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꼽문] 책새벽-화/금 : 『세계철학사 1』 2부 10장 (p.655-685)
모임 정리
책새벽-금
작성자
neomay33
작성일
2024-01-04 12:46
조회
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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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온라인 책읽기 모임 '책새벽-화/금' 시즌2에서는 현재 『세계철학사 1』(이정우. 2011. 길) 2부를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읽는 내용 중 참여하시는 분들이 꼽아주신 책꼽문을 모아 이곳에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책 읽으시는 데 참고해주시고요, 모임 공지는 웹사이트 맨 위 '일정' 메뉴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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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0장 이슬람세계의 철학
§1. 이슬람 학문의 형성
- 이슬람의 과학
- 이슬람 철학의 성립과 전개
§2. 이븐 루쉬드의 철학
- 알-가잘리와의 논쟁
- '이성 단일론'의 문제
§3. 유대 철학, 페르시아 철학
- 유대철학의 일신: 마이모니데스
- 동방(페르시아)의 철학: 수흐라와르디
p.655.
중세 지중해세계에서 철학과 신학은 역설적 관계... 현실적으로 중세는 종교의 시대, 신학의 시대였고, 때문에 철학은 최고학문인 신학을 보조해 주는... 학문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관계는 기독교세계와 이슬람세계에서 다소 달랐는데, 기독교세계가 철학을 신학에 흡수하거나 통합해 이해하고자 했다면 이슬람세계의 경우 신학이 이미 일정 정도 발전된 후인 9세기 부터 그리스문헌들이 폭발적으로 번역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p.656.
각주 1) 그리스 문헌들은 우선 쉬라아어, 팔라비어 등으로 번역 ... 의학과 철학 문헌들이 주류 ... 그후 9세기에 이르러, 특히 813년에 세워진 압바스 왕조 치세 하에서 그리스 문헌들이 아랍어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그리스어로부터 아랍어로의 이 번역 사업은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번역 사업들 중 하나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드미트리 구타스, 정영목 옮김, 『그리스 사상과 아랍 문명』, 글항아리, 2012) 12세기에는 아랍어, 그리스어로부터 라틴어로의 번역이 대대적으로 수행되었다. 이로써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서로 막혀 있던 지중해세계가 그리스 이래의 사상적 흐름을 비로소 전반적으로 공유하기에 이른다.
p.659.
이븐 칼둔(1332-1406년)은 이븐 시나만큼이나 박식한 인물로, 특히 역사학자로서 큰 업적을 남겼다. "아랍인들, 페르시아인들, 베르베르인들과 그들의 강력한 동시대인들의 초기 및 후대에 관한 집성"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그의 『교훈의 서』는 이슬람 지역의 보편사를 다룬 방대한 저작으로, 고중세의 역사서들 중에서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명저이다. ... 이븐 칼둔은 ...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특히 그 사회학적 측면이 흥미를 끈다. ... 집단의 형성, 사회적인 갈등, 집단의 확대, 역사의 단위로서의 세대, 사회의 정치경제학적 구조, 종교의 사회적 역할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 이 저작은 그리스의 역사철학과 근대의 역사철학 사이에 위치해 가교의 역할을 했다.
p.664.
페르시아 출신의 이븐 시나(980~1037)는 이슬람 학문을 가장 종합적으로 집대성한 인물들 중 하나이며, 이슬람의 신플라톤주의를 대표하는 대철학자이기도 하다. 이슬람의 신플라톤주의는 알-킨디, 알-파라비, 이븐 시나로 이어진다. ... 이븐 시나의 철학은 중세의 성립 이후에 이루어진 철학사적 성과들의 한 정점을 형성한다. ...
이븐 시나는 철학을 논리학, 자연철학, 수학, 형이상학으로 구성했으며, 이는 곧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 체계에서 예비학과 이론철학을 이어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천철학 부분이 빠져 있는 ... 철저히 종교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에서 실천철학은 종교의 몫이었을 것이다.
p.665-668.
서방의 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의 종교사상들도 플라톤, 아니 사실상 플로티노스의 그림자 아래에서 전개되었다. ... 그러나 12세기에 이르러 ... 플로티노스적 신비주의가 아리스토텔레스적 합리주의로 대전환을 (이룬다) ... 이 대전환을 이룩한 인물은 이븐 루쉬드였다.
