 본 것을 이야기했다. … 에르는 아낭케라는 여인이 실을 잣고 있는 것을 보았다. … 물렛가락 추는 우주 자체를 나타낸다. 그런데 에르가 본 물렛가락 추는 … 차곡차곡 포개진 8개의 구로 이루어져 있었다. 플라톤은 이를 겹겹이 포개진 상자와 같다고 설명했다.
…
이것은 ‘우주 양파(Cosmic Onion)’ - 우주가 중심이 같은 여러 층의 구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모형 -가 처음 문헌에 나타난 사례다.
p.51-52.
기원전 200년쯤 페르가의 아폴로니오스는 주전원(epicycle)과 대원(deferent) 이론을 제안했다. …
…
그런데 아폴로니오스가 제안한 단순한 형태의 주전원과 대원 이론만으로는 정량적 예측까지 할 수 없었다.
…
셀레우코스 왕조 시기에 그리스 사람들은 천문학 분야에서 바빌론과 밀접하게 교류하기 시작 … 바빌론의 천문학은 놀랍고도 당혹스러웠다. 바빌론 사람들은 행성 관련 현상을 정량적으로 예측했는데, 그것은 기원전 200년 무렵 그리스의 행성 이론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p.52-53.
그러다가 2세기 알렉산드리아의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가 결정적 발걸음을 내딛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행성 천문학 연구를 집대성한 저작은 본래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의 수학 논문집(Syntaxis) 13권』이었는데, 중세에 이르러 『알마게스트(Almagest』라는 제목으로 불렸고 오늘날까지도 그렇게 알려졌다. …
프톨레마이오스는 행성의 주전원의 중심이 대원 둘레를 일정하지 않은 속도로 회전한다고 보았다. …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도 아니고 대원의 중심도 아닌 제3의 중심점을 생각해냈다. 이 세 번째 중심은 균일한 운동의 중심으로, 중세에 이르러 등각속도점(equant point)이라고 불렸다. …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론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이제 처음으로 기하학 이론으로부터 행성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1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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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월 16일) 나온 이야기 중 이 책꼽문 마지막 부분이 연결되어 있어서 조금 덧붙이고자 합니다.
마지막 부분의 영어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And the Babylonian methods face up squarely to the non-uniformity of motion. In the Greek versions of planetary theory, non-uniformity of motion was usually masked by the need to pay homage to the doctrine of uniformity." (p. 15)
바빌로니아에서 자연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보이는 그대로를 존중한 반면, 그리스에서는 균일성에 대한 존중(오마주)이 있었음을 강조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일곱 행성(일, 월, 화, 수, 목, 금, 토)의 운동에서 보이는 비균일성을 설명하기 위해 등각속중심(equant point)을 도입한 것도 균일성의 언어로 현상을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겠습니다.
"For Ptolemy allows the centre of the planet’s epicycle to travel at a non-uniform speed around the deferent. The non-uniformity is, however expressed in the language of uniformity." (pp. 27-8)
이것은 현대 물리학의 접근과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자연현상은 실상 대칭적이지 않고 균일하지 않은데, 굳이 대칭성과 균일성을 출발점으로 놓은 뒤에, 그것이 여러 상황과 조건에서 깨진다고 서술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다소 지저분하고 산만해 보이는 드러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배후에 어떤 깔끔하고 정돈되고 아름답고 대칭적이며 균일한 무엇이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마음이라 하겠습니다.
이 책의 한국어 번역은 전반적으로 훌륭한데, 몇 가지 음차에서 걸리는 게 있습니다. 편집자의 이름 Iwan Rhys Morus는 한글음차로 '이완 리스 모러스'라 해야 옳습니다. 이미 그의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는데, 굳이 부정확한 음차로 이름을 바꾸어 버리는 바람에 책이 함께 검색되지 않습니다.
