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질문] 장회익저작읽기 8회 : 『삶과 온생명』 13, 14장
녹색문명공부모임 2023-2024 "장회익과 장회익 저작(생명, 문명) 읽기" 8회(『삶과 온생명』 13장, 14장) 소감과 질문 약간입니다.(황승미)
(1) 다음 시즌 모임에 대한 미리 걱정
작년 9월부터 녹색문명공부모임에서 장회익선생님 저작들 중 생명, 문명과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 책 『삶과 온생명』이 (벌써!) 끝났습니다. 2주 후부터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로 들어갑니다.
모임을 할 때 항상 미리 드는 걱정은, 이 시리즈가 끝나면(2024년 9월 이후) 다음엔 무엇을 하나라는 고민인데요. 다음에는 책별로 모임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모임을 이어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 회의 모임에서 다룰 읽을자료가 장회익선생님의 저작들 전부에서 차출되어야할 겁니다.(그러면 읽을거리 압박이 상당할 수 있어서 살짝 두렵네요. ^^;)
장회익선생님의 최근 저작들을 읽으신 분들은 모두 느끼셨을텐데요. 장회익선생님의 하고자 하시는 & 해오신 연구, 고민들이 이 책 『삶과 온생명』에 오롯이 다 들어있구나 하는 것을 저도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바로 다음에 이어서 읽은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도 그렇고요, 앎에 대한 책인 『물질, 생명, 인간』도 그렇습니다. 그런 고민과 연구의 결과가 바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와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종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횡적으로(선생님 저작들을 가로지르며) 읽는 것도 가능하고 더 깊이 있는 공부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보았습니다.
(2) 『삶과 온생명』 13, 14장에 대한 소감 : 과학과 종교의 융합, 과학과 동양사상의 융합
어제 모임에서 다룬 내용에 대한 소감을 적어보면요. 저는 이상하게도 항상 모임 전에는 책 내용을 소화하는 데 급급해서 그런지 아무 생각 없다가, 모임을 하고 나면 뭔가 이건 좀 적어볼 수 있겠다하는 것들이 떠오릅니다. 미리 생각해보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되네요.
하여튼, 저는 종교와 동양 사상이라고 하면 크게 관심이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먼저 거리감부터 느껴지고 어려울 거라고 선입견을 가지게 됩니다. 특히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고(싫고 좋고도 아니고 그냥 무관심) 종교가 저의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해보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종교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삶의 의미, 가치, 지향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종교적 의문’, ‘종교적 갈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녹색아카데미에 묻어서 모임을 하다보니 과학을 계속 접하게 되었고, 그렇게 과학을 통해서 특히 장회익선생님의 온생명론과 자연철학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생명과 인간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얼핏 알게 되었고요. 그렇게 공부를 해야할 필요성, 효용성을 느꼈을 때 아마 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근본적인 ‘종교적 갈구’를 해소할 길을 찾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는 지능, 지성이 있기 때문에 그냥 생리적인 욕구만 해결하면서 어떤 목적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진화하다보니 지성이 생겼고, 그래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 가치를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생명체가 돼버린 것이고, 그래서 고래로부터 종교가 필요했다는 생각입니다.
선사시대 사람들도 동굴에 주기적으로 특정한 장소에 모였던 이유가 그런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늘 옮겨다니기 때문에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에 다시 만나려면 모일 장소의 자연구조물이 아주 커서 눈에 잘 띄고 잘 변하지 않아야 하는데, 선사시대 유적들이 발견되는 곳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고 세계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무지했던 때였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좀 더 정신적으로 고양된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생존, 삶의 의미 이런 것을 찾기 위해 주기적으로 그런 곳에서 만난 것이죠.
모임 중에 시지프스님이, 현대인들은 종교 없는 사람들도 아주 많은데 그럼 그런 사람들은 삶에 대한 이해와 의미를 어디에서 찾느냐고 질문했었는데요. 체계화된 종교가 아니라 종교적인 힘을 가지고 종교가 해주는 기능을 하는 다른 것들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경제적인 가치가 바로 그런 것들 중 가장 강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누구나 자신의 삶이 가치 있고 의미 있기를 바라고 잘 살기를 바라는데, 그것을 주는 것이 바로 그 사람에게는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제가 실제 ‘종교’에 대해서 무지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
(3) 사실과 당위 문제
(2)번과 연결이 되기도 하는데요. 저는 사실에서 당위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공부를 덜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우선 지금 생각으로는 사실에서 당위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생명체라는 것이 온생명론에 의하면 보생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어떤 보생명이 사라지면 낱생명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렇다면 그 보생명을 파괴하지 않고 잘 보살펴야 한다는 당위가 나온다, 이렇게 말할 수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기후문제를 예로 들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서 계속 지구 평균기온이 올라가면 인류와 인류의 보생명들에게 엄청난 위협이 되니(사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안 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문명으로 가야하고 그런 삶이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이다(당위),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류가 보생명을 어떻게 얼마나 파괴하고 얼마나 스스로에게 해가 되는지 그 사실을 확인해주는 강력한 기능과 역할을 과학이 해주고 있다면, 과학도 인류의 삶의 의미와 가치, 지향을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기후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보생명들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과학의 도움을 받아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도구적 지성으로서의 과학기술의 차원에서만 생각하면 탄소를 없애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비판적 지성으로서의 과학을 키워나가지 않으면(지금 그런 것 같지만요) 이렇게 계속 흘러가겠죠. 장회익선생님께서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도구적 지성으로서의 과학 보다 비판적 지성으로서의 과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이 책에도 여러번 쓰고 계신데요. 선생님께서 융합을 강조하는 이유가, 문명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고 문명을 생태적으로 전환해가는 쪽의 과학기술이 강화되려면 과학 이외 사회학, 인문학 등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학이 다른 분야와 융합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제도화된 종교’가 아니라 인류에게 어떤 종교적 기능을 하는 것은 시대마다 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선사시대인들이 동굴에서 어떤 제의를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면, 현대 이전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의 기존의 ‘종교’가 종교적 기능을 했고, 지금은 다른 종교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미 종교적 기능을 하고 있는데 ‘종교’라는 것으로 체계화, 제도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요.
우리 시대를 과학신화의 시대라고도 종종 말하는데요. 이것이 과장이 아니라는 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과학신화 시대에, 비판적 지성으로서의 과학이 확장이 되면 도구적 지성으로서의 과학은 그 위상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인류의 지성과 과학기술은 엄청나게 발달했는데, 수만 년 전에 거의 진화가 멈춘 인류의 몸의 요구를 중심으로 문명이 진행됨으로써 문제가 생긴다고 책에도 나오는데요. 물질적 한계를 극복하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위력을 발휘해온 도구적 지성으로서의 과학을, 다른 분야와 융합된 비판적 지성으로서의 과학이 어떻게 고쳐쓸 수 있을지 상상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종교도 마찬가지고요.
SF소설을 보면 종종 의외라고 느끼는 부분이, 수천 년 후 수만 년 후 은하제국 어쩌고 하는 설정인데 종교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그런 소설을 쓴 작가들이 종교가 의미를 가지는 시대에 속한 사람들이라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도 같고 당시 독자들의 공감도 얻어내야 했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합니다.
주저리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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