...
이븐 루쉬드의 철학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알-가잘리를 논해야 ...
...
이븐 루쉬드의 철학 옹호는 바로 알-가잘리에 대한 응답의 형태로 전개되었다. 철학자들에 대한 알-가잘리의 공격에 이븐 루쉬드는 우선 율법 자체가 철학 연구를 명하고 있노라고 응답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중요한 차이점들 중 하나가 기독교가 '믿음'을 강조하는 데 비해 이슬람교는 믿음 못지않게 '지성'/'이해'를 강조한다는 점에 있다.
...
누군가가 물을 먹다가 목이 막혀 죽었다고 해서 물 자체를 부정한다면 어리석은 짓인 것이다.(각주. 물로 인한 질식사는 우발적인 문제이지만 갈증으로 인한 죽음은 본질적이며 필연적인 것.) 이븐 루쉬드의 이런 주장은 이슬람세계에서의 '합리주의적(넓은 의미) 전회'라 부를 만한 혁명적인 주장으로서, 이는 서방세계(기독교세계)에까지 거대한 파급을 가져오게 된다.
...
중세 철학사는 이븐 루쉬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
...
이븐 루쉬드적인 합리주의는 "만일 성서의 자구적 의미가 논증적 결론과 상치된다면 그것은 우의적 즉 은유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서부터 2024년 1월 14일 업데이트한 부분입니다.)
p.670.
이븐 루쉬드는 이븐 밧자, 이븐 투파일을 이어 의사이자 철학자로 활동하며 거의 평생을 아리스토텔레스 주석 작업에 바쳤다. 그리고 이 작업의 성과들은 이후 스콜라철학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런 논의들 중 이븐 루쉬드의 철학적 입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들은 역시 알-가잘리에 대한 논쟁적 응답에 있어서이다.
알-가잘리가 철학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은 특히 세 가지 문제 ... 세계의 유한성과 영원성의 문제, 신의 권능과 인과율・시간・양상의 문제, 그리고 보편자로서의 영혼과 개체들의 문제이다.
이븐 루쉬드의 응답 역시 이 세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p.672.
알-가잘리의 신과 이븐 루쉬드의 신은 마치 고대의 일반 민중의 하늘(天)과 맹자의 하늘이 다르듯이 다르다. 알-가잘리의 신이 종교적이고 대중적인 신이라면, 이븐 루쉬드의 신은 철학적이고 지성적으로 이해된 신이다. ... 알-가잘리와 이븐 루쉬드의 대결에는 인과율에 대한 상이한 이해가 깔려 있다.
p.674.
알-가잘리에 의하면 신은 세계 속에 들어와 일일이 간섭하면서 사건들을 좌우하지만, 이븐 루쉬드에 의하면 신은 기적들의 경우를 예외로 한다면 세계 바깥에서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움직임을 관조할 뿐이다. 이럴 경우 신은 세계의 인과적 연쇄들의 끝에 존재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무한 소급'에 빠질 것이다.
이븐 루쉬드: 하느님은 '순수 현실태'이십니다. 하느님에게 신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지요. 하느님은 신체를 가지지 않기 대문에 이 세상에서와 같은 변전을 겪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각을 통해서 확인하는 그런 우발적 "인식"을 가질 수 없고, 또 가질 이유가 없지요. ... 하느님은 그가 창조한 이 세계에 우발성을 주셨습니다. 우발성은 세상의 것이고, 본질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실체]과 그것에 부대해서 단지 '~인 것[속성]을 구분해야 합니다.
p.677-679.
이븐 루쉬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다섯 권에 대해서만은 세 종류(긴 주석, 중간 주석, 짧은 주석)의 주석서를 모두 썼는데, 그 중 하나가 『영혼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론론을 해석하면서 이븐 루쉬드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이탈해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이븐 루쉬드가 볼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가 보다 일관적이려면 수동적 이성 역시 탈물질적이고 영원해야 한다. 이 주장에 함축되어 있는 바는 수동적 이성이 우발적이고 물질적인 개개인의 신체와 완전히 분리된 실체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능동적 이성만이 아니라 수동적 이성도 공히 개개인을 초월한 이데아적인 존재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븐 루쉬드의 '이성 단일론'이라 부른다. 만일 그렇다면, 불멸하는 것은 개개인의 형상이 아니라 단지 단일한 보편적 이성뿐이다. 능동적 이성은 물론 수동적 이성까지도 압둘라나 마르얌의 이성은 아닌 것이다.