피터 제이 보울러, 이완 리스 모러스 (2008) 현대과학의 풍경. 궁리.
http://aladin.kr/p/fFcBE
바빌로니아를 굳이 '바빌론'으로 옮긴다거나 스미르나[그리스어 Σμύρνη(스뮈르네), 알파벳 Smyrna]를 굳이 '서머나'라 옮긴 것도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종종 있는 역주 중에 틀리거나 부정확한 것도 꽤 있어서 유의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을 위해 이 책의 1장을 저술한 제임스 에반스의 홈페이지를 링크해 둡니다.
James Evans( Director, Program in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and Professor of Physics, University of Puget Sound)
고대천문학사 전공이면서 물리학 교수이기도 합니다. 양자역학의 역사를 상세하게 다루는 논문집 Quantum Mechanics at the Crossroads: New Perspectives from History의 편집자입니다.
감사합니다. 짚어주신 번역어를 주의해서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1장 저자는 물리학자이신데 고대천문학사를 전공하면서 양자역학도 하시는 군요! @.@
예전같으면 그리스 천문학처럼 억지, 맞추기 학문을 비판적으로만 봤을 것 같은데, 책새벽 모임에서 『세계철학사』(이정우) 1권을 보고나니, 어거지 맞추기를 하면서 인류의 지성, 세계 인식이 발달하는 건가 싶습니다. (역사 공부의 효능감?! 겨우 한 권 읽고 ... ^^;;)
번역어라기보다는 인명의 한글 음차표기가 문제인 셈인데,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찾아봤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엇보다도 편집자 이름은 알만한 사람에게 조금만 물어봤더라면 '이완 라이스 모루스'라는 당혹스러운 음차표기는 안 나왔을 텐데 아쉬움이 많습니다. '바빌론'은 '바빌로니아'의 수도이고 나라나 왕조는 당연히 수도와는 전혀 다른 것인데, 원문에 있는 Babylonia을 왜 굳이 '바빌론'으로 옮겼을까 이상했는데, '서머나'를 보니 어쩌면 개신교 개역성서와 관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1930년대의 번역본이 지금까지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는 개신교 개역성서에는 인명이나 지명 표기에서 특이한 게 많습니다. 가령 '페르가몬'을 '버가모'라고 한다거나 '스뮈르네(스미르나)'를 '서머나'라고 하는 식이죠.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한 분들이 주축이 되어 '요드'는 "잘못된 것"이라서 미국식으로 '아이오다인'으로 수정해야 한다거나 '나트륨'이나 '칼륨'이나 '메탄'이 아니라 '소디엄'과 '퍼테이시엄'이나 '메테인'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한화학회가 공식적으로 미국식 발음을 음차해서 '아이오다인', '소디엄', '메테인'을 표준용어로 정해 버렸습니다.
이제는 '베니스'나 '플로렌스'나 '봄베이'나 '마드라스'가 아니라 '베네치아'나 '피렌체'나 '뭄바이'나 '첸닝'으로 쓰는 것이 정착되어 가는 듯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한 제 벗이 공개적인 글에서 '어리스타틀'이란 이름을 적은 것을 보고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한국에서 배운 '아리스토텔레스'를 미국 가서 다들 '어리스타틀'이라고 하는 걸 듣고 나니 그게 표준적인 표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대신 '타머스 어콰이너스'라고 하는 것도 미국유학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았습니다.
자연과학이든 자연철학이든 자연의 탐구에 대한 표준적인 담론도 지극히 유럽중심적이라는 것도 새삼 주목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과학사 분야의 책을 책밤에서 읽기로 할 무렵, 사실 아래 책을 추천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자신의 참석이 불투명하여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었습니다.)
James Poskett (2022) Horizons: The Global Origins of Modern Science
제임스 포스켓, 김아림 (2023) 과학의 반쪽사 (http://aladin.kr/p/UzZJr). 블랙피쉬.
아직 따끈따끈한 책인데, 여러 모로 중요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과학의 역사를 말하면 너무나 쉽고 무비판적으로 유럽 백인 남성의 업적을 떠올리지만, 인류 전체를 놓고 볼 때 자연과학의 역사가 훨씬 더 풍부하고 복잡하고 다양했음을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좋은 책입니다.
책밤 『옥스퍼드 과학사』 1장 책꼽문 업데이트 했습니다. p.3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