이븐 루쉬드의 이런 해석은 이슬람교의 교리와 정면 충돌 ... 이븐 루쉬드는 박해 당했고 그의 책들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 ... 이슬람세계는 이븐 루쉬드를 박해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븐 루쉬드에게서 이슬람 철학의 대는 갑자기 절벽으로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쇠잔해지며, 철학의 부재라는 이 상황이 이슬람세계를 중세의 질곡에 붙들어 맨 것이다.
묘하게도 이븐 루쉬드의 사유가 일으킨 파도는 오히려 서방세계에서 멀리 퍼져나갔다. 그러한 파도를 두 팔 벌려 맞이하면서 동시에 그것과 대결했던 대표적인 인물은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와 그의 제자인 토마스 아퀴나스였다.
p.680-681.
이슬람 사상계에는 크게 세 가지의 갈래가 얽혀 있었다. 하나는 지중해세계 전체에 걸쳐 일반성을 형성했던 그리스 철학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던 좁은 의미에서의 이슬람 사상 즉 이슬람교였으며, 마지막 하나는 매우 다양한 각 지역의 문화에서 배태된 토착 사상들이었다.
p.683-684.
유럽에서와 달리 이슬람세계에서는 '철학'과 '신학'이 명확히 구분되었다. 물론 유럽에서도 철학과 신학은 구분되었으나, 대체적으로 철학이 신학에 종속되었다. 반면 이슬람의 경우 신학은 어디까지나 이슬람 신학이었고, '철학'은 그리스에서 유래한 학문인 그리스 철학을 뜻했다.
이런 구도는 이슬람에서의 철학자들의 위상을 유럽에서의 그것과는 다르게 만들어주었다. 유럽의 경우 철학은 신학의 '도구'의 성격 ... 근대 철학자인 베이컨은 중세 철학을 "신학의 시녀"로까지 표현하며 비웃었다. 하지만 이슬람세계의 경우 철학자들은 신학을 철학보다 훨씬 못한 학문으로 여겼으며, 알-파라비는 신학을 "철학의 노예"라고까지 폄하했다.
(10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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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꼽문] 『세계철학사 1』 10장 p.670-685 업데이트 했습니다. (10장 끝.)
중세 이슬람 철학에 대한 논의가 아무래도 소략한 듯 합니다만, 혹시 그 책에서 이슬람 자연철학 즉 이슬람 과학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네, 이슬람 과학 분량은 상당히 적네요. 656~660으로 끝입니다. 아라비아 숫자, 알-콰리즈미의 대수학, 천문학이 조금씩 나오고요. 물리학과 화학에서는 이븐 알-하이삼의 광학, 이븐 밧자의 역학도 이름만 나옵니다. 자비르 이븐 하이얀의 연금술이 화학적 연구를 자극했다고 하고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 얘기도 있고요. 의학과 의학적 기구, 대규모 병원도 나오고, 역사학, 법학, 언어학 등에서 큰 이름만 소개하는 수준입니다.
660-661쪽에 "이슬람의 과학은 그리스 과학, 헬레니즘 시대의 과학을 잇는 과학사의 세 번째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성과는 14세기 스콜라철학의 자연철학을 거쳐 17세기 과학 혁명으로 이어진다. ... 그리스 과학으로부터 근대 과학으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슬람 과학은 좀더 많은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다."라고 쓰여있습니다. 철학사 책이라 간략하게 쓰신 것 같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제가 얕게 공부한 아베로에스(이븐 루시드)는 철학과 신학뿐 아니라 물리학, 천문학, 의학, 심리학, 법학, 언어학에 능통한 사람이었고, 자연철학에 기여한 것이 많은데, 철학과 신학 이야기가 중심이어서 궁금했었습니다. 고맙습니다.